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슬 뱃머리를 걷어올린 페리가 다카마츠항을 떠나기 시작한다.
별다른 목적이 없어도, 부두에서 멀어지는 뱃전에 설때면 설레이는 마음.

항구에 정박해있는 쇼도지마행 여객선.
쇼도지마(小豆島)는 일본의 지중해(이건 좀 뻥튀기)라고 불리는 세토내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알록달록 채색이 재미난데다, 기린 모형까지 갑판에 세워져 있다. 저 배로 옮겨타고 싶은마음이 솔솔.

다카마츠 항을 벗어나는 바다에서 보이는 스카이라인. 오른쪽 높다란 건물이 다카마츠 심볼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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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츠(高松)는 시코쿠(四國)의 현관이자 카가와(香川)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세토내해의 교통요지인 항만도시이다. 이곳에서 세도내해의 많은 섬들로 페리선이 연결되기 때문에 페리항이 발달되어 있으며 2004년에는 페리항과 JR다카마츠역을 중심으로 주변 항만지역을 친수공간으로 재개발한 선포트다카마츠를 개장하였다.
페리항과 역을 핵으로 하여 광장과 친수공간이 적절하게 조성되어 있으며 이들 공공공간들을 산책로가 잘 연결하고 있다. 한편 이곳에는 문화․컨벤션, 정보발신, 비즈니스, 상업 등 다양한 기능이 복합된 30층 높이의 다카마츠 심볼타워, 지상 21층의 ANA항공사호텔, 8층의 여객터미널건물 등 고층건물들이 들어서있어 멀리 바다에서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설명출처 : 해양공간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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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에서 주욱 이어지는 540m길이의 타마모방파제(玉藻防波堤) 끝에는 외관에 온통 붉은 유리블럭을 두르고 있는 적등대(赤灯台)가 서있다.
인근에서 돛을 하나씩 달아매고 있는 연안의 어선들이 눈길을 끈다.
▶ 밤이되면 붉은 빛을 발하는 타마모방파제의 적등대(링크)

시원시원한 쾌속선도 항구에서 빠져나가 주시고.

항구 바로 가까이에서 주낙을 하는 어선. 작은 돛의 용도가 궁금하다.

다카마츠항의 고층건물들의 높이와 형태 등은 바다에서 자연지형을 배경으로 하여 보이는 스카이라인을 고려하여 디자인되어 있어 페리를 타고
바다에서 바라보면 그 진면목을 잘 관찰 할 수 있다. 점점 멀어지는 다카마츠 항. 다시 안녕이다, 시코쿠.
느긋하게 새토내해를 떠가는 도항선의 너른 옥탑 갑판 위에서 하늘과 바다를 혼자서 즐기고 있으려니, 페리가 아니라 유람선 같다. 저 멀리로 섬과 섬을 연결하며 세토내해를 가로지르는 세토대교가 희미하게 가물대고, 작은 섬 사이의 해협을 몇 차례 지난 배는 파란 물결을 넌지시 헤치며 우노항으로 향한다. 새토내해의 바다를 오가는 대형상선들이 여기저기서 자주 보이기도 한다.
볕이 좋고, 바람이 심하지 않은 3층 전망갑판에서 혼자 거닐며 바다와 하늘에 녹아 든다. 평일이라선지 화물차량을 제외한 일반승객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서, 유독 더 한적하며 평온하다. 배를 혼자 전세 낸 듯한 기분마저 든다. 바다 내음과 기분 좋게 날려오는 바람에 취해 1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어느새 배는 우노 항구로 들어섰다.

타카마츠 항을 빠져나오자 바로 앞에 떠있는 오니가시마 섬이 건너 보인다.

다시 갑판위에서 되돌아본 다카마츠 항의 서편.

멀어지는 다카마츠 항을 향해 다른 페리와 어선들이 되돌아가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느긋이 세토내해의 풍경을 즐길수 있는 코쿠도 페리 옥상갑판. 요상한 모양으로 의자를 모아뒀다. 약간의 병적인 집중이 의자에서..

