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설캠프장에서 눈을 떴다. 국설이라는 말이 국립이라는 뜻인것 같다. 그래서 사용료도 싼것일게다. 어제 낮에 제법 걸음을 많이 걸었던 것이 고단했던지, 밤 9시 부터 내리 잠들었다가 오전 5시 10분에 눈이 떠졌다. 무료인 근처의 노천온천에 뜨끈하니 몸이나 담그러 갈까 하고 나갔더니 5시에서 6시까지 청소시간이라 써붙어있다. 쭐레쭐레 슬리퍼를 끌면서 텐트로 되돌아와 못다쓴 일기를 이어서 쓴다. 1시간이 후딱지났다.
근처 2~3미터 거리 뒷쪽에 다른사람들이 쳐놓은 텐트가 가까이 붙어있다. 그 탓에 기침소리, 비닐 부시럭대는 소리를 포함하여 온갖소리가 하나하나 전부 들려 온다. 약간의 거리 스트레스가 생겨난다. 가까이 붙어서 자라는 나무들은 수간(나무사이의 간격)스트레스 때문에 서로 반대방향으로 휘어져 자란다고 했던가. 사람도 별반 다를바 없는 것이다. 너무 가까워지면, 서로를 갉아대는 상황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관계에 있어서 적절한 간극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관계의 핵심일지도 모를 일이다.
어젯 밤에는 어두워져서야 이곳에 도착한 터라, 대충 보고 아무곳에나 텐트를 쳤었다. 날 밝은때, 적당한 장소에 위치선정을 잘해서 텐트를 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든다. 씻고 아침대용으로 사놓은 빵과 우유를 먹고 길을 나선다. 8시다. 여성라이더 2명이 나보다 먼저 늦게 짐을 꾸리더니 훨씬빨리 출발을 해버렸다. 내가 꾸물거리는데는 일가견 하는 탓이다.
라우스국설야영장
어젯밤만 해도, 8대의 바이크가 주차장에 있었는데, 내가 출발하려고 하는 지금은 4대만이 남아있다. 엊저녁 관리인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눌때 들었던 마을안의 동전세탁소를 찾아간다. 사나흘째 빨래를 못해서 티셔츠며 속옷이 바닥났다. 스풋을 몰아 천천히 마을길을 지나자, 라우스마을 미용실 옆의 조그마한 공간에 코인란도리가 보인다. 문을 열고 막 들어선 찰나, 할아버지 한 분이 들어오신다. 그 할아버지와 나는 얼추 비슷한 시간을 세탁기 앞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그 사이 담배를 바깥에서 한대 태우며, 스풋의 번호판을 본 그가 먼저 말을 건넨다. 어디서왔느냐, 어떻게 왔느냐 등... 익히 들어오던 질문들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분은 효고현에서 부터 페리로 차를 싣고 훗카이도로 여행을 오신 분이다. 사방을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시는 어르신들과 은퇴여행자들을 훗카이도의 길 위에서 많이 보아온 터라 색다르게 생각들지는 않는다. 어제는 시레토코반도를 둘러보는 그 비싼 유람선을 타셨단다. 3시간 소요되는 유람선이 8,000엔이란다. 으악 소리가 절로난다. 나는 긴축재정에 돌입한 터라 그런 호사스러움은 생각도 못하고있다. 그 유람선 위에서 보이는 시레토코반도의 경치는 기대이상으로 좋았으며, 절벽 위를 지나가는 곰도 보았다는 이야기를 옆에 앉은 내게 해주신다. 듣고보니 그건 좀 부럽긴하다.
야영장 주차장에 세워진 바이크들. 여전히 스쿠터는 나 혼자다.
일본 전도를 꺼내어 천천히 훑어보니, 앞으로 가야할 일본 혼슈의 동부해안이 지나왔던 서부해안선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 예상한 시간보다 얼마나 더 걸릴지 약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이다. 타이어 교환은 시모노세키 즈음에서 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게다가 어젯밤, 아버지가 보내신 문자메세지에는 추석에는 집에 돌아올수 있냐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왠지 모르게 압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가지 문제들이 갑자기 떠오르고, 되돌아 달리는 동선에 대한 희미한 계획들이 자꾸만 불만스럽게 느껴진다.
