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권리
박정대
적막한 새벽엔 연락할 사람도 함께 술잔을 기울일 사람도 없지
고독의 시간 침묵의 지대를 혼자 술을 마시며 횡단하지
아주 넓고 긴 여름밤, 혼자서 울어본 적 있는 사람들은 타인의 눈물을 이해하지
우리 모두는 행복해질 권리, 음악을 들을 권리가 있지
삶의 의미가 없을 땐 삶에서 사라질 권리 또한 있는거지
사람들은, 사람들의 욕망이란 참 웃기고도 위대하다
내가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유일한 이유이기도 하지
불면의 여름밤, 세상은 언제나 잠들었거나 깨어있지
언제나 가장 낯설고 무서웠던 건 나 자신, 순간이면서 불멸인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이었던 나, 너, 우리
삶은 짧고 영롱하고 비루하다
우리는 아무튼 산다 그리고 죽는다
이것이 진실이다
나는 고독의 거장, 나는 새, 나는 풀잎, 별, 먼지, 대포동 미사일이 조만간 그대 심장을 향해 날아가겠지
삶은 감자, 삶은 옥수수, 삶은 따스한 체온의 고원지대를 통과한 한 줄기 바람
나 지금 고독의 지대 침묵의 광활한 시간을 통과하네
밤에도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이 불어온다
그런 게 존재하는 거다
비로소 존재하는 거다
그대는 늘 행복의 한복판에 있길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생의 한가운데 있길
존재한다는 것이 비참함이, 비통함이 되지 않도록
인류가 더 이상 약물에 기대지 않을 수 있도록
- 박정대,『모든 가능성의 거리』, 문예중앙, 2011.
'그들을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독/이문재 (0) | 2013.12.10 |
---|---|
소나무에 대한 예배/황지우 (0) | 2013.12.09 |
풍경한계선/박정대 (0) | 2012.08.07 |
빈집의 약속/문태준 (0) | 2012.07.15 |
그대들은 아름다운 시절에 살기를/박정대 (0) | 2012.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