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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나서다/스쿠터일본일주

[스쿠터 일본가다] 55일차-2, 리아스식 해안의 풍경속으로 첨벙, 빠져들다.





[ 55일차 - 2 (55일차 -1에서 이어짐) ]


고카쇼만을 지나서 잠시 내륙의 산길로 이어지던 도로가 다시 바다와 만났다. 해안을 따라 우측으로 높게 연결된 빨간 교각이 보인다. 지형이 몹시도 궁금하고, 교각이 제법 높은 위치에 놓여 있어서 그 방향으로 길을 꺽어 본다. 다리를 향해 길에 들어서 보니, 가운데 섬을 사이에 두고 교각이 하나 더 연결되어 있고 교각 아래를 통과한 바닷길이 내륙으로 호수처럼 갇혀 있는 흥미로운 지형이 나타난다. 다리 아래로는 어선들이 바삐 드나들고, 배가 지나간 흔적의 하얀 파도가 한순간 생겨나고 있다. 두개의 다리를 건너, 만의 깊숙이 위치한 포구마을까지 달려갔다가 다시 국도로 되돌아온다. 




교각 아래로 빨간 칠이 되어 있는 난토대교로 들어선다.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한적한 다리다.




난토대교 아래로 보이는 니에만의 북서쪽




난토대교 안쪽으로 호수처럼 자리잡은 니에만의 북서쪽에는 진주양식장이 가득 들어차있다.




난토대교 바깥쪽(태평양쪽)으로 보이는 니에만. 만의 지형답게 스카이라인의 실루엣이 근사하다.




난토대교 위에서의 스풋.




연이어 나타나는 두 번째 교량인 아소우라 대교




두 번째 교량인 아소우라 대교 아래의 수로. 

이곳과 난토대교 아래의 수로 두 곳 만이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찬 바다가 니에만을 지나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통로다.

내륙쪽으로 보이는 부표와 시설은 전부 진주양식장이다.




그러니까 요런 독특한 지형으로 되어 있다. 

바다로 이어지는 통로 가운데에는 작은 섬이 있고 섬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교량이 놓여있는 지형이다.




두 개의 교량을 건너 만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오니 포구 마을이 위치하고 있다. 부둣가에 서서 보이는 경치가 시원스럽다.

다시 대교가 연결되어 있는 섬을 향해 되돌아간다.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따라 다시 난토대교와 아소우라대교가 연결된 가운데 섬으로 다시 되돌아 왔다.

섬의 정상부에는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어서 미에만의 구석구석을 한가롭게 내려다 보기에 좋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미에만의 바깥쪽




난토대교를 다시 되돌아 건너서 260번 국도로 되돌아간다.

주변을 둘러산 풍경이 이렇게 근사한 다리라면, 하루에 수십번도 더 왔다갔다 할 수 있겠다.




난토대교에서 빠져나와 260번 국도를 따라 달려간다. 국도에서 보이는 해안풍경이 여전히 멋있다.




난토대교에서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니에무라 마을의 해안에 서면 스쿠터로 건너갔던 바다 위의 교량인 난토대교와 아소우라대교가 선명하게 건너보인다.

일본은 유독 교각에 빨간 칠을 해놓은 것이 자주 눈에 띄인다. 처음에는 '빨간색 무지하게 좋아들 하네'하며 독특하게만 생각했었는데 가만보면 청록색이나 흰색에 비해 시인성은 훨씬 나아 보인다.




니에우라 마을 해안선.




해안마을로 들이닥치는 파도를 막기위해 해안선에서 일정거리 떨어진 곳에 배치해 둔 테트라포트가 독특한 모습으로 쌓여있다.

테트라포트는 발음이 너무 귀찮다. 우리동네에선 그냥 삼발이, 각돌 정도로 부른다.

일본의 해안선을 따라 주로 돌아다니다 보니, 별의 별 모양의 삼발이를 다 본다. 언제 한번 정리나 해 봐야겠다.




니에우라 마을의 조그마한 포구. 길게 뱀처럼 내륙으로 들어온 지형이 독특한 곳이다.