1시간 가량을 동전세탁소의 조그마한 공간에 앉아서 보낸다. 책을 읽다가, 문득 일정에 대한 의문에 지도를 다시 꺼내들었다가를 반복한다. 다 내려두고 잠시 서성이면서 이리저리 살펴보니, 벽에 인터넷 카페에 대한 안내지가 조그맣게 붙어있다. 음료 하나에 인터넷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접속도 할 겸, 메일확인도 할 겸 가보기로 한다. 세탁과 건조가 끝난 빨래를 개켜넣고, 잠시 함께 했던 할아버지께도 인사를 하고 인터넷카페를 찾아 나선다.
벽에 붙어있던 안내문에 표시된대로 마을 우체국 근처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카페가 보이질 않는다. 결국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길을 물어보니, 반대쪽 방향이란다. 우체국이 반대쪽에도 있다. 부리나케 바닷가쪽 방향으로 내려가 보니 '시레토코 구락부'라는 카페가 보인다. 문을 열고 조심스레 들어서 보니, 테이블 두 세개와 벽면에 컴퓨터 2대가 놓여있다. 컴퓨터에 붙은 안내문을 보니, 드링크 1개 주문에 1시간 인터넷 사용가능이라 붙어있다. 독특한 곳이다.
한글이 되는지를 물으니, 여주인은 전혀 모르는 눈치다. 입력설정에서 한국어를 추가해서 직접 셋팅을 하고 오래간만에 인터넷에 접속한다. 1달 가량 비어있던, 외진 곳에 만들어진 내 블로그에는 대여섯명의 방문객들이 댓글을 남겨놓았다. 역시 변방의 블로거이다. 시코쿠순례에 관련된 질문에 댓글을 달고, 포스팅을 한다. 어제 들렀던 시레토코반도의 풍경에서 몇가지를 골라 올린다. 이웃블로그에도 잠시 들러 안부인사를 남긴다. 다들 새로운 글들과 소식이 한가득 포스팅되어 있다. 찬찬히 음미해보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
주문한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 들이마시며, 얼음을 씹어먹다가 대체 이게 무슨 행위일까 하는 의문이든다. 나는 왜 기필코 사람 몇 들지도 않는 인터넷 공간에 접속을 하려고 하는 걸까.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원해서 일까. 그도 아니라면 공간 하나, 지구 위에 구축하는 것이 필요해서 일까. 지금껏 자연과 우주에 연결된 여행을 마음껏 즐기고 있음에도, 끝끝내 인터넷까페를 찾아서 글을 올리는 행위는 가치를 누군가에게 인식시키는 일, 그로 인해 비슷한 가치관의 관계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도 모르게 쫒고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세상의 한 부분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내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그 형태가 내겐 굉장히 부담스러워서, 그 흔한 동호회며 인터넷까페에도 가입을 하지 않을 정도로 사람 많은 어딘가에 포함되는 것을 지독히 싫어하는 나이지만, 연계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내 본능은 어쩔수 없는 것인가 보다.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사이, 동네아저씨가 지나가다가 바이크에 묶어 놓은 짐에 까마귀가 난리를 치고 있다고 들어와서는 알려주고 가신다. 후다닥 나가보니, 좌석 아래에 쑤셔넣어 두었던 물통케이스를 까마귀가 꺼집어내어서 땅바닥에 던져 놓았다. 참 이녀석들은 어딜가나 골치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인간들 사이에서 살아남기위해 그들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한 결과이겠거니 싶기도 하다.
까마귀 소식에 바깥으로 함께 나왔던 주인아주머니가 조그만 스풋이 귀엽다며 사진을 찍고 싶단다. 흔쾌히 그러시라 말씀드리고는 내 블로그에 올려 놓은 제주의 아름다운 사진들과 한국에서 찍은 스풋의 사진을 보여준다. 서둘러 인터넷을 이용하여 이런저런 확인을 한 후, 시간을 보니 11시가 넘었다. 이곳에서 머무른 시간이 1시간이 훌쩍 넘어선것이다.
