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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나서다/스쿠터일본일주

[스쿠터 일본가다] 24일차-2, 아름다운 섬 레분토를 걷다/북해도8日




[24일차-1에서 부터 이어집니다.]




볕이 여전히 따갑지만, 바람이 선선하다.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이미 가을로 들어선 훗카이도의 날씨는 이곳 레분토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원한 바람과 머리위로 아득히 높아진 하늘, 나지막한 초지의 구릉길을 걷는다. 절벽 바로 위로 길이 나있어 걸으면서 보여지는 해안선의 풍경이 호방하기 이를데 없다. 열댓 발자국을 걷다말고 멈춰서는 걸음이 이어진다. 별달리 요란스럽거나, 눈길을 끌만한 특이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자연에서 뿜어져나오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걷는 길 위로 가득히 들어차 있는 길이다. 걷는 길의 오른쪽 절벽 아래로는 파란 바다가 아득하게 보인다. 그탓인지, 걷고있는 이 길이 왠지 하늘의 길 인것 처럼 느껴진다. 여행작가 김남희씨의 아름다운 묘사들과 극찬이 온전하게 이해가 간다. 물론 그녀가 보았던, 6~7월의 들꽃 만발한 길은 이미 지나가 버렸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길이라니...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던 길 도중에는, 해안 절벽 방향으로 짧은 전망로를 내어 놓았다. 선자리에서 까마득한 오츠크해의 바다와 레분토의 서쪽 해안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 전망로 끝에 있다. 아직도 별처럼 피어있는 초원의 꽃들로 인해 걷는 길 내내 맑은 풀내음과 옅은 꽃향기가 섞여난다. 이 코스를 걸어 북쪽의 섬 끝까지 종주하는 이들이 가끔 꽉매인 배낭을 등에 메고 길 옆을 지나간다. 보기만해도 참 경쾌한 발걸음이다. 이런 길 위에서 걷는다면 저절로 생겨날 수 밖에 없는 발걸음이다. 절벽 아래로는 갈매기와 독수리가 날아다니고, 눈 앞에는 파란하늘이 펼쳐진다. 발아래 초록의 길이 가늘게 가늘게 섬의 남쪽 끝을 향해 이어지고 있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두서너번 지나자 등대가 나타났다. 등대에 도달하니, 서너사람이 먼저와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페리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서둘러 다시 왔던길을 되돌아 걷는다. 1시간여의 길이 이렇게 멋진데, 8시간 코스는 대체 어떨까. 이 아름다운 길을 한국에 가져가 옮겨 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걷고 싶을때면 휙하니 와서 마음껏 걷고 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 걷는 사람, 둘이 짝을 지어 걷는 사람, 너 댓명이 어우러진 도보객들. 제법 많은 사람들이 가끔씩 섬위의 초록 길을 지나간다. 걸어가는 사람의 뒷 모습만으로도 동화같은 공상이 생겨나는 그런 길이다. 얼마간의 길을 다 걷고, 출발했던 주차장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2시 15분이다. 타고자 했던 페리 출발시간 보다 5분이 더 지나버렸다. 늦었다. 하긴 이 길 위에서 목격되는 그 풍경들을 만나면서 더빨리 걷기는 불가능했을터다. 나처럼 유혹에 약한 사람이, 잡아끄는 섬풍경의 마력을 어떻게 뿌리치겠는가.




모모이와 전망대에서 등대까지 이어지는 도보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길 앞으로는 해안절벽이 주욱 이어지고 있다.



전망대를 더 지나와서도 모모이와바위(복숭아바위)가 바로 가까이 내려다 보인다.



초록의 길을 따라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오간다.



모모이와바위의 옆모습이 온전히 보인다. 아무리 봐도 복숭아 모양으로는 안보인다.



해안절벽의 가까운 곳에는 도보길을 따라 목책이 쳐져있다.



낮게 자란 고원식물들 사이로 가느다란 길이 이어진다.



독특한 해안절벽의 능선이 길 옆으로 이어진다.



도보길 도중에 내려다 보이는 레분토 서쪽해안.



도보길의 흙이 유실되는 곳에는 땅을 보호하기 위해 마대가 깔려있다.



걸으면서 시원함을 내내 맛보는 아름다운 도보길이 길게 이어진다.



등대까지 이어지는 길이 능선을 따라 가느다랗게 멀리까지 이어진다.



섬 남쪽의 원야지대를 통과하면서, 바다 건너의 리시리섬도 보인다.



더없이 좋은 도보길이다.



길이 너무 좋고, 아름다워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둥그스름한 낮은 언덕을 몇번이나 지난다.



도보길의 모습도 다양하다. 흙길과 통나무 계단길에 이어 또 이런 원목 데크길도 나타난다.



길은 길대로 아름답고, 해안절벽 위의 끝머리 지형은 그것대로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도보길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안선은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뒤돌아 본 도보길. 섬의 북쪽 해안선이 아득하게 보인다.



걷기 좋은 길이 주욱주욱 이어진다.



길옆에는 늦여름 들꽃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도보길



해안절벽으로 전망로가 나있다.



