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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나서다/스쿠터일본일주

[스쿠터 일본가다] 43일차, 또 다시 위험천만한 빗속을 달리다.








어제와 비슷한 시간인 다섯시 반에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허리가 좀 아프다. 똑바로 누워서 자면 허리가 불편해서 한자세로 가만있기가 어렵다. 그래서 밤새 옆으로만 누워서 잤다. 시코쿠를 걸은 후로는 허리가 아파서 오래 누워있기 힘든적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줄창 바이크 위에만 앉아 있다보니 허리근육이 약해진 듯 하다. 오래전 디스크로 고생했던 악몽같은 시간들이 다시 스믈스믈 떠오른다.

 

1m 50cm 정도 높이의 담이 둘러싼 취사장 안에 쳐놓은 텐트의 내부는 어제 머물렀던 해변캠핑장에 비해 훨씬 포근하다. 바람이 들이치지 않아서 추위에 깨지도 않은채 포근히 밤과 새벽을 보낸 셈이다. 벌써 가을이다. 9월말이 다 되어간다. 스풋의 첫 시동을 걸고 집을 나설때는 여름의 한가운데였는데, 길 위에서 한 계절을 보내고 가을이 되었다. 비슷한 위도의 일본 서쪽해안을 지났던 지난달에는 흐르는 땀이 멈추지 않았고, 더위가 가득 찬 텐트 속에서 잠들기 직전까지 엎치락 뒤치락 했었건만 벌써 추위를 걱정하고 있다. 낮 동안에도 오후 3시만 넘어가면 바이크 위에서는 벌써 쌀쌀해지고 있다. 그늘진 숲길을 10분만 달려도 온몸에 한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날씨가 되어버린게다.

 

토요일인 오늘, 비만 내리지 않는 다면 도로 위에도 라이딩을 즐기러 나온 바이크들이 가득 하겠다. 6시가 조금 넘은 아침, 어둑한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불안한 상태의 날씨다. 짐을 다 싸고, 텐트를 손본다. 어제 편의점에서 사두었던 비닐테이프를 조금씩 금이 간 텐트 폴대에 돌돌 감아서 재차 보완을 한다. 실금이 가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시 감고, 그 위에 케이블타이로 다시 동여맨다. 튼튼하게 하고 싶은 욕심에 자꾸만 테이프를 감다보니 손가락 반 만하던 폴대의 굵기가 손가락 만한 두께로 변해버렸다. 아침부터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로 봐선 미리 텐트를 손봐놓지 않으면 자다가 날벼락을 맞을 것 같다. 1시간여 걸쳐서 텐트를 손보고 나자, 하늘의 구름은 여전히 검다.

 

비가 올듯, 말듯 하다. 바람이 굉장히 쎄게 불어서 주변의 나무들이 휘청일 정도이다. 길 위에서 지금껏 만났던 바람의 세기 중에서는 가장 강한 듯 하다. 출발 직전 관리인 아저씨가 나타난다. 어제 만난 아주머니는 일과시간 이후에만 접수를 받고 관리는 이 아저씨가 하고있다. 대화를 잠시 나누고, 혹시 오늘 비가 오는지 일기를 물으니 태풍이 남쪽에서 오고 있단다. 그래서 비가 강한 바람과 함께 올거란다. 헐, 태풍. 하얀 눈만 만나면 사계절의 흔적을 이번여행에서 다 만나는 셈인가.





금이간 텐트 폴대를 재차 손보기 위해 비닐테이프와 케이블 타이로 손상된 부위를 감는다.

감다보니 손가락 굵기 만큼이나 감아졌다.



폴대가 연결되는 부분이 주로 약해졌다. 1시간에 걸쳐 손질을 완성한 텐트 폴대



거리계가 2,000킬로미터를 가르킬때부터 시작된 여행이 어느새 1만킬로미터가 넘었다.



타이어를 점검해보니 앞 타이어는 아직 여유가 있다.




뒷 타이어가 제법 많이 닳은 상태다. 엊그제 빗길에서 커브길 주행시 미끄러지던 느낌이 나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나보다.

얼마지나지 않아 교체해야 할 것 같다.



