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길을나서다/스쿠터일본일주

[스쿠터 일본가다] 62일차, 6개의 섬을 잇는 바닷길 그리고 페리로 지난 세토내해









무카이시마 마린 센타 캠프장, 어김없이 이른 아침 5시에 눈이 떠졌다. 대충 눈을 비빈 상태로 다시 지도를 들여다보며, 섬과 섬을 이은 교량을 따라 도착하는 시코쿠의 이마바리시에서 페리를 타고 히로시마에서 가까운 오카무라 섬으로 갈지, 아니면 다시 니시세토자동차도로(별칭, 세토우치 시마나미 해도)의 중간 즈음에 위치한 오미시마 섬으로 되돌아와서 도항선을 타고 혼슈 측 해안의 185번 국도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이리저리 지도를 들여다 본 바, 어느 쪽이든 도착하게 될 히로시마 인근에는 캠핑장 표식이 보이질 않는다. 일단은 니시세토 자동차도로의 마지막 교량에서 되돌아서 오미시마 섬에서 도항선을 타고 혼슈로 되돌아 가기로 결정한다. 뭐 이래봐야 언제나 그때그때 마음대로 변경되는 경로다.


세수를 하고 맑은 정신으로 주변을 거닐어 본다. 해변가에 만들어진 곳이라, 바로 가까이에 보도블럭이 이어진 해안 산책로가 짧게 만들어져 있다. 조용한 아침 녘, 바다 같지 않은 고요함으로 섬속에 갇힌 바다가 아침부터 펼쳐진다. 텐트사이트 바로 옆에는 어린이용 놀이기구가 들어서 있다. 재미난 놀이기구들이 보여서 혼자 올라타 본다. 포크레인, 축소된 집 라인(zip line), 미끄럼틀, 그네 등등의 여러 놀이기구들 위에서 혼자 마구 미끄러며 놀다가 산책 나온 동네아주머니에게 딱 걸렸다. 만약 이런 놀이 기구들이 내 유년의 장소들에 들어와 있었다면, 좀 더 재미난 시절을 보냈을까?


버너에 불을 켜고 아침을 준비한다. 설거지까지 끝낸 후, 폴대에 감아놓은 절연테이프를 손질하고 났더니 어느새 또 8시 반이 되었다. 남은 짐들을 재차 정리하여 스쿠터에 싣고는 출발이다. 길 위에서 날마다 반복되는 것들, 매트를 접고, 침낭을 말고, 짐들을 꾸역꾸역 밀어 넣고, 헬맷을 쓰고, 장갑을 끼고, 스쿠터 엔진에 시동을 걸어 두는 일. 날마다 되풀이 되는 이 일들이 어쩐지, 출근과 동시에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추스리며, 연이어 뉴스를 읽고, 다이어리 스케쥴을 뒤적이다가 시작하던 일상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슬며시 든다. 일상이란 말은 감각이 깨어나기 전의 모든 상태를 일컫는 것이 아닐까.




 

마린센타 캠핑장, 놀이기구 바로 옆이 텐트사이트다. 멀지 않은 곳이 바닷가 해안산책로.




시코쿠로 이어지는 세토내해 연결도로인 니시미나미카이 자동차도가 첫번째 만나는 섬인 무카이시마 섬을 순환하는 도로를 따라 약간을 달려가자 두 번째 섬인 인노시마 섬으로 건너가는 교각이 나타난다. 125cc미만(일본 자동차도로운송법에서는 원부라 호칭한다)의 바이크 및 자전거 전용도로라 적힌 진입로를 따라 교량으로 올라선다. 교량은 2중으로 되어있어서 상부는 차도이고, 하부는 인도와 자전거, 125cc미만의 이륜차가 운행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아침 운동 삼아 씩씩하게 팔을 흔들며 걸어오는 아주머니의 모습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산책 삼아 걸어오는 모습들이 연이어 보인다. 다리 위에서의 풍광을 이것저것 훑어보며 가느라 채 30km/h가 못되는 느린 속력으로 가고 있다보니, 동네 할아버지들의 스쿠터들이 연신 나를 추월해 가고 있다.