전망로 끝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



뒤돌아본 도보길. 앞이나 뒤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구릉성 산지의 섬은 이런 지형들로 이어진다.



모모이와 해변의 고운 물빛과 아름다운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각형의 리시리섬이 조금더 또렷하게 보이는 것도 같다.



제법 급한 길에서도 목책이 길을 따라 서있다.



불쑥 튀어나온 지형에 도착하자, 북쪽으로 이어지는 섬의 지형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도보길에서 내려다 보이는 모모이와 해변



평원같은 섬의 고지대가 눈앞으로 아득히 펼쳐진다.



들꽃과 초지와 길과 바다와 하늘의 아름다운 조합이다.






낮은 세죽이 섬의 남쪽 고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레분토에 도착했던 어제, 도로를 따라 남쪽 끝으로 향하면서 지났던 마을이 저 멀리 보인다.



해안절경이 걷는 길을 따라 내내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이다.



드디어 등대가 나타났다.



등대 인근의 지형도 예사롭지 않다.



등대 인근의 지형. 독특한 바위산이 불쑥 쏫아오른 지형이다.



등대에 서자, 서쪽해안의 풍경이 시원스럽게 보인다.



나보다 먼저 찾은 몇몇의 사람들이 늦은 점심을 먹고있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섬이다.



바다건너 멀지 않은 곳에는 리시리섬이 우뚝하고, 강건하게 서있다.







마을까지 이어지는 도보길이 보인다.



등대에서 잠시 쉰다음 길을 되돌려, 모모이와 전망대로 향한다.



레분토의 꽃들. 걷는 길 내내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이 걸음을 옮기는 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목책 아래로 비스듬이 얼굴을 내미는 꽃과 부드러운 길이 어우러져 더없이 기분 좋은 도보길이다.



되돌아 가는 길에서는 섬의 서쪽해안 풍경이 원없이 눈에 들어온다.



참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이다.



주차장 화장실에서 땀을 씻어낸 후, 다시 스풋을 타고 도보길의 해안절벽 위에서 내려다 보이던 모모이와 해안으로 향한다. 해안 가까이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올려다 보이는 모모이와 바위가 이제서야 복숭아 비슷하게 보여진다. 양파 껍질같은 바위의 독특한 잔 주름같은 지질이 가까이서 보인다. 높다랗게 쏫아있는 해안절벽이 바로 머리 위에 우뚝 서있다. 해안절벽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었던 도보길이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 길에서 보여지던 풍경들이 너무도 아름답고, 뛰어나서 인지 해안전망대에서 보이는 인근의 경치가 왠지 김이 빠져보인다. 눈 높이가 높아진 탓일게다.


해안선을 따르는 짧은 도로를 따라 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가보니, 지죠이와(地藏岩)가 포말이 일어나는 바닷가 가까이에 서있다. 삐죽이 쏫아 반이 갈라진채 서있는 독특한 바위다. 다시 길을 되돌려 페리터미널로 향한다. 페리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4시 10분이다. 확인해 본 리시리토(利尻島)행 배시간까지는 40분이나 남아있다. 느긋하게 승선권을 끊고, 대합실 의자에 앉아 모처럼의 멍한 여유로움을 즐긴다. 




모모이와 해안



해안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에서 가깝게 보이는 모모이와(복숭아)바위



모모이와 해안의 남쪽 풍경



모모이와 해안 절벽. 저 절벽들 끝머리로 트래킹코스가 이어졌었다.



해안전망대에 서서 올려보이는 해안절벽이 엄청난 높이로 쏫아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이제서야 모모이와 바위가 복숭아를 닮아 보인다.



해안전망대에서 보이는 모모이와 해안풍경. 도보길에서 내려다 보이는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모모이와 해안으로 뻗은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관광버스들이 오가는 모습이 자주보인다.



모모이와 해안 북쪽끝에 서있는 지죠이와. 뾰족한 바위의 가운데가 칼로 가른듯 갈라져서 서있는 독특한 형상의 바위다.



시간에 맞춰 배에 오른다. 레분토로 올때 탔던 그것과 동일한 배다. 차량 갑판에 올라서자, 바이크를 묶어주는 승무원들까지 엊그제 봤던 동일한 그 사람들이다. 30분 정도 바다를 가르며 운항을 하자, 리시리섬의 오시도마리항에 닿았다.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아침에 부러진 텐트 폴대를 확인하고, 보강도 할겸 일찍 텐트를 치기로 한다. 일단, 페리터미널의 관광안내소에서 동네지도를 받아 홈센타의 위치와 캠핑장의 위치를 물어 지도에 표기한다. 



레시리섬으로 타고 갈 페리. 레분토로 올때 탔던 그 배다.



리시리섬을 향해 페리가 달린다. 더없이 아름다웠던 레분토가 점점 멀어진다.



레분토에서 10km정도 떨어져 있는 리시리섬이 금새 페리 앞으로 다가온다.



강건한 이미지의 잘생긴 섬이다. 섬의 중앙에 우뚝솟은 리시리잔(利尻山)은 1,721미터나 되는 높은 산봉우리이다.

리시리의 어원인 '리이시리'는 아이누어로 높은산이 있는 섬을 뜻한다.