어제밤 머무른 네바마해안 캠핑장. 비가 내릴까봐 취사장 안에서 텐트를 치고 잤다.

나지막한 벽이 둘러싸고 있어서 바람을 잘 막아 준 곳이다.



네바마해안 캠핑장 전경. 성수기가 지나간 뒤라 사용자가 없다.




일단 출발한다. 하늘을 덮은 두터운 구름과 거센 바람만 아니라면 아름답게 빛났을 바다가 무섭고 검게 일렁이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 탓에 주행 중인 스풋이 휘청이기도 한다. 해수욕장 해안을 지나 45번 국도로 다시 되돌아 나간다. 어제에 이어 45번 국도를 따라 달린다. 바람 탓에 조금 춥긴 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서 달릴만하다. 출발 전 타이어를 점검하면서 보니, 뒷 타이어가 많이 닳았다. 그저께 빗길에서 커브를 돌때 미끄러지는 듯한 느낌이 났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나 보다. 센다이를 통과 할 때 즘 상태를 다시 한번 점검해서 교체를 해야 할 것 같다. 커브길을 달릴때는 최대한 속도를 줄여서 주행을 한다.

 

국도를 20km 가량 달려가자 도로공사로 인해 편측 통행 중이다. 5분 정도 기다려 반대차선에 있던 차량들이 일정량 지나가면 다시 반대쪽 차선의 차량들이 통행하는 방식이다. 이런식의 공사가 일본의 국도에서는 지금껏 무수히 많았다. 사람이 직접 깃발을 들고 통제하기도 하고, 이동식 신호기가 세워져 빨간불 파란불을 번갈아 밝히며 차량의 통행을 유도하기도 한다. 신호등을 이용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본적 없는 생소한 편측통행의 모습이다. 또 한 가지 일본에서 잘 볼 수 없는 것은 속도방지턱이다. 마을 초입이든, 학교 앞이든 우리나라 도로에서는 심심찮게 만나는 볼록이(속도방지턱)가 일본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래도 알아서 다들 정해진 속도로 지나간다.




캠핑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네바마해안의 방풍림



바람탓에 파도가 일기 시작하는 네바마해안. 하늘도 거뭇하고 구름이 덮여있다.



45번 국도변에서 보이는 대형 관음상.



45번 국도변 해안마을. 캠핑장에 도착하기전까지 줄곧 내리는 비때문에 오늘의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편측통행으로 인해 멈춰서 있는 도중, 빗방울이 떨어진다. 일단 신호대기를 지난 후, 갓길에 바이크를 세우고 우의를 입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상의만 입고 4km 정도 달려가다가, 굵어진 빗줄기에 다시 멈춰서서 급하게 비옷 하의까지 입는다. 슬슬 손이 젖어오고 신발이 질퍽해진다. 지난주 내내 겪어온, 정해진 수순 같은 빗길주행이다.

 

카마이시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장마의 한가운데 같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온몸이 차가워진다. 오늘 예상했던 인근 반도의 해안도로를 달리려던 코스를 모두 포기하고 45번 국도만 따라 달려간다. 속도를 20km정도로 아주 낮춰서 가면 빗줄기도 맞을만 하지만, 그보다 높이면 달리기가 좀 힘들다. 그래도 일반도로에서 너무 저속으로 달려 갈 수 만는 없어서 시속 50km를 유지하며 천천히 달려간다. 차량에 비해 느린 속도탓에 모든 차량들이 나를 추월해가며 튕겨내는 빗물이 앞으로 날아든다. 이 와중에도 바이크 라이더가 2명 보인다.

 

오후나토시의 시가지 영역으로 들어서면서 45번 국도는 자동차전용의 바이패스 도로와 시내를 가로질러가는 일반국도로 나뉜다. 보통 때 라면 125CC이하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제한을 무시하고 스로틀을 최대한 댕겨가며 바이패스도로를 지나갔겠지만, 오늘은 엄청 내리는 빗속이라 속도를 올리기에도 부담스럽다. 구불구불한 일반 국도를 따라 속도를 올리지 않고 달려간다. 제법 높은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을 달리는 도중, 큰 나무가 한그루 보인다. 잠시 그 가지그늘 아래에서 쏟아지는 비를 피하며 잠시 쉬어간다. 손발이 너무 차고 굳어있다.

