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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나서다/스쿠터일본일주

[스쿠터 일본가다] 31일차, 쿠로시오습원을 가다./북해도15日








키리탓푸곶 캠핑장에서 눈을 뜬다. 새벽 3, 4시 무렵까지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가 제법 거세어 텐트가 심하게 펄럭였다. 몇번인가 그 소리에 잠이 깼다가 잠들기를 반복했다. 새벽 4시무렵에서야 바람이 어디론가 실종된듯 거짓말처럼 고요한 상태가 되었다. 나는 원래 한번 잠들면 데굴데굴 굴려가도 잠을 잘 깨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잠드는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자다말고 몇 번씩이나 깨는 일은 좀체 드문편이다. 아무래도 텐트폴대가 부러지고 난 다음, 바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약간 쌓였나보다.


빼곡히 세워둔 바이크 여행자들 수십명이 캠핑을 하고 있는 캠핑장은 아침부터 소란스럽다. 샤워장을 찾을수가 없어서 취사장에서 씻고난 후, 아침을 끓여 먹는다. 일본 곳곳에서 팔고 있는 즉석밥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아이템인지 모른다. 복잡하게 밥을 짓지않고도 살짝 덮혀서, 간단한 국물요리와 반찬하나면 식사를 준비할수 있으므로 일본에서 가장 고마운 여행도움 용품 중의 하나이다.


취사장에서 설겆이를 하면서 보니, 무료캠핑장이라도 시설이 제법 잘 갖춰져 있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세워진 방갈로며, 취사장, 낡긴했지만 세탁기까지 갖춰져 있다. 설겆이를 끝내고, 어제 쓰다만 일기를 마저 쓴다. 7시 반이다. 슬슬 짐을 꾸리고, 텐트를 걷어낸다. 주차장에 세워둔 스풋에 짐을 싣기위해 나와보니 어제 빽빽하게 세워져 있던 바이크의 절반 이상은 떠나고 없다. 그래도 십여대 가량의 바이크가 여기저기 서있다.


땀을 흘려가며 짐을 꾸리는데 열중하는 사이, 캠핑카로 이곳을 찾은 중년의 아저씨 한 명이 질문을 한다. 무슨번호판이냐, 이 번호판으로 운행하는게 괜찮은 것이냐. 등의 호기심 담은 질문이다. 귀찮다. 대답을 대충하고 보니, 내 말투속에는 짜증이 가득 담겨져 있다. 대답을 하면서 짐을 꾸리는 사이, 바이크로 달리는 도중 목과 안면을 보호하기 위해 올려쓰는 버프를 텐트속에 넣어둔채 사이드백의 지퍼를 닫아버렸다. 차곡차곡 집어넣었던 짐들을 다시 하나하나 풀어 헤치고 버프를 꺼집어낸다.


주차장 한켠에서는 분홍색 옷을 입은 나이지긋한 바이크 라이더와 함께 어제 이곳에서 머물렀던 일본인 라이더들이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그 분홍옷의 라이더가 작은 바이크를 타고 떠나려고 하자,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등 남다르게 대우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 사이에서는 유명인사라도 되는가 보다.




키리탓푸곶 캠핑장. 방갈로가 텐트사이트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고, 둥그스름 바다를 감싸고 있는 곶의 남쪽지형이 한 눈에 보이는 곳이다.



바이크에 짐을 꾸려 넣으며 보이는 캠핑장 주차장. 삼십여대는 되어 보이던 바이크들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다.

이 캠핑장은 라이더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경치좋은 장소에 무료라서 그런가...?



아침마다 하는 일, 텐트를 걷고 바이크 사이드백에 짐을 꾸려넣고 젖은 걸레로 바이크에 묻은 흙먼지들을 말끔히 닦아내기.

여행 떠나와서 나는 좀 성실해진것 같다. 차량 세차도 서너달에 한번 할까말까 하던내가 날마다 이렇게 바이크를 깨끗이 닦으며 살아가고 있다니.

대략 좋지않다.



훗카이도 관광지와 캠핑장 곳곳에서 많이 보이던 캠핑카가 이곳에도 여러대 세워져있다.

하긴, 훗카이도라면 두세달 정도 푸욱 여유있게 캠핑카를 집삼아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면 매력적이겠다.




짐을 다 꾸린후, 바로 옆에 위치한 키리탓푸곶(霧多府岬)의 등대로 향한다. 주차장 하나만 넘어서면 바로 등대가 보이는 곶지형이 바다를 향해 융기되어 튀어나온 곳이다. 다시 스풋을 주차장에 세워두고 흙길을 천천히 걸어나가자 길 옆으로 보이는 절벽의 해안선이 멀리와 가까이에서 모두 드러난다.