260번 국도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해안과 산길을 반복하며 복잡한 기이반도 남서단의 리아스식 해안을 연이어 지나간다. 중간 중간 복잡한 지형에 갇혀있는 포구와 바다를 즐기면서 여유롭게 스풋을 몰아간다. 산을 넘어가는 국도에서 빠져나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오래된 간선도로를 달리는 도중, 아래로 펼쳐지는 고와우라만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수 있는 니리하마 전망대에서 한동안 쉬어간다. 


근사하게 지어진 전망대는 아니지만, 더할 나위없는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멍하니 의자에 앉아서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으려니, 종아리가 따끔하다. 고개를 숙이고 들여다보니, 아디다스 삼선 무늬가 배에 선명히 새겨진 독한 산모기가 칠부 바지 아래로 드러난 종아리에 달라붙어 있다. 유독 모기에 잘 물리고, 잘 부어 오르는데다 긁은 상처가 오래가는 신통치 못한 피부를 가진 터라 여러 날 캠핑을 하면서 모기에 시달린 팔다리에는 긁은 상처와 딱지가 수 십 군데 생겨있는 상태다. 


발목에는 물린 상처가 덧나서 마치 화상 입은 듯 딱지가 떨어져 나간 흉한 모습을 내보이고 있다. 한 번씩 심하게 가려울 때는 모기 없는 북극으로 이사 가버리고 싶을 정도다. 하여튼 겨울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 동안 오랜 시간 길을 떠돌아 다니는데 있어서, 가려운데 바르는 버물리와 겔 타입으로 되어 피부에 바르는 모기기피제 그리고 모기향은 필수 중의 필수다.




해안선을 따라가는 260번 국도변의 마을에서 재미난 인테리어의 자동차 정비공장이 보인다.

요런건 곳곳에서 너무 많이 써먹어서 좀 식상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달리다보니, 포구나 해안선을 지날때 마다 인상적인 풍경이 눈 앞으로 지나간다.

눈이 호강에 넘쳐, 풍덩 빠진것 같은 날이다.




산길을 넘자 나타나는 고와우라 마을 앞의 바다.




가까운 곳은 바닥이 드러나는 맑은 고와우라(古和浦湾) 만




고와우라 포구.

정갈한 포구를 둘러싼 맑은 바다와 주변을 감싼 산세 때문에 포근함이 더하는 포구마을이다.




고와우라 포구에서 부터 국도에서 벗어나 해안절벽지대를 따라 나있는 간선도로를 따라 왔다.

오르막을 약간 올라오자 니리하마 전망대가 나타났다.




철골에 대충 지붕만 올려 놓은 보잘것 없는 전망대 건물이지만, 고와우라만이 환히 내려다 보이는 경치하나 만큼은 최고다.




멋드러진 해안풍경이 니리하마 전망대의 앉은 자리에서 내려다 보인다. 

길을 따라 아름다운 풍경과 과히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으니, 삿갓 쓰고 지팡이 하나 손에 쥔 다음 방랑기 하나 쯤 길게 남겨도 전혀 이상치 않겠다.




넋 놓고 바라보는 운치있는 풍경이지만, 그 안에서는 생활이 열심히 이루어지고 있다. 

양식장 사이를 바삐 오가는 선박들이 끊임없이 물살을 일으킨다.




산길을 지나는 도중에 틈틈이 보이는 고와우라만




산기슭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간선도로를 따라 해안선을 내려다 보며 길이 이어진다.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간선도로라 산비탈이 가볍게 무너져 내려있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짝 주저 앉으려고 하는 도로도 틈틈이 보인다.




길지도 않은 산길의 모퉁이를 돌아 날때 마다 이런 풍경이 보이니 자주 멈추지 않을 수가 없다.




바다 위에 떠있는 양식 시설에서 바삐 일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산길을 내려와 만난 해안. 260번 국도에 다시 합류한다.




고아우라만의 서쪽 끝을 지난다. 다시 260번 국도를 따라 주욱 달려간다.




도로 아래로 보이는 양식장. 물이 맑아서 속이 속속들이 들여다 보인다.




잠깐의 산길을 지나 내려오자, 다시 눈 앞에 나타나는 그윽한 바다풍경의 니시키만(錦湾).




니시키 마을을 지나오며 다시 시작된 오르막길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 풍경.

해안선을 따라 해안절벽이 위치하고 있으므로, 국도가 포구를 하나 지날때마다 다시 산을 넘어서 다시 포구마을에 이어지는 양상을 반복하고 있다.