첫 번째 섬과 두 번째 섬을 이어주는 인노시마 대교가 해안도로에서 올려다 보인다.



큰 선박들도 다리 아래를 지나 세토내해를 운항하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낚싯대를 드리우는 동네 사람도 보인다. 바다위에는 해무가 옅게 끼어있는 상태.



다리 아래를 오가는 대형 선박들 때문인지 교량의 높이가 꽤 높다.



무카이시마섬 해안선. 섬 동단에서 작은 섬(이와시섬)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섬 중턱 풍경. 아침일찍 부터 끼인 해무탓에 시야가 맑지는 않다.



무카이시마섬과 인노시마섬을 잇는 인노시마대교(길이 1,339m의 현수교). 대형선박들이 끊이지 않고 오간다.



두 달간 날마다 사용한 라이딩 장갑에 구멍이 뽕 뚫려버렸다. 장갑낀 검지로 이것저것 조작하다보니 더 빨리 닳은 듯.



  

인노시마 섬으로 건너가는 교량 이정표. 원부와 자전차 통행로를 가르키는 이정표다.

차량 진입로와는 별도로 만들어져 있다.



원부와 자전거 , 도보 전용의 교량 진입로. 

요금표 안내문을 보니 자주 통행하는 이용자를 위해 회수권도 판매하나 보다.





■ 생소한 명칭, 원부?
일본 도로운송차량법에서는 125cc이하의 이륜차를 원동기부자전거(原動機付自転車, 겐도키쓰키지텐샤), 줄여서 원부(原付, 겐쓰키)라 칭한다.

원부는 자동차전용도로(125cc초과는 제한없음)와 고속도로(250cc 이상은 제한없음)를 주행하는데 통행 제한이 있어서, 시마나미 해도에는 따로 통행로가 만들어져 있다. 저 배기량의 비애라고나 할까. 한국과 달리 일본은 250cc 이상 배기량의 이륜차도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하다. OECD국가 중 고속도로 및 자동차 전용도로에 이륜차가 통행하지 못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교통수단의 자유로운 이동에 있어서 타당한 근거 없이 제한을 둔, 뒤떨어진 정책이다.


■ 일본과 한국의 이륜차(모터바이크) 번호판
한국의 바이크들과 달리 일본 바이크의 번호판은 배기량 별로 알록달록한 여러가지 색을 가지고 있다.
국가대한민국일본
배기량(cc)면허번호판면허번호판
50cc 미만2종 원동기
면허
번호판 부착
(2012년 이후)
원동기부자전거
면허
흰바탕 번호판 부착
50cc 이상
90cc 이하
흰바탕 번호판 부착보통이륜면허
(소형한정)
노란바탕 번호판 부착
90cc 초과
125cc 이하
적색바탕 번호판 부착

(자료참조: 위키피디아)  




니시세토 자동차도로는 왼쪽 그림처럼 여섯개의 섬을 잇는 연륙교가 통과한다. (그림 왼쪽)

지금 있는 곳은 첫 번째 섬과 두 번째 섬을 이어주는 다리다.(그림 오른쪽)



진입로에서 보이는 인노시마 대교의 전체 모습



다리로 들어서자 자전거와 이륜차/ 보행자 차선으로 나뉜다. 차선만으로 보면, 이륜차와 자전거는 동급.



상부는 차량도로, 하부에 만들어진 통로에 자전거, 이륜차(원부), 도보길이 만들어져 있는 상태다.



통로 양 옆으로 철망이 둘러싸고 있어 답답한 분위기다. 

이 철망의 길이 끝나는 즈음엔 감옥인 알카트라즈라도 나와 줄 것 같은 분위기.



파워워킹의 현란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씩씩한 걸음걸이도 다리 위에서 보인다. 

보는 사람에게도 에너지를 건네주는 경쾌한 걸음. 나도 저 힘을 받아서 부릉부릉~



다리를 다 건너가면 요렇게 돈 통이 놓여져 있다. 자율적으로 정해진 통행료(50엔)를 던져 넣고 지나간다.

자동 차단기가 없는 자율요금이긴 하지만, '나는 다알아.' 필을 풍기는 감시 카메라가 머리 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자전거와 이륜차는 정해진 통행료를 자율적으로 지불해야 하지만, 도보통행은 무료다.