리시리섬의 오시토마리항으로 배가 진입한다.



오시토마리항의 한쪽 귀퉁이에는 바다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뻬츠곶이 인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하선을 위해 내려온 차량갑판. 스풋 오른쪽에 세워진 바이크도 훗카이도를 여행하는 중이다.



레분토에서 지나친 적이 있는 바이크다. 전국 일주 중인 작은 일본바이크에 짐들이 가득 실려있는 모습이다.




마을로 들어서서 두리번 거리며 길을 지나자, 홈센타의 큰건물이 눈에 띄인다. 폴대 보수에 쓸 절연테이프와 케이블타이, 키친타올을 먼저 집어든다. 키친타올은 생각보다 다양하게 쓰이는 아이템이다. 카메라 메모리가 가득 찬 상태라, 메모리 카드를 여기서 살까 고민을 하다가 가격을 들여다보니 마음이 사라졌다. 가지고온 휴대용PC에도 여유 공간이 약간은 남아있는 상태라 조금더 버텨 보기로 한다. 캠핑가스를 찾아보니 안보인다. 내 것과 맞는 접속구의 캠핑가스가 여기는 없는 모양이다. 그것도 아직은 조금 남아있는 상태라, 하루 이틀 정도는 어떻게든 버틸수 있을것 같다. 왓카나이로 되돌아가면 곧장 파는 곳을 찾아봐야겠다.


동네 뒤로 나있는 길을 따라 캠핑장 유니에 도착했다. 사무소에서 여권번호를 적어달라고 한다. 사용료 500엔을 지불하고, 캠핑장의 제일 높은 곳에 자리를 잡는다. 돗자리를 펴고 앉아 텐트 폴대의 끝부분과 이음새 부분을 케이블타이와 절연테이프로 빼곡히 감아서 다음에 생길지도 모를 폴대의 파손에 대비한다. 그 덕분에 1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풀밭에서 앉아 있는 동안 어김없이 모기들이 발목과 종아리를 물어뜯는다. 모기향을 주변에 피워 놓았는데도 마찬가지다. 텐트를 치고 짐을 풀고 나니 7시 20분, 주변이 어두워지고 있다.


캠핑장에 샤워장이 따로 없어서 바로 앞에 위치한 온천으로 향한다. 뜨끈한 물에서 피로를 풀고 나오자 불빛이 없으면 다닐수 없는 캄캄한 밤이 되어 있다. 텐트로 되돌아와 라면을 끓인다. 세이코마트에서 산 백엔짜리 김치와 곁들여 먹으니 맛있다. 근래에는 저녁으로 계속 라면만 먹고 있다. 싸서 좋긴한데, 속이 부담스럽다. 뭔가 다른 메뉴를 개발해봐야 겠다 싶기도 한데, 귀차니즘이 문제다. 북해도 여정이라는 관광팜플렛에서는 이곳이 공짜라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는 500엔의 사용료가 있다. 전화로 항의라도 해볼까 싶다. 아, 500엔에 흥분하려고 하고있다. 부조리의 큰 것 들은 본척 만척 내버려 두고, 이딴 자잘한 것들에만 분노하는 스스로가 참 값싸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내 가치를 이딴 것으로 떨어뜨릴수는 없는데 말이다.


북해도에서 레분토섬으로, 레분토 섬에서 다시 리시리섬으로 건너왔다. 섬과 섬을 돌아다니는 여정이 어쩐지 변두리를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낮동안 걸으면서 봐왔던 레분토의 아름다운 자연이라면, '이곳은 세상의 중심'이라 적힌 리본 붙여 놓아도 이상하지 않을것 같다. 누군가는 오만하다 할수도 있겠으나, 인식의 출발이 되는 나로부터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언제든 내가 서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닐테다. 


발걸음을 옮겨와 다시 세상의 중심에 선 리시리섬의 텐트 안이다. 칠흑같은 하늘에 밝은 별빛이 가득 쏟아지는 섬의 밤이 깊어간다. MP3의 음악을 들으며 오랜만에 펼쳐든 책 속에서도 시인들의 함축된 언어가 별빛처럼 반짝이고 있다.




리시리섬 캠핑장 유니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 숙박지 : 캠핑장 유니

  - 텐트사이트 : 500엔

  - 방갈로, 취사장, 화장실 있음. 샤워장 없음(도로건너 마을온천 있음)

 

* 페리승선권 : 2,100엔(바이크 포함/레분토-리시리토)

   

* 여행정보 

  레분토 도보 지도 1 : http://kuronoko.cool.ne.jp/hokkaido/rebun/map.htm

  - 레분토 도보 지도 2 :http://nantaisan1.sakura.ne.jp/Images/Hokkaidou/Rebuntou01/Day1_Rindou/Rebun_Rinkan.jpg

  - 레분토 도보 지도 3 : http://sky-torisan.up.seesaa.net/image/CEE9CAB8C5E7C3CFBFDE.jpg


* 이동거리 및 경로 :  42km

    레분토 구슈코캠핑장  모모이와 전망대 트래킹코스   모모이와해안  카후카항  리시리토 구츠카타항  캠핑장 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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