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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나서다/스쿠터일본일주

[스쿠터 일본가다] 28일차-2,북해도의 비경 시레토코반도/북해도12日








"[스쿠터 일본가다]28일차-1" 에서 이어짐.




카메라를 들고 데크전망대를 향한다. 800m 정도 이어진 목책 데크가 관목 늪지 위에 길고 구불구불하게 놓여있다. 주변의 풍경도 독특한 곳일 뿐더러, 길게 이어진 목책길에도 신비한 분위기가 풍긴다. 시레토코 반도의 높은 산봉우리 아래를 유려하게 휘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 기분이 기묘하다. 구름이 가득 끼어 햇볕이 나지 않는 상태라, 뜨겁지도 않다.


중간중간 넓직한 전망터가 있고, 길 끝에는 나무 데크에 이어진 조그마한 광장과 전망소가 있다. 그 앞으로는 시로토코 고코(오호) 중 첫번째 호수의 수면이 높다란 산아래로 펼쳐진다. 아름답다. 숱한 사람들이 길을 걸어와 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셀카도 찍고, 단체사진도 찍는다. 길이 더 이어져서 첫번째 호수를 거쳐 주차장으로 되돌아가는 코스라면 딱 좋을 텐데, 아직까지 완전히 연결되어 있지가 않다. 산책데크와 광장데크도 만들어진지 오래 되지 않았는지, 가공하면서 남아있는 나무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시레토코 고코(오호) 주차장에서 스풋을 세워두고, 왼쪽으로 나있는 목책길을 따라 걷는다.



초지대에서 2~3미터높이로 떠있는 목책길을 따라 걷는 기분이 독특하다.



목책 위로 올라오는 동물들을 막기 위해서 설치한 전기울타리가 길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늪지와 초지가 함께 존재하는 묘한 공간이다. 어쩐지 시간마저 고여있는 곳인것만 같다.



걸어온 중간즈음에서 뒤돌아보니, 구불구불 휘어지며 이어진 목책로 뒷편으로 시레토코반도의 높은 산봉우리가 연이어 펼쳐지고 있다.

인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산책로와 신비한 자연풍광이 어우러져 빛을 발하는 곳이다.



어김없이 목책로 주변의 초지에는 사슴들이 풀을 뜯고 있다. 야생동물들은 뒷 모습을 잘 노출하지 않는다는데, 이 녀석들은 그런거 없다.

뒷태를 함부로 드러내며, 유유하게 풀을 뜯고 있다.



 800미터 길이의 목책로가 끝나는 앞에는 시레토코 고코(오호)중 첫번째 호(湖)가 눈 앞에 나타난다.

수면으로 반영되는 산그림자가 그윽한 분위기를 풍긴다.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 온다. 날씨 탓인지 매점에서 파는 아이스크림 판매대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중국인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주차장 가까이에서 풀을 뜯고 있는 사슴이 있다. 사람들이 그걸 보고는 귀엽다며, 사방에서 몰려 들고 있다. 시레토코 고코에는 5개의 호수가 위치해 있다. 산책로가 표기된 지도를 곰곰히 들여다 보니, 전체를 돌아 걷는 코스가 90분 가량 소요된다. 한번 걸어보기로 한다. 오늘은 제법 많이 걷는 날이다. 깊은 호수변의 길을 언제 또 걸어보겠는가 싶다. 물 하나를 자판기에서 뽑아들고, 산책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서 들어선다.


1호는 조금 전 전망대에서 봤던 그 조그마한 호수다. 조금전에 걸어갔던 나무데크의 길, 목책로가 수면에 비춰보이는 인상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반대편의 나무들이 수면에 거울처럼 비치고, 높다란 산이 더할나위 없는 비경을 만들어 낸다. 관광안내양이 가슴팍에 동일한 뱃지를 단 한무리의 사람들을 인솔하며 쉴새없이 떠들어 대고 있다. 조용히 걷기도 힘든 습기 가득한 더위인데, 저렇게 설명을 하려면 힘들게다. 역시 먹고사니즘은 강력한 무기이기도 한셈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에 끼어 답답한 걸음을 걷다가, 설명을 들으러 모여 선 상황의 그들을 재빨리 지나쳐 걷는다.