그 덕분에 산과 바다를 반복해서 만나고 있다.




다시 오르막을 따라 산을 넘어가는 국도.




260번 국도에서 빠져나와 포구마을인 기이나기시마(紀伊長島) 마을로 들어선다. 이 마을에는 스프링 모양으로 말아 올라가는 알파형 교각이 있다. 마을 어귀로 들어서자 진입 도로 위에 걸쳐진 방파벽의 거대한 철문에 장정 서넛이 달라붙어서 닫아 걸고 있다. 서둘러서 문사이를 지나 마을로 들어선다. 오후 4시 30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왜 동네 어귀 방파벽 문을 닫아 거는 걸까? 태풍이나 지진해일 경보라도 발생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나기시마 마을로 깊숙이 들어서자, 강 하구 지형처럼 보이는 포구를 건너가는 알파교각(에노우라대교,  江之浦大橋)이 서있다. 지도에는 글자로만 알파교라고 적혀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교각 진입로 한쪽이 말려 올라간 스프링모양으로 되어있다. 어쨋든 처음 보는 형태의 교각이라 신기한 탓에 올라서서는 교각을 왕복해 본다. 알파모양의 교각을 달려 내려 올 때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느낌이 재미난 곳이다. 다시 포구를 거슬러 올라가 차량통행이 금지된 에노우라교를 건넌다. 에노우라교는 선박이 아래를 지날때 교량의 가운데 부분이 들려올라가는 승개교다. 포구에 세워진 독특한 두개의 다리가 굉장히 인상적인 마을이다.




기이나가시마 마을을 지나는 길. 일본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는 대형교회(?)가 마을길 옆으로 보인다. 별일이다.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구태스런 행태들과 관용없는 배타적 선교활동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바가지로 욕을 먹고있는 개신교는 일본에서는 전체 인구의 0.4%(2006년 기준, 일본 문화청 통계)정도만 차지하고 있는 소수종파다. 한국과는 달리 욕 먹을래야 좀처럼 욕 먹을 수 없는 종교 점유율이다.

참고로 일본의 개신교 역사는 150년 가량 된다. 




기이나가시마 마을길 도중.




기이나가시마 마을쪽에서 올려다 본 에노우라대교 진입로. 

반대쪽은 별 특징없는 보통의 교각이지만 마을쪽에서의 교각 진입로는 한바퀴 빙글 돌아가는 알파형으로 되어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알파교다. 한바퀴 빙글 돌아 이어지는 교각을 따라 달려오다보면 놀이기구 타는 듯한 어찔한 느낌이 약간 든다.

알파다리 아랫쪽은 항구로 공터가 제법 존재하는데, 이 정도의 고저차라면 경사진입로만 연결을 해도 별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 굳이 루프형으로 만들어 놓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뭐 여튼 마을을 지나가는 여행객인 나로써는 재미난 체험이다.




포구 아랫쪽에 이런 거추장스런 루프진입로를 세운 이유는 윗쪽에 놓인 나가시마 내항에서 오가는 선박의 통행을 고려한 이유다.

나가시마 내항에는 어선 포구 및 조선소가 위치하고 있다. 




통칭 알파(α)다리로 불리는 에노우라대교( 江之浦大橋)를 건너오면  교각입구 우측에 다리를 상징하는 알파조형물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알파 다리를 지나는 기분이 재미나서 두 세번 왔다갔다 해본다.




기이나가시마 내항의 113미터 길이의 에노우라다리(江之浦橋). 보기드문 승강식 가동교인 승개교(昇開橋, lift bridge)로 

배가 지날 때는 가운데 부분이 위로 올라간다. 차량 통행은 금지되어 있고, 사람과 자전거, 바이크 통행만 가능하다. 

크지않은 나가시마 마을은 포구에 놓인 두 개의 특색있는 교량때문에 인상 깊게 기억되는 곳이다.




평상시에는 일반 교각과 별다를바 없는 에노우라다리(좌)는 배가 지날때면  교량의 가운대 부분이 승강기처럼 수직으로 들려진다(우).

(사진출처-일본 블로그 : http://hirorin-123.cocolog-nifty.com)

동일한 방식의 다리로는 사가현의 지코쿠강의 승개교(길이 430m의 철도교각/링크)가 있다. 