내해로 나오자, 큼직한 화물선들이 항해하는 페리 앞을 마구 가로질러 가기도 하고.

살짝 재빠른 배들이 느린 선박을 앞질러가는 모습도 보인다.

약간의 안개가 끼어있기는 하지만, 맑은 날씨다.

아무도 없는 갑판위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바다와 하늘을 즐기며 놀았더니, 어느새 섬과 섬사이 너머로 혼슈의 허여멀건 항구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지런히 차량과 여객을 싣고 달려온 다른 여객선이 곁을 스치고 지나간다. 아마도 다카마츠 항으로 향하는 듯.

예술의 섬(19년에 걸친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결과)이라 불리는 나오시마(直島)섬이 우측으로 나타난다.

내가 탄 페리는 나오시마 포구에서 멈춰서지 않고 지나친다.
나오시마는 면적 14.23km² , 차로돌면 30분이면 충분한 작은 섬으로 건축물, 조각, 모던예술 전시품 등 다양한 전시품을 자랑하는 박물관으로 유명한 곳이다. 카가와현에 속해있는 섬으로 특유의 지중해 분위기를 품고 있으며, 모래사장과 맑은 날씨, 느긋한 시골풍경까지 간직하고 있어서 일본의 여타 대도시와는 조금 다른 풍경을 갖고 있다.
나오시마 섬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대부분의 예술작품, 조각 등은 베네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회사에서 지었다.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베네세하우스(호텔과 박물관의 통칭), 지중 미술관을 디자인했으며, 나오시마의 공공건물과 학교 등은 모던 건축가인 이시이 카즈히로가 디자인했다

나오시마 섬 위의 하늘에는 손톱으로 좌악 긁어 놓은것 같은 구름이 만들어져 있다.

나오시마섬 끝머리의 해안은 무인도 같은 풍경이다.

나오시마섬 끝머리 부분.
나오시마 섬과 맞은편(페리진행의 왼쪽)의 두개의 섬 사이로 난 해협을 따라 뱃길이 이어진다.

나오시마섬을 지나오자, 드디어 오카야마현의 우노항이 가까이 보이기 시작.

우노항은 혼슈와 시코쿠의 물류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항구였으나, 1988년 세토대교의 완공에 따라 페리터미널로 정비된 곳이다.
국제여객 크루즈도 정박하는 항구이기도 하며, 정박한 대형선박들과 조선소 시설 사이로 해상자위대의 경비함도 보인다.

아무도 없는 페리 갑판 위에서 널널하게 주변 풍광을 즐기며 여기까지 왔다. 마치 배를 통채로 전세낸듯한 기분이다.

나오시마섬 북단의 미쓰비시 메터리얼 제련소. 나오시마 섬이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하기 전까지 유일하게 이 섬을 먹여살린 산업이다.
예술의 공간이라 불리우는 이 섬은 독특하게도 다들 기피하는 산업 폐기물 중간처리 및 재활용 사업을 지역민이 적극 수용하여 현재까지도 지역민의 고용증대로 이끌어 오고 있다.

우노항 앞 바다. 점점이 떠있는 연안의 섬들 때문에 운치있는 분위기가 흘러 다닌다.

드디어 혼슈, 오카야마현의 우노항이 코 앞이다.

한 시간여 달려온 뱃길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다.

