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깔린 에어매트리스에 에어는 하나도 없이 빠져있다. 미세구멍으로 조금씩 네댓시간에 걸쳐 새어나간 공기 덕분에 등짝이 차가운 바닥에 닿아 몸에 얼음이 얼어붙을 지경이다. 매트리스에 다시 바람을 불어 넣고 조금 더 누워 있을까 하다가, 포기하고 일어난다. 코펠을 버너에 올리고 아침을 준비하는 사이 텐트와 짐을 정리한다. 설거지와 씻기를 끝내고 나니 7시 40분이 되었다. 캠핑장을 나선다. 뭐 또, 미필적 고의(?)의 무단 캠핑장 취식 후 줄행랑이 되겠다. 잠시 둘러봐도 아직까지 캠핑장과 사무소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하룻밤 머물렀던 도부삼림공원 캠핑장 입구.
지난 밤에 입구에 걸쳐진 하얀 플라스틱 사슬 아래로 스풋을 타고 지나다가 그만 연결고리를 부숴 먹고야 말았다.
서둘러 하얀색 케이블 타이로 티 안나게 연결해 놓긴 했으나 무진장 찔린다. 공원캠핑장 관계자님, 쏘리!
무단으로 캠핑장에서 취식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도부삼림공원 캠핑장 사무소. 아직까지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으므로 내심 살짝만 좋아하며 그냥 지나쳐 간다.
캠핑장 관계자님 다시 한번 쏘리!
어젯밤 늦게 지나왔던 호수의 댐을 향해 되돌아 간다. 통행금지 차단기가 내려져있던 곳이 궁금해서 다시 가보니, 여전히 열리지 않은 상태이고, 그 앞에는 차량 두 대가 통행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리며 서있다. 이 길을 통해 가려고 했던 목적은 어제 계획했던 캠핑장이 전부였으므로, 지금은 이 도로에 볼일이 없다. 캄캄한 밤에 지나왔던 댐의 초입을 향해 되돌아 간다. 댐을 건너가는 다리 몇 개와 터널을 지나 댐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바이크가 여러대 주차장 가까이에 세워져 있고 라이더들이 두서너씩 모여서 있다. 대체 몇 시에 다들 집에서 출발을 했길래 여기에 벌써 와있는 걸까. 부지런들도 하다. 정해진 시간에 무언가를 꼬박꼬박 해야하고, 열심히 하나하나 쌓으며 부지런을 떠는 행위와는 안드로메다 만큼이나 거리가 먼 습성의 나도, 요새는 제법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서고 있는 걸 보면 눈꼽 만큼은 부지런해 진건지도 모르겠다. 이 도로도 제법 라이더들이 많이 오가는 도로인가 보다. 승용차를 운전할때는 내가 몰고있는 기종의 차량만 유독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처럼, 스쿠터를 타고 오십일을 떠돌아 다니다보니 차량은 뒷전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바이크들 뿐이다. 사람이 이렇다.
도부삼림공원 캠핑장이 있는 이 마을은 오쿠타마호수(댐)에서 대략 3KM정도 떨어져 있는 산골이다.
다시 오쿠타마호수를 향해 되돌아 달린다.
행정경계 표지판을 보니 도쿄부의 경계즘 되는 곳이겠다.
근사하게 놓인 댐 위의 교각을 지나 어젯밤 차단기가 내려져 있던 곳으로 향한다.
어젯밤 늦게 목적했던 캠핑장을 향해 가기위해 도착했었던 도로의 차단지점이 나타났다.
9시나 되야 통행금지가 해제되나보다. 2대의 차량이 먼저와서 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표지판을 보니 이륜차 통행금지라 써있다. 길이 험해서 이륜차의 교통사고가 자주일어나는 곳이라더니, 결국 이륜차는 통행금지되었나 보다.
오쿠타마호수(댐) 전경.
이른 아침부터 고요하고 평온한 호수면을 만나고 있자니, 마음이 2센치 정도 넓어지고 눈이 0.5mm정도 더 깊어 진 것 같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평온하고 넉넉해지는 풍경, 이 여정이 내게 주는 날마다의 선물이다.
오쿠타마호수를 건너는 서너개의 교각들의 조형미가 그럴싸하다.
빨간 트러스터 교를 건너 댐 입구를 향해 달려간다.
댐위에 놓인 교각들이 각각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있다.
댐 입구를 향하는 도중, 산기슭에 온천 원탕(수원지) 표시가 보인다.
인근의 온천은 이곳에서 나오는 온천수를 탱크에 담아가서 사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수원에서 솟아나는 온천수를 담아가는 탱크로리 차량도 보인다.
