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히바라 호수 쪽에서 바람이 꽤나 불어왔다. 주변에 놓여있던 플라스틱 의자가 바람에 날려 텐트 옆구리를 치기까지 했다. 어제의 빗길에서 완전히 젖은 신발을 빨래건조기에 넣고 돌린다. 드럼이 돌아가며 우당탕탕 하며 신발 부닥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온다. 뽀송한 발바닥을 유지하며 하루를 보내려면 이 시끄러운 소리에 동네사람 다 깨는 한이 있더라도 건조를 시켜야 한다. 200엔을 넣고 1시간을 건조시키자 80%정도는 마른것 같다. 나머지는 신발을 신고 바이크로 달리면서 주행풍으로 말리면 될것같다.
요 며칠사이 텐트바닥에 깔고자는 에어매트가 부풀린지 서 너시간 정도 지나서 자꾸만 바람이 꺼진다. 어딘가 미세하게 구멍이 난 모양이다. 오늘은 텐트를 걷으며 에어매트에 생긴 구멍을 마음먹고 찾아보기로 한다. 본드와 땜빵 할 비닐스페어도 있으니, 찾기만 하면 수리가 가능하다. 빵빵하게 바람을 채우고 수도꼭지에 물을 틀어 놓은 채 그 아래로 매트를 움직이며 이리저리 바람 세어 나오는 곳을 찾아본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애쓰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1시간가량 뚫어져라 찾아 봤으나 못 찾겠다.
에어매트리스는 이게 문제다. 바람을 빼고 돌돌 말면 부피가 적어서 발포매트리스에 비해 휴대성이 좋은 편이나, 미세한 구멍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낭패다. 요 며칠 매트에 바람이 빠지면서 새벽 마다 등짝에 한기를 느끼며 잠에서 깨곤 했었다. 대체제가 없는 마당에 당장은 그냥 버릴수도 없어서, 바닥에 펼칠때 아래쪽에 한기를 막을 수 있도록 좀 보강을 하면서 사용할 수밖에 없겠다.
미소된장국에 야채와 고춧가루를 팍팍 넣고 찌개를 끓여 아침을 든든하게 먹는다. 얼마 전 대형슈퍼에서 산 일본 고춧가루를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비 내리던 요 며칠과 달리 오늘은 하늘이 파랗다. 이렇게 맑은날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비 때문에 연이어 짧은 거리만 주행해온 터라 예상보다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잽싸게 짐을 꾸린다. 짐을 다꾸린 후, 바이크 사이드백에 몽땅 집어넣고 나니 사이드백의 레인커버 한쪽이 없다. 비가오지 않더라도, 날리는 먼지로부터 가방을 보호하기 위해 늘상 레인커버를 씌워서 다니고 있는 상태다. 혹시 꾸린 짐에 섞여 들어갔나 싶어서 내부의 짐을 몽땅 꺼내봐도 찾을 수가 없다. 혹시나 싶어서 캠핑장 주위를 둘러보니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커버가 굴러다니고 있다.
뒷 쪽 깜빡이 있는 돌출부에 커버 두개를 다 걸어놨는데 하나만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 됐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순식간에 몰아친 바람이 있었거나, 틈만나면 바이크위의 짐들을 노리는 까마귀 짓이거나 둘 중 하나 일 것이다. 아무런 물증은 없지만, 취사장 주변을 배회하는 까마귀 녀석들에게 심증이 강하게 간다. 바이크에 걸쳐둔 짐과 비닐봉투들을 쪼아대는 일본 까마귀들은 내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있는 터다.
코타카모리 오토캠핑장 취사장. 비바람을 피해 취사장 내부에 텐트를 쳤지만 썩 깨끗한 상태는 아니다.
히바라 호숫가의 코타카모리 오토캠핑장 전경. 방갈로와 호수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만들어진 평상식 텐트사이트가 있다.