시레토코구락부(인터넷카페)
시레토코구락부 내부. 시간이 충분하다면 해질무렵 간단한 맥주 한 잔 앞에 두고 내부를 천천히 둘러봐도 재미 날 것 같은 좁은 공간이다.
인터넷으로 볼일을 끝내고 소지품을 급하게 챙겨 나오느라 음료비용 지불을 잊어먹고, 그냥 나오는 내 등뒤로 주인아주머니가 "손님, 계산은?"이라며 불러세운다.
본의 아니게 계산하지 않고 도망가는 불청객이 될 뻔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통에, 오늘 오전에 가야할 거리를 완전히 날려먹은 셈이다. 어쩐지 일정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놓인 길을 달리는 것도 여행이고, 멈춰선 자리에서 잠시 머무르는 것도 여행이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주섬주섬 카메라며 소지품을 챙겨들고 인터넷카페를 나선다. 마을에서 빠져나간 후 오른쪽으로 향하는 길은 훗카이도의 남쪽으로 달려가는 길이고, 왼쪽은 시레토코 반도의 동쪽해안 방향이다. 시레토코방향의 도로는 완전히 순환되는 길이 아니라 22km 지점에서 길이 끊긴다. 끊기는 길이지만, 한번 가보기로 한다. 끝이 있다면 어떨까, 끝이 나는 부근의 풍경은 또 어떤 분위기일까 궁금해진 탓이다.
마을길과 해안도로를 이어달리자, 시레토코 국립공원영역이 다시 시작된다. 서있는 곰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를 지나치고 도로 바로 옆의 높다란 바위산으로 부터 시원스레 떨어지는 폭포를 지나기도 한다. 무료온천이 바닷가에 나타났다. 정오가 다 된시간. 아무도 없는 몽돌밭 가운데의 허름한 푸른 움막 안으로 들어가자, 40~50'C는 됨직한 뜨거운 물이 몽돌해안 가운데에 고여있다. 바닥에서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오는 천연온천이다. 신기한 광경이다.
양말을 벗고 잠시 발을 담궈 보자, 너무 뜨겁다. 오래동안 담그고 있기가 힘들정도다. 움막집의 가운데는 나무벽이 쳐져있고, 반대쪽은 여탕이다. 정오의 시간이긴 하나,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물을 보고 있자니 그냥가긴 아깝다. 옷을 홀랑 벗어던지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으메... 익겠다. 정말 뜨겁다. 채 5분을 못 앉아 있겠다. 재미난 체험이다. 훗카이도라서 가능한 일일테다.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고 스풋의 안장 위에 올라앉자 온몸이 나른한 것이 헤롱헤롱한 기분이다. 뜨거운 볕아래, 뜨거운 온천을 즐겼지만 기분은 좋다. 공짜의 영향도 분명히 좋아진 기분에 일조했을것이다.
라우스마을에서 시레토코 반도를 방향으로 달려보기로 한다.
텐구이와가 길옆의 해안선에서 묘하게 생긴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와 연결된 하천을 따라 연어가 떼를 지어 거슬러 오르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어제는 구름이 제법 낀 날씨이더니, 오늘은 화창한 하늘이 펼쳐진다.
다시 시레토코 국립공원 영역으로 들어선다. 그 탓에 해안을 따라 복잡하게 들어서있던 인가들이 듬성듬성 나타난다.
곰바위를 지난다.
이름모를 폭포가 도로 바로 옆에서 떨어지는 모습도 지나친다.
1899년에 발견된 무료온천인 세세키온천을 지난다. 조그마한 건물내부에 탕이 있으나 지금은 공사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세세키 온천 건너편의 산기슭에는 세세키폭포가 시원스레 흘러 내린다.
도로에서 조금 걸어 들어가야 보인다.
시레토코 반도의 아이도마리온천. 무료온천이다.
몽돌해안위에 허름한 움막으로 만들어져 있다. 도로옆으로 간판이 크게 서있으므로 쉽게 찾을수 있는 곳이다.
아이도마리 온천 내부. 조촐하다. 마을사람들이 관리를 하고 있는듯 보인다.
바로 앞이 파도치는 해변이라 바다냄새가 솔솔 풍기는 곳이다. 화산지형의 시레토코반도에서는 이런 천연온천들과 온천지를 곳곳에서 만날수 있다.
