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되었다. 8월 중순에 시작한 여정이 벌써 10월이다. 애초의 예상대로 혼슈를 마저 돌고 나면 2개월을 꼬박 채울 듯 하다. 어제밤은 지금껏 보낸 밤 중, 가장 추운날 이었을 것이다. 자다말고 있는 옷가지들을 모두 꺼내 덮고, 깔고 뭉쳐서 휘감고는 다시 드러누웠다. 게다가 새벽 늦게 에어매트까지 바람이 빠져서 땅바닥의 한기가 등으로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다시 일어나 입으로 매트에 바람을 불어넣고, 재차 누워서 잠을 청해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바깥이 환하게 밝아온다. 잠을 설치긴 했으나, 추위를 가시게 해 줄 볕이 떠오르는 것이 더 반가울 정도다. 어제 저녁 캠핑장 관리인의 말에 의하면 오늘도 비가 내릴거라 던데, 잘못 알아 들었나 보다. 비대신 맑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젖은 신발, 우의, 장갑, 텐트 등... 비 때문에 젖은 장비들을 처리한다. 볕에 말리고 닦아내기를 반복한다. 조금씩 짐을 날라 관리소 옆에 세워둔 바이크의 사이드백에 차곡차곡 넣고 있으려니 인근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호숫가 쪽을 보니 동네사람들이 모여 비온뒤 수면 가까이로 몰려드는 물고기를 잡기위해 그물망을 크게 드리우며 함께 조업을 하고 있다. 떠오르는 태양이 호수면에 반짝이며 부서지고, 그물을 손에든 사람들과 배 위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물 속과 물 위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쥬젠지 호숫가의 소오부가하마 캠핑장
캠핑장 내부에는 작은 연못도 있다.
밤늦게까지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사라지고 말끔하게 개인 아침이다.
세블일레븐표 김치와 어제 이 인근에서 산 신라면에 콩나물을 넣고 아침밥으로 먹는다.
아침부터 라면이긴 해도 오래간만에 맛보는 한국라면의 칼칼한 국물맛은 상상불허다.
맑고 잔잔한 거울같은 호수변의 경치가 맑게 드러난다. 호수너머의 산은 난타이산.
바이크 사이드백에 짐을 넣고 있는 사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려서 호숫가를 내다보니 이런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호수 가장자리에 크게 그물을 치며 마을 사람들이 모여 조업을 하고 있다.
짐을 다 싣고, 호수가 환하게 바라보이는 캠핑장 가장자리를 따라 한 바퀴 돌아본다. 이 캠핑장은 지형이 섬에 가깝다. 앞은 드넓은 쥬젠지 호수, 양 옆은 고원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감싸고 있다. 잘 자란 나무들이 캠핑장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는 경관 좋은 사이트다. 어제처럼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호수 바로 앞에 텐트를 치고, 느긋이 풍경을 즐기며 여유롭게 공상에 잠기기에 그만인 곳이다. 9시, 출발한다.
주차장이 있는 관리소에서 캠핑사이트로 건너가는 목조 다리.
비에젖은 물건들을 모두 닦아 정비를 하고 짐정리를 마친 후, 캠핑장 가장 자리를 따라 한바퀴 돌아본다.
거울같은 수면 풍경이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캠핑장 우측으로 보이는 호수변
캠핑장 맞은 편으로 호수를 둘러싼 산줄기와 맑은 하늘, 파르란 호수가 한 세트로 어울려 맑은 가을 풍경을 드러낸다.
때마침 빨갛게 익은 나무열매마저 파란 하늘로 가지를 뻗어올리고 있다.
쥬젠지호는 해발 1269미터의 고원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2만년 전 난타이산의 분화에 의해 물길이 막혀서 원형의 호수가 생성되었다고 한다.