비가 내려 어둑하던 어제와 달리 맑고 시원스럽게 보이는 히바라 호수
파란하늘이 드러나고, 호숫가를 둘러싼 주변의 풍광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히바라호수를 포함한 이 인근의 호수와 늪지들은 남쪽에 위치한 1,819m의 반다이산이 1888년 분화하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캠핑장을 나와서 호숫가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달린다. 이 인근은 반다이-아사히 국립공원에 속해있는 곳이라 도로를 따라, 주변 환경들이 굉장히 정갈하게(보통의 일본 마을들도 정갈하지만, 이곳은 더욱 정갈하다)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모든 간판들이 갈색 바탕으로 통일되어있어 유난스레 불거지는 간판들이 없다. 심지어 보통 때는 붉은색 간판을 내세우며 선명하게 서있는 우체국과 초록색과 붉은숫자의 세븐일레븐 편의점, 주황색 간판의 ENOS주유소 까지도 모두 갈색간 판으로 만들어져있다. 공원 내의 펜션, 식당들은 말 할 것도 없다. 갈색이 자연에 어울리는 색이긴 하지만, 이건 좀 뭔가 이상하다. 한 두가지는 다른 색상이 들어있어야 자연스럽지 않을까
호수 인근의 늪지.
반다이산 인근에는 히바라호수를 비롯하여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100여개의 호수와 늪지들이 분포해 있다.
히바라 호수 인근은 반다이-아사히 국립공원 영역이다.
이 국립공원은 후쿠시마현, 야마가타현, 니가타현의 3개의 현에 걸쳐 이루어진 일본에서 두번째로 넓은 국립공원이다.
▶ 반다이-아사히 국립공원 소개(구글번역)
호수주변에는 정성스레 지어진 펜션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히바라호수 주변의 간판은 전부 갈색으로 통일되어 있다.
편의점, 주유소 할것 없이 전부 갈색간판으로 만들어져 있고, 심지어 붉은색 간판으로 마을 어디에서도 눈에 탁 띄이던 우체국 까지도 갈색간판이다.
호수의 남쪽에 도착하자 동쪽으로 향하는 도로이정표에 골드라인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히바라호수의 남서쪽 유원지 전경
히바라 호수 남서쪽을 향해 잠시 달려 보고나서, 495번 국도로 남하한다. 얼마가지 않아 고시키누마의 이정표가 보인다. 고시키누마의 넓은 주차장에 스풋을 세우고, 가방을 둘러맨 후 예닐곱개의 호수(늪)가 있는 산책로를 따라 나선다. 며칠 못해본 도보를 좀 해볼 요량이다. 지도를 보면 반대쪽 끝에 위치한 호수까지 가는데 1시간 40분정도가 걸린다. 왕복하면 3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어 이곳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잡아 먹게 된다. 그래서 산책로 중간 지점을 지나서 있는 호수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올 계획을 세운다.
첫번째 호수인 비사몬누마를 지난다. 물빛은 설명할 필요도 없는 에메랄드 그린, 그 자체를 머금고 있다. 신비스런 물빛 때문에 걷는 내내 시선은 앞이 아니라 옆으로 돌아가 있다. 어떻게 이런 색의 물빛이 늪지의 고인물에서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조그마한 늪지의 호소들이 도보길을 따라 연이어 나온다. 여전히 청록색과 에메랄드그린의 아름다운 물빛이다. 붉은 색을 띈다는 아카누마를 지나 미도로누마, 타츠누마로 길이 이어진다. 산책로의 중간 지점에 있는 타츠누마를 지나 벤텐누마에 도착하자 벌써 11시다. 오늘은 닛코까지 제법 먼길을 달려가야 하므로, 시간상 더 걸어가는 것을 멈추고 되돌아 내려간다.