어찌나 뜨거운지, 잠시동안 발을 담그고 있기가 힘들다.
발만 담그기가 아까워서, 옷을 벗고 탕속에 들어가 본다. 뜨겁기는 매한가지다. 계란 담궈놓으면 잘 익을것 같다.
움막온천의 절반을 격벽으로 나뉘어서 왼쪽은 남탕, 오른쪽은 여탕이다.
다시 시레코토반도를 향하는 87번 해안도로를 달린다. 길옆에서 자주 보이는 하천에는 연어가 산란을 위해 되돌아오는 철이라, 갈매기들이 떼거지로 하천 하류에 서성대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해변에 서서 낚시대를 들고 있는 강태공들은 눈으로 보기에도 물고기가 바글바글 보이는 하천쪽에는 손대지 않고, 바다를 향해 낚시대를 던지고 있는 장면이 심심찮게 보인다. 강에서는 불법이고 바다에서의 포획은 합법인걸까? 산란기 연어 포획에 관한 규제가 어떤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다리 위에서 멈춰 내려다 보이는 하천에는 힘차게 꼬리를 파닥이는 연어들이 무리지어 보인다. 신기한 모습이다.
길이 끝났다. 아무것도 없는 오시도마리포구에서 마지막을 맞이한 길에서 잠시 내렸다가, 다시 되돌아 달린다. 편의점에서 점심삼아 샌드위치를 먹고 인근마을의 전망대를 오른다. 전망대 건물위에 서자, 북후도가 건너다 보이고, 마을이 전부 생생하게 보인다. 다시 출발을 하기직전, 자동차운전자가 스풋의 번호판을 보고는 또 질문을 한다. 휴대폰으로 사진까지 찍어댄다.
시레토코반도의 동쪽도로인 87번 지방도로가 끝나는 지점. 오시토마리 포구 마을이다.
길이 끊기고 더이상 갈수 없다.
나무둥치를 다듬어로 조각을 하는 모습이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보인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시레토코국립공원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에는 출입하는 사람들이 명단을 기입하는 곳이 보인다.
오시토마리 마을을 되돌아 나오는 길 옆으로 라이더 하우스가 보인다.
캠핑을 생각지 않는 여행자라면 이곳도 괜찮겠다.
시로토코 반도에서 되돌아 남쪽으로 향한다.
주택 앞의 빙글빙글 돌아가는 건조기에는 붉은살의 연어가 매달려 있다.
아랫쪽에 모터가 달려있는 회전식 건조기는 일본 어촌 마을들에서 자주 보이는 아이템이다.
되돌아 달리는 시레토코반도의 길 옆으로 오프로드의 대명사인 험머가 보인다.
자체가 커서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의 거리가 아메리카 대륙만큼이나 넓다는 그 차량이다.
좀 마초적으로 생겨먹었다.
여전히 하천에는 연어들이 바글댄다. 바케스만 있어도 건지기 좋을듯.
해안에는 낚시꾼들이 자주 보인다. 연어철이라서 그런듯 싶다.
무겁게 휘어지는 낚시대를 끌어올리며 탄성을 지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재미나다.
장기여행을 할때 낚시대를 들고 다니는 것도 괜찮을성 싶다. 길 가다가 지겨우면 멈춰선 자리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그것도 지겨우면 다시 길을 나서고...
라우스마을로 다시 되돌아와서 마을 뒷편의 라우스 쿠나시리 전망대를 향한다.
마을로부터 제법 오르막길을 올라서 도착한 곳이다.
라우스 쿠나시리 전망대 뒷쪽은 스키장이 있고, 더 너머로는 어제 오후 늦게 넘어왔던 라우스산과 시레토코 연봉이 보인다.
라우스쿠나시리 전망대.
전망대에 서면 아랫쪽에 위치한 라우스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지않은 바다에 떠있는 국후도가 보인다.
라우스마을의 정갈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항구며 마을들이 깔끔하다.
전망대를 내려가는 골목길에서 보이는 독특한 튜닝차량.
한번 타보면 재미날것 같기는 한데, 너무 매니아틱한 감각이다. 용머리나 물고기 꼬리를 차 앞뒤에 갖다대면 어울릴듯.