아침 하늘이 더없이 푸르다. 등대를 지나 곶의 끝까지 걸어간다. 더이상 앞으로 갈수 없다는 표시가 서있지만, 그 옆으로는 사람이 오간 흔적이 나있어서 마저 따라가 본다. 좁은 나무다리가 위험스럽고 아슬하게 연결되어있는 지점을 지난다. 2~3미터 가량의 걸쳐진 나무가 다리를 대신하고 있어서 지나는 동안 아찔한 긴장감이 생겨난다. 그 지점을 지나 곶 끝에 서자 키리탓푸곶의 지형이 완전히 돌아보인다. 


도중에는 보이지 않던 해안 절벽 아래에 유유히 서있는 선돌이며, 깍아지른 절벽의 형태들이 온전히 드러나고 있다. 곶 끝에서 드넓게 이어지는 바다는 물론이고 뒤돌아서 보이는 육지의 선명한 모습들까지 장엄하게 보여진다. 이른 아침 출발하자마자 호사스런 광경을 만나게 되니, 짜릿한 기분과 함께 호흡이 맑고 선명해진다. 앞으로 가야할 방향의 해안선 또한 굉장히 수려하다. 어제부터 이어지던 융기된 지형이 바다로 부터 불쑥 올라온 형태로 주욱 이어지고 있다.





키리탓푸곶 등대를 향하는 초입에서 내려다 보이는 장엄한 해안풍경. 곶지형의 선단은 40~60m 높이의 절벽지형으로 되어 있다.

키리탓푸곶(霧多府岬)은 정식명칭으로 토우후츠곶(湯沸岬)이라고 한다. 또한 바다표범(톳카리)을 인근에서 볼수 있어서 톳카리곶이라고도 불린다. 



해안절벽 가까이에 솟아있는 선돌의 모양이 독특하다. 물새들이 앉아쉬는 장소인듯 정상부가 하얗게 덮여있다.

바다로 튀어나온 키리탓푸곶과 건너편의 훗카이도 해안선이 하마나카만(灣)을 둥그스름 둘러싸고 있다.



등대가 있는 곶 끝머리를 향해 천천히 걸어 가본다.



등대를 향하는 길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해안풍경.

비슷한 해안절벽지형이 파란바다와 맞닿아 이어지고 있고, 도부츠(湯沸)마을이 건너다 보인다.

튀어나온 지형 너머로 이곳의 또 다른 절경을 간직한 아제찌곶이 위치하고 있다.



1951년에 첫 점등된 키리탓푸곶 등대가 곶끝머리의 가장 높은 지형에 서있다.



등대를 지나자 내리막이 이어진다. 조금 지나자 곶을 알리는 세움판이 서있다.



아침해를 받아 환하게 밝아진 곶 끝머리를 향해 계속 걷는다.



등대를 지나 곶 끝머리 가까이에는 낡은 전자식발신기(전자력으로 널을 진동하여 소리를 만들어내는 발신기)가 서있다.

항로표지의 한 종류인 음파 표지로 안개와 눈보라 등으로 시야가 나쁜 경우 선박에 대해 소리로 방향을 알린다.

음파표지는 무종(손으로 때리는 타종) → 전자식발신기(전기혼)  → 에어사이렌 순으로 발달하였으나, 

선박용 레이더와 GPS등의 보급으로 인하여 순차적으로 그 사용이 폐지되고 있다.


▶ 등대관련정보 참조 : 등대와 바다



산책로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목책이 곶 끝을 지나 바다속으로 한없이 이어지는 것만 같다.



곶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바다. 

곶 가까이에 무성하게 자라는 해초의 모습이 인어가 풀어헤친 머리숱이 너울대고 있는것 같다. 기묘한 모습이다.



키리탓푸곶의 끝머리.



더 나아 갈 수 없어 보이는데, 우거진 수풀이 살짝 벌어져 있다. 

천천히 따라가보니, 건너편 암반을 잇는 조그마한 나무다리가 놓여져 있다.



위험스럽고 아찔한 나무다리를 건너자 나지막한 해안암반만이 바닷 속에 잠겨 있다. 

뒤돌아서자 곶 위에서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곶 끝의 바다보다는 뒤돌아서서 보이는 모습들이 훨씬 인상적이다.



사람의 형상으로 서있는 선돌이 짙은 바다 위에 뚜렷한 모습으로 서있다.



곶 끝에서 되돌아 걷는다. 곶을 둘러싸고 있는 절벽의 지형들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곳이다.

일어난 아침나절의 산책길에서 가파른 긴장의 지형들이 가슴가득 들어온다. 아침 일찍부터 눈과 마음이 호강하고 있다.




키리탓푸곶을 되돌아 나와 곶의 왼편에 위치해있는 아제찌(アゼチ)곶으로 향한다. 잠시 달려 도착한 주차장에는 캠핑카와 차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주차장에 차를 편안히 세워두고 있다. 볕이 좋은 오전, 차량 옆에는 함께 데려온 개가 편안히 엎드려 있고, 차량 지붕에 이불을 널어 말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처음에는 캠핑카도 아닌 일반 차량으로 숙식을 해결하며 여행하는 모습들이 약간은 궁상맞아 보였는데, 어디를 가도 이런 형태로 여행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다보니 이제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차에서 잠을 해결하고, 주차장에서 밥을 해먹고, 설거지와 화장실 사용이 편한 캠핑장 인근이나 여기처럼 한적한 주차장에서도 자주 보인다.


