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다당, 부아앙! 하는 소리에 잠이 깼다. 시간을 보니 새벽 3시 30분이다. 틀림없이 대형 바이크 엔진소리다. 그것도 한 두 대가 아니고 간헐적으로 여러 대가 조용한 새벽의 마을길을 지나가고 있다. 얼마나 바이크가 타고 싶었으면 텅비어 있는 이 시간, 눈뜨기도 어려운 새벽의 도로를 뚫고 쏜살같이 달려가 엔진의 공명만을 남겨두고 갔을까. 하나에 미쳐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 할수 있을 게다. 그 소리에 잠이 깬 채 엎치락 뒤치락 한다. 내륙의 산 속이고, 개천 옆 이라선지 꽤 춥다. 근래들어 가장 추운 날씨다. 옷을 몇 겹이나 껴 입었어도 한기가 느껴진다. 텐트바닥으로부터 한기도 솔솔 올라오고 있다.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잠시 잠이 들었다가, 30여분 지나 잠에서 깼다. 일어나서는 어제 사두었던 도시락에 미소국을 따끈히 끓여 아침을 먹는다. 따스한 국물이 속에 들어가니 그제야 몸이 편안해진다. 설거지며, 짐 정리를 한다. 텐트 내외부의 온도차가 얼마나 심했던지, 걷어내는 아웃텐트의 내면에서 물기가 주르륵 흐른다. 아침 볕이 잘 드는 방향에 뒤집어 널어 두고는 나머지 짐들을 꾸린다.
아침마다 꼬박꼬박 멈추지 않고 캠핑도구와 잡다한 여행생활용품들을 조그마한 수납공간에 한치의 빈틈도 없이 효율적으로 챙겨 넣는 이 일, 이사와 다를바 없겠다. 날마다 간략한 생활이 옮겨다니는 이사를 두 달 조금 넘게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 보면, 집에 남겨두고 온 숱한 물품들과 소지품들이 덧없이 느껴진다. 이렇게 간략하게 살아도 삶이 지루하다거나, 턱없이 불만이 부풀어나거나, 간절히 필요한 물욕이 생기지 않는 것을 보면, 호숫가 한 평의 오두막 집에서 간소한 삶과 풍부한 사고로 살았던 소로우의 삶이 어느듯 온 몸으로 조금씩 이해가 된다. 중요한 것은 가지고 있는 것들의 도움을 받아 영위하는 삶이 아니라, 날마다 달리 만나지는 세상과 나와의 반응이겠다.
제법 오랫동안 사용한 바이크 엔진의 에어필터를 새것으로 교체하고나니, 캠핑장 관리인이 출근했다. 어제 늦게 도착해서 접수를 못했다는 양해를 구하고 늦은 사용료를 후불로 낸다. 수염이 멋스레 하얀 관리인 할아버지가 스쿠터를 보더니 조심히 가라는 인사를 해준다. 일찍 일어났음에도 결국 출발하는 시간은 9시. 내 꾸물거림은 날이 지나도 별반 나아지지가 않는다. 뭐, 서둘러 가야할 길도 없거니와.
하천변의 캠핑장. 시즌이 지난 한적한 시간이라 나를 제외하고는 단 한 동의 가족텐트만 들어서 있다.
한기가 느껴졌던 새벽과는 달리, 해가 떠오르자 따스해지는 날씨.
산과 계곡 길을 따라 달리는 터라, 이른 오전의 공기가 차갑다. 결국 긴팔 옷을 꺼내 걸친 다음 186번 국도를 따라 야사카댐(弥栄ダム)까지 이어지는 길을 달려간다. 지도를 살펴보니 댐을 건너 호숫가를 따라난 좁은 길이 보인다. 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본다. 댐 전망대에서 보이는 댐의 모습과 댐을 건너가는 상류의 야사카대교의 모습이며 좁다란 계곡 속에 위치한 댐의 주변풍경이 낭만적으로 이어진다.
내륙의 길을 이어달려,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하늘이 좋다.
볏단을 엮어만든 지붕의 오래된 민가도 지나는 길에 보인다.
186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는 길. 조용한 아침이 그대로 묻어있는 마을길을 지난다.
자그마한 작은 댐(오제가와댐, 小瀬川ダム) 에 의해 만들어진 신쥬코호를 지난다.
파란 하늘이 물 속에도 들어있는 맑은 아침.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내륙의 186번 국도. 차량통행이 적어 한적하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은 시간. 여기는 아직도 가을걷이를 하지않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좀 늦은듯.
인근 산줄기의 등산로와 경관지에 대한 안내판이 길가에 서있다.