초등학생들, 단체 관광객들이 여럿 지나간다. 여기가 꽤나 인기있는 코스인가 보다. 꼬맹이 녀석들이 300명 정도 지나가며, 공포의 '곤니찌와'가 시작된다. 한 10여분가량 내 옆을 지나가는 예의바른(?) 초등생들이 곁을 지날 때 마다 '곤니찌와(안녕하세요)'를 외쳐대는 통에 정신이 멍멍하다. 게다가 한 녀석이 목소리를 크게 외치면 장난기 발동한 옆의 녀석들이 더 크게 호전적(?)으로 외쳐대기도 한다. 일본 젊은이들이 패기가 없다고 누가 그랬던가. 순 뻥이다. 얘들을 보면 일본도 앞날이 창창하다. 이럴 때는, 행렬의 맨 앞에 학생회장이 서서 산꼭대기에서 야호를 외치듯 '곤니찌와~!'라고 크게 한번 외치고 '퉁'쳤으면 오죽 좋겠는가. 뭐 어쨌든 생기발랄한 녀석들 덕분에 고요하던 숲길에도 정신없는 발랄함이 가득하다.
고시키누마(五色沼)를 걸어보기로 한다. 고시키누마는 아홉개의 호수와 늪으로 되어있다.
오색늪이라는 이름 그대로 다섯가지 색의 연못을 보여준다고 한다.
주차장에서 탐방로를 향하는 도중의 길옆에는 경사도를 알리는 표식이 서있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사소한 배려가 돋보인다.
고시키누마에서 첫번째로 만나는 비사몬누마(毘沙門沼) 비취색을 띄고 있는 가장 큰 못이다.
비사몬누마의 우측으로 난 탐방로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옥빛의 못 주변으로 나무 깔판을 이어 놓은 탐방로가 지난다.
비사몬누마 뒷편으로 1,800미터의 반다이산이 훤하게 드러난다.
나무 깔판이 연이어 놓인 운치있는 길을 따라 고시키누마 속으로 들어간다.
길 옆, 나뭇가지 사이로 내비치는 신비한 옥색의 물빛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바닥이 다 드러나는 수면가까이로 큼직한 잉어들이 사방에서 보인다.
비사몬누마로 흘러드는 물줄기 또한 호수처럼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물 빛에 현혹되어 제대로 속력이 나지 않는 걸음을 슬금슬금 옮겨본다.
나무뿌리 하나에 네개의 줄기가 뻗어오른 요상한 형태의 나무가 탐방로 앞에 나타났다.
"아빠 하나에, 부인 둘, 아이까지 하나가 있네. 부인이 힘들었겠어~! 그치?"
"그러네, 그래. 호호호"
앞서 걷던 아주머니들이 큰 줄기 하나와 중간굵기의 줄기 둘, 그리고 가장 작은 줄기를 한꺼번에 뻗어올린 큰 나무를 가족에 비유하며 수다를 떤다.
그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다. 뒤 따르던 내가 웃음을 짓자, "아유 아줌마들의 수다라 미안하네~"라며 푸근한 웃음을 보인다.
졸지에 가족사 복잡한 존재가 된 문제의 나무.
연못이 잘 보이는 위치를 따라 전망소와 탐방로가 이어진다.
못 주변을 따라 걷던 길은 잠시 그늘진 숲길로 이어진다.
숲 그늘을 지나서면 다시 걸음 끝에 옥빛 수면을 만난다
다음 늪지를 향해 푸근한 산책길이 계속 이어진다.
각각의 못과 늪마다 고저 차이가 있어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의 흐름이 눈에 보일 정도다
늪지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어디건 맑은 바닥을 드러낸다.
비에 젖은 낙엽이 흙길 위에 떨어져 가을의 모습을 조금 일찍 드러내었다.
숲길을 기분좋게 걷다보면, 어김없이 신비한 물빛이 눈앞으로 나타난다.
이런 장소라면, 오래된 전설과 이야기들이 한 보따리즘 엮여있겠다.
뿌리를 드러낸 물길 옆으로 서있는 나무의 드러난 뿌리가 인상적이다.
그 앞에서 한참을 서있다 간다.