여기도 깨끗한 화장실이 있고, 널직한 주차장에 한적하고 외진 곳이라 저렇게 자리잡고 있나보다. 나도 캠핑카 한 대 구한 후, 멈춰서는 세상 모든 곳이 내 집인것처럼 돌아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길을 달리고 있는 지금도 다른 형태로 돌아다닐 궁리를 하고 있는 나는 대체 뭐란 말인가하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난다. 휴가때면 차에 짐을 대충 싣고, 섬을 돌아다니며 저들처럼 여행했던 내 기억도 아련히 떠오른다. 뭐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긴 하다.


주차장에 스풋을 세워두고, 산책로를 따라 걸어나오자 곶너머의 섬과 바다의 풍경이 호방하게 펼쳐진다. 앞 바다와 건너편으로 보이는 해안선과 섬의 모습이 광활하고 웅대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가만이 서있는 내 속으로 눈 앞의 광경이 그득 들어차올라 가슴이 뻐근해질 정도다. 헤벌쭉 입이 벌어진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산책로의 다른 한켠으로 걸음을 옮기자, 밤새 지나왔던 인근마을의 길다랗고 얇은 지형이 내려다보인다. 서있는 이 키리탓푸곶은 건너오는 도로가 다리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는 반도의 지형이다. 




아제찌곶을 향하는 도로. 바다곁을 따라가는 도로 너머로 인근의 독특한 지형의 섬들이 보인다.



아제찌곶 주차장에 바이크를 세워두고, 산책로를 따라 걸어들어간다.

초입부터 시원스런 풍경이 펼쳐진다.



산책로에서 보이는 고지마섬(앞)과 셋봇키섬(뒤)의 풍경.

6~7월에는 이 인근초지에 들꽃들이 가득 피기도 한다. 



산책로를 따라 얼마걷지 않자 아제찌곶 전망대가 나타났다.



아제찌곶 전망대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


가까이 보이는 고지마섬은 이 곶의 행정구역인 나카하마의 상징새인 '에또삐리카(エトピリカ)'가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

전세계적으로 적은 수가 분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의 에또삐리카는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이름은 아이누어인 "에토(부리)+ 삐리카(아름다운)"에서 유래되었다.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주황색의 부리를 가지고 수심10m까지 잠수하는 바다새이다.

▶ 에또삐리카(도요목) 사진 보기


야제찌곶은 다시마 수확기에 일제히 출어하는 어선들이 지나가는 호쾌한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야제찌곶을 지나는 어선들의 사진보기



섬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오른쪽으로 더 걸어가면, 어제 지나온 키리탓푸마을이 보인다.

길게 뻗어나온 반도의 목에 해당하는 좁은 지형이 아래로 내려다 보인다.



곶주차장에 세워진 여행차량. 캠핑카가 아니더라도 차량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일본에서 많이 보인다.

뒷쪽에는 이불을 차 위에 올려두고 좋은 볕 아래에서 말리는 차량여행자도 보인다.




훗카이도의 남쪽으로 향하는 도로로 되돌아가기 위해 키리탓푸마을 시가지를 지난다. 어제 밤에도 지나가며 들렀던 편의점에서 빵과 우유등을 사가기로 한다. 빵봉지를 뜯고, 우유를 한모금 마셔가며 어슬렁대며 편의점을 걸어나오는데 주차장에 먼저와서 잠시 쉬고 있던 남녀 한쌍의 바이크 라이더들이 보인다. 


그 중 여성 라이더가 내게 다가오더니 인사를 먼저 건넨다. 번호판에 대한 질문이 어김없이 날아든다. 대체적으로 보면, 타인에게 질문을 하는 등 관계맺기에 익숙하면서 시작을 능숙하게 하는 쪽은 남성에 비해 여성쪽이다. 질문하기 주저주저 하는 남성들과는 달리 주저없이 궁금한 질문들을 해댄다. 선사 이전 삶의 방식과 원형들이 여전히 사람들에게 녹아있으므로 어쩔수 없이 나타나는 남녀의 차이점이긴 하다.


일반적인 타인들의 호기심에 대한 내 반응과 달리, 바이크 라이더들에게는 그나마 친절하게 응대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이동수단이 동일하다는 것으로 부터 기인된 막연한 동류의식 때문이겠다. 주차장 한켠의 그늘에서 쉬고 있던 다른 남성 라이더도 합류해서 함께 선채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셋이 함께 나눈다.