도로 옆에 세워진 디지털 전광판에서 풍속 3m/s, 현재기온 20'C라고 붉게 적혀나온다. 완연한 초가을의 기후이다. 바다 인근의 길을 40킬로미터 가량 달리자, 시베츠쵸(標津町)를 지나 노츠케 반도를 가르키는 이정표가 보인다. 시베츠쵸는 지평선을 향하는 일직선의 도로로 유명한 곳(사진링크)이다. 내륙으로 꺽어 들어가는 길이라 가볼까 하다가 일정의 동선이 복잡해져서, 포기하고 해안도로를 이어 달리기로 한다. 길을 꺽어 노츠케 반도로 향한다. 지도에서 보면 긴 깃털모양으로 생긴 독특한 반도이다. 생긴모습이 호기심을 자아내서 가보지 않을수 없는 곳이다.
좁은 도로 양 옆은 바다가 펼쳐지고 있다. 왼쪽은 오츠크해의 파랑높은 바다가 들이치고 있고, 오른쪽은 노츠케반도가 휘어지며 감싸안은 노츠케만의 고요하며 호수같은 바다가 보이고 있다. 반도 위에 신비스럽게 자라고 있는 졸참나무숲인 나라와라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딘지 전설의 숲같은 느낌이 드는, 신비한 이야기가 숨어서 떠다니고 있을 것만 같은 독특한 곳이다. 역시나 이 길도 반도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 나오는 코스라서 마주 달려오는 라이더들이 여럿 보인다. 노츠케만의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달리는 내 옆을 할리데이비슨 6대가 주르륵 추월해서 가기도 한다. 노츠케반도 자연센타를 지나 길의 끝까지 가보니 차량 진입금지라 써붙인 비포장길이 시작된다. 다시 되돌아와서 센터에서부터 시작되는 노츠케원생화원(野付半島原生花園)의 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헬멧을 벗어 걸어두고, 배낭을 둘러맨 후 길을 걷는다. 나지막한 초지의 길을 걸어나가자 도보길의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하나같이 인사를 하며 지난다. "곤니찌와(안녕하세요)"만 60번 넘게 입밖으로 낸것 같다. 일본의 어디를 가나 이런 인사는 생활화 되어 있다. 눈빛이 마주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사를 건넨다. 절로 기분이 밝아지는 습관들이다.
허리 위까지 웃자란 초지 사이로 난 좁은 소롯길을 따라 한참을 걷자, 길 끝에서 수면보다 조금 높게 설치된 나무데크 길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한다. 신비스러운 풍경이 걷는 주변으로 가득 펼쳐진다. 지구상에 이런 곳이 다 있었나 싶은 묘한 풍경이다. 좁은 나무데크의 길 위에 서서, 넔빠진 시선으로 물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걷는다. 이미 5시가 지난 늦은 시간이라, 이곳에는 더이상 아무도 없다. 그래서 더더욱 풍경 속으로 함몰되어 들어가며 걸음을 옮긴다. 나무와 수초가 죽어서 떠있는 기이한 광경에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사르르 피어오른다.
어쩌면 죽는다는 것 조차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 이 길을 걷다보니 알것만 같다. 여기는 그런 곳이다. 수초가 가득 말라죽은 모습들이 누렇게 떠있는 황량한 모습들이 첫만남에서는 거부감이 생겨났었지만, 걷다보니 그것조차 이 노츠케만을 만들어가는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황폐한 이미지와 함께 낮은 들꽃이 피어나는 생명의 삶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져간다. 죽음 또한 막연한 회피로 상대할것이 아니라, 이해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없는 나무데크의 길 위에서 누워도 보고, 퍼질러 앉아도 본다. 길이 끝나는 만의 끝머리에서 다리를 늘어 뜨리고 앉아 어두워져 가는 하늘과 만의 고요한 풍경을 마음껏 즐긴다. 어둑해졌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목책길을 끝내고 되돌아 나오는 도중, 흙길이 물에 잠겨있다. 의아스러워 하다가 이내 이해가 된다. 조수의 차이로 인해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 되어버린것이다. 빠져나가는 하나뿐인 흙길에는 들어차있는 바닷물로 인해 발목 깊이까지 빠져든다. 수풀과 적당한 장소를 짚어가며 빠져나와보지만 신발은 발목까지 전부 젖어버렸다. 내 뒤로 따라오는 사람들이 어쩐지 아무도 없다 싶었더니, 내가 온 이후로 이렇게 바닷물이 차올랐다면 당연한 일이었겠다. 센타 건물로 되돌아 오는 길의 끝머리 즈음에도 밀물이 들어 길이 잠기기 시작했다. 조금더 늦게 나왔다면, 나무데크 위에서 갖혔을지도 모를 일이다. 재미난 길이다.