숲길을 걸어서 도착한 두번째 호수인 2호는 1호보다 3배 정도는 크다. 5호 중 가장 큰 호수다. 여기서도 시로토코 연봉의 산줄기가 수면위로 장대하게 펼쳐진다. 2호 주변으로 이어지는 길이 한참이나 이어진다. 2호를 지나오자, 더 이상 사람의 흔적과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한 숲이 되었다. 울창하고 오래된 숲, 빛이 들지 않을 만큼 우거져서 이끼와 습한 기운이 온통 가득한 숲, 늪지 위로 트레일이 계속 이어진다.


오래되고 부러져 넘어간 상태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고목, 쓰러져 누운채 다시 잎을 피워 올리고 있는 나무, 무거운 공기의 깊고, 온전한 숲이 이어진다. 마치 전설 속의 이야기들이 튀어 나올 것만 같은 길이다. 사진을 찍느라 잠시 웅크린 사이, 걷어올린 종아리와 발목에 산모기가 달라 붙는다. 바지를 발목까지 당겨 내리고 다시 걷는다. 3호에 도착하자 산이 내비치는 수면을 뒤에 두고, 국립공원 해설사 인듯한 사람이 네댓명의 사람들을 인솔하며 이곳 저곳을 설명하며 걷고 있다. 한참만에 만나는 인적이다. 그들을 지나쳐 4호로 향한다.


네번째 호수인 4호는 너무도 고요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호수다. 한 눈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수면 위로 물새 서너마리가 헤엄치고 있다. 물풀이나 수초류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말끔한 수면상태이다. 호숫가의 바위 위에 웅크리고 앉아, 고요한 수면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이런 광경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알아본다. 몸이 편안해지는 광경, 아무런 생각을 떠올리지 않아도 그저, 편안해 지는 장소이다.


다시 걸음을 걷는다. 컴컴한 숲길이 약간 무섭다. 게다가 인적마저 없으니, 곰 한마리 정도 나온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숲 길이다. 길 앞에 뭐가 움직인다. 조심스레 다가가면서 보니, 새끼사슴이 트레일 코스 옆에서 풀을 뜯고 있다. 근처에 어미사슴도 같이 있다. 내가 나타나니 새끼사슴이 후다닥 뛰어 어미곁으로 간다. 어미는 내가 바로 옆을 지나가도, 꿈쩍도 않고 눈알만 내 쪽으로 힐끗 쳐다보고는 풀뜯기를 멈추지 않는다. 국립공원 내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자주 찾아오는 해롭지 않은 사람들에게 적응 된 것일게다. 사람들이 자기를 헤치지 않을 것이라는 경험치의 누적이겠다. 사슴이 이리 많으니 상위 포식자인 곰이 살아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안그래도 목책의 끝머리에서 곰이 작년 봄에 출몰했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가까이서 보이는 사슴의 털과 세세한 모습이 신기해서 이곳저곳 뜯어보다가 다시 걷는다. 내게 관찰당한 사슴과는 초면인데 뚫어져라 쳐다보는 실례를 범했다. 약간 미안한 마음이다.


마지막 호수인 5호가 나타났다. 물풀이 여기저기 자라고 있다. 자연의 생리상, 수초가 점점 많아지고 그것들이 죽어 퇴적되는 현상이 오랫동안 반복되면 여기의 이 호수들도 늪으로 변한 뒤, 초지의 땅과 평지로 되돌아 갈 것이다. 높이 솟은 산이건, 낮게 패인 호수건 다시 땅의 표면으로 되돌아가는 것, 피할수 없는 지구의 생리일테다.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사람의 생또한 자연과 별 다를것 없다. 높이 솟아올라 대지를 내려다 보든, 깊은 호를 만들어 수초와 수중생물을 끌어 안든, 외적인 형태가 아니라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만이 오래토록 기억되는 것일게다.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동료들 사이에서 공유하고자 했던 내 신념과 이상의 가치들, 그것들은 제대로 기억될까. 그렇게 되었으리라 믿는 수 밖에 없다. 잠시 고개 들어 보이는 시레토코 반도의 산들이 유독 더 높게 느껴진다.