알고보니, 몸집 자그마한 이 여성 라이더도 나처럼 1년전에 1,200km를 도보로 결원(게치간, 순례길 완주)한 시코쿠 순례자(오헨로상)였다. 나와 비슷한 소요시간인 42일 동안 걸었다고 한다. 어쩐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걸은 그 길은 전혀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데, 타인이 그 길을 걸었다고 들으면 굉장하다는 생각이드는 이유는 또 뭘까. 어쩌면, 나는 시코쿠 순례때 부터, 지금까지 주욱 순례길을 걷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간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순례하듯 살아가듯이, 연장선상의 이 여행도 순례의 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여튼 지구여행자 의식을 가진 이 여인네는 그 긴 걸음으로도 모자라, 바이크로 훗카이도까지 와서 돌고 있다. 옆의 동행자는 길에서 만나 친구가 된 사이란다. 길에서 만난 친구, 멋있지 않은가. 저렇게 동행해서 다니라고 하면, 나는 하루도 못가 집어치울테지만... 어쨋든 멋스러운 쾌활함이 그들에게서 풀풀 풍겨나고 있다. 그들과 나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 탓에 이런 저런 정보를 서로 주고 받는다. 지나온 캠핑장의 정보와 아름다웠던 장소를 그들에게 알려주고, 그들도 남쪽으로 부터 올라오며 거쳤던 유용한 정보를 흔쾌히 알려준다. 


어제, 키리탓푸곶의 내가 머물렀던 캠핑장에서 그들도 야영을 했다고 한다. 그곳에 사람이 많이 몰려있던 이유를 물었더니, 어제밤에 이 지역에서 축제(마쯔리)가 열렸다고 한다. 그탓에 이 근방을 지나던 바이크 여행자들이 가득 몰려든것이다. 아침에 본 분홍색 옷을 입은 나이지긋한 라이더는 핑크색 원부바이크(12cc미만의 소형바이크)로 여행하며 전국의 미치노에키(국도변휴게소)를 여행한다는 사람으로 일본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사람이라고 한다. 서로의 길에 안부를 미리 전하는 마지막 인사를 건넨 후, 그들이 먼저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편의점 앞에서 만난 바이크 여행자들.

우측의 자그마한 체구의 여성은 시코쿠순례길 1,200km를 완주하기도 했다. 길에서 만난 그들이 친구가 되어 동행하고 있다.




나도 다시 길을 출발한다. 키리탓푸를 빠져나와 어제에 이어 달리는 123번 지방도로의 길이 아름답게 이어지고 있다. 얼마가지 않아 나지막한 건물의 비와세전망대가 도로 옆으로 나타났다. 전망대로 올라가보기로 한다. 해안쪽 풍경만을 생각하며 달려왔었는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과 키리탓푸습원과 여러개의 호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바다와는 또 달리 아름답고 풍성한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해안도로에서 가까운 곳에 세워진 비와세 전망대. 태평양을 접하는 해안선과 키릿탓푸습원이 한꺼번에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전망대의 좌측으로 보이는 해안선



해안선의 반대방향으로 키리탓푸 습원이 내려다 보인다. 습원의 초지와 그사이로 흘러든 물길이 아름답고 유려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키리탓푸습원은 훗카이도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카누 레프팅, 산책로 트래킹, 승마, 온천, 습지투어등의 다양한 습지 자연을 즐길수 있는 곳이다.

 면적은 약 3,168 ha. 동서 약 3 ~ 4km, 남북 약 9km의 활 모양의 저지대 (해발 3m 이하). 북쪽 절반은 오래된 사구열이 평행하게 남쪽으로 향하고 있고, 

30개이상의 호소가 띠 모양으로 병렬하고 있다. 남쪽 절반은 5 개의 강이 습지에 퍼져있다. 훗카이도는 이런 습원들이 제법 많다.




다시 시원스레 뻗은 도로를 달리자, 해안도로를 지나 앗케시호수를 건너는 다리가 타나난다. 여전히 시원스러운 풍광이다. 그 다리를 다시 건너서자  아케시쵸 마을에서 44번 국도와 길이 맞닿는다. 해안으로 이어지는 44번국도에서 내륙쪽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내륙을 이어달리는 272번 국도에는 추천표시가 지도에 그려져있어서 어떤 길인지 궁금해서다.


아케시쵸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20km 정도를 달리는 동안 목초지의 농장과 숲 뿐인 길이 이어지고, 인가를 만나기가 드물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목장가옥들을 보면, 여기가 진짜 일본인지 의심스럽다. 일본 번호판을 달고 도로를 오가는 조그마한 경차들 때문에 문득 일본을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질 정도이다.




비와세전망대를 지나와 이어지는 123번 지방도로를 따라 달린다.

왼쪽은 여전히 짙푸른 태평양이고 달리는  주변지형은 구릉의 평탄한 지형이다.



123번 지방도로는 해안선이 내려다 보일정도로 바다와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바다 반대쪽 내륙 구릉지도 나지막한 지형이 굴곡지며 이어지고 있다. 

높지 않은 구릉이 이어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바다를 따라 달리는 해안도로로 보이는 풍경이 멋드러진다. 잠깐 멈춰서서 내려다 보고 있자면, 길을 달려가는것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기분이 들정도다.