댐입구의 주차장에 도착. 여기서 시작되는 길을 따라 오쿠타마댐 전망소를 향해 걸어갈 계획이다.
투어링 매플 지도에는 그 전망소에 온전한 별표식이 붙어있으므로 훌륭한 전망을 보여줄것으로 기대된다.
주차장에 스풋을 세워두고, 뒷산의 전망대를 향해 걸어 오른다. 지도에 별표시가 완전하게 붙어있는 것으로 봐선 댐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장소 같다. 높은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즐기는 내 호기심은 급한 경사의 비탈길을 따라 꾸역꾸역 오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다. 산길을 오르는 중간 중간 뒤 돌아 보이는 호수의 모습이 제법 장관이다. 호수를 둘러싼 산줄기와 댐 근방의 호수영역이 고요하고 정적인 모습으로 발아래 펼쳐져 있다.
1시간 가량 걸린다는 오르막길을 무릎 짚어가며 가쁜숨을 몰아쉬어 따라걷자, 9부 능선 즈음에서 울창한 삼나무 숲이 나타난다. 그늘진 숲길을 걷고 있으려니, 마치 겨울의 시코쿠를 걷던 작년으로 되돌아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망대를 향해 난 길을 따라 오른다. 대략 2.6KM정도다.
오르막 길을 향해 몇 발자국 떼다말고 되돌아 본 호수전경.
고요하고 정적이며 은근한 풍경이 눈 아래로 펼쳐진다.
본격적인 급경사 길을 따라 산길을 오른다. 동시에 가빠지고 빨라지는 호흡과 맥박, 그리고 분출되는 땀은 보너스.
산 중턱에서 내려보이는 오쿠타마호수. 절로 감탄이 나오는 고요한 풍경이다.
아침 댓바람부터 숱한 바이크들이 호수변의 도로를 따라 지나다닌다. 부아아앙~ 하는 소리가 댐위에 가득하다.
도로상태가 좋고 굴곡진 커버가 제법 많은 곳이라 바이크 타는 재미가 솔솔한 도로다.
댐의 서쪽은 보이지 않지만 동쪽의 입구지형만은 온전히 내려다 보인다.
대략 산의 6부 능선즘에 올랐다. 가고자 하는 전망대 까지는 아직 한참 더 가야한다.
산 중턱에서 내려다 보이는 구불구불한 호수변의 도로가 운치있다.
길 옆으로는 빨간 꽃무릇이 선명하게 피어서 눈을 즐겁게 한다.
아직 여름속을 달려 가고 있는 것만 같은데, 벌써 꽃무릇이 필 시기가 되었다.
▶ 꽃무릇?(링크)
숲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지점으로 들어서기전에 주변을 둘러싼 철책과 자동으로 닫히는 철문이 세워져 있다.
설명을 읽어보니 비탈면의 사방사업으로 심어놓은 어린 식물과 종자를 야생동물들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이다.
길의 경사가 완만해 지고 쭉쭉 뻗은 삼나무 숲그늘이 이어진다.
우거진 숲 그늘 탓에 파란 이끼가 사방에 가득 덮여 있다.
삼나무가 우거진 이런 길을 지날때면, 늘 그렇듯 겨울에 걸어 지났던 시코쿠의 길이 생각난다.
나는 아직도 그 연장선상에서 걷고 있는 걸까.
이 산길에도 곰 주의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혼슈의 곰은 훗카이도에 비해서 몸집이 작다고 한다. 그래도 운 나쁘면 세상 뜨는건 시간문제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 등산객들은 배낭에 묵직한 소리가 나는 종이나 방울을 잘 달고 다닌다. 소리를 듣고 곰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기위한 용도이다.
일본은 지금도 야생곰들의 개채수가 증가하며 먹이가 부족해진 곰들이 농작물과 인명에 피해를 주고 있는 상태다. 4월과 9월 사이 일본 전국에서 곰이 목격된 건수는 7,000건이 넘는다. 올 해 들어 일본에서만 곰으로 인한 사망자가 4명, 사상자는 벌써 100여명 가까이 된다고 하니, 사방에 "곰 출몰 주의" 라고 붙여 놓은 말들을 허투루만 볼 것은 아니다.
여기도 어김없이 곰출몰 주의를 알리는 인쇄물들이 붙어있다.
실제 근래에 곰이 이 인근에서 출현했다는 것일테지만, 어쩐지 실감나지 않는다.