수목이 잘 가꾸어진 캠핑장 내부
캠핑장을 나서는 길에 보이는 호수풍경
비가 그치고 청명해진 하늘아래를 다시 출발하려니, 어제 들렀던 센죠가하라 평원의 풍경이 어떨지 너무 궁금해진다. 갔던 곳은 다시 가지 않는 습관이 있지만, 이번만큼은 습관도 건너뛰고 길을 거슬러 센죠가하라로 다시 향한다. 센죠가하라를 가로지르는 도로의 가운데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고원의 평원이 2천 미터 높이의 산들에 둘러싸여 가을빛을 더해가고 있다. 초원 너머로 그림 같은 풍경, 독특한 분지 지형이 아름답게 둘러싸며 펼쳐진다. 이런 날 센죠가하라를 통과하는 탐방로를 걸었어야 하는데 아깝다. 어제 빗속으로 탐방로를 두어시간 걸어본 터라, 다시 걷고 싶은 마음은 없는 상태다.
센죠가하라를 향하는 오르막길 도중의 다리.
오르막길의 다리아래로 흘러 내리는 하천.
센조가하라 고원지대에서 부터 급한 경사를 타고 쥬젠지 호수로 흘러든다.
센죠가하라를 지나는 120번 국도.
국도변 옆으로 가깝게 보이는 난타이산. 이래뵈도 2,484m의 고봉으로 닛코를 대표하는 명봉이다.
비가 내리던 어제와 달리 청명한 하늘아래 센죠가하라를 둘러싼 고봉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센죠가하라 전망터. 센죠가하라는 쥬젠지와 및 인근 지역과 함께 닛코 국립공원에 속한다.
닛코국립공원은 도치기현, 군마현, 후쿠시마현, 니가타 현의 네개의 현에 걸쳐져 있다.
센조가하라 가운데즈음에 지금 있는 전망터가 있다.
슾지에서 초원화 되어가는 중인 센조가하라
센조가하라는 쥬젠지호수의 소유를 두고 난타이산의 신과 아키기야마(군마현)의 신이 싸우던 전쟁터였으며 난타이산의 신이 승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지형의 센조가하라는 1400미터 고원지대에 400헥타르의 넓이로 펼쳐진 초원이다.
2만년 전에는 이곳도 닛코화산군의 분화로 막힌 호수였으나, 전조화와 토사, 난타이산 분화시에 발생한 토석류의 유입으로 인해 현재의 초원으로 변해왔다
다시 쥬젠지 호수로 되돌아가 어제 넘어왔던 닛코방향의 산길을 향해 달려간다. 닛코와 쥬젠지를 이어주는 국도는 오가는 고갯길이 서로 다른게 나있는 일방통행의 도로이다. 쥬젠지호수에서 가까운 98미터 낙차의 게곤폭포 전망대에 잠시 들린다. 유료의 사용료를 내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계곡 아래쪽까지 이동해 거대한 폭포를 정면에서 구경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굳이 유료의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더라도 주차장에서 보이는 건물 우측에도 폭포를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무료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으므로, 그쪽으로 향한다. 전망대 난간에서 내려다 보이는 케곤폭포의 모습이 웅장하고 신비스럽다.
쥬젠지호 유람선 선착장
쥬젠지호수를 벗어나기직전 계곡사이를 흐르는 게곤폭포에 들린다.
게곤폭포 전망대로 향하는 유료엘리베이터 승강장은 좌측으로, 무료 전망대는 우측으로 간다.
게곤폭포 무료전망대
게곤폭포(華厳の滝). 화엄경에서 이름을 따왔다.
낙차폭 97m로 일본 3대 폭포 중의 하나이다.
게곤폭포는 중단 부분부터 12폭포로 불리는 복류수가 흘러나와 함께 떨어진다.
폭포 상류측은 쥬젠지호수이다. 쥬젠지호의 유출하천인 다이야가와에 연결되어 있다.
게곤폭포는 자살의 명소로 유명하다. 1903년 5월에 18세의 후지무라 미사오라는 청년이 암두(巖頭)의 감(感)이라는 시를 남긴채 투신 한 이후로 이곳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다.
▶ 유료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전망대에서 보이는 게곤폭포
게곤폭포 주차장쪽으로 걸어나오는 도중, 노점에서 인근에서 잡힌 생선을 꼬치째 구워서 파는 모습이 보인다.
정말 먹을수 있는걸까?
쥬젠지 호수에서 120번 국도를 따라 닛코로 향하는 고갯길의 전경.
해발 1200미터 에서 부터 시작되는 고갯길. 지그재그로 수없이 꼬부라지며 이어진다.