내 여정은 매번, 최고의 장소를 만난다. 이른 아침만 해도 키리탓푸곳이 오늘 최고의 장소였으나 조금뒤 다시 야제찌곶이 최고로 바뀌었으며, 

다시 비와세전망대로 바뀌었다가 이 해안선이 내려다 보이는 도로가 지금은 최고의 장소가 되었다.

그러므로 내 삶은 언제나 최고의 것들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바닷가로 부터 벗어난 길이 슬며시 구릉지로 휘어진다.

부드럽게 바다처럼 넘실거리는 구릉지의 능선이 평화스럽기 그지없다.



목장의 목초지로 사용되는 구릉지에 드문 드문 나무가 자라고 있는 모습.



123번 지방도로가 44번국도와 만나는 지점의 아케시쵸를 가로질러 14번 현도를 타고 내륙으로 꺽어달린다.

인가가 드물고, 달리는 길 옆으로 내내 평온한 목초지가 이어진다.



나무가 없이 민둥민둥한 방목의 목초지는 느긋하게 넘실대는 바다를 닮아있다. 

이런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북유럽의 어딘가를 달리고 있는 기분이든다.



가끔식 나타나는 목장건물이 목초지사이에 드문드문 나타난다.




다시 273번 국도로 바꾸어 탄다. 여전히 국도치고는 좁은 왕복 2차선의 도로이다. 오르락 내리락, 농장 부지 옆의 초원 구릉을 주욱 이어가는 길이다. 지도에서처럼 뭐 그다지 추천표식이 붙을 만한 길은 아닌것 같다. 지금까지 달려온 해안도로의 풍경이 너무 좋아서 일수도, 내가 바닷길을 너무 좋아하는 탓 일수도 있겠다. 어쨋든 이길을 주욱 달려가면, 오늘 도착하고자 하는 목적지 쿠로시오습원이 있는 쿠로시오시에 닿게된다.




아케시쵸로 부터 20km정도 달려오자, 272번국도와 만났다. 시원스럽게 뻗은 길을 주욱 달린다.



쿠로시오시를 향해 달려가는 272번 국도




다시만난 44번 국도를 따라가자, 쿠로시오시에 진입했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를 지나, 다시 391번 국도로 길을 꺽어 쿠로시오 습원의 서쪽에 위치한 호소오카 전망대로 향한다. 큰 길에서 이정표를 따라 4km 정도 습원쪽으로 들어가니 전망대 주차장이 나온다. 도중의 비포장 구간 2km정도는 길이 제법 울퉁불퉁해서 바이크로는 속력을 내기가 힘든 곳이다. 주차장에 스풋을 세워두고 400미터 가량을 걸어 올라가니 그늘진 나뭇길사이를 빠져나온 내 앞에서 호소오카 전망대가 훤한 경치를 자랑하며 위치해있다.


전망대에 서자, 발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광활한 쿠로시오 습원이 아득하게 펼쳐지고 가까운 곳에는 쿠로시오 강이 습원을 관통하며 굴곡진 S자로 흘러가고 있다. 사바나같은 풍경, 옆에서 "스고이!(대단해)"를 연발하고 있는 일본인들이 아니었다면 아프리카라고 해도 믿을 판이다.





쿠시로습원 국립공원의 서쪽에 있는 전망대가 지금 찾은 호소오카전망대이다.

스쿠터를 달려 시계반대방향으로 4곳의 전망대를 하나하나 들러가며 둘러볼 예정이다.



여행책자에서 미리 알아두었던 정보로는 생각도 못한 광활함이다.

머릿속이 환해지도록 넓은 습지의 초원이 전망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 쿠시로습원 국립공원



▶ 일본최대의 습원

쿠시로 습원은 일본 최대의 습원으로 전체 면적은 19.290 ha, 1980년에는 람사조약 등록지로 87년에는 국립공원(쿠시로 습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람사조약의 등록 구역은 전체의 7.863 ha나 되며, 학의 서식지로서의 “콧타로 습원”을 포함한 5.110 ha가 천연기념물 “쿠시로 습원”지대이다. 쿠시로 습원은 쿠시로강의 하류부에 위치하며 강은 습원 부근에서 크게 사행(구불구불흘러 감)한다.

습원 안에는 “탓코부 호” “시라루토로호”등의 해적호 외에도 여러 작은 연못과 늪이 있다.  여기에는 특별 천연기념물인 단초학과 일본 최대의 담수어이며 “환상의 물고기”라고 일컬어지는 이토우 등 희소 생물도 많아, 습원 자체는 국립공원 특별구역이므로 출입할수 없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여러 전망대에서부터 습원 풍경을 바라보거나 산책로의 트레킹, 카누로 강타고 내려가기, 희귀한 꽃과 새 관찰, 낚시, 캠프 등을 즐길 수 있다.