■ 일본 야생곰 습격 기사 링크 :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0/10/20/0601010100AKR20101020040900073.HTML
■ 일본의 곰
일본에 서식하는 곰은 히구마와 츠키노와구마 2종이다. 이 중, 각지에서 피해를 내고 있는 것은 혼슈,시코쿠,큐슈에 서식하는 츠키노와구마(月輪熊, 반달가슴곰)이다. 일본 환경성의 「일본에서 멸종 위기에 있는 야생생물 」(레드데이터북)에도 게재된 생존수는 전국에 약 1만 ~1만 2천 마리 전후로 여겨진다.
원래 겁이 많고 경계심이 강한 곰은 밤나무 나 참나무 등 숲이 무성한 깊은 산 속에서만 서식하고 도토리 등을 먹이로 한다. 인가와 산 사이에는 인접림이 있고 여기에는 곰의 먹이 가 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곰이 산 속에서 인가로 내려오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그러나 1970 년대 이후, 일본의 산림은 밤나무나 참나무 등의 광엽수에서 삼나무나 사이프러스 등의 침엽수인 인공림으로 전환되어 곰의 먹이가 되는 도토리도 감소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츠키노 와구마연구소 이사장인 마이다 카즈히코(米田 一彦)씨는 「인접림의 황폐는 20년 전부터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장기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이번 소동은 태풍 ※에 의한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곰이 마을에 출몰하는 원인의 하나로 짚고 있다. 2004년도에 일본에 상륙한 태풍의 수는 11월 24일 시점에서 모두 10개로, 최다기록이던 1990년과 93년의 6개를 크게 갱신했다.
곰이 많이 출몰하는 호쿠리쿠지방에서는 장마전선의 영향에 의한 집중호우도 2차례나 지나갔다.「곰은 나무에 올라 도토리도 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도토리가 나무에서 떨어져 다른 야생동물에게 빼앗겨 먹이가 극히 부족해졌습니다. 또, 소리에 민감한 곰은 강한 비바람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아 난폭해진 점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라고 마이다씨는 추측한다.
출처 : 웹 재팬(http://web-japan.org/nipponia/nipponia32/ko/trend/index.html)
■ 아시아흑곰
아시아흑곰은 동아시아 본토와 타이완, 일본, 러시아의 연해주 등의 산지에 분포하는 곰이다. 몸은 검은 색이며 가슴에 V 자 또는 초승달 모양으로 연한 색 털이 나 있다. 남아시아와 동아시아의 산악과 숲 지역에서 산다. 다 자란 몸길이는 130~190 cm 정도이다. 몸무게는 수컷이 110~150 kg, 암컷이 65~90 kg 가량 나간다. 수명은 25년 정도이다. 잡식성으로 과일, 풀, 씨앗, 곤충, 꿀, 고기 등을 먹는다. 겨울에는 겨울잠을 잔다. 반달가슴곰은 일본어를 번역한 말이다. 본래 단순히 곰이라고 불렀으며, 한반도 북부에 서식하는 상대적으로 큰 종은 큰곰이라고 일컬었다.
출처:위키피디아
1시간은 족히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금 빨리 40분 만에 전망대에 도착했다. 그러나 지도에 나와있는 전망좋다는 표시와는 달리 댐 입구쪽의 경치만 조금 보이고 나머지는 웃자란 나무숲이 가로막고 있다. 땀 뻘뻘 흘리며 기대에 가득차서 올라왔더니, 당한 기분이다. 그래도 올라오는 도중 내려다 보이던 아름다운 전경들과 숲길을 고스란히 즐겼으니 억울할 정도는 아니라 마음을 다독여 본다. 다시 전망대에서 부터 이어지는 500미터 가량의 급경사 길을 따라 내려가 주차장으로 되돌아간다.
산 정상부의 전망대에서의 전경.
사방이 높다랗게 자란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 올라오는 도중에 보이던 전경보다 못한 풍경이 나타난다. 어쩐지 속은 기분.
투어링매플 지도에게 당했다는 생각이 쑥쑥.
다시 산길을 내려가는 길. 급한 경사를 따라 올라왔던 길이 건너편으로 희미하게 보인다.
댐 주차장에서 3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주차장. 일찍부터 길을 달려온 모터바이크가 여기저기 많이 세워져 있다.
주차장을 향해 걸어가는 도중 도로에서 보이는 오쿠타마댐
굴곡진 댐의 서쪽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파란 하늘이 열리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댐이 만들어지면서 이주한 마을들이 산 중턱에 모여있다. 얼핏 쳐다보면 성처럼 보인다.
스풋을 세워두었던 주차장. 주차장 지붕에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해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주차장들이 곳곳에서 자주 보인다.