산길을 꼬불꼬불 내려간다. 쥬산지에서 닛코를 향하는 방향의 시작점이 해발 1,200미터이다. 그러고 보면 쥬젠지 호수도 생각보다 굉장히 높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의 경사진 도로 앞으로 수학여행 단체버스가 줄지어 가고 있다. 과할 정도로 조심스럽게 내리막길과 커브길을 내려가고 있어 뒤쪽으로 따라가는 차량의 정체가 심하다. 길이 조금 넓어지는 곳에서 버스가 깜박이를 넣어주며 추월신호를 보낸다. 잽싸게 버스를 지나쳐 내리막길을 내달린다.
122번 국도를 타고 남하한다.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되더니 1,400m의 고개길 아래를 지나는 3km가량이나 되는 긴 터널을 지난다. 터널을 지날 때는 바이크의 전조등이 그다지 밝지 않아서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승용차처럼 좀 밝은 전조등을 달았으면 좋겠지만, 뭐 지금으로서는 어쩔수 없다.
긴 터널을 지나서자 협곡과 계곡을 따르는 길이 이어진다. 행정경계도 도치기현에서 군마현으로 바뀌었다. 군마현이라는 지역을 속속들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 지명이 약간 친숙하다. 고딩때 재미있게 읽었던 만화책인 이니셜D(평범한 소년이 평범하지 않은 실력으로 로드레이스를 펼치는 이야기, 대략 3,100만부 가량 팔려나감)의 배경이 되는 고갯길 도로가 이 군마현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만화책을 본 사람이라면 다들 귀에 익숙 할 것이다. 물론 만화에 나오는 도로와 고갯길은 가상의 지명이다.
계곡길을 따라 10여 km 내려가자 쿠사키댐(草木ダム)이 나타난다. 댐 전망대에서 잠시 쉬면서 인근의 전망을 감상한다. 금요일인데도 이 도로에서 바이크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전망대 주차장에도 바이크가 대 여섯대 서있다. 주변의 풍광을 느긋하게 즐기고 다시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미치노에키(국도변 휴게소)에서 토스트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엔진에 열이 가득한 스풋도 잠시 식히며 쉬어간다.
122번 국도를 따라 군마현 방향으로 남하하는 길.
계곡을 가로지르며 철길과 도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놓여져 있다.
계곡 도중의 교각위에 하얀 줄이 걸려있길래 번지점프를 흉내내나 싶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소방호스를 길게 늘어뜨려 놓았다.
군마현의 미도리시까지 122번 국도는 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122번 국도변 계곡.
미도리시 상류의 쿠사기댐. 잠시 쉬었다 간다.
아찔한 높이로 세워진 쿠사기댐
댐위가 높은 위치인 만큼 내려다 보이는 주변 풍경도 근사하다.
남쪽으로 몇 개의 국도를 지나쳐서 도쿄도 외곽지역에 있는 오쿠타마호수 까지가 오늘의 일정이다. 남하하는 길인 미도리시까지의 길이 좀 좁게 놓여있다. 산중턱을 따라 이어진 길에서 협곡이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계곡의 길을 연이어 달린다. 미도리시를 지나서자 본격적으로 시내길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산과 계곡을 따라 달리던 한적한 길은 주전자 증기 날아가듯 사라지고 무미건조하고 복잡스런 시가지의 길이 이어진다. 키류시, 오타시를 지나는 407번 국도를 따라 연이어 내달린다. 우체국에서 잠시 현금을 인출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쉬지 않고 부지런히 시내와 좁은 마을길을 지나간다.
줄곧 신호등과 마을길, 복잡한 차량들 사이를 지나간다. 답답한 배경들이 의미 없이 쉭쉭 흘러간다. 오로지 지나치기 위해 달려가는 슬픈 길이다. 오타시의 경계가 되는 도네강의 다리를 건너서자 현 경계는 군마현에서 사이타마현으로 다시 바뀌었다. 오늘 하루 만에 세번째로 지나는 현이다. 누마가야시의 큰 건물들과 넓은 시내도로를 지나, 히가시 마츠야바시, 츠루가시마시를 차례로 지난다.