묵직한 느낌의 숲을 지나, 길이 밝아지더니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로 나왔다. 1시간 조금 넘게 걸린듯 하다. 화장실에서 땀을 씻어내고, 주차장으로 나와보니 하늘에 덮힌 구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다. 반도의 가운데에 위치한 카무이왓카 폭포(천연온천수가 나오는 폭포이다)쪽으로 향는 길은 일반인 출입금지이다. 국립공원 입구의 네이처센타에서 카무이왓카 폭포를 오가는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오늘은 그 버스마저 운행하지 않고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시레토코의 안쪽을 더 보고싶지만, 어쩔수 없는 상태다. 시레토코 반도의 동쪽으로 넘어가기 위해 시레토코 도게(고개)를 향한다.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와 시레토코 고코(오호,五湖)를 전부 잇는 트레일코스를 걷기 시작한다.



관광가이드를 따르는 한무리의 사람들을 잽싸게 지나쳐 오자, 오호중 첫번째 호수인 일호가 나타났다.

독수리 오형제 마냥, 오호로 된 호수다. 혹시 각각의 호수 가운데에서 망토 두른 애들이 튀어나오는건 아닐까 싶기도하다.



일호 주변으로 길게 이어지는 트레일코스에는 이렇게 나뭇길이  친절하게 깔려있다.



특별한 분위기를 풍기는 호수주변의 나무들이 가득 눈으로 들어온다.



1호 호수변 반대쪽에서 보이는 풍경. 시레토코 연봉의 산그림자가 수면으로 드리워져 있다.



이곳은 곰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라, 출몰이 보고되면 일부구간이 폐쇄되기도 한다.



1호를 지나는 트레일코스 끝부분으로 오자, 호수의 풍경이 선명해졌다.



1호를 지나, 숲길로 접어든다.

길 옆의 풍경이 이렇게 이어진다.



나무그늘에 가려져 어두컴컴한 길을 제법 걷자, 2호가 나타났다.



1호보다 면적이 좁은 2호의 주변으로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빼곡히 둘러싸고 있다.



마찬가지로 2호의 조망터에서도 시레토코 연봉이 배경으로 서있다.



숲 사이의 늪지와 호수사이를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트레일코스 옆으로 보인다.



오래된 숲의 기운과 신비감을 주는 숲의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수초가 없어서 가장 고요하고 정적으로 보이는 3호에 도착했다. 여러모로 가장 마음에 드는 호수이다.



네번째 호수를 향하는 도중, 트레일 가까이에 새끼사슴이 나타났다. 



나를 보고는 훌쩍 뛰어서, 가까이에 있는 어미사슴에게로 가버렸다.

물론 어미사슴은 동그랗고 맑은 눈길만을 내게 한번 쓰윽 던지고는 뜯던 풀을 마저 뜯는다.

사람에게 적응해서 공존하는 모습들이 재미나고도 특별한 장면이다. 등짝한번 툭 두들겨 주고 싶지만, 참는다.



시레토코 5호 중 마지막인 다섯번째 호수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제법 긴 길이다.

오호의 어느곳에서나 시레토코연봉이 시원스럽게 뒷 배경으로 보인다.

뭐, 호수속에서 날아오르는 독수리5형제는 결국 없는게다.



울창한 숲 그늘아래 어둑어둑한 트레일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한다.



어둡던 길이 조금씩 밝아진다.



숲을 빠져나오자, 주차장 한켠으로 연결된다.

안내판에는 90분 소요된다고 나왔었지만, 한바퀴 돌아오니 60분에서 조금 더 소요되었다. 조금 빨리 걸은 탓도 있겠다.



되돌아온 바이크 주차장에 다른 두 대의 바이크가 더 와있다. 걷느라 흘린 땀을 닦아내고 다시 바이크 위에 올라탄다.