댐 주차장을 나선다. 오쿠타마(댐) 호수의 서쪽의 협곡을 따라 411번 국도가 이어진다. 여러 대의 바이크가 느긋이 가는 스풋의 곁을 슝슝 지나간다. 국도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우측면의 산기슭 5부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깊숙한 계곡 아래로는 맑은 물길이 아찔한 깊이로 내려다 보인다. 꼬불꼬불하고 험하지만 계곡을 따라 가는 길이라 전경이 좋은 길이다.
사고다발주의라는 표지판의 모퉁이를 돌아서자, 자전거 한대가 넘어져서 널 부러져 있다. 타고 있던 사람이 일어나서 정신 차리고 짐을 챙기고 있다. 혹시나 싶어 스풋을 길가에 세워두고 괜찮은지를 물으니 민망한듯 자전거 라이더가 씨익 웃으며 괜찮단다. 도로 위에 나뒹구는 소품들을 함께 챙겨주고 다시 계곡을 따라 달린다. 길을 오랫동안 편안하게 즐기려면 안전운전은 필수다. 조심조심 주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강하게 든다.
오쿠타마 호수변을 따라 도보여행을 하는 사람들. 걷기를 즐기는 내겐 저들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조그마한 교각 위에서 보이는 오쿠타마호수의 서쪽
산기슭 비탈을 따라 잘도 집들이 들어서 있다.
오쿠타마호수의 서쪽 끝에서 부터 도쿄부에서 야마나시현으로 행정경계가 바뀐다.
호수를 건너는 작은 교각위에는 재미난 장난들이 페인팅되어 있다.
호수를 바라보며 서있는 그윽한 목조주택의 여관 앞을 지난다.
뜨끈한 목욕물과 편안한 여주인이 반겨줄것 같은 분위기다.
협곡이 시작되면서 길이 조금 더 구부러지기 시작한다.
아득한 아래로 오쿠타마호수를 향해 흘러드는 계곡이 길게 이어진다.
협곡을 따라 야나기사와 고개를 향하는 길의 도로.
줄곧 협곡의 한쪽 산기슭 중간즈음에 도로가 걸쳐지며 이어진다.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브이자로 움푹 패인 협곡을 따라 마을이 들어서 있다.
한참이나 아랫쪽으로 내려가 위치한 마을이라 도로에서 내려다 보면 오밀조밀한 미니어쳐 처럼 보일정도다.
지그재그로 경사진 동네 초입길을 걸어서 버스정류장까지 오가려면 꽤나 힘들겠다.
오쿠타마호수에서 부터 20 km 정도 이어지는 협곡.
이 주변은 2,000미터 급의 고봉들이 숱하게 둘러싸고 있는 곳이다.
따스한 볕이 등 뒤에서 내려쬐는 협곡의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계곡 아래로 산촌마을이 포근히 들어서 있는 모습이 마치, 미니어쳐로 만들어진 마을처럼 보인다. 계곡의 폭이 좁아지더니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뒤쪽에서 스포츠바이크와 처음보는 종류의 스쿠터가 뒤따라 올라오고 있다. 급한 경사길이라 속력이 나지 않는 스풋을 갓길 쪽으로 붙여서 천천히 달려가며, 추월신호를 보낸다. 그러자 그들이 손을 흔들며 오르막을 열심히 달려 올라간다. 추월해가는 스쿠터의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스즈키 로고가 그려진 물받이를 달고 있는 베이지색의 독특한 기종인데 당췌 본적 없는 모델이다.
지나간 두 대의 바이크를 따라서 나도 열심히 오르막을 올라간다. 오르막이 끝나는 정상지점인 야나기사와고개(柳?峠) 에서 잠시 쉬기 위해 스풋을 정차시킨다. 앞서가던 두 대의 바이크 라이더도 먼저 와서 쉬고 있다. 스풋에 관심을 보이는 그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맑은 날 후지산이 보이는 이곳은 국도 411번 도로의 최고 지점으로 해발 1,472m이다. 잠시 쉰 후, 고개길을 다시 달려 내려간다.
한참이나 계곡을 따라 달리던 길이 야나기사와 고개가 가까워지자 오르막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야나기사와 고개(1,472m)의 휴게소. 맑은날 후지산이 건너다 보이는 곳이다.
오르막길에 추월해간 두대의 바이크가 먼저와서 정차해 있다. 그 중 처음보는 모델의 아이보리색 스쿠터(로 추정) 관심이 간다.
(스즈키 마크가 붙어있기는 하지만 몇달째 검색을 해봐도 어떤 모델인지 알 수가 없다. 궁금병 탓에 숨 넘어갈 지경이다. 누가 좀 알려주오...)