라우스쵸에서 335번 국도를 따라 남하하는 도중 만나는 고갯길의 비상터널.
해안도로에서 본적은 있었지만, 고갯길에서는 처음이다.
시레토코 반도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남하하는 335번 국도도 해안선과 멀지 않은 간격을 유지하며 이어진다.
시베츠시를 지나자 노츠케 반도를 향하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335번 국도에서 노츠케반도를 향해 꺽어 들어선다. 낮은 지형의 노츠케 반도를 향하는 길이 시원스럽게 뻗어있다.
라이더 하우스도 눈에 띄인다. 노츠케반도를 찾는 다면 이곳에 머무르는 것도 괜찮겠다.
얇고 길쭉한 지형의 노츠케 반도길. 좌우측이 모두 바다이다.
노츠케반도 길의 우측은 잔잔한 노츠케 만이 펼쳐진다.
노츠케 반도 길의 좌측은 파랑일어나는 오호츠크해의 깊은 바다가 있다.
나라와라(ナラワラ)가 노츠케만 쪽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늪지에서 자라는 졸참나무숲인 나라와라는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늪지에 자라는 말라서 구불구불해진 나무숲에서 눈길을 떼기가 힘들다.
지금 달리고 있는 노츠케 반도는 대충 이런 모습니다. 누군가는 등굽은 새우처럼 생긴 땅이라고들 하지만,
내게는 털이 좀 빠진 깃털같아 보인다.
고요한 수면과 독특한 형상의 나무숲, 묘한 분위기의 나라와라를 지나쳐간다.
노츠케 반도의 길을 주욱 이어달리자, 비포장 도로가 시작되고 관계자외 출입금지라 붙어있다.
이 길을 달리는 나도 도로관계자이므로, 출입가능이 되겠다. 비포장길에서의 스풋이 걱정스러워서 되돌아 나온다.
노츠케반도의 초지
노츠케반도의 습지
비포장길에서 되돌아온 후, 노츠케반도 자연센터 앞에서 멈춰선다.
안내도의 짙은 청색선이 둘러싸고 있는 곳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지구이다.
현재지라 적힌 곳에서 부터 빨간 점선을 따라 토도와라(トドワラ)라 불리는 도보길이 조성되어 있다.
노츠케반도(野付半島)
■ 지리
초원과 습지로 이어진 일본 최대의 사주(砂州-해류에 의해 옮겨진 모래가 얕은 곳에 퇴적해 낮은 육지를 만드는 곳)로, 반도의 북쪽에 위치한 시베츠 강이 배출한 토사를 해류가 날라와 만들어놓은「등을 구부린 새우」모양이라고 일컬어지는 독특한 형태의 지형이다. 홋카이도 동부의 네무로해협과 노쓰케 만에 실처럼 가늘게 돌출하여 길이 28킬로미터의 대지, 초원과 습지대로 이루어진 일본 최대의 사주이다. 노츠케 반도가 둘러싸고 있는 노츠케만의 안쪽은 갯벌이 자리하고 있다.
■ 자연
사주에의해 둘러싸인 노츠케만은 갯벌과 거머리말등의 해변식물군락이 형성되어 다양한 생물(갑각류, 조개류, 어류, 게류 등)이 서식하고있다. 또한 그것들을 먹이로하는 키아시시기와 큰고니, 흑기러기 등의 철새도 도래하고있으며 그 수는 매년 2 만 마리 이상이나 된다. 지형적으로 노츠케 반도는 시베리아 등에서 번식하는 물새들의 남하와 북상을 위한 중간지점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05 년 11월 국가지정 노츠케반도 노츠케만 조수보호구역(조수집단 도래지)에 지정되었고(면적 6,146 ha , 특별보호구역 6,053 ha), 같은 해 11월에 람사르협약 등록 습지가되었다.