교각을 빠져나와 두 번째 섬인 인노시마 섬으로 내려간다. 오른쪽으로 자전거 전용 도로가 길게 나있다. 깨끗한 해안선을 따라 섬의 일주도로를 따라 달려간다. 주변으로 조선소가 몇몇 위치하고 있어서 거대한 선박들이 건조되는 광경이 가까이에서 보이기도 한다. 우리네 서해나 남해의 섬들처럼 마냥 조용한 분위기의 섬은 아니다. 해안을 따라 곳곳에 조선소며 공장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다. 


세 번째 섬인 이쿠치 섬으로 이어지는 교량에 올라서기 전, 진입로의 오르막길 옆으로 전망 좋은 휴게터가 있다. 잠시 앉아 쉬면서 고픈 배를 다독이기 위해 사둔 도시락을 꺼내어 든다. 아침 일찍부터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왔더니 잠시 멈출때면 스풋의 엔진에서 불규칙적인 이음이 들려온다. 엔진도 식히고, 교량이 연결된 섬 사이의 바다를 느긋하게 내려다 보며 점심을 느긋이 먹고 간다. 그 사이 교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 진입로에는 자전거며 스쿠터들이 여러 대 지나간다.




교량에서 진출로를 타고 빠져 내려오면 섬 순환도로와 만난다.



자전거 도로를 알려주는 친절한 표식이 길바닥에 붙어있다. 

섬 위의 길들이 주욱 이어지는 세토우치 시마나미 해도는 세토내해를 가로 질러 시코쿠로 이어지는 세곳의 해도 중 

도보나 자전거, 125cc 이하의 이륜차 통행이 유일하게 가능한 곳이므로 도보여행, 스쿠터여행, 자전거 라이딩으로도 유명한 코스다. 





■ 세토우치 시마나미 해도의 자전거 여행
총 연장 70km의 길이의 시마나미 해도 곳곳에는 자전거를 빌려주는 장소들이 있다. 빈 손으로 찾아와도 하루나 이틀 정도의 일정으로 섬들을 돌아보는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해도가 시작되는 혼슈측의 오노미치시와 길이 끝나는 이마바리시에는 각각 사용료만 지불하면 대여가 가능한 자전거 렌탈 터미널이 설치되어 있으며, 중간 중간의 섬들에도 자전거 렌탈 터미널이 위치하고 있다. 또한 섬과 섬사이에는 교각 뿐만 아니라 페리들이 자주 운행을 하므로 적당히 시간을 배분하여 페리(도항선)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코스의 완료 지점이나 도중의 렌탈 터미널에서 자전거를 반납한 후, 공공교통 수단으로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 갈 수도 있다.
(시마나미 사이클링 참조)


■ 세토우치 시마나미 해도(카이도)의 자전거 여행은 이거 하나면 종결! 
    시마나미 사이클링 안내도(도로 코스, 사이클링 주의사항, 렌탈 터미널, 요금, 주변관광지등)
    
 
 시마나미사이클링.pdf




두 번째 섬인 인노시마섬의 어촌마을을 지난다.



조용한 바다 건너로 섬을 이어주는 교량이 한 눈에 보인다. 조금 전에 건너온 인노시마대교다.

저리 가늘게 보이는 구조체가 용케도 몇 십년을 버틴다.



인노시마 섬 구석에 숨어있는 작은 해안.



인노시마 섬 순환도로변 풍경



길가에 놓인 자그마한 도오리. 30센치 정도 될까 말까한 귀여운 사이즈다.



인노시마 섬 해안



도로변 휴게터에 안내도가 서있다.

섬을 한바퀴 도는 순환로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반 바퀴 돈 다음, 다시 세번째 섬으로 건너갈 계획이다.

인노시마 지도를 보면, 이곳에서 태어난 혼인보 슈샤쿠의 바둑 기념관이 있다. 혼인보 슈샤쿠는  일본 에도시대 19세기 중반 바둑황금기의 최고 기사로 평가되는 바둑 명인으로 33살에 요절했다. 흑을 잡으면 패한 적이 없어 흑번불패라 불리기도 한 기사다. 바둑에는 그닥 관심이 없으므로 패쓰.