(2012.05.16. 추가 : 구글링으로 드디어 이 바이크의 정체를 확인. 스즈키에서 1989년 제28회 도쿄모터쇼에서 컨셉카로 발표했던 모델로 1992년 일본 국내에서 딱 1,440대만 생산되고 절판된 "SW-1"이란 바이크다. 4기통, 배기량 249CC로 당시에는 가격 1천만원 상당의 고가모델로 비인기였으나 현재는 독특한 디자인탓에 중고임에도 불구하고 신차정도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희귀바이크다. 이 바이크는 닛산의 클래식 소형차인 파오PAO(1만대 한정생산 모델)를 디자인한 Water Studio가 디자인했다.)
내리막길의 저 멀리로는 산으로 둘러싸인 평야지대의 고슈시와 야마나시시가 여렴풋 보인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프링모양의 교각과 길을 따라서 시원하게 내리막길을 달려간다. 훗카이도도 아닌데 오르막을 올라오는 라이더가 나를 보더니 손을 크게 흔들어준다. 나도 기분 좋게 손을 흔들고 지나간다. 고개의 내리막길이 막 끝나는 길 지점의 커브 길에서 모터 바이크 한대가 방금 넘어졌다가 일어나서는 점검을 하고 있다. 사람은 다치지 않은 모양이다. 조심 또 조심이다. 뭐 길가에 넘어져 있던 레플리카 타입의 바이크처럼 쏜살같은 속도로 달려갈수도 없지만, 여하튼 눈앞에서 넘어진 바이크를 보니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내리막길이 끝나고, 잠시 멈춰선다. 노란 가을 들녘 아래로 도시의 건물들이 빼곡하게 보이고 있다. 그러는 사이 고갯길에서 남겨두고 왔던 두 대의 바이크가 경적을 울리며 손을 흔들며 나를 지나쳐 내리 달려간다.
야나기사와 고개에서 부터 시작되는 급한 내리막길.
고개로 부터 시작되는 내리막길의 저 멀리로 야마나시시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내리막 도로 옆으로는 황금색 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야마기사와 고개로 부터 길게 이어지던 내리막길이 끝나고 고슈시의 외곽으로 들어선다.
411번 국도대신 지름길인 38번 지방도로로 접어든다. 들어서고 보니 이정표에 도로번호도 표기되지 않는 동네 골목길 수준이다. 이리저리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가다 보니 결국 길을 잘못 들어섰다. 지도를 한참이나 들여다 보며 이리저리 헤매다가, 다시 되돌아서 지형건물을 비교해서 20번 국도로 빠져나온다. 다시 137번 국도로 바꾸어 탄 뒤, 오늘의 목적지인 후지산으로 향한다.
고도가 높고 분지 지형인 이곳은 길을 따라 포도며 복숭아 과수원이 많이 보인다.
고슈시 외곽도로를 지나는 길에 보이는 일본주택.
흰색벽(시라카베)과 다이아몬드형 타일이 붙어있는 나마코카베의 회벽이 지극히 일본스러움을 풀풀 풍기고 있다.
시원하게 왕복4차선의 도로를 따라 오르막길이 주욱 이어진다. 뻥 뚫린 넓은 도로임에도 경사도가 제법 있어서 스풋의 속력이 시속 60km를 넘지 못한다. 후지5호(후지고코)의 하나인 가와구치호수로 넘어가는 터널 직전에서 도로의 폭이 다시 1차선으로 줄어들더니 꼬불꼬불해졌다. 3km 정도 되는 무진장 불량한 노면의 긴 터널을 지나서자 호수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이 다시 시작된다. 제법 급한 경사길 아래로 후지오호의 호수면의 물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쿠로다케 산을 넘어 후지오호까지 이어지는 137번 국도.
도로는 시원스럽게 만들어져 있으나 제법 경사진 길이라 스풋의 속도는 채 60km를 넘지 못한다.
137번 국도에서 되돌아 보이는 야마나시시와 인근 마을. 딱 분지지형이다.
가와구치호수에서 77번 현도를 따라 후지산으로 향한다. 인근마을에서 주유를 하고, 다시 길을 달린다. 후지산의 5합목(고고메, 五合目)인 해발 2,500m까지 유료도로가 이어지는 스바루라인을 따라 달려 올라 갈 계획이다. 후지산을 등반하지는 못해도 후지산을 바이크로 달려서 가까이에서 보기라도 하자 싶은 마음이다. 후지산 입구의 도로에서 올려다 보이는 후지산은 2/3 지점까지 구름이 가득 덮혀 있어서 희뿌옇게 흐린 하늘만 보인다.