▶ 특징

쿠시로시츠겐(시츠겐은 습원을 일컫는 일본용어)은 일본에 남아있는 가장 큰 습지복합체로서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원래 모래퇴적물로 가로 막힌 기수석호로서, 3천년부터 이탄층이 퇴적되어 오늘날과 같은 습원으로 발달하였다. 이탄지역의 약80%는 사초이탄습원(sedge fen)과 갈대늪이 차지한다. 습원의 중심지에는 물이끼가 주를 이루는 고층습원과 크랜배리가 주를 이루는 중층습원이 여기 저기 흩어져있다. 이 습원에서 600여 종의 식물, 26종의 포유동물, 170종의 조류가 관찰되었 으며, 이중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은 두루미, 블라키스톤수리부엉이, 흰꼬리수리, 참수리 등이다. 일본에서는 유일하게 네발 가락도룡뇽(Siberian salamander)이 서식한다. 습원은 산업용수와 가정용수를 공급하고, 어업을 지원하고, 관광 및 야외활동 과 연구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대유물과 함께 문화적으로도 중요하다.

  

과거 쿠시로습원은 쓸모없는 땅으로 간주되어 주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지난 50년간 주택지와 농지 이용 등의 사회 경제활동 때문에 습원 지역의 면적이 약20% 감소하였다. 일본 내 최초의 람사르습지 및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습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변화하였고 1993년 쿠시로시는 제5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를 개최하면서 보전운동이 탄력을 받았다. 이후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장려하기 위하여 지자체, 환경성, 대학, NGO 등이 참여하는 쿠시로국제습지센 터가 문을 열었다. 현재 일본에서는 최초로 쿠시로 습원에서 습지복원프로젝트* 를 진행하고 있다. 복원위원회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습지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일본에서 습지보전을 선도함으로써 모범사례를 제시하고 일본 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다른 습지들에게도 좋은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


▶ 국립공원 시설

- 쿠시로시 다습 초원 전망대 : 전망실과 옥상에서는 사계절 각각의 습원의 변화를 볼 수 있고, 2층 전시실에서는 습원의 디오라마와 그래픽 패널에 의한

  습원의 동식물, 유적, 지형 지질등을 전시하고 있다. 환상의 물고기인 이토우도 관찰할 수가 있다.

- 호소오카 전망대/호쿠토 전망대 : 양전망대 다 시야를 가로막는 것은 없으며, 습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쿠시로강의 사행 모습과 습원의 크기를 실감할 수 있다.

- 토로호 에코 뮤지엄 센터 : 쿠시로 습원 국립공원 동쪽의 습원 정보 거점. 쿠시로 습원 전체의 각종 자연 정보나, 공원 이용 정보등을 제공하고 있다. 

- 온네나이 방문객 센터 : 쿠시로 습원 국립공원 서쪽의 습원 정보 거점입니다.쿠시로 습원 전체의 각종 자연 정보나 공원 이용 정보등을 제공하고 있다.

- 야생 생물 보호 센터 : 습원과 희소 야생 동식물의 보호를 테마로 한 전시가 공개되어 있다. 

- 탓코부 오토 캠프장 : 야외 시설과 로지내 시설도 완비. 렌트 카누도 있음.


▶ 쿠시로습원 열차

쿠시로 습원 국립공원」은 자동차는 물론 사람도 들어갈 수 없는 구간이지만 쿠시로역에서 토우로역까지노롯코열차가 운행하고 있고, 시속30km의 느긋한 속력으로 운행하는 노롯코열차 차창 밖으로는 쿠시로 강과 쿠시로 습원의 전망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다. JR쿠시로역에서 출발함.


출처 : 아칸관광협회 / 쿠시로습원센터 / 국가습지사업센터





일본최대의 습지라는 용어만으로는 직접 그 넓이를 짐작하기 힘들었는데, 직접 눈앞에서 보게되자 입이 벌어지는 크기이다.

습원너머 구름이 걸려있는 희미한 산은 일본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오아칸다케(雄阿寒岳), 메아칸다케(阿寒岳)이다.




호소오카전망대는 뱀처럼 구불구불 흘러내리는 쿠시로강을 가장 가까이서 볼수 있는 곳이다.



수풀이 좀 우거진 사바나 초원같아 보인다. 노을질녘 이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경도 꽤 운치있다고 알려져 있다.



안내도를 보니, 습원너머 나지막한 지형의 산이 튀어나온 부분에 미야지마곶, 키리코탄곶이라 표기되어 있다.

바다를 향해 튀어나온 지형만을 곶이라 부르는 우리와는 달리, 습지로 튀어나온 언덕지형도 곶으로 표기하고 있다.



호소오카 전망대에서 되돌아나오는길, 쿠로시오 강 근처에서 카누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강을 따라 늪지를 통과하는 카누를 직접타본다면 독특한 경험이겠다.




다시 전망대를 벗어나 391번 국도를 타고 북상한다. 예정은 쿠로시오 습원을 오른쪽에서 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한바퀴 휘어감아 달리면서, 도중에 나오는 유명한 전망대 4곳에 올라보는 것이다. 세루보 전망대가 다음 목적지다. 차가 하나도 없는 비포장 주차장에 도착해서 보니, 산 위까지 20여분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도로에서 가까운 주차장인데다 인적이 전혀 없는 곳이라 짐이 실린 바이크를 그냥 냅두고 가기가 좀 껄끄럽다. 이 전망대는 그냥 지나가기로 한다.