 

지도를 꺼내서 확인해 보니, 여기서 10km지점에 캠핑장이 있다. 빗길 주행을 그만하고 오늘은 그곳에서 머물고 갈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이왕 비에 젖은 것, 오늘은 달리는 거리수를 좀 늘려보자 싶다. 요 근래는 비 때문에 조금씩 밖에 이동을 못하고 있다. 나무그늘아래에서 쏟아지는 비를 잠시 피하며 쉬고 났더니 손이며 발에 온기가 돌아온다. 글러브를 낀 손으로 핸들 그립을 움켜잡으면 장갑에 스며든 빗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다행히 상의와 하의에는 비가 스며들지 않았다. 다시 빗길 속으로 출발한다.

 

오후나토 시가지를 지난다. 만으로 둘러 쌓인 아름다운 항구도시이다. 줄곧 쏟아지는 비만 아니라면 사진에도 담고, 잠시 포구길도 둘러 보면 좋겠지만 여유를 누릴만한 날씨가 아니다. 아까운 시선을 인근의 바다를 향해 잠깐잠깐 던져주고 빗길 속을 이어 달린다. 리쿠젠타카시를 지나고 게센누마시가 나타났다. 도로변에 세워진 온도표시기에 따르면 오늘의 기온은 산길에서는 11도, 지금은 12도이다. 조금 더 있으면 늦가을이 될 기온이다. 터널을 통과 할 때가 가장 따스한 순간이다.

 

게센누마시를 지나며 처음만나는 터널을 통과하는 도중, 헬멧 쉴드(안면 보호용의 투명한 플라스틱 커버)에 온도차로 인해 성에가 뿌옇게 생겨난다. 시야가 불량해서 쉴드를 걷어 올리고 지나간다. 다시 2km정도 지난 지점에서 터널이 시작된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생기는 뽀얀 성에 때문에 이번에도 쉴드를 한 손으로 걷어 올린다. 그런데도 갑자기 앞이 하얗게 흐려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뿔사, 앞서 걷어올린 쉴드 때문에 끼고 있던 안경에도 성에가 뿌옇게 끼어 버린 것이다. 전혀 앞이 보이지 않고, 그 때문에 중심을 잡기가 힘들다. 게다가 나는 안경을 빼면 1미터 거리의 얼굴도 알아보기 힘든 저시력이다.

 

앞이 안보이니 균형감각도 사라져서 바이크가 비틀대기 시작한다. 두 손으로도 겨우 중심을 잡은터라 한손을 들어올려 안경을 닦으면 곧장 넘어질 상황이다. 비틀비틀대는 몇 초간 오만생각이 다 지나간다. 정신을 다잡은 후, 비상등을 켜고 브레이크를 천천히 잡아당기며 두 다리를 지면가까이로 내린다. 발을 슬슬 끌면서 터널 가운데에서 무작정 스풋을 세운다.

 

터널입구에서 10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멈춰섰다. 다행히 뒤따라오던 차량들은 나를 우회해서 피해가고 있다. 재빨리 젖은 손으로 안경을 문질러 닦고 주변상황을 보니 멈춰선 곳이 갓길도 아니다. 도로 갓길(갓길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좁다)에서 50c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엉거주춤 비스듬하게 바이크를 멈춰 세운 것이다. 여전히 캄캄한 터널 안이다. 뒤쪽에서는 끊이지 않고 차량들이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멈춰서고 나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쉬어지고 온몸의 힘이 쭈욱 빠져 나가는듯 하다. 다시 갓길로 바짝 스풋을 붙여 세우고, 안경과 실드를 제대로 닦아낸 다음 다시 터널을 빠져나온다.

 

이전 터널에서 쉴드를 열고 달리면서 체온 가까이에서 항온을 유지하던 안경렌즈의 온도가 식으면서, 두번째 터널에서 만난 따스하고 습한 공기때문에 순식간에 성에가 끼었던것 같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비오는 날은 아무래도 콘텍트렌즈를 끼는 것이 안전에는 여러모로 유리하겠다. 그전에 비오는 날은 되도록이면 바이크로 주행하지 않는 것이 더 좋겠지만.