바이크를 세워둔 화물갑판으로 내려가기 위해 대기하던 계단밖으로 보이는 항구.
슬슬 페리의 접안이 시작되고 있다.
차량들에 앞서서 바이크를 탄 내가 먼저 항구로 내려선다. 바짝 높이 떠오른 오후의 햇살을 정면으로 받아들여 하얗게 빛나는 항구마을이다. 우노항은 크루즈 접안시설, 1km정도 떨어진 예술의 섬이라 불리는 나오시마를 오가는 페리, 시코쿠 북부를 연결하는 페리, 새토내해 동측에 산재한 도서지역으로 출발하는 페리노선이 시작되는 곳으로 인구수에 비해 항구시설이 제법 잘 갖춰진 곳이다.
항구 가까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들고 나와, 편의점 주차장에 앉아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가을볕이 따가운 날씨다. 우노항으로부터 이어지는 430번 국도를 따라 새토내해의 해안선을 따라 달려간다. 평온하고 아름다운 해안선이 연이어진다. 달려가는 왼쪽으로 새토내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 끊이지 않고 보인다. 맑은 날씨이긴 하지만 옅은 해무가 끼어있어서 시야가 썩 선명하지는 않다. 사진에 담은 바다도 역시나 희뿌연 필터가 드리워져 있는 상태다. 그렇지만 적어도 비가 내리지는 않고 있으니, 감사한 날씨다.
세토대교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터인 와슈산(와슈잔,鷲羽山)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바이크를 세우고 산기슭을 따라 난 도보길을 따라 전망터가 있는 방문자센터까지 걸어간다. 너른 새토내해와 바다 위로 이어진 거대한 교각인 세토대교가 도보길을 걷는 도중 시원스레 건너다 보인다.
혼슈 와카야마현 구라시키시에서부터 시작되는 총 13km의 이 거대한 교각은 새토내해를 따라 떠있는 6개의 섬을 이어서 시코쿠의 카가와현 사카이데시까지 연결되어 있다. 6개의 교각으로 연결되고 있는 세토대교는 그 각각의 교각들이 제각기 다른 공법으로 건설된 흥미로운 건축구조물이기도 하다. 아슈잔 방문자센터 전망대에서 시야로 확인 할 수 있는 교각은 세번째 교각정도까지가 전부다. 나머지 교량은 가물가물한 바다너머로 흔적처럼 옅어지고 있다.

페리항을 빠져 나오자 나타나는 우노마을. 한적하고 깨끗한 마을이다.

우노항에서 점심을 해결 한 후, 해안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향한다.
세토대교가 눈앞에서 건너보인다는 와슈잔으로 향한다.

연이어지는 해안도로. 와슈잔까지는 18킬로미터가 남아있는 상태. 내내 달려가는 바닷길은 여전히 기분좋은 바이크드 라이빙을 선사한다.

와슈잔에 도착. 산책로를 따라 걸어오르면서 보이는 세토대교.

와슈잔의 산책로 어디에서건 세토내해를 가로지르는 세토대교의 모습이 시원스레 건너보인다.

약간의 해무가 끼어있어 조망이 썩 깨끗치는 않다.

와슈잔(鷲羽山) 전망대는 세토대교를 조망할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세토내해에 늘어선 작은 섬들을 디디고 총 37km의 길이로 길게 이어진 세토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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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토대교
세토 대교는 세토내해를 건너 혼슈의 오카야마현과 시코쿠의 카가와현을 연결하는 혼슈시코쿠 연결교이다.
시와쿠 제도의 5개 섬 사이에 걸친 6개의 교량과 그 사이를 잇는 고가교로 구성되며, 교량부 9,368 m, 고가부를 포함하면 13.1 km의 길이를 가진다. 이것은 철도·도로 병용교로서는 세계 최장이다. 교량은 현수교·사장교·트러스 교의 3종류를 병설하였고, 건설기간 10년에 총 사업비로 약 1조 1338억 엔이 투입되었다.
교량 부분은, 상부에 4차선의 세토 중앙 자동차도가 지나며, 하부에 JR 혼시비산 선(애칭 세토 대교선)이 지나는 2층 구조이다. 하부의 철도는 신칸센·재래선을 합쳐 4선을 설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현재는 재래선용으로 2선분만 사용되고 있다. 계획중인 시코쿠 횡단 신칸센이 건설될 때는, 2선을 증설하여 동측 2선을 재래선, 서측 2선을 신칸센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설계 최고 속도는 상부의 도로가 100 km/h, 하부의 철도는 재래선이 120 km/h, 신칸센이 160km/h이다.
(설명출처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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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터에서 내려다 보이는 세토대교. 저리 긴데 잘도 매달려 있다.

세토대교를 들여다 보면, 상부는 자동차도, 하부는 철도로 구성되어 있다.