제법 경사진 지형인지 물길이 소리를 내며 흘러 지나는 곳도 있다.
고시키누마의 중간을 넘어선 곳에 위치한 벤텐누마에 도착했다.
늪지 어느 곳에서건 신비한 초록이 가미된 물빛이 보인다. 참 아름다운 물빛이다.
벤텐누마 주변을 둘러싼 숲과 멀리의 높다란 산세들 덕분에, 오지 어딘가에 와있는 것만 같다.
벤텐누마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나지막한 전망대.
늪지의 물길이 흐르는 곳에 세워져 있긴 하지만, 기둥을 세운 후 그 위에 전망대를 세워 물길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한 노력들이 보인다.
벤텐누마까지의 길을 걷고, 일정상 다시 주차장을 향해 되돌아 걷는다. 좁은 산책로를 따라 끊이지 않고 사람들이 오간다.
되돌아가는 길에 다시 나타난 아카누마. 붉은 못이라는데 물빛은 여전히 녹색이다.
고시키누마 탐방로에서도 조그마한 들꽃들이 새초롬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비슷한 위도의 우리나라와 별 다를바 없는 식생이다.
소나무가지가 운치있게 드리워진 길을 다시 지난다.
목조건물 아름드리 기둥 하단부를 맞닿는 주춧돌의 모양과 아귀가 맞도록 긁어내어 그랭이질 하듯이,
탐방로에 깔린 나무판에도 길에 놓인 돌모양에 그 끝을 맟추어 잘라놓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걷는 동안 내내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고운 물빛 위로 볕이 따사롭게 내리쬐인다.
화산분출물이 호수와 늪 속에 녹아들어 이런 신비로운 물빛을 나타낸다고 한다.
좁은 길을 따라 줄지어 탐방객들이 지나간다.
볕 좋은날, 아름다운 수면과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을 가까이 두고 느긋한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정성껏 놓인 나무깔판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면 속이 시원해지는 호수변의 길이 다시 나타난다.
첫번째 못인 비사몬누마로 되돌아왔다.
가장 넓은 못인 비사몬누마에는 보트로 구석구석을 돌아 볼 수 있다.
비사몬누마 전경. 보트 선착장으로 몰려든 1미터 크기의 잉어들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고시키누마를 지났던 기분좋은 도보가 이로서 끝이났다.
아름다운 물빛과 정성껏 정비된 고시키누마의 도보도를 걷고 주차장으로 되돌아오자, 가까이에 바이크가 한대가 주차해 있다. 짐 꾸러미를 보니 영락없는 바이크 여행자다. 고시키누마 주차장을 나서서 국도를 따라 남하한다. 지방도로와 115번 국도를 이어 달리자 아침에 출발했던 히바라호수 보다 10배즘 커 보이는 이와나시로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의 우측으로 절반정도 휘어 감으며 돌아가는 코스를 달린다.
바다처럼 보이는 시원스런 호반을 지나달린다. 넓어서인지 호수라기 보단 바다 같다. 아득한 멀리로 산줄기가 호수의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어느 한쪽이 트여서 바다와 연결되어 있을 것만 같다. 잠시 멈춰서 수면 가까이로 내려가 보니 파도가 장난 아니게 치고 있다. 거세게 바람도 불어오고 있다. 더더욱 바다 같다.
호반의 서쪽을 지나 남쪽으로 달려간다. 농토가 이어지는 길옆으로 별 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꽃이 피어있는 메밀 밭이 나타나고, 노오란 황금들녘이 드넓게 펼쳐진다. 엄청난 넓이의 평야가 호수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황금색으로 벼가 익은 들에서는 추수가 한창이다. 한국도 지금 즘이면 아마 추수 시기겠다. 황금들판 옆으로 난 도로를 여유롭게 달려서 이나와시로 호수를 둘러싼 산줄기를 넘어서 닛코시로 향한다.
고시키누마 주차장 인근의 방문자센터 건물 지붕 위로 파란하늘이 맑게 펼쳐진다.
