이틀째 내린 비가 그쳤다. 다행히도 거짓말처럼 맑아진 아침이다. 새벽에 약간의 비가 오긴 했으나, 아침이 되어서는 파란하늘이 드러나는 맑은 날씨가 시작되고 있다. 이틀째 내린비로 젖은 옷가지와 쉰내나는 수건, 속옷까지 빨랫짐이 한 가득이다. 물기가 말라있는 주차장 아스팔트 위에 텐트를 펼쳐놓고 말리며 짐정리를 한다. 폭우를 피해 텐트 속에 대부분의 짐들을 넣어 두긴했으나, 우중 라이딩에서 젖은 물품들이 많아서 일일이 닦아내고 다시 집어 넣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매트며 텐트까지 다 닦고 말린 후 집어 넣고 나니 10시가 되었다. 해가 뜨거운 날씨다. 싸늘하게 몸이 식어가던 비오는 날과는 확연하게 다른 기온차로 땀이 뚝뚝 떨어진다. 역시, 혼슈의 남해인 최남단 답다.
정리를 끝내고 잠시 곶 주변을 걸어보려 나서는 찰나, 아저씨 한 분이 말을 걸며 다가온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제 비바람 속에서 스쿠터가 넘어 졌을때 바깥에서 외치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이 분이다. 넘어져 있다고 알려준건데 아무 대답이 없어서 그냥갔다고 한다. 그때 나는 한참 태풍속에서 낮잠에 빠져 있다가 뒤늦게서야 눈을 떴었다. 선채로 나누는 대화에, 짐을 풀어내리던 근처의 캠퍼들까지 함께 가세하며 시끌시끌한 대화가 이어진다. 대부분 한국에서 스쿠터를 끌고 온 나에 대한 호기심이 주된 주제다. 지나온 곳이며, 앞으로의 경로며, 여행에관련된 이야기등.
대화를 끝내고 전망터와 주변을 거닐며 태풍 속의 어제와는 너무 다른 모습으로 변하여 산뜻해진 유원지의 풍경들을 사진에 담기도 하며 느긋하게 풀밭 위를 걷는다.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이틀만에 바이크에 올라타고 출발한다. 주차장 한 쪽에 서서 대화를 하고 있던 아까의 그 캠퍼들과 사람들이 시동걸고 바이크에 오른 나를 향해 조심하라 외치며 손을 흔들어 준다. 배웅자가 이리 많은 것도 처음이다.
시원스럽게 초지가 열려있는 시오노미사키 공원. 오른쪽의 건물은 시오노미사키 관광타워.
공원 동쪽에 위치한 캠핑 사이트. 주차장 나무울타리에서 가까운 나무 아래에서 태풍의 밤을 보냈다.
혼슈(일본 본섬) 최남단 기념비.
혼슈 최남단 기념비 앞, 전망터에서 보이는 해안.
곶의 반대쪽 해안선을 돌아 쿠지모토 마을을 지나 42번 국도를 거슬러 간다. 42번 해안 국도를 따라 빗 속에서 못 보고 지나쳐온 하시구이 바위가 오늘의 첫 목적지다. 촘촘히 늘어선 해안 암반의 독특한 모습이 맑은 가을 하늘 아래에 서있는 풍경이 이채롭다. 인근의 해안선을 따라 포구까지 걸어가며 보이는 하시구이 바위(橋坑岩)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바위의 모습도 이채롭지만, 배경으로 존재하는 거짓말처럼 맑아진 하늘과 파란 바다가 함께 어우러져 감탄이 절로난다.
시오노 미사키를 돌아나가는 해안도로에서의 풍경
시오노미사키 등대
바다색이 더 없이 맑은 시오노미사키 해안
시오노미사키 서쪽으로 돌아나가다 보면 곶과 가늘게 이어지는 부위에 위치한 쿠시모토 마을이 조망된다.
불이켜진 야경도 볼만한 곳.
시오노미사키가 혼슈의 최남단이므로 오늘 가야할 방향은 서북쪽으로 이어지며 북상하는 이 해안선이다.
이틀 전 남하 하면서 빗길에 지나쳤던 하시구이 이와(바위, 橋坑岩)를 다시 찾았다.
하시구이 이와는 쿠시모토에서 오오지마방향으로 40여개의 돌기둥이 850미터 가량의 길이로 바다위에 우뚝 솟아있는 재미난 지형이다.