와슈잔 산책로에서 올려다 보이는 세토대교.

머리 위로 차량들이 쌩쌩~지나다닌다.
한참을 내려다보며 즐기던 세토대교와 내해의 전망을 끝내고 다시 길을 나선다. 393번 현도의 산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와슈잔 스카이라인을 따라 길을 다시 달려간다. 일본은 이런 산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스카이라인 도로가 제법 많이 있다. 산악지형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한때 토목공화국을 거쳐온 흔적이 국토 곳곳에 배어있는 셈이다.
뭐, 그 덕분에 스쿠터로 널널하게 여행하는 내게는 유람하기에 딱 좋은 길이다. 차량통행이 뜸하고, 비좁은 도로폭의 길이긴 하나, 능선길에서 보이는 풍경과 구불구불 꺽으며 달려가는 라이딩의 맛(비록 스쿠터 일지라도!)은 그만인 도로다. 스카이라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는 오바타케 항이 우측아래로, 도중에는 세토내해의 풍경이 내내, 끝나가는 지점에서는 산 아래의 공단지역과 항구지역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시모쓰이 시가지가 시원스레 내려다 보인다. 다만, 복잡하게 내려다 보이는 시가지의 길을 통과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답답해진다.

고지마 반도의 최남단인 와슈잔에서 시작되는 와슈잔 스카이라인 도로.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달려가다보면,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시원스럽다.

와슈잔스카이라인. 고지마 반도 동측으로 보이는 해안.

차량통행이 뜸한 와슈잔 스카이라인을 따라 내내 달려간다.

스카이라인을 달려가며 적당히 조망 좋은 곳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멈춰섰다가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스카이라인이 끝나가는 지점, 도로아래로 빼곡한 도시가 나타났다.

바다로부터 길게 이어져 들어온 운하같은 물길이 독특하게 내려다 보인다.
우리 가카께서 이거보고 또 따라 할까봐 무섭다.

쿠라시키의 외곽지가 환히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시원하기는 하지만, 빼곡한 저 마을을 빠져 나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온다.
산천을 느긋하게 돌아다니며 생겨버린, 이 도시 부적응증이란.
스카이라인을 내려와 쿠라시키의 시가지 길로 접어든다. 지도를 확인하며 수 십 차례 길을 꺽어 중심상가의 복잡한 차량들 사이를 지나고, 화학약품 냄새가 자욱한 구라시키시의 공단지역을 지나 47번 현도가 만나는 해안도로로 들어선다. 바다와 한갓진 어촌마을들이 나타나자 그제야 숨통이 트이고 살 것 같다. 인파와 차량으로 뒤섞인 시가지를 거추장스러워하는 원래의 성격이 널널한 외곽지와 시골로만 돌아다닌 이번 여정 탓에 더 심해진 듯도 하다. 이러다가, 도시 부적응자, 도심도로증후군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해안선을 따라 20km가량 달려간다. 다시 나타난 시가지인 카사오카시를 지나 후쿠야마시의 외곽에서 잠시 길을 헤맨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우연히 다시 제 길을 찾아 들었다. 국도와 현도의 연계가 불명확한 이상한 지역이다. 어쨋든 다시 예정했던 도로 번호들을 따라 후쿠야마시의 공단과 시가지를 통과한다. 후쿠야마항과 야시다 강을 건너는 두 개의 대교를 지나 4~5km를 더 가자 22번 현도를 따르는 해안길이 다시 시작된다.

공단지역의 구라시키 시가지를 통과해 빠져나온 후, 미즈타마대교(水玉大橋) 아래의 포구.

구라시키 시가지를 빠져나와 해안도로인 47번 현도를 달려가자 그제야 풍경에도 여유가 생긴다.

해안도로인 47번 현도를 따라 줄 곧 달려간다.

바다와 무척이나 가까워진 해안도로. 갓길에 서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일 정도로 바다가 가깝다.

뉘엇해지는 태양의 방향을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려간다.

여러개의 포구마을을 지나도 연이어지는 해안도로.