어제의 빗길에 이어 극과 극의 날씨 체험이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짐이 가득 싣린 바이크가 가까이에 주차되어 있다.
고시키다이를 나와 반다이산 동측을 지나는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달려간다.
잘 익어 바람에 넘어진 황금색 논 위로 흰구름과 파란 하늘이 시원스레 열려있다.
남하하던 115번 국도가 이나와시로 호수에 도착했다.
호수를 일주하는 도로를 달리던중, 휴게주차장에서 우뚝 솟은 반다이산이 보인다. 후지산 모양의 활화산이다.
이나와시로 호수변의 도로를 달리다 말고, 호숫가로 내려가 본다.
호숫가로 밀려오는 파도가 바다수준이다.
거세게 부는 바람탓인지 하얗게 일렁이는 수면.
아득한 넓이와 밀려오는 파도 때문에 호수라기보다 바다처럼 느껴진다.
이나와시로 호수 동측을 달려 남쪽으로 향한다.
호수 남쪽으로 달려가는 도중, 길옆으로 꽃이 하얗게 핀 메밀밭이 나타난다.
인근을 둘러싼 부드러운 산세와 점점이 뿌려진 메밀꽃이 조화롭게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나와시로 호수 남쪽의 농경지. 광활한 황금들녘이 호수의 남쪽에서 펼쳐진다.
추수하는 논 가장자리에는 이렇게 볏단을 말리는 모습이 보인다.
호숫가를 달리는 도중 만난 공동묘지 인근의 나무.
왠지 관절을 꺽어가며 움직일것만 같은 나무다. 표면질감이 신기스럽다.
독특한 모습 때문에 나도 모르게 말을 건다. "손 내밀어봐. 손!"
이나와시로 호수 전경. 멀리 보이는 쌍봉은 반다이산.
보트가 매여져 있는 선착장으로 잠시 걸어나가 보기도 한다.
이나와시로 호수를 벗어나 남하하는 235번 현도길 도중의 정체모를 피라밋형 건축물.
농촌 마을 한가운데 이런 건물을 세우면 기분이 좋아지는지 묻고싶다.
235번 현도. 일본의 교통표지판은 이렇게 구부러진것들이 많이 눈에 띄인다.
일자로 서있으면 도로쪽으로 가깝게 되므로, 도로 바깥으로 살짝 구부려서 주행하는 운전자가 받을수 있는 압박감을 감소시키게 만들어졌다.
한가로운 시골길을 달려가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데, 멋드러진 나무까지 도로변에 나타난다.
1차선으로 줄어든 꼬불꼬불한 산길의 235번 현도를 달린다. 울창하고 음습한 삼나무 숲길을 한참 달려가자 오래된 신사가 원생림의 울창한 숲속에 위치하고 있다. 서 너사람은 둘러싸야 맞잡을수 있을 크기의 거대한 나무들이 신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고즈넉하면서도 음습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이 신사에 왠지 그들이 믿는 신의 분신정도는 있을 것 같다. 신사에 흥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자라고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의 분위기가 너무도 마음을 끈다. 잠시 스풋에서 내려 원생림의 나무 사이를 거닐어본다.
235번 현도를 따라 남하하는 도중 나타난 빽빽한 숲길.
울창한 삼나무 사이로 신사의 도리가 보인다.
도로는 1차선으로 좁아졌지만 음습하면서도 신비롭고 독특한 분위기의 길로 바뀌었다.
길옆으로 조그마한 폭포도 나타난다.
울창한 원생림 한가운데에 위치한 오키츠시마신사(隠津島神社)
오키츠시마 신사 주변을 둘러싼 원생림의 오래된 고목들은 신전의 기둥처럼 거대하게 자라있다.
오래된 고목들과 울창한 원생림 때문에 뭔가 숨어있을것 같이 느껴지는 신사다.