 



시간을 보니, 천상 시레토코 고개 넘어서 있는 야영장에서 머물러야 할성 싶다. 가는길 내내 사슴이 수없이 많이 보인다. 평생 봐야할 사슴을 하룻만에 다 본듯 하다. 얼마나 나오나 싶어서 보일때 마다 멈추고 사진을 찍어댔더니, 그것마저 지쳐서 못하겠다. 여튼 일본에서 야생사슴을 가장 많이 볼수 있는 곳이 이 시레토코국립공원 일게다. 시레토코 사슴반도로 이름을 바꿔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고개를 향하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시레토코 반도를 횡단하는 334번 국도다. 해발 740미터의 시로토코 고개를 넘어가는 길, 그 오르막길을 달려 오른다. 일본 100대 명산에 포함되는 라우스다케(산,1,660m)가 달리는 오르막 위로 올려다 보이는 길이다. 백미러로 보이는 뒷쪽의 해안으로 노을이 지는 광경이 비춰진다. 앞에는 장대한 봉우리의 산, 뒷쪽에는 해지는 노을. 참 멋진 길이다. 높이에 비해 경사도 그다지 심하지 않다. 다만 춥다. 여름을 달릴것이라고만 생각하고 가을용 자켓을 가져오지 않은 터라, 왓카나이에서 산 긴팔티셔츠 위에 바람막이 자켓을 입고, 민소매 조끼만을 껴입었을 뿐이다. 온전한 가을밤의 추위다. 여름용 바이크 장갑을 끼고 있는 손이 시리다. 겨울에 불어먹는 호빵이 문득 생각난다.


길을 오르는 도중, 고개 정상이 가까워지자 수목의 식생이 독특해 졌다. 나뭇가지가 훤히 보이며, 나지막히 자라는 고산식물들이 길 옆으로 가득하다. 고개 정상의 넓다란 주차장에 스풋을 주차시키고 길 건너편의 전망터로 걸어간다. 고개를 넘어가던 모든 차들이 이곳에서 길을 멈추고, 라우스산과 산 아래 멀리로 보이는 풍경들을 즐기고 있다. 높다란 라우스산이 지척에서 올려다 보인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다들 기념사진을 찍느라고 분주하다. 그 오른쪽으로는 시로토코 반도의 반대쪽 해안이 시원스레 내려다 보인다. 어슴프레 러시아영토의 국후도(國後島, 쿠나시리)가 안개에 쌓인채 내려다 보인다. 이곳에 서있으니, 스쿠터를 산 직후 처음 떠났던 여행에서 지리산을 넘어가는 국도의 정상인 성삼재를 넘어서던 벅찬 감정이 다시 느껴지는것만 같다. 그때와 다른 점이라면, 신난다는 것.



 

사슴이 나올때 마다 사진에 담아본다. 녀석들은 주로 잔디가 곱게 깔린 곳을 좋아한다.

보들보들한 연한 풀을 좋아하는 것일게다.

껑충껑충 뛰어 다니는 녀석들도 보이고, 풀 뜯으며 나무사이에서 쉬는 녀석들도 보인다.



도로 옆으로 수시로 사슴들이 나와주신다. 훗카이도를 달리다보면 종종 도로변으로 야생사슴들이 자주 튀어나온다.

나만해도 어스름녘의 주행중에 사슴을 몇 번이나 마주쳤다. 운전에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에조사슴 교통사고 방지 4원칙 !



그냥 꽃사슴으로도 모자라서, 눈 앞에서 녹용이 풀을 뜯고 있다. 거참... 안타깝다.

에조사슴의 에조(蝦夷)는 훗카이도를 일컫는 옛이름이다.



니깟 것들이 나오면 얼마나 나오나 싶어서 사슴이 보일때 마다 사진을 찍다보니, 지친다. 더 못찍겠다.

평생 볼 사슴을 시레토코에서 다 본것 같다. 야생사슴을 원없이 보고 싶다면 시레코토를 강력 추천하겠다.