쿠라시키 시에서 후쿠오카시의 경계의 공단지역을 지나면서 도로번호판이 사라졌다.
황량한 들판길에서 잠시 헤매다가 다시 길을 짚어간다.

후쿠오카의 공단지역을 통과하는 도중의 석재공장.
석재를 다듬어 공룡뼈를 이어놓은 재미난 모습.
남쪽으로 주욱 이어지던 해안길은 도모초의 도모노우라를 지난다. 도모초 포구를 지나는 어촌 마을에는 조그마한 섬에 신사가 세워진 벤텐섬(弁天島)이 건너다 보이고, 인근에는 호텔과 여관을 비롯한 숙소가 즐비하다. 새토내해의 항로교통 발달로 인하여 이 지역은 옛날부터 해상교통의 요충지로 조선통신사가 거쳐간 경로의 하나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 도모노우라는 새토내해의 혼슈측 중심부에 위치한 곳이라 옛날에는 지금과 달리 매우 번창한 곳이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잠시 스쿠터를 세우고, 해안 방파벽 위에 올라 앉아 늦은 오후 하늘아래 떠있는 벤텐섬과 바다를 느긋이 감상한다. 섬 위에 세워진 신사풍경이 고즈늑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평온한 바다. 그냥 이곳에서 앉은 채, 해 질 때까지 느긋하게 바다만 바라보면 좋겠다 싶다. 그렇지만, 오늘 목적지로 정한 캠핑장이 아직도 한참이나 남아있는 상태다. 여기서 즐기다가 가까이에 다시 숙박지를 찾는 것이 더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므로, 감상을 쫒는 여유로운 마음은 일단 접어두기로 한다. 출발하기 위해 일어선 방파벽 위에는 섬이 떠있는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제법 많이 남아있다.

도모초 포구 앞 바다에 묘한 분위기로 떠있는 벤텐섬. 섬이 건너다 보이는 방파제에 앉아 한참을 느긋이 건너편의 풍경을 즐긴다.
벤텐섬이라 불리는 지명은 弁才天신앙에서 유래하는 섬 이름으로 일본 각지에 50 개 이상 존재한다. 인도에 기원을 가진 弁才天(벤텐, 변재천)은 재산의 신으로 숭배되는 뿐만 아니라 물의 신으로 성격을 겸비, 해난 피해와 풍어를 기원하는 어부들의 수호신으로서 일본 각지로 분사 되어왔다.
▶ 벤텐섬의 5월 불꽃축제 모습(링크) : 01 / 02 / 03
▶ 벤텐섬의 일출 풍경(링크)

그 옛날 조선통신사의 행렬이 머물다 갔다는 도모초 마을길을 지나 부지런히 오늘의 목표지를 향해 달려간다.
▶ 도모초포구와 관련된 조선통신사 "신유한"의 견문록 관련 내용(링크-우리역사문화연구모임)
해가 지고 있는 해안도로를 따라 주욱 달려간다. 어김없이 자홍색의 아름다운 노을이 달리는 앞으로 펼쳐진다. 이런 풍경을 맞닥뜨릴때면 늦은 시간까지 매일 달려가는 스쿠터 여행의 여정이 더없이 행복해진다. 쳇바퀴처럼 오가던 일상에서라면 만나기 힘들었을 매일 다른 모습의 아름다운 노을과 풍경.
현도에서 오노미치시의 해안선 끝으로 방향을 바꾼다. 389번 현도로 연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달려, 반도의 서쪽 끝머리인 토자키(戶崎)로 간 다음, 맞은편의 무카이시마(向島)로 건너가는 도항선을 타기 위해서다. 무카이시마섬은 혼슈 히로시마현과 시코쿠 에이메현까지의 세토내해 6개의 섬을 이으며 74km 길이로 놓인 니시세토자동차도로(통칭,세토우치 시마나미 해도)가 시작되는 히로시마현 쪽의 첫번째 섬이다.
토자키에서 도항선을 타고 무카이시마로 건너가는 것이 최단코스이므로, 시간은 이미 늦은 오후 5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지만 일단 도항선 선착장까지 무조건 가보기로 한다. 다행히 토자키에 도착하니 어둑해지는 늦은 시간임에도, 몇 안 되는 사람을 태운 도항선이 500~600미터 폭의 바닷길을 왕복하며 오가고 있다.