391번 국도를 따라 다시 북상한다. 쿠시로습원의 북쪽 가운데에 있는 곳타로 습원 전망대를 향한다. 찾아가는 도중의 길이 좀 복잡하다. 멀리로 길을 돌아서 울퉁불퉁한 지방도로를 한참이나 따라간다. 인근의 목장에는 말들이 평화로이 풀을 뜯고 있고, 목초지 뒷편으로는 산에서 내려온 한무리의 사슴 십여마리가 말과 함께 풀을 뜯고 있다. 평화로운 늦 오후의 풍경이다.


길이 도로의 가로로 울퉁불퉁 끊겨져 틈이 나있다. 그 때문에 바이크 바퀴가 도로를 지나면서 정기적으로 덜컹거리며 튄다. 심한 경우에는 진동으로 인해 몸이 튕길 정도이다. 드디어 전망대 주차장에 도착했다. 화장실과 입구를 겸한 건물을 지나 뒷편의 나지막한 산으로 10분을 올라가자 데크로 만든 전망대가 나타난다. 발 아래로 평평한 평지의 고요한 쿠시로 습원이 드넓게 펼쳐지고 있다. 


아까 들렀던 호소오카 전망대에 비해 훨씬 가까이에서 부터 습원이 보여지고 있어서,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든다. 늘어지는 오후 볕에 산그늘이 생겨, 습원의 일부분을 덮고 있다. 제법 가파른 곳에 전망대가 있어서 걸어올라오는 동안 숨이 찼다. 그래도 10여분 걸어올라 이런 독특한 습원의 풍경을 보게 되다니, 훌륭한 경치를 즐기는 댓가치고는 너무 싼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호소오카 전망대에서 나와서 391번국도를 따라 북상하는 길. 세보루전망대를 지나오자 시라루토로호수가 길 옆으로 나타난다.



쿠시로 습원의 북서쪽에 위치한 시라루토루 호수를 따라 국도가 2km가량 이어진다.

이 호수는 쿠시로습원 북서쪽에 위치한 3개의 호수 중의 하나이다.



코타로습원 전망대를 향하는 길. 늪지를 가로질러 가는 길이 없으므로 북쪽으로 크게 돌아서 다시 남하하는 길을 따른다.



여전히 산지 지형은 없고 구릉 목초지와 평지의 목초지가 시원스레 뻗은 도로 옆으로 지나간다.



새파랗게 풀이 덮인 목초지를 지나고,



넓다란 경작지를 지나 한적한 도로를 달려간다.



1060번 지방도로를 따라 콧타로습원전망대로 꺽어든다.



인근 초지에는 풀어놓은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뒷산에서 내려온 사슴들도 무리지어 함께 풀을 뜯고있다. 지상천국이 따로없다.

시로토코반도를 제외하고는 훗카이도의 길에서 보이는 모든 야생 사슴들은 사람을 경계한다.



목초지 한켠에는 다리가 무진장 짧은 귀여운 포니종의 말도 보인다.

저 짧은 다리라도, 나보다는 빨리 달릴게다. 스쿠터대신 말타고 일주하면 재미 날 것 같기도 하다.

말똥 치우기가 번거롭겠지만...



1060번도로를 10km정도 달려오자  콧타로전망대가 나타났다.

화장실을 겸하고 있는 입구건물의 가운데를 통해 산기슭 전망대로 올라간다.



전망대 초입의 계단.



제법 가파른 계단과 산비탈을 10여분 올라오면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콧타로 전망대가 나타난다.



콧타로전망대에서 내려 보이는 콧타로습원.

콧타로습원은 쿠로시오습원에 포함되어 있지만, 이 근방의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불러오던 이름이다.



콧타로전망대 인근은 저층습원의 지형이다. 쿠시로 습원의 78%는 저층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일대는 약 5,000년전에는 바다였지만 해안선이 서서히 후퇴해 약 3,000년 전부터 현재와 같은 저층습원 지대가 되어 쌓였다.



■ 저층습원?


갈대나 오리나무를 주체로 하는 저위(低位) 이탄지(*) 위에 생기는 식물사회의 습원식생을 말한다. 토양의 반응은 지하수 반응에 의해 알칼리성에서 산성까지 변한다. 오목렌즈형이나 다소 평탄한 지형에 발달하고, 가운데 오목한 부분에는 얕은 못이나 늪이 있으며, 초본식생으로 덮이고 주변은 건조하며 삼림으로 둘러싸인다. 부영양(富營養) 습원이며 토양 에너지가 풍부하기 때문에 식물은 고층습원처럼 소형 또는 왜성(矮性) 관목과는 달리, 중·대형의 초본이나 목본식물이 무성해 경관으로 보아 전혀 이질적이다. 또한 못·늪 주변이나 갈대·오리나무 등의 밑에 생기는 물이끼류도 큰물이끼·비늘물이끼 등 그 종류가 다르다. 저층습원은 온대에서는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배수를 적당히 하면 생산력있는 논이나 경작지 또는 초지로 전환하여 이용할 수 있으므로, 경작이 가능한 지역의 저층습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 이탄 : 이끼류, 갈대류, 사초 등의 화본과 식물 또는 소나무, 자작나무등의 수목질의 유체가 분지에 두껍게 퇴적하여 수분의 존재하에서 

   미생물등의생화학작용에 의해 분해, 변질된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저층습원은 우포늪을 들 수있다.