서 너사람이 팔을 둘러야만 맞잡을수 있는 굵기의 거대한 고목들.
높기도 무진장 높다. 재크의 콩나무 처럼 십여미터가량 쑤욱 뻗어올라간 나무들.
신사를 지나도 1차선의 한갓진 길이 이어진다.
원생림을 지나 고개를 넘고, 산간마을을 지난다. 안정된 도로 폭의 118번 국도가 나타났다. 계곡을 끼고 연이어지는 도로 위로 파란하늘과 계곡 옆으로 길게 이어지는 높다란 산들과 길옆의 노오랗게 물든 논의 풍경이 멈추지 않고 나타난다. 내륙은 시원하고 그윽한 해안선의 풍경과 같은 맛이 없고 답답할 것이라 짐작했었는데 오늘 달리는 길은 그렇지가 않다. 달리는 길 내내 눈이 편안한 내륙의 경치가 이어지고 높은 산들이 수시로 길을 뒤따르고, 협곡도 나타난다.
신사의 숲길을 지나 바뉴고개를 넘어서자 파란하늘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맑은 가을날씨의 풍경이 길 옆으로 지나간다.
그늘진 숲길을 한참 달려왔더니 더더욱 상쾌해 보이는 하늘이다.
산간마을의 가옥들을 지난다.
산간 마을 인근의 폭포도 구경하고,
가을분위기를 한껏풍기는 도로변의 코스모스도 구경하며 길을 따라 달린다.
118번 국도변의 농촌가옥. 일본 도심지의 집들은 오밀조밀하고 빼곡하게 지어지지만, 농촌의 주택들은 그렇지 않다.
널직하고 덩치있게 지어진 가옥들이 많다.
계곡사이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신나게 달려가는 내륙의 길.
수목이 멋드러지게 우거진 저수지가 길을 따라 나타난다.
118번 국도변의 농촌마을. 반듯하게 지어진 집들과 정갈한 분위기의 도로.
118번 국도는 이렇게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다.
제법 깊은 계곡 아래로는 며칠째 내린 비때문에 물이 콸콸콸 흐른다.
계곡과 계곡이 만나는 지형의 이런 다리를 건너왔다.
121번 국도로 바꿔 타고 남하하면 오늘 가고자 하는 닛코시에 닿는다. 깊은 내륙의 계곡을 가운데에 두고 121번 국도가 오른편으로 이어지고 왼편에는 산간마을을 따라 지방도로가 이어진다. 화물차들이 많이 오가는 국도를 피해 계곡을 건너 지방도로를 따라간다. 구불구불 좁은 길이긴 하지만, 지나는 마을의 풍경과 아무때나 멈춰서도 시원스레 보여지는 계곡지형의 풍경덕분에 눈이 심심치 않은 도로다. 347번 현도를 따라 높다란 지붕의 농가가 주욱 이어지는 길을 달리다가, 잠시 멈춰서서 뒤돌아 보이는 계곡 뒷 편의 산세들을 즐기며 느긋하게 길을 간다.
10여 킬로미터 정도 달리자 121번 국도와 347번 현도가 합류한다. 마을을 지나는 도중 보이는 편의점에서 오늘 먹거리를 사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 30분이다. 아직 닛코까지는 80km가 남아있는 상태다. 오후 내내 달려왔더니 정차 시 스풋의 엔진소리가 불규칙하다. 주행도 일정시간 정기적으로 쉬어가면서 해야 하는데, 달리다보면 그것도 생각만큼 잘 이행되지 않는다. 지도를 보니 앞으로 산길이 한동안 이어지고 있다. 인근에서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넣고 산을 향해 121번 국도를 따라 달린다. 해발 850미터 고개 아래를 지나는 터널을 지나서자, 현경계가 후쿠시마현에서 도치기현으로 바뀐다. 오후 4시를 넘어서면서 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 잠시 멈춰서서 있는데로 옷을 껴입고 다시 출발한다.
118번 국도를 타고 오다가 닛코시를 향하는 121번 국도를 만났다.