왼쪽 돌기둥위에 암벽등반을 하는 인형이 재미난다. 평생 이렇게 매달려 있으면 임금이라도 줘야하는거 아닌가?
지도에도 표기된 볼록볼록 암봉인 미쿠라타케(三倉岳)의 산줄기가 도로에서 올려다 보인다.
낙타등이 여러개 붙은 바위산의 이곳은 암벽등반의 메카란다. 그래서 안내판에도 수십년째 등반(?)을 하고 있는 인형이 붙어있는 듯.
한적하고 정갈한 시골길을 연이어 달려간다. 지나온 시골마을들과 달리 집의 생김새가 다양해졌다.
수려한 하천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장소라 휴양주택들이 지어진 모양.
오제가와댐에서 10킬로미터 가량 더 남쪽으로 내려오자, 물막이 보가 있는 유원지가 나타났다.
맑은 계곡물이 담긴 천변 옆으로는 길게 산책로가 놓여있고, 캠핑장도 두곳이나 자리하고 있다.
가을이 깊어져 주변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갈 시기에 여기서 여유롭게 캠핑한다면 딱 좋겠다.
물막이 보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야사카계곡.
하류 쪽에 자리한 야사카댐에 조금 못 미쳐서 있는 이 보 아래의 계곡은 야사카계곡(弥栄峡)으로 히로시마현의 명승지다.
바위계곡의 우측으로 산책로가 길게 이어진다.
물막이 보 위에 꽃 묶음이 놓여져 있다. 아마도, 여기서 누군가 목숨을 잃었나보다.
많은 이들이 물놀이와 산책을 즐기는 이 곳이, 또 누군가에게는 가슴 아픈 상실의 기억이 되는게다.
세상은 이렇게 겹쳐지는 감정과 겹쳐지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모자이크와 덧칠되면서 확장되는 것.
야사카 댐을 향해 다시 남쪽으로 이동. 신록을 관통하는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야사카댐의 상류가 보이기 시작한다. 좁은 협곡이라 아직은 좁은 수면.
야사카댐의 입구 가까이에 놓인 빨간 다리.
일본에서 자주 만나는 빨간 칠의 교각들이 처음에는 이상하더니, 자꾸보니 볼 만하다. 일단 시인성이 좋아서 눈에는 확실히 들어온다.
야사카댐 물막이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류쪽. 계곡이 좁다.
여기도 반띵 표식. 댐시설의 가운데에는 야마구치현과 히로시마현의 경계를 나타내는 표식이 붙어있다.
댐 전망터에서 보이는 야사카댐.
쓸데없는 시설보안에 시달리며 철창 문으로 접근도 못하게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댐들은 물막이 위로 난 도로를 대부분 개방해서 도로로 활용하고 있다.
댐 주변으로 난 순환도로를 따라가며 보이는 야사카댐. 하늘이 여전히 좋은날.
야사카댐의 한쪽 구석으로 들어가며 보이는 풍경. 기슭에 드러난 흙을 보니 물이 많이 가물었나보다.
한바퀴 돌아서 보이는 야사카대교. 댐의 중반부 즈음을 연결해주는 교각이다.
야사카대교를 건너서 다시 댐 입구로 되돌아간다.
바이크가 휭하고 지나간다(자전거 탈 때는 자전거만, 차량을 몰 때는 나와 같은 기종만이, 바이크 탈 때는 이륜차만 보이는 이 심리)
댐을 지나 다시 남향, 터널을 지나서자 급한 내리막길이 한동안 지속되다가 다시 강을 따르는 길을 따라 이와쿠니를 향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목적지는 이와쿠니시의 북서쪽 외곽에 위치한 목조다리인 킨타이교이다. 이정표를 따라 길을 짚어가니 근사한 목조교각 하류 쪽에 천변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다.
주차장에는 아침부터 제법 많은 차량들이 들어서 있다. 지역민들이 관리하는 이 주차장은 차량요금 200엔, 바이크는 공짜(훌륭하다!)다. 주차요원의 안내를 받아 알려준 장소에 스풋을 세운다. 그사이 안내요원 중의 한 청년이 나를 따라오더니, 멈춰 세운 스풋의 번호판을 서툴게 읽는다. "정말이네, 한국번호판이네…" 라며 혼잣말을 중얼대더니 나를 쓰윽 쳐다보고는 되돌아 간다.