에노우라 다리에서 보이는 알파교. 두 개의 교각이 놓인 곳은 강 하구처럼 보이지만, 강이 아닌 나가시마 내항의 바다이다.




나가시마 마을에서 빠져나오자 지금까지 이어지던 260번 국도가 42번 국도와 합류한다. 42번 국도를 따라서 남쪽으로 달려간다. 트럭들이 제법 많이 오가는 길이라 운전에 신경을 쓰면서 간다. 42번 국도는 구마노고도(熊野古道)의 이세로(伊勢路)와 일부분이 겹쳐지는 구간이라서, 도로 중간 중간에 구마노고도를 알리는 방향표지판이 자주 눈에 띄인다. 구마노고도(熊野古道, 구마노 옛길)는 기이 반도의 남부에 위치한 구마노삼산(熊野三山)인 구마노혼구타이샤(熊野本宮大社), 구마노하야타마타이샤(熊野速玉大社), 쿠마노하이타이타이샤(熊野那智大社)와 이세신궁이 있는 이세시와 오사카 와카야마, 고야와 요시노를 잇는 오래된 순례길의 총칭이다. 구마노고도는 ‘기이 산지 영지 순례길’로 요시노, 오미네(吉野・大峯) 지역의 신사 및 사원과 구마노삼산(熊野三山), 고야산(高野山)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순례길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것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 함께 쿠마노고도가 유일하다.


포구가 자리 잡고 있는 조그마한 만들을 지나는 길이 산기슭으로 주욱 이어지고, 고도가 높아진 도로에서 바다가 시원스럽게 연이어 내려 보이는 길이 반복된다. 벌써 해가 지려는지 어둑어둑한 하늘이 되어가고 있다. 다시 산을 넘어가는 국도를 달린다. 여전히 차량이 많다. 정상부위에서 한풀 경사가 꺽어진 도로가 다시 내리막길로 바뀌며 시작된다. 그 끝 즈음에 미에현 오와세시가 나타난다. 시가지를 잠깐 사이에 통과하고 42번 국도에서 해안선 쪽으로 갈라지는 311번 국도로 다시 바꾸어 탄다. 지도를 살펴보니 17km 정도 떨어진 해수욕장에 캠프장 표시가 있다. 오늘은 그 곳까지를 목적지로 삼는다.





42번 국도로 바꾸어 탄 후 25km정도를 달려오자 항구도시인 오와세 시가 나타났고, 날이 조금씩 어둑해 지고 있다.

항구 가까이에 우뚝 솟아있는 삐죽한 파이프 구조물은 오와세 화력발전소의 시설물이다.




내륙으로 이어지는 42번 국도를 버리고 바다를 향해 난 311번 국도를 따라 계속 달려간다.

등 뒤로 오와세 시가지가 점점 멀어진다.




제법 급한 오르막길로 변한 311번 국도.




터널을 통과한후 주욱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신나게 달려 내려 왔더니 다시 바다가 보인다.




해가지는 시간이라 어둑어둑 해졌음에도 해안의 풍경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찬란하게 빛을 발하던 낮 동안의 바다는, 해가 사라지자 고즈넉한 분위기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다시 나타나는 산길을 올라, 급한 경사의 오르막길과 2km 길이의 긴 터널을 지나서자 도로는 해안으로 내려가는 구불구불한 형태로 바뀐다. 구불구불 휘어지고 꺽어지는 산길을 달려 내려가자, 내륙으로 움푹 패여 들어온 해안선이 멀지 않은 곳에 보인다. 숲길을 꼬불꼬불 달려서 지나자, 미키사토(三木星) 해안이 내륙으로 쑤욱 들어온 채 위치하고 있다. 


어둑해 졌지만 아직 약간의 밝기가 남아있는 상태다.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니 편의점이나 슈퍼는 보이지 않고 술을 파는 구멍가게만 있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가게에 들러 라면과 빵을 사들고 나와 해수욕장이 있는 해변으로 향한다. 해수욕장 입구의 벤치에는 동네 할아버지들이 두런두런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니 모래사장위에 텐트 하나가 세워져 있고, 뒷 편에 있는 휴게정자에 낚시도구와 캠핑장비를 좌악 걸어놓고 저녁준비를 하는 중년의 남자가 한 명 보인다.