 

터널을 빠져나와 10여 분간 더 달리자 추위 때문인지 왼쪽 팔이 쩌릿쩌릿하다.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다. 딱 얼어죽기 알맞은 빗속의 주행이다. 긴 바지(여름용 반바지와 얇은 바지만 가져왔다)와 두꺼운 자켓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든다. 마침 시내를 지나는 길에 의류마켓인 시마무라가 보인다. 스풋을 세우고, 비 내리는 주차장의 한 켠에서 물기가 줄줄 흐르는 젖은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우의도 벗고 마치 논메다가 온 것 같은 엉거주춤한 상태로 쇼핑몰 건물로 들어선다.

 

모든 사람이 다 쳐다본다. 젖은 바지는 걷어 올리고 시퍼런 플라스틱 슬리퍼에, 습기와 헬멧으로 떡진 머리 상태에 물이 뚝뚝 떨어지는 비옷을 손에 들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겠다. 추워죽지 않으려고, 이곳에 들어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랑곳없이 진열대 사이를 헤집는다. 둘러보니 두꺼운 옷은 패딩조끼가 전부다. 게 중 가장 두툼한 패딩조끼를 하나 집어들고, 긴 기장의 카고 바지를 같이 골라서 건물을 나온다.

 

비를 맞지 않고 건물 내에 있었더니, 차가웠던 몸도 좀 녹아서 살만해졌다. 손발도 온기가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내리던 비도 잠시 소강상태다. 다시 주차장에서 새로산 패딩조끼를 안에 입은 후, 젖은 신발과 우의를 다시 껴입고 완전무장(?) 후 출발한다. 젖은 손으로 주유도 한 다음, 지금껏 따라오던 45번 국도를 타고 달려간다. 가장 가까운 국도변의 캠핑장 까지는 35km정도 남아있다. 일단 오늘은 그곳에서 멈추기로 마음먹는다. 느리게 다시 시작되는 빗속을 달려가는 터라 30킬로미터 가는데도 40~50분은 걸린다.

 

여러 개의 튀어나온 반도가 해안선을 따라 주욱 이어지고, 곳곳에 떠있는 작은 섬들이 보이는 해안 지형을 지난다. 빗속에서 멈추지 못하고 지나가기만 하는 해안선의 풍경은 안타까울 정도로 멋지다. 뭐 어쩔수 없다. 마음 먹은대로 뭐든 될 수 만은 없는거다. 줄창 내리는 비때문에 사진 한 장도 남지 않는 날이다. 한참을 달려 오들오들 떨면서 미나미산리쿠초의 헤이세이노모리 공원에 들어선다. 드디어 오늘의 빗길은 여기서 끝이다. 벌써 오후 세시다. 점심은 여태 거르고 달려왔지만, 따질 겨를이 없다. 밥이고 뭣이고 얼어 죽지 않고 도착한 것 만으로도 다행이다.

 

공원관리사무소를 찾아 들어갔더니 오늘은 비 때문에 캠핑장 사용이 안 된단다. 어이가 없다. 무슨 놈의 캠핑장이 비 때문에 사용을 못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대체 이늠의 캠핑장은 눈 비오는 날 빼고 일 년에 몇 번이나 사용하려는 건가 싶다. 문의사항에 대해서도 건성건성 대답한다. 망할! 할 수 없이 돌아서서 나온다. 다음 캠핑장은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곶에 있다. 일단 공원 입구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서 먹거리를 준비한다. 마침 비는 다시 소강상태다.

 

다시 다음번 캠핑장을 향해 달린다. 비가 그친 상태라 속도를 좀 올려본다. 쭈욱 뻗은 해안도로가 이어지는 398번국도로 옮겨탄다. 해안선이 여전히 유려해서 잠시 멈추고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본다. 왠걸, 카메라 밧데리가 방전이다. 예비 밧데리 마저도 방전이다. 오늘은 사진과 인연이 없는 날이다. 20여분 더 달리자 바람이 거세게 부는 송림사이로 카미와리자키곶 캠핑장 사무소가 보인다. 다행히 이곳은 개장중이다. 접수를 하러 들어간 사무소에서 달려오는 사이 굳어버린 손이 볼펜을 잘 쥐지 못하자, 직원아가씨가 따스한 차를 한잔 내어준다.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워 활짝 웃으며 고마움을 전한다.