후쿠야마시 남서쪽에 위치한 누마쿠마 반도의 남단, 아부토미사키(岬)를 지나 서쪽 끝에 위치한 토자키(戶崎)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간다.

누마쿠마 반도의 남단에서 보이는 해안선 위로 해가 뉘엇이 지고있다.

누마쿠마반도의 남단인 누마쿠마초와 건너편의 섬인 다지마섬 사이에 놓인 연륙교 너머로 노을이 지고있다.

누마쿠마반도의 최서단의 섬끝에 위치한 토자키를 찾아가는 길. 이미 어둑해졌다.

드디어 열심히 달려서 도착한 토자키(戶崎). 오늘의 목적지는 바로 건너편의 섬인 무카이시마(向島) 한귀퉁이의 캠핑장이다.

이 시간까지 도항선이 운행하고 있는지 어떤지도 모른채로 무작정 토자키까지 달려왔다.
다행히 불을 밝힌 도항선이 아직도 운항을 하고 있다. 운항이 멈췄다면 포구근처에서 대충 텐트를 펼칠뻔.
배위에 올라타니 차량 1대와 스쿠터를 몰고 온 나, 이렇게 단 두 명의 승객만 있을 뿐이다. 230엔의 승선비를 지불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무카이시마섬의 선착장에 닿았다. 시코쿠와 혼슈를 잊는 세 개의 교각 중 유일하게 배기량 125cc이하의 바이크(원부)가 지나 다닐 수 있는 길이 바로 이 섬에서 부터 주욱 이어지는 세토우치 시마나미 해도로, 이전 여행에서 만난 바이크 여행자들이 꼭 가보라고 추천을 해주었던 코스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시코쿠로부터 혼슈로 페리를 타고 건너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건만, 재차 섬을 잇는 해도를 달려 시코쿠로 건너가서, 다시 혼슈로 되돌아올 생각이다. 엊그제부터 시작되는 세토내해의 바닷길을 따라 며칠째 지그재그로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섬을 잇는 긴 길의 풍경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으므로.

건너편에서 방금 넘어온 도항선에 올라탔다. 늦은 시간인 지금 이 배에 올라탄 사람은 나를 제외하곤 승용차 한 대가 전부다.
인천 영종도에서 무의도 건너가는 정도의 거리보다도 짧겠다. 요금은 바이크를 포함해서 230엔.

다시 순식간에 건너편 섬이 가까워졌다.

무카이시마 선착장에 내려섰다. 무카이시마는 세토내해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시코쿠와 혼슈의 연결교인 시마나미해도가 시작되는 첫번째 섬이다.
세토내해를 건너가는 교량도로 중 유일하게 원부(125cc 미만의 바이크)와 자전거의 통행이 가능한 도로다.
내일 일정은 이 도로를 따라 섬과 섬을 이은 다리를 건너 시코쿠까지 신나게 달려가 보는 것이다.
페리선착장이 있는 마을을 벗어나자, 온통 주변이 캄캄하다. 어두운 스풋의 헤드라이트는 야간 주행을 하기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어슴 프레한 어둠 속에서 섬의 순환도로를 따라 6km정도 더 달려가자 마을이 하나 나타났다. 지도를 보면 마을 초입의 어딘가가 캠핑장일텐데 찾을 수가 없다. 저녁 산책을 나온 아주머니께 위치를 물어보니, 멈춰선 자리의 바로 뒷 편이다.
불 밝혀진 사무실로 들어가 접수를 하고, 놀이터 바로 옆에 텐트를 친다. 바다가 바로 앞인 섬의 해안이지만 캠핑장 주변을 둘러싼 자그마한 마을 탓인지 그다지 외진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룻사이 두 번의 배를 타고 건너온 작은 섬, 별 탈없이 나는 여전히 유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