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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읽다

길 위에서의 신.쿨.스[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신비(妙)]


화천, 북한강 | 2013.09.08.


길을 나서면서 함께 챙겨온 책은, 

신비(妙)님의 따끈따끈한 신간인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하늘색 표지가 냉큼 집어들고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 







홍천, 서석면 | 2013.09.08.


평창으로 향하는 길, 잠시 쉬어가기 위해 공원에 들렀다.

이러저리 거쳐가는 경로를 알아보기 위해 지도를 뒤적여본다.





홍천, 서석면 | 2013.09.08.


복잡한 지도를 한 켠으로 밀어두고 꺼내든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이하, 신쿨스>




    




인간은 자연


도시의 야경이나 잘 만들어진 공원이 아름답다고는 하나,

산골 오지마을의 황폐한 겨울 들판에는 미치지 못한다.

잘 가꾸어진 식물원과 꽃들이 아름답기로서니,

산속 오솔길에 오롯이 피어난 들꽃에 비할 수 있을까?

인간은 자연의 사자(使者)!

우리는 날아다니는 철새뿐 아니라,

강가에 내려앉은 백로의 우아한 몸짓을 바로 코앞에서 보아야 한다.

동고동락하는 애완동물뿐 아니라,

깊은 계곡에서 생에 한 번 볼까 말까한,

빛나는 털을 가진 담비도 보아야 한다.


- 중략 -




홍천, 서석면 | 2013.09.08.


해가지기 전에 평창에 도착해야하지만, 

한가로운 공원의 그늘이 마음에 들어 펼쳐든 신쿨스를 여유롭게 넘겨본다. 



    



내 안에는 풍경이 있다



신비(妙)어록은 글이 아니라 그림이다.

그러므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것,

내 안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내 안에는 어떤 그림이 있다.


완전한 그림,

완전한 풍경,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려면

새끼를 낳는 곰처럼 예민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 중략 - 


지금 이 순간도 이렇게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

바로 내 안의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신과 인간의 만남과도 같은

거룩한 관계가 바로 그 안에 있기 떄문이다.





홍천, 서석면 | 2013.09.08.


한 세기쯤 지나면 시베리아의 벨로고르스크의 헌책방 어딘가에서 발견 될지도 모를 신비(妙)어록 초판본.






홍천, 서석면 | 2013.09.08.




   


우리는 서로에게,
나는 너에게,
친구라는 이름의 신이 되어야 한다.



평창, 미탄면, 동강 | 2013.09.09.


동강 백룡동굴을 향하는 도중,
그늘에서 쉬어가며 다시 신쿨스를 꺼내들었다.
선채로 스쿠터 리어박스 위에 펼쳐두고 한장한장 넘겨본다.





평창, 미탄면, 동강 | 2013.09.09.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3, 중에서


어느 멋진 날 O.S.T가 필요하다.
하늘거리는 흰색 커튼과 그 사이로 비춰드는 햇살이
꿈결로부터 아침으로 한결 자연스럽게 건너오게 해준다.
나른한 여름 오후에는 청량한 조지 윈스턴(George Winston)이나
쿨한 제리 라퍼티(Gerry Rafferty)
좋은 친구 만나 술 한잔 할 때는 이문세 5집.
혼자 운전할 때는 로이 오비슨(Roy Orbison)의 인 드림스(In dreams).
비 오는 오후에는 리 오스카(Lee Oskar)의 하모니카 연주.
커피 향 짙은 재즈카페에서 게리 무어(Gary Moore)의 초강력 감성 에너지.
아무 생각 없이 고개 끄덕이며 음악을 즐기고 싶을 땐 신예, 빅뱅도 좋다.
생의 매 순간 영화를 볼 수는 없지만 생의 매 순간 영화를 만들 수는 있다.
단 한순간의 장대한 영화, 단 한 편의 짧은 영화를!



- ● -



[ 늦은 리뷰 ]

- 1 -

그의 책은 아포리즘이자 선언이며 시(詩)이다.
그래서 아무 페이지나 무작정 넘겨 펼쳐 읽어도 좋다.
한번 읽었던 보통의 산문들은 다시 펼쳐들기가 쉽지 않지만
신쿨스는 시적인 함축이 곳곳에 녹아있어 시집마냥 펼쳐보게된다.

아끼는 시집을 가방 속에 넣어두고 있다가 아무때나 펼쳐서
쉽게 시인의 세계와 공간으로 빠져드는 것처럼,
이 신쿨스 또한 아무 페이지나 넘겨 읽어도
금새, 그의 광활한 세계와 생의 선언에 도달하게 된다.

은유와 서사, 선언의 언어들이 모여서
생(生)과 인간과 존재를 관통하는 깨달음들이 보석처럼 숨어있는 글들.
신쿨스에 담겨진 신비(妙)어록은 보석보다도 더 반짝이고 있다.

- 2 -

우리는 모두 독립된 강한 개인이고자 한다.
그것은 세계인으로 살아가게 될 우리의 피할수 없는 선택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명징한 주체가 되던지,
세상에 얹혀 살아가는 수동적인 구시대인이 되던지,
지금까지 선택은 이 두가지 외엔 없었다.

하지만, 신쿨스는 전자의 선택을 넘어서 
범우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불타는 메세지이며,
능동적인 인류마저 넘어서서 완전성의 결정체인 신(神)과 마주하며
지금까지 인류가 섬기기만 하던 절대근원의 종교적이고 기복적인 신(神)의 존재를 버리고
신의 벗으로서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이의 인류최초 보고서라 하겠다.

여름날, 활활타오르듯 내던져진 책,
생에 영감을 한가득 안겨주는 책,
신쿨스를 격하게 환영한다.









2013.09.08~09. | 기억할만한 지나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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