3km 구간 가로수가 울창한 히다카시를 지나 사야마시, 이루마시를 지난다. 퇴근시간이 아직 안된 오후 4시임에도, 지나치는 이루마시에서는 군데군데 차량 정체가 일어나고 있다. 이루마시에서 마을 뒷 길로 돌아가는 골목길 크기의 63번 현도를 지나자, 주택가 길옆으로 "토쿄부"라 세워놓은 팻말이 눈에 띄인다. 여기서 부터는 또 토쿄부에 속해 있다. 현경계만 4번째 바뀐 셈이다.
주택가의 시가지 길을 다 빠져 나가지도 않았는데, 정체구간이 여전히 많아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오후 다섯시가 다되어 간다. 게다가 여전히 복잡한 좁은 도로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아 있다. 파란매실의 이름을 가진 오우메시(靑梅市) 시가지를 빠져나가자 그제서야 차량 통행이 한적한 411번 국도가 시작된다.
"Cafe BLUE TRIP " 군마현 미도리시를 지나는 도중, 바이크 샵이 보인다.
우리나라 동네에도 이렇게 감각적인 바이크샵이 하나 만들어지면 좋겠다. 설렁 설렁 놀러가기도 좋게 말이다.
"용호 오토바이, 송정 오토바이" 뭐 이런건 너무 지겹지 않은가.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잠시 들런 우체국 옆에 소형차가 서있다.
여성층을 공략 타겟으로 삼은 디자인의 소형차는 역시 일본이 깜찍하게 잘 만든다.
미도리시와 키류시를 지나서 눈요깃거리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는 무미건조한 시가지 길을 달린다.
국도임에도 동네를 통과하는 길이라선지 도로폭이 무지하게 좁다. 화물차 한대가 지나가니 꽉찬다.
재미없는 시가지를 몇시간째 연이어 달려오자 어느새 해가 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시가지 길의 오우메시를 지나는 중. 도쿄도 외곽지역에 들어섰다. 하룻만에 4번째 현경계가 바뀌었다.
오늘의 목적지인 후쿠타마 댐까지 이어지는 협곡의 길이 시작된다. 5시를 넘어서자 금새 어두워진다. 꼬불꼬불한 댐까지의 계곡길을 논스톱으로 서둘러 달린다. 중간 중간 마을과 온천이 나오는 계곡길이지만, 여유있게 지나기에는 늦은 시간이다.
오우메시를 빠져나오며 이어지는 계곡길은 지금까지와 달리 한산해서 좋긴 한데, 도로바닥에 쑥 패여져서 깔린 맨홀뚜껑 때문에 일정한 속력으로 시원스레 지나가기가 어렵다. 도로의 전방위에 걸쳐 불규칙적으로 깔린 맨홀 두껑을 피하느라 요리조리 바이크를 경박스레 움직여가며 짜증스런 주행을 한다. 자꾸 반복적으로 하다보니, 무슨 맨홀 두껑 피하기 게임같다. 문제는 이 게임이 보너스도, 점수도, 아이템도 얻을 수 없는 정신줄 소모전이라는 것. 어쨋든 요리조리 피하며 댐 근처의 터널을 통과하고 희미한 물냄새가 나는 댐근처에 도착했다. 부랴부랴 달려 도착한 댐은 어둠에 묻혀서 수면도 잘 보이지 않는다. 가로등만이 캄캄한 댐 주변의 길을 띄엄 띄엄 무심하게 비추고 있을 뿐이다.
오우메시가지를 지나 오쿠타마호수를 향하는 계곡길의 411번 국도.
오쿠타마호수에 도착했다. 호수 물빛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이 벌써 내려 덮혔다.
댐(오쿠타마호수)의 북쪽 끝까지 한참을 더 달려 206번 국도를 향하는 다리를 건너자 도로앞에 차단기가 내려져 있다. ‘18시 이후 통행금지, 2륜차 통행금지’라 적혀있다. 지도를 보면 이 도로는 바이크사고가 많이 나는 험한 길이라는 주의표시가 되어있다. 그래서 야간에는 차량통행을 금하고 있나보다. 오늘 머무르고자 했던 캠핑장은 이 차단기 너머로 3km가량 더 가면 나오는 200엔의 저렴한 캠핑장인데, 다 틀렸다.