비로 땅이 젖은 평지의 잔디밭을 피해 구석진 곳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취사장 안에 텐트를 설치한다. 요새는 취사장과 너무 친하게 지낸다. 잠시 바이크의 시거잭에 연결해서 카메라 밧데리를 충전시킨 다음, 카메라를 둘러메고 인근의 카미와리자키곶으로 향한다. 이미 비는 그쳤고 바람만 거세게 불고 있다. 1km 정도 떨어진 곶에 도착하자 몰아치는 바람과 엄청난 크기로 밀려와 해안으로 부딪히는 파도가 바로 앞에서 보인다. 물보라가 부서지는 소리에 정신이 얼얼할 지경이다. 머리가 젖어 헬멧을 벗어둔 채 스풋을 끌고 왔는데, 전망을 즐기던 전망소 아래로 순찰하던 경찰차가 지나가다가 말고 멈춰선다. 비오는 어슥한 해질녁에 시커먼 옷입은 늠이 외딴데 서있으니 이상했던가 보다. 아랫쪽에서 잠시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를 쳐다보더니 그냥 간다. 다행이다. 헬멧미착용으로 걸릴뻔 했다.




카미와리자키곶 캠핑장 내부에서 보이는 해안풍경. 캠핑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 해변이다.



캠핑장 끝을 향해 걸어나가면 이런 바다풍경을 만난다. 

파도가 거세게 일어 텐트 속에 들어가 있어도 쏴아아 하는 파도소리가 하루종일 들려온다.



짐을 풀어놓고 나니 비는 완전히 그친 상태다. 스풋에 올라타고 캠핑장에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카미와리자키곶 전망대로 향한다.

인근의 바다는 태평양으로부터 몰아치는 파도가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해안 암반으로 둘러싸여 십자모양의 공간이 만들어진 해안에도 거센 포말이 부서지고 있다.

눈 앞까지 튀어오르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 요란한 소리와 거칠은 움직임에 머릿속이 멍해질 정도이다.



해안암반 사이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무섭게 파도가 밀려온다.



카미와리자키곶 끝의 작은 포구도 높아진 파도에 잠겨들었다.



태풍이 밀려오면서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던 하루, 무섭게 높아진 파도 위에서도 노을은 아름답게 물들어간다.



캠핑장으로 되돌아와서 샤워장으로 향한다. 200엔을 넣자 따슨물은 어디로 실종되고 찬물만 좌아악 쏟아진다. 낮 동안 어찌나 한기에 떨었던지 차가운 수돗물이 미지근하게 느껴질 정도다. 씻고 다시 텐트로 돌아가는 도중, 관리인 아저씨가 내 텐트 쪽 방향에서 부터 걸어오다가 세워놓은 바이크의 주인이냐고 묻는다. 맞다고 했더니 텐트는 어딨냐고 되묻는다. 비 때문에 피해 들어간 취사장 안쪽에 텐트가 세워져 있어서 못봤던 모양이다. 바이크만 있고 사람이 안보여서 걱정했었단다. 취사장 안에 불을 좀 켜달라고 요청하자, 잠시 후 직접 찾아와서 차단기를 올려준다.

 

몸을 말리고 밥을 먹은 후, 젖은 옷가지와 신발들을 빨랫줄에 널어놓고는 텐트 속으로 들어간다. 침낭을 푸욱 뒤집어쓰고 편안히 누워있자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 빗속을 주행하며 하루 종일 달려오던 그 길 위에서는 온갖 것들이 불평스럽더니, 이제는 안락하다. 이 한 평의 공간이 이리도 따스하다니. 이 정도면 길 위에서의 삶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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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지 : 카미와리자키곶(神割岬) 캠핑장

  - 900엔/1박

  - 화장실, 취사장, 샤워실, 방갈로

  - 정보사이트 : 캠핑장 정보사이트 링크


* 주유 : 591엔


* 이동거리 및 경로 :  125km

   네바마해변 캠핑장(카마이시시)  → 게센누마시 → 가마이시   카미와리자키곶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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