■ 관광
노츠케 반도에서 유명한것은 토도와라라고 불리는 나목숲이다. 노쓰케 반도에 자생하는 분비나무가 해수에 씻겨 말라죽은 것으로 녹색 습지 한가운데 마치 백골처럼 변한 뿌리와 줄기가 초연히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토도와라 숲 끝에는 선착장이 있어 수심 1~5미터의 얕은 바다인 노쓰케 만을 주유하는 관광선이 운항되고 있다. 그 밖에도 강풍의 영향으로 기묘하게 뒤틀린채 말라버린 물참나무숲 나라와라도 볼만하다. 이곳에는 20분 정도 걸리는 일주할 수 있는 수로가 만들어져 있어 산책하기에 좋은 관광코스이다. 토도와라숲 근처에는 류진자키 자연화원이 펼쳐져 있어 여름에는 센다이 싸리, 해당화, 에조 원추리 등의 꽃들이 잇달아 피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꽃사진보기)
■ 역사문화
에도시대 후기에는 쿠릴 열도의 교역과 어업의 거점이되고 번성하였으며, 어업의 거점이되는 마을 키라쿠가 존재했다. 현재도 그 시대의 묘지 등의 유구가 존재한다. 2004 년 10 월에 홋카이도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 환경문제
생태적 보고인 노츠케반도 역시 최근 하천개수와 사방(砂防)댐, 어항 건설 등 자연파괴로 인해 육지로부터의 모래와 자갈 공급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갯벌과 만을 형성하고 있는 부분의 사주가 감소해 외해와 연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외해와 연결되면 만의 생태계가 크게 변화되어 어업이 성립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에는 모래톱에서 모래의 유출이 심하고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영향으로 사주가 해마다 좁아져 도로 부근까지 해수면이 몰려오고있다. 또한 저기압, 지진, 해일 등 기상 조건에 따라 출입 금지일수도 증가하고 있어 향후 사주와 도로가 바닷물에 의해 절단되어 野付 반도 자체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 기타
- 일본의비경 100선(링크)에 지정된 곳.
- 네모난 태양 : 매년 2월경 영하20도 이하로 내려갈때 기온과 해수온도차에 의해 생기는 신기루 현상으로,
수평선에 걸쳐진 네모난 태양의 광경을 볼수 있다.(링크)
■ 출처
- 위키피디아
- 화성신문(http://www.ih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48)
- http://kr.visit-hokkaido.jp
- http://www.japanican.com/
- http://www.japanpr.wo.tc
- http://www.tougewo-koete.jp/
도도와라 도보길을 따라 걸음을 시작한다.
허리위까지 웃자란 수풀들이 길옆으로 가득이고, 곳곳에서 얼굴을 삐죽이 내밀고 있는 들꽃들이 보인다.
도보길은 바다에서 멀지 않은 곳을 따라 이어진다.
흙길이 끝나고, 나무데크를 설치한 길이 이어진다.
도보길의 좌측은 황량하게 말라죽은 수초가, 우측은 파릇하니 자라오르는 수풀이 존재하는 상반되는 분위기를 동시에 가진 곳이다.
마른 수초가 만 가까이에 황량하게 떠있는 모습
파릇한 수풀들이 바닷물사이에서 잘도 자라있다.
억새류도 보인다.
늦은 오후의 인적없는 도도와라길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마치 다른 세상으로 진입한것만 같다.
도보길 아래로 보이는 얕은 바다는 생각보다 깨끗하다. 투명스레 들여다 보이는 바닥으로 조그마한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오가고 있다.
노츠케반도와 만도 북해도 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길끝에는 이 세상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다른 공간 하나가 튀어 나올것만 같다.
황량하게 말라죽은 고목들이 도보길 옆으로 나타난다.
주목같은 비쩍마른 나무와 수풀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말라죽은 채 얕은 바다에 떠있는 나무들이 마치 코끼리의 묘지 같다.
부스러진 마른나무는 어느 동물의 뼈라고 해도 믿어지겠다.