바다의 침식으로 남아있는 바위의 부분이 교각(橋)의 말뚝(坑)같다 해서, 하시구이 이와(橋坑岩)라 불린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썰물로 물이 빠지면 바위 행렬의 중간즘에 위치한 곳까지 걸어서 갈 수도 있다.
이곳을 포함한 쿠시모토 해안의 일부는 요시노쿠마노 국립공원(吉野熊野国立公園)의 영역에 포함된다.
밝은 낮에도 이채로운 모습을 보이는 하시구이이와지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때는 아무래도 석양을 등진 때이다.
하시구이 바위에서 벗어나 쿠지모토 마을에서 주유를 하고 골목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동전세탁소를 찾아다닌다. 마을 주택가 한가운데에서 세탁소를 찾았다. 들어서자 머리가 하얀 백발의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신다. 800엔에 세탁과 건조까지 전부 가능하다며 빨래를 자신에게 달란다.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므로 어딘가 갔다오라는 말도 함께. 시간이 한참이나 남은 세탁소에서 빠져나와 어제 머물렀던 시오노미사키(곶)에서 가까운 오오시마로 건너가는 루프형 다리의 쿠시모토대교로 향한다.
쿠시모토대교는 다리 두 개가 조그마한 섬을 가운데에 두고 오오시마섬까지 이어져 있는 곳으로, 가운데의 섬을 지나는 부분이 알파형의 루프교로 되어있는 재미난 곳이다. 오시지마 섬의 교각 끝부분에 만들어져있는 주차장에 스쿠터를 세워두고 걸어서 루프다리 끝까지 되걸어 본다. 파란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둥글게 휘어감으며 바다 위를 돌아 오르는 교각의 모습이 이색적이고 신기하다.
혼슈 최남단의 곶 시오노미사키와 오오시마(섬)를 잊는 쿠시모토 대교.
가운데 작은 섬을 두고 왼쪽은 유려한 선의 아치교가 오오시마와 연결되어 있고, 시오노미사키 방향의 오른쪽은 방조제를 따라 이어진 도로 끝에
루프형(나선형)의 교량이 연결되어 있다.
바다 위에서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아 오르는 루프교, 이런 모습이다.
오오시마와 연결된 쿠시모토대교. 아래를 흐르는 물빛과 잘 어울리는 하얀 다리다.
교각 위에서 보이는 풍경이 멋드러져서, 종종 1차선의 좁은 교량위에 차를 멈춘채 내려다 보고가는 모습들이 눈에 띄인다.
차량 통행이 극히 한적해서 멈춰도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쿠시모토대교 위에서 보이는 쿠시모토방향의 해안
쿠시모토대교의 바깥(태평양쪽) 바다. 저 멀리 보이는 해안지형은 오오시마섬의 남단이다.
아치교의 끝에 위치한 주차장에 스쿠터를 세워두고, 루프교(나선형 교량)까지 걸어와 봤다.
빙글 한바퀴 돌아오르는 교각이 바다위에 세워져 있는 재미난 모습.
▶ 우리나라에도 있는 나선형 교량(충남 청양군, 링크)
둥근 루프교의 가운데에 위치한 해안 암반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도 보인다.
바다 한가운데의 위치 때문에 바람이 심각하게 부는 날은 안전을 위하여 통행이 제한되기도 한다.
바다 가운데 놓인 섬과의 고저차 극복을 위해 이렇게 둥글게 휘어감으며 올라가는 다리가 만들어졌다.
루프다리는 약 386m, 아치교는 290m의 길이로 1999년에 개통된 교각이다.
볕은 따갑지만, 이틀째 내린 폭우 뒤로 찾아온 맑은 하늘이 너무도 반갑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를 여유있게 감상하고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니, 근처에서 뛰쳐나온 새끼고양이가 스쿠터 그늘 아래에 누워서 쉬고 있다. 내가 다가서자 고개를 들고는 귀여운 '야~옹~'소리를 연발한다. 아직도 어린티가 가득한데, 어떻게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미는 어딜갔을까. 혹시 누가 버리고 간걸까? 점심삼아 먹으려고 사두었던 삼각김밥과 우유를 꺼내들자 이 녀석이 눈치를 채고는 다리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친근한 척 하고있다.