이 도로 사이에 있는 마을 사람들은 밤늦게 어떻게 통행을 하는 걸까. 겨울철 내린 눈 때문에 통행을 차단하는 거이야 이해하지만, 여름날 야간에도 통행금지를 만들어 놓은 것은 내 기준에서는 좀 해괴하다. 험해서 사고가 많이 난다면, 서둘러 도로의 선형을 개량하고, 안전성을 확보할 일이지 길자체를 막는건 좀 아니지 않은가. 근원적이고 모든 경우에 적용가능 해야 할 합리성은 댐 속에 가라앉고 극히 실용적인 아이디어로만 길이 열렸다 닫혔다 하고 있다. 세금을 내고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관 보증금(반환불가)까지 내고 합법적으로 행정승인을 받은 내 통행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것 같아 화가 살살 나려하고 있다.
오쿠타마호수 서남쪽으로 향하는 206번 현도. 통행금지 차단기가 내려져 있다.
야간통행금지, 이륜차 통행금지 간판이 세워져 있다. 뭣을 이리도 금지하는 지!
3km 지나서 오늘 목적지로 한 캠핑장이 있건만, 할수 없이 되돌아 선다.
가로등 아래에서 지도를 펼쳐들고 근방을 살펴보니 2~3km 떨어진 곳에 유료캠핑장이 두 곳 정도 있다. 8시도 안된 시간이건만 산속의 어둠은 지독히도 검다. 오쿠타마하 호수는 주변 2,000미터 급의 산봉우리가 둘러싸고 있는 고지대이다. 어둠을 달려 찾아간 첫번째 캠핑장은 으슥한 곳에 위치해 있는데다, 불빛하나 켜지지 않은 곳이다. 대충 하룻밤 머물기에도 너무 외진 곳이라 포기 하고 다음 캠핑장을 찾아간다.
500미터 떨어진 곳에 도부삼림공원 캠핑장이 있다. 공원 내부의 곳곳에 가로등이 띄엄띄엄 켜져 있기는 하지만, 사무소에 사람이 없다. 출렁다리를 건너 텐트사이트로 들어가 봐도 가로등만 한 두개 켜져 있고 사람이 없는 상태다. 짐이 싣린 스쿠터를 다리 건너 주차장에 세워두고 멀리 떨어진 곳에 텐트를 치고 있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 지도를 곰곰이 살펴보니 도로를 따라 더 지나 내려가면 하천을 지나 건너가는 길이 보인다.
길을 따라가 보니 예상대로 삼림공원의 뒷쪽 입구가 나온다. 입구에는 느슨하게 쳐진 플라스틱 사슬이 늘어뜨려져 있다. 손으로 들치고 그 아래로 바이크를 통과시키다가, 그 플라스틱 사슬이 뚝 하고 끊어져 버렸다. 아뿔사! 서둘러 가방 속에 들어있던 케이블 타이를 꺼내어 끊어진 부분을 말끔하게 결속시켜 놓는다. 아무도 없는 캠핑장을 맘대로 들락거리며 기물까지 파손하는 범죄자의 심정이 든다. 바이크를 타고 슬슬 둘러보니 제법 넓은 공원이고, 숲이 우거져 있는데다 방갈로도 여러 개가 있다. 일단 쇠사슬이 쳐진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는다.
다행히 취사장 지붕 아래의 전구에도 전원이 들어오고, 가까운 화장실에도 전원이 들어온다. 일단 접수는 내일 아침에 하기로 하고 텐트를 취사장아래에 설치하고 저녁을 준비한다. 쌀쌀한 한기를 내뿜는 어둠속의 숲으로 부터 유독 선명하게 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도부삼림공원 취사장. 밤길을 헤멘 끝에 인적없는 공원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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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지 : 도부삼림공원
- 화장실, 취사장, 샤워, 방갈로, 구내식당.
* 주유 : 670엔 + 635엔
* 이동거리 및 경로 : 210km
쥬젠지호수변 소오부가하마 캠핑장 → 케곤폭포 → 군마현, 키류시 → 오타시 → 사이타마현, 구가야마시 → 이루마시 → 도쿄도, 오우메시
→ 오쿠타마호수(댐) → 도부삼림공원
큰 지도에서 스쿠터일본일주-49일차 경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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