꺽어 돌아가는 해안길 지나자, 오늘의 목적지인 미키사토 마을이 나타났다.

정면에 보이는 길다란 백사장의 해변 캠핑장이 최종 목적지다.




이리저리 살펴보고, 공원 귀퉁이의 잔디밭에 텐트를 치려고 짐을 푼다. 짐을 풀고 있는 사이 저녁준비를 하던 아저씨가 내 쪽으로 와서는 뭐라고 말을 전한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니, 잔디가 깔려있는 공원구역은 시즌이 지난 지금에는 사용 할 수 없는 상태고, 아랫 쪽의 모래사장에는 아무 곳에라도 텐트를 펼쳐도 문제가 없을 거라는 말이다. 게다가 공원 입구에는 깨끗한 화장실과 무료샤워장까지 있다고 알려준다.


잠깐사이에 주고받는 내 말투와 반응이 일본인 같지 않아서인지, 조심스레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신기해하며 연이어 몇 가지 질문을 내게 한다. 이야기를 짧게 끝내고 짐을 푼다. 약간이나마 밝은 기운이 남아있던 시간이 지나고 해가 완전히 사라지자 해변이 무섭도록 컴컴하게 변한다. 다행히도 해가진 후 10여분 지나서 해변의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진다. 텐트를 가까운 모래사장에 세우고, 샤워장으로 향한다. 제법 큰 건물 내의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올리자 깨끗하게 관리된 샤워장과 화장실이 환하게 밝아온다. 차가운 물이지만 공짜로 느긋하게 몸을 씻어내자 날아 갈 것 같은 기분이다.


이것저것 알려준 아저씨께 인사라도 전할 겸 그의 물건들이 만물상처럼 나열된 휴게정자에 들렀다. 그랬더니 의자를 내밀며 앉으라고 하더니 낚시로 잡은 오징어를 꺼내서는 약간의 손질을 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숯불에 살짝 구운 후, 생강을 갈아 넣은 간장과 함께 먹으라고 내 앞에 내민다.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내게 오징어는 가장 맛없는 생선에 속한다. 말랑말랑 한 식감만 존재 할 뿐 생선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없는 생선이라는 것이 내 고정관념이  되어 버린지 오래이다. 붉은 갈색이 선명하게 나는 잘 말린 울릉도 오징어 정도나 되어야 씹어줄만 하다고 여기는 터다. 그런데 적당히 잘라서 즉석에서 숯불에 구운 오징어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냉큼 내 분량을 다 먹어치우자, 다시 부지런히 구워서 내 앞에 오징어를 내민다.




해가 넘어간 가타만에는 적막하고 고즈넉한 기운이 가득하다.




한국인 바이크 라이더를 처음 만나서 자신에게는 특별한 기분이 든단다. 나고야에 살고 있는 그에게는 이 해안이 남들이 잘 모르는 특별하고 은밀한 곳으로 여기고 있다. 무료사워장이 가을 늦도록 열려있는데다가 낚시하기 좋은 잔잔한 만으로 된 해안까지 갖춰져 있고, 찾는 인파도 드문 한적한 곳인데 어떻게 내가 알고 찾아왔는지 궁금하다며 묻는다. 투어링 매플을 보고 해안선을 따라 일주하는 도중에 우연히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대답을 했더니, 투어링 매플은 또 어떻게 알고 있냐고 새삼 또 신기해한다. 일본 라이더에게는 투어링 매플 지도가 바이블에 해당하지만 한국에서 어떻게 알고 왔냐는 거다. 간단히 인터넷검색이라고 대답을 했더니, 껄껄대며 웃는다. 그러더니 투어링 매플에 대한 극찬을 한참이나 한다.