새끼고양이에게 먹거리를 나눠주고 나니 주변에서 또 다른 고양이 대 여섯 마리가 불쑥 머리를 내민다. 나만 바라보는 초롱한 녀석들의 그득한 눈빛에 어쩔수 없이 빵과 과자부스러기를 또 다시 나누어 각자 앞으로 던져준다. 새끼고양이와 달리 덩치가 큰 다른 고양이들은 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녀석들이 다먹고, 차량 그늘에서 뒹구는 모습을 한참이나 평화롭게 관찰하다가 세탁소로 되돌아가기로 한다.
맨 처음 만난 새끼고양이와 뒤이어 합류한 갈색 고양이 한 마리가 스쿠터 그늘에 누워서는 나올 생각이 없어보인다. 좁은 그늘에서, 저렇게도 평온한 한 때를 보내다니. 행복이란 거창한게 아닌게다. 스쿠터 밑에서 녀석들을 억지로 빼어내려니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몇 번이나 출발을 시도하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결국 삼십여분 지나서야 새끼고양이를 두 손으로 안아 무리가 있는 곳에 내려다 주고 시동을 건다. 다시 길 위로 나선다.
쿠시모토대교를 느긋이 걷고 돌아오니, 주차장 인근 길고양이들이 스쿠터 그늘 아래에서 볕을 피하고 있다.
세탁물을 찾으러 되돌아가는 쿠시모토쵸 마을길.
쿠시모토 마을. 골목길이 떠들썩해서 둘러보니, 마츠리행렬이 시작되려한다.
마을 세탁소를 향하는 골목길에서 유타카를 입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고 피리와 북소리가 들려온다. 이 마을 마츠리 행렬이 시작되려고 하는 중이다. 건조가 조금 덜 끝난 세탁소에서 잠시 기다려 빨래를 받아 개켜 넣은 후, 바이크 사이드백에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분주히 늘어서서 진행하는 마츠리 행렬을 등 뒤로 하고 다시 출발한다. 벌써 정오를 넘어섰다. 젖은 짐 꾸리기와 빨래로 인해 오전 시간이 후딱 지나간 셈이다. 혼슈의 최남단을 찍었으니 이제는 북상 한 후, 큐슈가 위치한 동쪽으로 갈 일만 남았다.
오늘 오후 시간동안 본격적으로 달려갈 도로 경로는 비교적 단순하다. 기이반도의 남쪽에서 북쪽의 오사카 방향의 해안선을 따라 나있는 42번 국도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국도에서의 시원스런 풍경이 연이어지지만 바이크에 올라타서 주욱 달려가기만 하는 여행은 금새 지루해진다. 적당히 걸을 만한 곳이 나타나주기를 기다리는 다리가 근질대고 있다. 해중전망대 휴게소가 보여서 잠시 들렀다가 다시 국도를 따라 달려간다.
42번 국도 도중에 나타난 쿠시모토 해중공원. 해저타워 아래의 유료전망대 관람과 잠수함을 탈 수 있는 곳이다.
유료의 압박으로 패쓰.
해중공원 앞에 세워진 바이크들. 휴일이라선지 바이크며 차량들이 많이 보인다.
큰 배기량의 바이크들 가운데 스쿠터도 한 대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스쿠터라 반갑다.
한 시간여 더 달리자 에스자키(곶)를 가르키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바이크 위에서 주행만을 해서 움추러든 몸을 쫘악 펼겸, 곶의 끝까지 걸어가 보기로 한다. 육지와 연결된 작은 다리를 건너 신사 도리이 앞에 바이크를 대고 섬을 향해 걸어간다. 섬 끝쪽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어떨까 궁금해서 아열대 숲길을 헤치고 반대쪽까지 걸어가 보지만, 너무 울창하게 우거진 숲때문에 해안의 경치를 즐길만한 장소가 없다. 숲 모기에게 공략 당하기만 하다가 다시 되돌아 나온다.
42번 국도변의 해안선
나지막한 해안암반이 길을 따라 주욱 이어지고, 볼록 쏫은 바위섬들이 군데 군데서 보인다.
북서쪽으로 바다를 따라 쭈욱 이어지는 42번 국도.
조그마한 어촌마을도 틈틈이 지나간다.
바다와 도로가 가까운 지점에서 보이는 바다풍경. 아름다운 해안의 모습이 연이어진다.
에스자키곶 가까이 위치한 어촌마을.
정갈한 기와지붕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차곡차곡 올려져 있는 기와지붕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여행내내 차분해져 있는 마음이 더 차분해져서 어쩌려고?)