이 상태로 오합목까지 올라가면 주변의 경관이나 제대로 보일지 의문이지만, 일단 올라가보기로 한다. 유료도로의 톨게이트에서도 정보판에 "안개짙음(濃霧)"이라 표시되고 있다. 바이크 통행료로 200엔을 지불하고 오르막길을 달린다. 28km 길이의 스바루라인 도로의 초반부인 1합목이 해발 1,050m정도다. 이건뭐 달린지 얼마되지도 않아 금방 해발 천 미터에 도달했다. 1합목의 주차장에서 지금껏 달려온 바이크를 잠시 쉬게 할겸,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추워지는 기온에 대비하고자 옷도 여러겹 끼어 입는다.
후지오호의 하나인 가와구치 호수를 지나 후지산 입구에 도착했다.
후지산 기슭에서 고고메(2,305m)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는 유료도로(바이크-200엔)이다.
일합목의 주차장 화장실에는 한글도 적혀있다. 한국인도 제법 많이 찾는 곳이란 소리겠다.
채 몇분 올라오지 않았는데 천오백미터의 고도이다.
후지산을 오르는 바이크들도 숱하게 보인다.
스바루라인의 도로는 갓길도 좁을 뿐더러 경사도 제법 급한 길이라 도중에 멈춰서 풍경을 즐기기는 어렵다.
도로도중 나타나는 쥬카이다이 주차장에서 잠시 멈춰선다.
쥬카이다이 주차장에서 보이는 풍경
다시 경사진 오르막길을 열심히 달려 올라간다.
드디어 해발 이천미터의 주차장에 도착.
해발 이천미터의 주차장에서 스풋. 주변은 온통 하얀 구름이 덮혀있어서 내려다 보는 시야가 좋지 않다.
산 중간즈음에 구름이 걸려 있는 모양이다.
다시 후지산의 도로를 따라 오른다. 구름 때문에 길이 어둑하다. 3합목 전망대 주차장에서도 구름만 보인다. 4합목을 지나자 경사가 더욱 심해지고 스풋의 속력이 시속 50km정도로 뚝 떨어진다. 겨우 끙끙대며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운무가 길 아래로 펼쳐지는 묘한 경관이 가파른 길 옆으로 벌어진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서도 구름이 눈 아래에서 바다처럼 펼쳐지는 모습을 즐긴다.
5합목 주차장을 2km정도 앞두고 전망공원이 있다. 주차장에 스풋을 세워두고 걸어서 5분 정도 이정표가 가리키는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자, 길 옆으로 독특한 분위기의 고산목들이 자라고 있다. 어딘가 모르게 ‘오, 후지산이 이렇구만...!’ 하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 기생화산부근에 도착했다. 황량한 화산지형의 낮은 고산목들 사이에 서서 올려다 보이는 후지산이 깨끗한 모습으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해발 1,000~2,000m 사이에는 구름이 끼어서 시야가 불량하더니, 그보다 더 높은 이곳에 오르자 거짓말처럼 파란 하늘이 깨끗하게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구름도 없는 고지대라, 어쩐지 숨쉬는 공기가 다른것 같다. 병에 담아 포장해가고 싶을 정도다. 흘러내린 용암이 굳어진 화산석이 표토를 잘게 덮고 있는 산비탈에서 자라는 고산식물들이 600m가량의 산책로 옆으로 독특한하고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자라고 있다.
여기서 올려다 보이는 후지산의 봉우리가 가장 깨끗하고 가까이 보인다. 혼자서 신나게 셀카 놀이도 하고, 적당한 바닥에 주저앉아 가만히 주변풍경을 즐기기도 하다가 다시 주차장으로 향한다. 제법 급한 길을 다시 걸어올라 후지산 스바루라인의 종점인 오합목을 향해 달려간다.
해발 2,000m를 지나서 계속 길을 달려 올라간다.
스바루라인의 종점인 고고메에 도착하기 2km앞에서 奥庭自然公園 전망소 및 기생화산 도보로의 표시가 나온다.
주차장에 스풋을 세워두고 도보길을 따라 내려가본다.
텐구가 놓인 신사가 도보길 옆으로 보인다.
익살스러운 도깨비 모양의 텐구(天狗)는 일본전설에 자주 등장하는 요괴로 신으로 받들여 지기도 한다.
▶ 텐구란?(링크)
기생화산으로 향하는 도보코스에서 뒤로 돌아보면 후지산의 정상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화산석이 까칠하게 깔린 길을 따라 도보길이 이어지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식생의 시작된다.