아닌게 아니라 내가 일본을 돌아다니며 참조하고 있는 지도책인 투어링 매플에는 도로를 따라 여행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없는게 없다. 경치 좋은 추천코스, 유명경승지, 관광지, 비포장구간 임도 안내, 일본의 100선, 캠핑장 위치 및 요금, 편의점 위치, 문화재, 고속도로와 유료도로의 표시 및 요금, 페리노선에 대한 안내와 요금, 추천 맛집과 유명 식당, 숙소와 온천 정보와 요금까지 여행에 필요한 거의 대부분의 정보가 들어있다. 한국에도 이렇게 상세한 여행 지도가 하나 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일본 여행에 있어서 가장 기여도 높은 아이템이라면 바이크에 이어 이 투어링 매플을 바로 꼽을 수 있겠다. 다만 1:140,000 정도의 대축척 지도라서 지역별로 여러 권(총 7권)으로 나누어져있고, 권당 1,600엔(22,000원)이나 하는 비싼 책이라는 것이 단점이다. 한자와 일본어로 이루어져 있긴 하지만, 간단한 일본어를 안다면 반 이상은 이해가 된다. 또 한문은 고딩 때 터미네이터 팔뚝을 소유한 한문 선생에게 맞아 죽지 않으려고 익혔던 생존 천자문이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다.


55세의 그는 휴가차 낚시를 하며 4일째 이곳에서 머무르고 있다. 내일이면 귀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차에 작은 보트를 싣고 다니며, 모터달린 작은 보트를 낮동안 바다에 띄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낚시를 즐기고 있단다. 좋은게 있다며 기다려 보라는 그가, 박스 속에서 페트병을 꺼내며 내게 불쑥 내민다. 한자로 적힌 익숙한 글자의 페트병을 보니 '경월 그린'소주다. 그가 가장 좋아하며 아끼는 술이라며 1/3정도 남아있는 소주를 꺼내 놓는다. 참 오랜만에 보는 그린소주다. 강원도에서 군복무 할 때나 보던 그것을 혼슈 남단에서 만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술잔이 여러 번 다시 채워지면서 늘어지는 이야기에 밤이 점점 깊어간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훗카이도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도 페리를 타고 훗카이도에 갔었단다. 그가 살고 있는 나고야는 센다이를 거쳐 훗카이도의 토마코마이까지 가는 태평양페리 노선이 출발하는 곳이다. 공감이 가는 훗카이도의 독특한 자연이야기에 한참이나 맞장구치며 대화를 이어간다. 지금까지 일본을 여행하는 동안 기분 나쁜 일본인은 없었는지, 일본의 좋고 나쁜 점은 무엇인지, 또 지금껏 돌아본 일본이 어떠했는지를 묻는다. 많이 겪는 패턴이다. ‘프랑스인이 본 한국의 대단한, 이 것’ 따위의 제목을 가진 글들이 인기를 끄는 것과 동일한 심리. 외부의 누군가, 또는 잣대에게 평가 받고 싶어 하는 자존감 없는 보통의 심리. 나는 그런 것들로부터 무심해지고자 얼마나 노력했었던가. 대답하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질문이지만 호의로 관계가 시작 되버린 그에게 매몰차게 “그딴 질문 하지 마십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대충 대답하는 것으로 얼버무린다.


뭐, 사람에게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관계에 깊이 파고들지 않으며 떠돌아다니는 내게 그런 기억이 남아 있을리도 없다. 상황에 따른 불평이야 세상 어디서든 발생하는 것이고 인간으로써 기분 나쁜 일들은 오래 살아 온 한국에서 훨씬 많았었다. 그러고 보면 바다위를 날아가는 철새의 무심한 날개짓 같은 움직임으로 잘도 일본의 길들을 이방인처럼 달려왔다.


처음 출발했던 시모노세키까지의 루트를 아직까지 확정짓지 못한 터라, 그에게 코스에 대한 의견을 마지막으로 구하고 나니 밤 11시가 넘었다. 평소라면 늦어도 10시면 이미 죽은듯이 잠들어 있는 생활패턴이 여러날 반복되어 온 상황이라, 가만이 앉아 있어도 하품이 연이어 새어 나온다. 오늘밤 그가 내게 보인 여러가지 호의에 감사의 인사를 하고 1평 남짓한 작은 내 텐트로 들어간다. 얇은 텐트 커버 너머로 부터 모래 해변에 조용히 와 닿는 파도소리가 자장가처럼 부드럽게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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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지 : 미키사토 해안캠핑장(무료)

   - 화장실, 샤워장

         

* 주유 : 649엔 + 655엔


* 이동거리 및 경로 :  190 km

   시마시(志摩市) 토모야마 공원 캠핑장 →  시마반도, 시마시 → 고쇼카만 → 오와세시 → 미키사토 해안 캠핑장

큰 지도에서 스쿠터 일본가다 - 55일차 경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