에스자키곶에서 보이는 달려온 방향.
한동안 바이크 주행만 해온터라 다리가 근질근질 하기도 한데다, 에스자키곶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이 궁금하다.
곶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들어서 본다.
곶이긴 하지만 좁은 바닷길을 건너는 작은 교각으로 연결되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섬이다.
에스자키곶의 외길. 울창한 숲이 그늘을 하늘을 막고있다.
에스자키곶의 신사. 숲 그늘이 원채 가득히 둘러싸고 있어선지 음침한 기운이 든다.
곶 뒤쪽으로 나있는 길의 흔적을 따라 가보기로한다. 지금까지 거쳐온 대부분의 곶에서 만난 멋드러진 풍경들이 만들어낸 기대치 때문이다.
울창한 아열대식물 군락이 형성된 이 에스자키는 곶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숲 사이로 잠깐 보이는 바다풍경.
수풀과 거미줄을 헤치고 곶 뒤쪽으로 와봐도 더이상 길이 없다. 허리를 넘는 수풀과 울창한 숲이 앞을 막아서고 있어서 발걸음을 돌린다.
휴일이라선지, 국도변의 해안가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이 동네 사람들은 몽땅 바다낚시하러 쏟아져 나온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맑은 날씨 아래 펼쳐지는 파아란 바다가 달리는 내내 좌측으로 지나간다. 어느덧 오후 4시가 다된 시간, 시라하마 해안을 지난다. 시라하마는 하얀 백사장과 독특한 해안지형 부근에 온천, 팬션, 민박, 호텔 등의 숙박지가 가득 들어서 있는 휴양촌이다. 그 탓에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지나다닌다. 해변가에도 요트며, 다이빙장, 스킨스쿠버등이 자주 보인다.
시라하마 해안의 대표적 경승지인 센조지키로 향한다. 노란 사암 암반이 독특한 생김새로 드넓게 펼쳐지는 센조지키에는 멈추지 않는 바람을 타고 파도가 제법 드세게 치고있다. 여기도 경승지 답게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바위를 거닐고 있다. 늦은 오후, 낮아진 태양이 노란 암반 위로 비추는 햇살로 인해 독특한 아름다움이 만들어지고 있다. 적당한 바위에 앉아서 이어폰으로 들리는 음악을 배경으로 한참이나 바닷바람을 즐긴 후, 다시 해안 도로로 나선다. 해변도로를 따라 다시 달려간다. 가운데에 기묘한 구멍이 뚫린 바위섬인 엔게츠도 너머로 해가지는 낭만적인 해안도로를 지나자 시라하마해안이 끝이 난다.
다시 달려가는 기이반도 서남쪽 해안.
자그마한 섬들이 해안선을 따라 자주 나타난다.
작은 섬들이 떠있는 조용한 해안공원.
뒤돌아본 42번 국도. 멋진 해안선이 중간중간 끊임없이 나타나는 이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그만이다.
주욱 이어달리고 있는 이 42번 국도는, 기이반도 동단에서 남쪽 끝인 쿠시모토를 거쳐 서북쪽의 오사카만까지 이어지는 긴 해안도로이다.
국도변에서 보이는 해안풍경. 시원스러운 바다 모습이 한가득이다.
해안선을 따라 잠시 산을 넘기도 하고.
혼자 조용히 머물다 가면 좋을 듯한 한적한 해안도 군데군데 보인다.
잠깐의 산 둔덕 길을 넘어서자 히키강 하구에 위치한 포구마을인 히키마을이 나타났다.
맑은 물빛을 달려오는 내내 보여주던 바다와 달리 강 하구는 둔탁한 황토빛을 띄고 있다. 며칠새 내린 비 탓 이겠다.
한참을 달려 해가 뉘엇해지는 시간, 시라하마(白浜)의 센조지키(千畳敷)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잘 만들어져 있고, 입장료는 없다.
6,500만년~165만년 전에 만들어진 센조지키는 사암의 지층으로 넓이 4 헥타르(4만㎡, 다다미 천장)의 규모다.
사암으로 이루어진 센조지키는 무른 암석의 특성상, 이렇게 낙서가 가능하다.
찾는 이들이 하도 사방팔방을 긁어 놓으니 시라하마초(白浜町)에서 '낙서시 10만엔의 벌금부과'라는 낙서금지 조례안도 만들어 두고 있다.