척박한 화산토 위에서 나지막하게 자라는 나무들.
기생화산 도보길에서 보이는 후지산(3,776m)
후지산(富士山)은 3776m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일본에서 오랜 시간동안 신성한 산으로 숭배를 받아 왔으며 예술가와 일반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그리 새로운 사실이 아닐 정도로 후지산은 오랜 사랑을 받아왔다. 후지산이 가장 최근에 폭발한 것은 1708년으로, 현재는 휴화산이라고 할 수 있다. 야마나시(山梨)현과 시즈오카(静岡)현의 경계에 있으며, 맑은 날에는 도쿄(東京)나 요코하마(横浜)에서도 볼 수 있다.
도보길을 따라 바닥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잘게 부서진 화산석을 한웅큼 기념삼아 줏어 담아 본다.
도보길 옆으로 독특한 모습으로 자라는 고산목과 고사한 고목들이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기괴하게 자라는 고산목
도보길이 끝나는 지점. 멈춰선 산 아래에는 하얀 구름이 쫘악 펼쳐져 있다.
적당한 바위 위에 카메라를 올려두고 후지산 꼭대기에 올라선 것 마냥 셀카도 찍어본다.
야호는 절대 빼먹을 수 없는 통과의례!
해발 2,500미터 위로 신비스럽게 재차 모습을 드러내는 후지산 봉우리.
▶ 후지산 등반안내
요런 짓도 해보고.
바윗돌 위에 걸터 앉아 올려다 보이는 후지산은 역시 심상치 않은 산세다.
사진찍고 주변을 배회하며 돌아다니다가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 올라간다.
도보길 옆으로 늘어선 수목들도 독특한 모습이다.
다시 달려 도착한 주차장과 5합목 부근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차량 바이크, 버스들이 한데 뒤섞여서 마치 시장터 한가운데 서 있는것 같다. 이천미터를 넘게 올라온 산에서 시장바닥 보다 더한 혼잡스러움 때문에 얼떨떨하다. 게다가 나는 사람 많은 장소에 서있으면 멍해지는 지병도 가지고 있다.
하긴 3,000m의 산을 편안하게 차를 타고 올라와 볼수 있는데 누군들 안 와보겠는가. 여러 대의 바이크는 물론이고 자전거로 이 급한 경사의 길을 오르내리는 대단한 사람들까지 보인다. 오합목의 주차장에서 잠시 내렸다가, 이곳에서 보이는 경치가 아까의 전망대보다 훨씬 답답하고 못하다는 생각이 들뿐더러, 복잡한 인파에 당췌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다시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2,700미터를 올라와서 채 5분도 못 머무르고 되돌아간다.
고고메 주차장으로 향하는 도중 후지산 정상이 잘보이는 곳에서 스풋을 세워두고 기념사진.
용케 여기까지 무사히 와준 스풋에게 이정도의 인증샷은 찍어줘야 한다.
고고메 주차장(2,305m)인근은 적응안될 정도로 사람들이 바글댄다.
관광버스에서 중국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며 떠들어대는 쏼라쏼라하는 시끄러운 수다속에서 정신없이 서있다가, 결국 여기를 벗어나기로 한다.
후지산은 일년에 두달, 7월과 8월 동안만 일반인에게 등산로가 개방된다. 그 두달동안에만 대략 30만명의 등산객이 다녀간다.
하루에 오천명 정도가 찾는셈. 게다가 일반 광광객들까지 겹쳐지면 이렇게 정신없이 복잡스러울 만도 하다.
어쨌든 스풋을 타고 올라온 최고의 해발고도는 이곳으로 기록되겠다.
이 스바루라인이라 불리는 유료도로도 바이크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왕복으로 오가는 모터바이크만도 100대는 넘게 본 것 같다. 관광버스 한대가 내리막길을 앞서 달리며 매연을 내뿜는다. 그 쾌쾌한 연기 때문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도저히 뒤따라 달리지 못하겠다. 내리막길을 따라 나타나는 도중의 주차구역에서 잠시 멈춰선다. 주차장에서 잠시 쉬면서, 후지산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구름 하늘을 즐긴 후 10여분 지나 다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간다. 모퉁이 돌아가는 길에 대형바이크(뒷바퀴 넓이가 내 몸통만한...) 한대가 넘어져있다. 사고가 난 모양이다. 번호판도 기울어져 있다. 역시나 안전 운행. 어째 오늘은 넘어진 자전거와 바이크가 자주 보인다. 다시 한참을 저지대의 구름을 뚫고 안개속을 지난다. 1합목에 내려오고 나서야 하늘이 좀 밝아진다. 4시 30분. 예상시간 보다 훨씬 늦어졌다.