길의 끝이다. 더이상 나아갈수 없는 곳에 도착했다.
해질녘의 독특한 분위기와 죽음과 생을 함께 받아들인 것 같은 노츠케 만의 끝머리에 잠시 주저앉아 시간을 보낸다.
어둑해져 가는 하늘을 보며, 누워도 본다.
더없이 신기한 것 중의 하나는, 염분 가득한 노츠케만에서 개미취 같은 들꽃들이 꽃잎을 고스란히 피워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극한의 황량한 공간속에서도 생명의 꽃을 피워올리는 자연은, 언제나 경이로움의 대상이다.
이 독특한 공간에 오래 있다보니, 황폐한 배경의 근원이 되었던 말라죽은 수초더미에 대해 더이상의 거부감이 사라졌다.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것이라는 것. 죽음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불현듯 느껴지는 한순간이다.
길을 다 걷고, 되돌아가는 도중. 밀물이 들어서면서 길이 잠기기 시작했다.
할수 없이 발목까지 젖어들며 되돌아 나온다.
자연센타가 지척인 도보도 입구에서도 바닷물이 밀려들고 있다. 독특한 풍경의 목격에다 신기한 결말까지 생겨나는 길이다.
되돌아온 주차장에는 아무도 없어, 적막한 분위기만 떠돌고 있다. 오직 스풋만이 늠름하게 서있다. 지나온 시레토코반도의 끝과 국후도사이의 오호츠크해 위에서 빠알간 노을이 지고있다. 곧 6시다. 어두워진다. 지도를 보니, 오늘 가야할 캠핑장까지는 40km정도 남아있다. 느지막한 시간에 스풋의 속도를 최대로 올려가며 244번 국도를 따라 달린다. 캠핑장이 얼마남지 않은 어둑어둑한 도로 위에 시커먼 형체의 사슴 세마리가 길 가운데 갑자기 나타났다. 부랴부랴 브레이크를 잡자, 그제서야 수풀로 튀어 들어간다. 훗카이도는 야생동물주의다. 특히 사슴!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존재들이 도로 위에서는 위험스럽기 그지없다.
노츠케반도 자연센타앞의 방파벽 위로 올라서자,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좌측의 시레토코반도와 우측의 북후도 사이의 수평선위로 옅은 노을이 만들어지고 있다.
노츠케반도를 빠져나와 다시 244번 국도를 따라 남하한다.
어느새 6시를 넘어선 저녁시간이다. 붉스름한 노을이 내륙의 산봉우리 위로 가득 들어차고 있다.
캠핑장이 나타났다. 이미 사위가 어두워진 6시 30분이다. 관리소에 문의를 해보니 요금이 700엔이다. 코인란도리와 샤워룸도 있다. 여기서 하루를 마감하기로 한다. 바다 바로 곁인 장소인데도, 바람 한점 없이 포근한 밤이다. 이래도 새벽에는 한기가 느껴질것이다. 노츠케 원생화원 끝머리의 신비스러운 풍경이 머리속에서 진하게 각인되어 남았다. 되돌아오던 길, 우측으로 시레토코 반도를 향해 높은 산맥들이 이어지는 그 너머로 붉게 타듯이 생겨나던 노을,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는 노츠케반도의 노을이 될터이다. 강한 해질녘의 인상을 짊어진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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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행거리 : 140km
* 숙박지 : 오다이토 후레아이 캠핑장
- 1박 : 700엔
- 샤워실, 세탁실
- 노츠케만에 인접한 정갈한 캠핑사이트
* 관련사이트
- 시베츠쵸 웹사이트 : http://www.shibetsutown.jp/
- 일본의길100선 : http://windingroad.jugem.jp/?cid=32
* 훗카이도 여행안내
- 훗카이도 관광진흥기구 : http://hokkaido.japanpr.com/
* 주유 : 1회(693엔)
* 기타 :
- 세탁(세탁 300엔 + 건조 200엔)
- 인터넷카페 : 음료1잔(400엔) - 인터넷1시간 사용
* 주행경로 : 라우스쵸 → 시베츠쵸 → 노츠케반도
큰 지도에서 스쿠터일본일주-29일차 경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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