의미 부여의 끊임없는 이 인간 속성들이 잘 조절될지는 미지수.
층층이 겹쳐진 센조지키의 사암지층이 바다와 맞닿아있다.
시원스레 펼쳐진 너른 바다로부터 멈추지 않는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적당히 깍인 바위 끝에 앉아 선명히 맞닿는 수평선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흘러간 세월과 밀려온 파도가 만들어낸 물결같은 암반위의 흔적들.
와카야마현을 대표하는 경승지인 이곳은 가까운 산단헤키와 함께 연중 끊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센조지키 주차장에서 보이는 기이반도 북서쪽 해안. 해가 질때까지 달려갈 방향이다.
하얀모래를 자랑하는 시라하마 해수욕장. 센조지키에서 마음껏 바람을 즐기고 났더니 왠지 해수욕장 정도는 시시하다.
그 앞을 지나쳐 달려간다.
시라하마 시가지. 온천으로 유명한 시라하마는 휴양지답게 깔끔한 도로와 시가지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들리는 말에는 노년에 살고싶은 지역 1위 라나 뭐라나... 시라하마온천은 아리마온천, 도고온천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알려져있다.
해안도로에서 보이는 엔게쓰토(円月島). 섬 중앙에 둥근 달모양(이란다!)의 동굴이 뚫린 이색적인 이 바위섬은 시라하마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석양 속에 보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우며, 낙조시 바위섬 사이의 동굴안으로 해가 쏙 들어가는 재미난 모습도 포착되는 곳이다.
시라하마 상가. 조개껍데기를 기념품으로 팔고있는 곳도 보인다.
시라하마를 빠져나온 좁은 국도가 갑자기 차량정체가 일어나서 꽉 막혀있다. 도로를 따라 진행하기는 이미 불가능해진 상황이라 갓길을 따라 주행하며 3km정도의 정체구간을 살짝 빠져나간다. 도로폭과 갓길이 유독 좁은 도로라, 스쿠터로 주행하는 갓길도 곡예주행을 하는 것만 같다. 잠시 타나베 시가지의 답답한 마을사이를 지나던 도로가, 다시 해 저무는 해안선으로 이어진다. 옅은 보라빛 노을이 지는 시간 속을 달려 히로미사키로 향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히로미사키에 있는 캠핑장이다. 거리상으로는 그리 먼 길은 아니지만, 오후부터 시작된 도로주행이라 생각보다 많이 오지는 못했다. 아직 6~7km정도 남아있는 미하마초의 앤쥬가하마(煙樹ヶ浜)해변에서 무서울 정도로 길이 캄캄해졌다.
시라하마를 한참이나 벗어난 해안. 점점 해가 저물어간다.
한껏 누운 해질녘의 볕이 노르스름한 빛을 포구로 던져낸다.
히로미사키를 향해 북상하는 길. 해가지고 나서 공기도 사늘해졌다.
한적한 외곽지라 가로등도 잘 보이지 않는 길이다. 게다가 내 스쿠터 전조등은 야간주행에는 부적합할 정도로 어둡다. 원래 목적지인 히로미사키까지의 길을 접고 일단 이 근처의 해안에서 텐트를 치기로 한다. 가로등 아래에서 지도를 들여다 보니, 해수욕장 가운데에 캠핑장 표식이 있다. 외진 해변길을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캠핑장을 찾아보지만, 찾을 수가 없다. 삼십여분간 탐색하던 캠핑장을 포기하고, 해안공원 화장실이 가까운 적당한 장소에서 텐트를 펼친다.
오늘은 긴 거리를 달려온것도 아니건만 유독 피곤함이 심하게 밀려온다. 공중 화장실에서 물을 받아 간이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나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강태공들의 낚시 찌에서 보이는 야광빛이 간간이 해안에서 반짝이고, 바람소리가 살살 들려오는 해안가다. 어느순간 기절 한 듯 잠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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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지 : 앤쥬가하마(煙樹ヶ浜)해변
* 주유 : 700엔
* 동전세탁 : 800엔
* 와카야마현 관광안내(한국어) : http://www.wakayama-kanko.or.jp/walkingmap/kr/shirahama/modelcourse/#senjo
* 이동거리 및 경로 : 190 km
시오노미사키(곶) 캠핑장 → 하시구이이와 → 쿠시모토대교 → 타나베시 → 시라하마 → 고보시, 앤쥬가하마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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