안내지도에 한글표기가 병행되어 있긴하나 좀 웃긴다. 고등어대사, 기어벌레국화, 귤사냥(안보이는 다른 구석에 적혀있음) 이란다.

이건 틀림없이 구글 자동 번역의 소행일터. 더 원활한 언어간의 소통을 위하여 구글을 매우쳐야 할 듯.



두 번째섬인 인노시마 남단의 해안선



인노시마 섬 어촌 마을 해안



지금껏 지나온 마을들 중, 제일 번잡한 분위기의 어촌마을을 지나간다.



인노시마 타쿠마초, 지금껏 지나온 어촌 마을 중에서 가장 어질러진(?) 마을이다. 사람사는 냄새가 좀 나는 곳.



섬을 반바퀴 돌아오자, 세번째 섬으로 건너가는 아쿠치교가 나타났다.



아쿠치교는 총 연장 799m의 사장교다.

사장교와 현수교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현수교(Suspension bridge)는 메인 케이블에서 늘어뜨린 서브 케이블에 상판을 연결하는 방식(앞서 지나온 인노시마대교)이고, 사장교(Cable stayed bridge)는 이 아쿠치교 처럼 주탑과 상판을 케이블로 직접 연결한다.

방식의 차이로 인하여 직접 케이블이 상판에 연결되는 사장교는 현수교에 비해 주탑(기둥으로 보이는)과 주탑 사이의 주경간장이 짧아지는 단점을 가진다.




인노시마 섬에서 세번째 섬인 이쿠치 섬으로 건너가는 교량 진입로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을 풍경.

자그마한 섬인데 꽤 복잡다.



이쿠치섬으로 건너가는 교량. 이번에는 교량의 양쪽 가장자리에 통행로가 만들어져 있다.



이쿠치 섬으로 건너가는 교량에서 내려다본 풍경. 번지점프를 해도 괜찮을 만한 높이다.



다리를 건너와 진출로에 위치한 무인 요금소. 감시 카메라가 음흉스레 지켜보는 아래, 요금통에 돈(50엔)을 던져넣고 지나간다.



세번째 섬인 이쿠치 섬. 시계반대방향으로 반바퀴 돌아간다.



자전거 라이더들이 대다수인 이 길에서 도보여행자들이 보인다. 

도보여행이 경건해 보이는 이유는 다른 어떤 여행의 방식보다도 충실하게 제 몸으로 길을 고스란히 읽어가고, 호흡으로 느껴가서 일게다.



이쿠치섬 해안도로



이쿠치섬 해안도로,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놓여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해안풍경




덩그러니 세워진, 바닷속 가로등(?).



네번째 섬인 오미시마 섬으로 건너가기 위해 다타라 대교로 올라가는 진입로.

이번엔 사용료가100엔이다.



다타라 대교에 들어서기 전, 전망 좋은 휴게터에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까먹는다. 

호사스런 전경의 전용 식탁 덕분에 500엔짜리 편의점표 도시락에서 5만엔 짜리 맛이 난다.



  

수시로 교량을 오르내리며 달려가는 자전거와 오토바이들.




▼ 아래를 클릭하면 이어지는 더 많은 사진을 볼수 있음.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숙박지 : 세키젠 오카무라시마 섬 - 관음당 공원(야영장 아님, 무단 야영)

            

 주유 : 670엔


 교량통행료: 50/100/50/200엔


 도항선(페리) : 1,150엔(이마바리 시 ~세키젠 오카무라시마 섬)


 니시세토 자전거도로(시마나미카이도) 안내

   주행기(블로그)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1006hjy&logNo=10114323091

    - 자전거도로 안내(자전거 렌탈안내) 및 지도 : http://www.go-shimanami.jp/global/korea/bicycle/index.html


 이마바리항 선착장 

    - 각항로별 시간표 및 요금 : http://www.go-shimanami.jp/access/b.html

    

 이동거리 및 경로 :  115 km


큰 지도에서 스쿠터 일본일주 - 62일차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