121번 국도는 가운데 깊은 계곡을 두고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진다. 차량통행이 제법 많은 길이라 계곡을 건너 지방도로를 따라 달려가기로 한다.
계곡건너편으로 121번 국도와 동일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347번 지방도로. 이렇게 조그마한 마을을 하나씩 통과하며 길이 이어진다.
농가의 보관창고가 집집마다 세워져 있다. 뭔 창고에 이렇게 위엄이 넘치나 모르겠다.
마을과 마을사이의 숲길. 이런길만 나타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숲이 가진 힘일테다.
347번 현도를 따라 남하를 계속하자, 역을 지나는 열차가 지나간다. 기찻길도 국도와 마찬가지로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져있다.
121번 국도의 통행하는 차량들을 피해 달려가고 있는 347번 현도.
347번 현도가 고모초의 다지마 마을에서 121번 국도와 합류한다.
이제는 이 도로를 따라 닛코까지 주욱 남하하는 코스다.
산악지대로 올라가는 도로를 달리기 전, 기름을 가득히 넣고 다시 오르막길을 따라 오른다.
이카리댐 상류의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변의 경치가 제법 좋은 편이지만, 해가 떨어지고 어둑해지고 있어서 잠시도 멈추지 않고 속력을 올린다. 댐을 지나자 가와지 온천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외곽의 도로를 따라 마을을 지나가야 하는데, 이정표가 이상해서 마을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다시 돌아 나와서 121번 국도를 다시 이어 달린다. 닛코까지 이어지는 121번 국도는 에도시대 코카이도(五街道)의 하나인 닛코카이도(日光街道)라는 이름이 현재에도 붙어있다. 닛코 시가지가 가까워져서인지 해가진 저녁시간에도 차량 통행이 점점 많아진다. 다행히 계곡의 길을 벗어나 시가지가 가까워 질수록 차갑기만 하던 대기도 조금씩 훈훈해지고 있다.
121번 국도를 따라 산길을 한참 달려오자 이카리댐이 나타난다.
댐상류의 도로도 제법 풍경이 좋은 곳이 많지만 어둑해져가는 터라 멈추지 않고 달려간다.
이카리댐. 닛코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있는데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었다.
닛코 시가지를 향하는 도로대신 77번 현도를 따라 키누가와 강변의 캠핑장을 찾아 나선다. 어두워진 저녁나절이라 길에서 간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유심히 길을 살피며 달려가자 캠핑장 간판이 어둠속에서 보인다. 가정집과 사무소를 겸하고 있는 가설주택에서 접수를 하고 커다란 나무 아래에 텐트를 친다. 며칠째 제대로 씻지를 못한터라 인근의 노천온천을 찾아간다. 400엔의 저렴한 비용으로 텅텅 비어있는 늦은 저녁의 노천탕에서 여유있게 씻고 나자, 온몸이 노곤하다.
덜 마른 머리카락을 밤바람에 휘날리며 스풋을 타고 캠핑장으로 다시 향한다. 자연풍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자니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상쾌하다. 잠시 고개들어 하늘을 보니,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혹시 내일도 비가 내리는 건 아닐까. 기분좋던 상쾌함이 순식간에 불안함으로 바뀐다. '닛코를 보지 않고 멋있다고 말하지 마라'던 속담 속의 그 닛코에 들어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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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지 : 넨넨오토캠핑장
- 1,000엔
- 화장실, 취사장, 샤워, 인근에 노천온천있음.
* 주유 : 662엔
-반다이고원 안내 : http://www.jafnet.co.jp/jkplaza/kanko/japan/54bandai.htm
* 이동거리 및 경로 : 200km
히바라호수, 코타카모리 오토캠핑장(후쿠시마현) → 이나와시로 호수 → 고시키누마 → 이카리댐 → 닛코, 넨넨오토캠핑장
큰 지도에서 스쿠터일본일주-47일차 경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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