훗카이도의 에조사슴


에조 사슴은 일본 홋카이도 전역에 서식하는 야생동물로 일본의 보통 사슴에 비해 몸집이 큰 편이다. 교토 나라공원의 사슴처럼 인간을 겁내지 않고 생활하는 또다른 곳이 바로 시레토코다.


에조 사슴은 일찍이 포획과 밀렵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졌지만 정부의 보호정책으로 서식구역을 홋카이도 전역으로 확대, 개체 수를 증가 시켰다. 시레토코에는 예전부터 수많은 사슴이 서식 하고 있으며 인간에게 내몰리는 일 없이 좋은 공존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레토코가 세계유산에 등록되므로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더욱더 도모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에조 사슴이 마을 거리와 민가의 정원 앞에까지 나타나도 사람들이 너그럽게 사슴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감지한 듯 사슴들은 눈 앞에 인간이 다가와도 경계하지 않게 되었고, 민가의 화단과 채소밭을 망쳐 놓기까지 했다. 이런 모습들은 에조 사슴의 보호가 자연생태에 긍정적인것인지 그렇지 않은것인지 평가 하기 모호하게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훗카이도 곰에 비해 사슴들이 인간에게 주는 피해가 적기 때문에 너그럽게 봐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에조 사슴은 몸집이 큰 만큼 대형 교통사고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사슴들이 도로로 갑자기 튀어나와 차가 크게 파손되거나 운전자가 중상을 입는 사고가 종종 발생해 사람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늘어난 사슴 개체수가 시레토코의 독특한 식물과 생물을 파괴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결국 시레토코 세계자연유산 지역과학위원회 산하, 에조 사슴 워킹그룹이 사슴 보호관리계획에 들어간 상태다.


(출처: 디지탈카메라매거진-미야자키가쿠의 자연실태보고서/원문이 매끄럽지 못해 일부 수정함. 원작자님께 쏘리~)




국립공원센터 앞을 지나와서 시레토코 반도를 가로넘어가는 334번 국도를 따라 오른다.

얼마 오지 않았는데 벌써 해발 370미터이다.



경사진 오르막길 앞으로는 우뚝 솟은 라우스산이 기다리고 있다.

해발 500미터를 지난다.



시레토코반도를 가로지르는 고개인 시레토코 도게(고개)에 도착했다.

해발 740미터의 고개이다. 장하다 스풋.



고개전망터에는 이곳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이 들러가고있다.

1,660미터의 라우스산이 바로 옆에서 오롯이 서있는 인상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산 기울기를 보아하니, 라우스산도 후지산 처럼 정상부위가 민둥산이 될 기미가 얼핏 보인다.



고산답게 주변에서 보이는 수목의 식생이 독특하다. 나지막한 관목들이 기묘하게 뻗은채 가득 산을 덮고 있다.



 시레토코 고개를 넘어, 라우스 마을방향으로 향한다. 노을이 뒷편에서 지고 있는 터라 라우스쪽의 방향은 어둑해 지기 시작했다.

희미한 바다 너머로는 러시아 영토인 국후도(国後島, 쿠나시리섬)가 안개에 쌓인채 보이고 있다.

국후도는 쿠릴열도 끝머리의 4개의 섬 중 하나로 일본과 러시아의 북방영토 문제지역이다. 

조건 반사처럼 독도 문제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 일본의 북방영토 문제? (박노자교수의 컬럼 링크)




전망대 고개 주차장에서 올려다 보이고, 내려다 보이는 경치들을 즐기다가. 고개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내리막길에서 보이는 풍경도 일품이다. 고개정상에서 내려다 볼때 보다, 훨씬 명확하게 국후도가 보이고 아랫쪽으로 이어지는 산세와 관목숲이 드러난다. 어둑하지만 않았어도 더할 나위 없이 운치있는 도로이다. 라이더하우스 붐붐에서 함께 묵었던 일본인 바이크 라이더에게 훗카이도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 물었더니, 바로 이 고갯길이라고 답했었다. 그 대답이 떠오르는 명불허전의 길이다.