- 출처 : 파란사전




늦은 오후의 해가 산그림자를 만들어내어 쿠시로 습원의 일부를 덮고 있지만, 여전히 광활하게 넓은 지형이다.

앞에서 들렀던 호소오카 전망대와는 또다른 느낌의 장소이다.



전망대 오른쪽으로는 초지보다 수목이 많이 보이는 지형이다.




느긋하게 습원을 즐기고 나니, 오후 5시다. 오늘은 더이상 달려가기에는 힘들성 싶다. 지도를 들여다 보니, 15km정도 떨어진 곳에 캠핑장이 있다. 바이크의 기름도 거의 바닥인터라 캠핑장이 위치한 츠로이 마을로 향한다. 가는 내내 인가하나 나타나지 않는 숲길과 구릉길을 지난다. 해가 이미 산을 넘어간터라 공기가 차갑다. 연료가 바닥나 바이크가 멈추기 직전의 연료게이지가 되어서야 마을에 도착했다. 가까운 주유소를 찾아 주유를 하면서 캠핑장의 위치를 물어보니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콧타로 전망대에서 되돌아나오는 길, 도로변으로 잠시 나온 여우가 새초롬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우는 동작이 재빨라서 좀처럼 사진에 담기 힘든데, 이번에는 제대로 담았다.

사슴이며 여우등의 야생동물들이 훗카이도의 길에서 자주 보이는 통에 마치 타큐멘터리를 찍고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콧타로전망대를 뒤로하고 츠로이마을의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 길 멀리로부터 노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둑할때 즈음, 츠로이캠핑장에 도착했다. 차량과 바이크가 캠핑장 내에 가득하다. 이 마을에서도 뭔, 마을 축제가 열렸던가 의구심이든다. 캠핑장에 이렇게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는 것도 처음이다. 어제는 바이크로 가득한 캠핑장이더니, 오늘은 차량으로 가득한 캠핑장이다. 입구의 차량 옆에 서있는 할아버지께 사무실의 위치를 묻자, '여기는 무료캠핑장이라 사무실 위치 같은건 본적이 없는데...'란다. 


그랬다. 이곳은 무료였던 것이다. 뜻하지 않게 1,000엔 안팎의 돈이 절약되는 것이 새삼 이렇게 기쁠수 있다니... 입구쪽 넓은 공터에 나보다 약간 먼저 도착한 라이더가 텐트를 치고 있다. 그 뒤에 텐트를 치고, 대충 짐을 풀고나자 캄캄해졌다. 밥을 해먹기 위해 취사장으로 향하는 도중에 보니, 화장실 인근에는 차량뿐만 아니라 바이크도 한가득이다. 캠핑카도 여럿 보이고, 캠핑카가 아닌 일반차량들도 오토캠핑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밥을 먹고나서 칫솔을 물고, 한손에는 설겆이감을 들고 느릿느릿 태평한 걸음으로 슬리퍼를 찌익 끌며 취사장의 수돗가로 향한다. 그런데, 형광등 불빛 아래의 취사장에는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서있다. 엊그제 시로토코 반도의 라우스마을 동전세탁소에서 만난 할아버지다.


서로 동시에 "엇!", "이야아~!!" 하며 외쳐댄다. 그도 어제 내가 머물렀던 키리탓푸 미사키에 갔었단다. 혹시 내가 있을까 싶어서 둘러봤는데 못봤다고 한다. 아마 내가 어제 밤늦게 도착해서 못 만났을 것이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반가운 마음에 악수까지 하고 이것저것 한참이나 이야기 하다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텐트로 되돌아온다. 밤이 늦어, 쌀쌀해진 야영장을 되돌아 걷는 내게 감기, 운전조심하라며 당부까지 하신다. 길 위의 낮선 곳에서 나도 아는 얼굴 한명즘 생겨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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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행거리 : 228km


* 숙박지 : 츠로이캠핑장

  - 무료

  - 화장실, 취사장


* 쿠시로 여행안내

   - 쿠시로 관광안내(한글) : http://www.kushiro-kankou.or.jp/korea/

   - 국가습지 사업센터 : 세계의 습지정보 

    - 쿠시로습원 여행안내 : Jtour(교통, 여행지안내 등)


* 주유 : 2회(723엔 + 789엔)


* 주행경로 : 키리탓푸곶 → 아케시쵸 → 쿠시로 → 쿠시로습원 → 츠로이마을


큰 지도에서 스쿠터일본일­주-31일차 경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