대개 상호간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스쿠터에 달린 한국번호판을 보면 호기심에 금새 말을 걸어오는 편(특히 중년 여성들은 꺼리낌 없이)이나, 의사소통보다 문제해결이 본능으로 작용하는 남성들의 경우에는 지금처럼 혼자 중얼거리며 쳐다보다가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사람을 대하는 스킬이나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은 여성들이 조금 더 우월하다고 볼 수 있다. 다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숱한 여직원들을 겪어 본 바에 의하면 80~90%는 틀림없다. 우스갯 말로 남성과 여성은 사실 용도(?)가 다른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뭐, 그 남성에 나도 물론 포함 된다. 그래서 길을 묻거나, 잘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을 길 위에서 해야 할 경우에는 여성에게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물론, 웃음을 얼굴에 띄우는 것은 필수.
이와는 별개로 완전한 여성의 XX염색체에서 호르몬의 노출에 의해 불완전해 진 것이 남성 염색체XY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유전적으로는 여성이 완전체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여성이 억압 받아온 이 오랜 역사는 참 아이러니 하다.
킨카와강을 가로질러 작은 목조의 홍예다리 다섯개가 연결된 킨타이교는 다리 위로 올라서려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강변의 위 아래에서 보이는 광경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풍경이라 다리 위에까지 올라서지는 않기로 한다. 교각아래에서 보이는 목 구조의 재미난 모습들과 물수제비가 퐁퐁 가로지르는 듯한 교각의 형상을 한참이나 즐기고 다시 현도를 따라 남하한다.
댐과 계곡길을 이어달려, 이와쿠니시 북쪽의 킨타이교를 찾았다.
차량은 돈을 내고, 바이크는 공짜인 킨타이교 인근의 천변 주차장.
바이크를 세워두고 킨타이교로 향한다.
물수제비가 통통 건너 뛰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는 일본 목조교각의 대표선수인 킨타이교.
일본 3대 기교(奇橋)와 일본 3대 명교(名橋)중의 하나다.
( '무슨무슨 3대'를 무진장 좋아하는 일본, 심지어 '3대 미녀의 도시'도 있다!)
▶ 일본 3대 명교 구경하기 : 킨타이교(錦帯橋,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 메가네바시(眼鏡橋,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 / 니혼바시(日本橋, 도쿄 주오쿠)
▶ 일본 3대 기교 구경하기 : 킨타이교(錦帯橋) / 사루하시(甲斐の猿橋, 야마카타현 오츠키시) / 카즈라바시(祖谷の蔓橋, 도쿠시마현 미요시시)
다섯개의 홍예(무지개) 다리가 강 중간에 놓인 석축을 기단으로 귀엽게 이어지고 있다.
다리 위에 올라서려면 입장료를 내야한다.
■ 킨타이교 5연의 아치로 되어있는 이 다리는, 전체 길이 193.3m, 폭은 5.0m이다. 항저우 시의 시호에 있는 동명의 금대교(錦帶橋)를 모델로 하여 1673년에 가교되었다. 시호에 있는 금대교와는 2004년에 자매를 맺었다. 1673년 5연의 아치교가 완성되었으나, 다음해 1674년 또다시 홍수로 유실되었고 같은 해 자갈로 교각의 보강 공사를 한 후 276년간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였다. 1950년 9월에 발생한 태풍 기지아로 인해 또다시 유실되었다가 1953년에 재건되었다. 1998년 5월 6일 경트럭으로 다리를 건너던 남자 3인이 체포되었고, 다리에 생긴 상처을 복원하는데 약 220만엔의 비용이 들어가기도 했다고도 한다. (내용출처 : 위키피디아) |
아래에서 올려다 본 킨타이교 진입로. 오밀조밀한 목구조가 한눈에 드러난다.
슬며시 눈을 감았다가 떠보면 하늘 어디론가 이어질것 같은 무지개다리다.
진입로의 교각다리. 나무기둥과 돌기단이 독특한 모습으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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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지 : 히라오초 스포츠레크레이션 공원(スポーツレクリエーション公園)
- 무료
- http://www.town.hirao.lg.jp/home/html/kikouzu/ka/k-syakaikyouiku/suporeku1.html
- http://hirao-kankou.net/leisure.html
■ 주유 : 746엔
■ 관련지역 관광안내
- 이와쿠니 시 여행정보 : http://www.city.hiroshima.lg.jp/kikaku/kikaku/vi/chiikikankoken/kr/places.html
- 오오시마(스오오오시마 초)섬 관광협회 : http://www.suo-oshima-kanko.net/
■ 이동거리 및 경로 : 총 195 km
히쓰카이치시 → 이와쿠니 킨타이교 → 오오시마(스오오오시마) → 야나이시 → 히라오초
큰 지도에서 스쿠터 일본일주 - 64일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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