해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인데다, 높은 고도의 지역이라 더 추워진다. 손도 여전히 시리다. 천천히 길을 내려가는 꼬불 꼬불한 길 도중, 뒤에서 나타난 차량 한대가 바싹 붙어서 따라온다. 너무 꼬불꼬불한 도로라, 추월도 못하는 차량이 계속적으로 바짝 따라오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압박감이 들어 내리막에 무리하게 속도를 내어 버렸다. 그 탓에 야영장을 지나버렸다. 부랴부랴 멈춰서 바이크를 돌린 후, 다시 되돌아 오른다. 뭔가 좀 바보같은 짓을 한 기분이다. 살다보면, 이렇게 스스로의 삶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되지 않겠다며 바짝 긴장하고 살긴 하지만, 거 보란듯이 이렇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잦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보니, 이미 5~6대의 바이크들이 서있다. 차량으로 여행하는 사람들도 주차장에 차들을 세워두고 저녁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밝은 낮에 지났다면 더없이 재미났을 도로가 아래로 주욱 이어지고 있다.



CF에나 나올법한 도로의 모습이 발아래로 이어진다.



 해가 지고나자, 고도가 높은 지역인 시레토코 고개길은 춥다. 어둑어둑해지는 길을 따라 내리막 길을 이어달린다.




관리사무소에 불이 꺼져있다. 세움간판의 안내도를 보고, 텐트사이트를 파악한 후 텐트와 짐을 꺼집어 내는 사이 바이크 한대가 와서 내 옆에 주차한다. 오사카에서 온 대학생이다. 그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짐을 들고 텐트사이트를 향한다. 다시 지나가면서 보니, 관리소에 불이 켜졌다. 텐트사이트 사용 접수를 한다. 관리인은 수다스럽고 활기찬 말투의 아주머니다. 여기서는 300엔의 쓰레기처리 비용만을 받고 있다.


텐트를 치고 짐을 풀어 놓은 후, 내일 아침 먹거리를 미리 사두기 위해 나서면서 근처의 가게 위치를 관리소에 물었다. 어쩌다 보니 아주머니의 수다에 붙잡혀서 30~40분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11월에 한국으로 여행을 갈 예정이란다. 빠지지않는 한류드라마의 이야기를 한동안 하고, 제주도와 서울의 몇 군데를 추천해드리고는 마을 편의점으로 향한다. 이미 해가 져서 어둑어둑 해진 밤 8시가 다되어 간다.


되돌아와, 씻은 후 밥을 먹고나니 9시가 다 되었다. 9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졸음은 머릿속에 가득이다. 아마도 오늘 낮동안 제법 걸었던 탓이리라. 구름낀 하늘 사이로 한번씩 별빛이 환하게 드러난다. 어쩐지 군생활 하면서 보이던 쏟아질 듯 내비치던 그 별빛들과 닮아있다. 일본의 마지막 비경이라는 시레토코의 풍경이 머릿속으로 가득 들어찬 하루를 별아래에서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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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행거리 : 140km


* 숙박지 : 국설 라우스온천 야영장

  - 1박 : 300엔(쓰레기 처리비용)

  - 도로건너편에 무료 노천온천있음


* 훗카이도 길도우미(한국어 / 훗카이도 관광,교통,도로, 지역 종합안내)

   - 웹사이트 : http://northern-road.jp/navi/kor/index.htm

   - 내용 : 실시간 북해도 고갯길 상황보기, 도로 안심가이드, 겨울철운전가이드, 훗카이도 길 도우미 팜플렛등이 수록. 

   - 훗카이도 길도우미 안내 브로셔 : http://www2.ceri.go.jp/jpn/pdf2/panf-200808-navik.pdf


* 훗카이도 여행안내

   - 훗카이도 관광진흥기구 : http://hokkaido.japanpr.com/


* 주유 : 1회(673엔)


* 기타 : 레토코오호 주차장 바이크 이용료-100엔


* 주행경로 : 아바시리 → 샤리초 → 시레토코반도 → 시레토코 고코 → 시레토코 도게 → 라우스쵸



큰 지도에서 스쿠터 일본일주-28일차 경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