후지산을 내려오는 길, 주차장에서 보이는 운해.
후지산 해발 2,000미터 주차장에서 운해를 구경하는 사람들.
유료도로인 스바루라인을 빠져나와 조금 달려가면 음악소리가 나는 도로가 나온다.
물론 두바퀴의 스풋으로 냅다 지나가면 아무런 소리도 안들린다.
후지오호의 두 번째 호수 초입에 있는 캠핑장에서 하루 머무를 예정이다. 물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예약하지 않고 무작정 찾아간다. 카와구치 마을에서 다리를 건너는 구간에는 차량 정체가 심하다. 주말이라 대부분 나들이를 나와서 일게다. 가와구치 호수의 우측으로 돌아가는 21번 현도를 따라 길을 이어 달린다. 잘 알려진 휴양지답게 근사한 건물들과 숙박시설, 까페, 팬션이 곳곳에서 길을 따라 보인다. 외국인들도 많이 보이는 걸로 봐선 역시나 유명 관광지답다.
지는 해아래의 어둑해 지기 직전의 호숫가를 달린다. 알록달록한 꽃들이 드넓게 심어진 호숫가 공원에 멈춰서 늦은 오후의 산책을 잠깐 즐긴 후, 호숫가를 따라 나있는 산책로겸 일방통행도로를 따라 천천히 스쿠터를 몰아간다. 해가 사라진 호수에는 아름답고 고요한 정경이 녹아있다.
후지오호의 하나인 가와구치호수 인근의 공원에 멈춰섰다.
잠시 바이크를 세워두고 산책을 해본다. 곳곳에 피어있는 허브와 꽃들 덕분에 느즈막한 오후의 산책이 즐겁다.
가와구치호수 전경
호수변 산책로에서 처음으로 본 속도방지턱.
일본은 희안하다 싶을 정도로 도로에 속도방지턱이 없다. 50일간 한번도 본적없던 방지턱 볼록이를 후지오호 호숫가에서 처음으로 봤다.
조그마한 우리동네를 벗어나는데만도 허리디스크가 재발할 정도로 수십개의 속도 방지턱을 넘어야 하는데 일본은 이런면에서 이륜차의 천국이다.
가와구치호수 전경
얼마 지나지 않아 후지오호의 하나인 사이코 호숫가 모퉁이를 돌아서 나타나는 캠핑장에 도착했다. 개인캠핑장인 이곳에는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다. 800엔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부지런히 텐트를 치고 짐을 푼다. 굉음을 내며 드문드문 지나가는 바이크소리가 홀로인 캠핑장의 적막을 깬다. 캠핑장 바닥이 굵은 자갈로 깔려 있어서 비가 오면 배수는 잘 되겠으나, 내가 가진 텐트와 에어매트만으로는 등이 불편하겠다.
주변을 슬쩍 둘러보니 취사장 뒷 편에 세워진 단열용으로 쓰이는 두꺼운 스티로폴 판이 보인다. 잽싸게 가져와 텐트와 땅바닥 사이에 끼워 넣는다. 그 덕분에 텐트 설치 후 바닥에 누워보니 바닥의 한기와 울퉁불퉁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새벽즘 되면 이미 여름의 기운을 벗어나 가을의 차가운 날씨로 들어선 터다. 새벽내내 올라오는 바닥의 한기에서 오늘은 자유로울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텐트를 설치하고 짐을 풀고나자 갑자기 허기가 몰려온다. 서둘러 저녁을 해먹고나니 이미 사방은 캄캄한 어둠에 둘러 쌓여 있다. 후지오호의 한 귀퉁이 캠핑장에서 또 하루가 저물고 있다.
거의 날마다 캠핑으로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장기여행은 숙박비가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므로 텐트를 이용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므로 어쩔수 없다. 이것도 제법 긴 시간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인지, 좁은 1인용텐트라도 속에 들어가 눕기만 하면 아늑하기가 집보다 더 편하게 느껴진다. 이러다가 나는 미니멀 캠핑종결자나 캠핑달인의 반열에 오르는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피식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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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지 : 사이노하마 캠핑장(1박 800엔)
- 화장실, 취사장, 샤워, 사이트 바닥이 자갈로 깔려있음.
* 주유 : 582엔
* 도로이용료 : 후지산 스바루라인 - 200엔(바이크)
* 이동거리 및 경로 : 180km
도부삼림공원 → 오쿠타마호수(댐) → 오쿠타마호수 전망대 → 야나기사와 고개 → 고슈시→ 가와구치 호수 → 후지산 → 가와구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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