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바닥에 에어매트리스만 깔고 자다가, 새벽녘에 추워져서 결국은 침낭을 꺼내 덮었다. 낮과 이른 저녘까지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더위가 지속되더니, 새벽이나 되어서야 열기가 온전히 사라지나 보다. 우와지마 캠프장에서 6시 30분에 일어났다. 새벽에 침낭을 꺼내기 위해 한 번 깨기는 했지만, 밤 10시부터 곯아 떨어졌으니 많이 잔 셈이다. 집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면 생활 패턴상 밤 10시부터 잠자리에 드는, 건전하다 못해 경건한 생활은 10년 주기로나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다. 어느날 문득 틀이 없는 공간에서 발견되는 미처 몰랐던 내 모습들을 발견하는 또 하나의 여행을 하는 셈이다.
제법 긴 시간동안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개운치가 않다. 몸이 무겁다. 가벼운 짐 정리를 먼저 한다. 지금까지 4,900km가량 달려 왔다. 언제또 이렇게 여유있는 시간이 있게 될지 알 수 없으므로 스풋(스쿠터)의 에어필터를 교체한다. 생각보다 많이 오염되지는 않았다. 필터와 흡기구가 맞닿는 부분의 실리콘 패킹이 녹아있다. 엔진의 뜨거운 열기 탓일게다. 손으로 눌러가며 마무리를 한다.
텐트를 걷고 장애인 화장실에서 샤워를 한다. 장애인 화장실 만큼 여행자에게 유용한 공간도 없을 것이다. 씻기에 적당한 넓이와 좀처럼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다. 게다가 5분에 200엔이라는 샤워비용도 절감된다. 어제 사두었던 유부초밥 세트를 물과 함께 천천히 아침삼아 먹는다. 짜투리 삼각지의 캠핑사이트지만, 다행히 바로 뒷 쪽에 산이 있어 8시가 넘어도 산그늘 덕분에 따가운 해가 내리쬐지 않는다.
우와지마 오토캠핑장 귀퉁이 사이트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
모퉁이라 이용료가 이곳에서 가장싸다.
지난번 교체 이 후, 3000킬로미터 정도를 주행했다. 출발 전 에어필터를 교체한다.
국내바이크 제작사인 대림이 만든 스풋(모델명 : 비본)은 일본 현지에서 소모성 부품을 구하기 어렵다.
대림측에 문의를 했더니, 일본에서 단 두 곳(오사카와 후쿠오카)에 대림해외사업소가 있긴 하지만 부품을 급하게 구하려면 절차상
한 두달은 걸릴거라고 한다. 그래서 2만km 분량의 소모품들(오일필터, 에어필터, 브레이패드, 드라이브벨트 등)을 미리 한국에서부터
준비해서 가져왔다. 그 탓에 사이드백이 빵빵히 부풀어 있다.
세탁 후, 건조해두었던 헬맷 내피를 조립하고 떠날 채비를 한다. 걸레로 스풋녀석의 몸체도 닦아주고, 출발한다. 산위에 있는 캠핑장에서 해안가 도로변으로 내려서자 곧장 바닷길이다. 바다를 따라 나지막히 따르는 산을 부드럽게 덮은 수풀과 푸르고 시원스러운 아침 바다, 핸들을 잡은 손 앞으로 거침 없이 뻗어있는 아스팔트의 해안도로. 눈 앞의 모든 것들이 아침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하는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기쁘다. 아침에 처음 만난 길이 이런 길이라서.
바다를 끼고 달린다. 정갈한 목조주택이 길을 따라 촘촘히 들어서 있는 어촌 마을을 지난다. 고분같은 둥그스런 산들이 이어지는 바닷길을 오래토록 이어 달린다. 길 옆으로 지나가는 이정표를 보니 니이가타(新潟)시가 얼마남지 않았다. 조금 더 달리자 니가타 테라도마리항이다. 이 항구에서도 사도로 향하는 쾌속선이 출발한다. 일치감치 사도를 향하는 일정을 수정했지만, 페리 여객선 터미널이 또 한번 눈앞에 나타나자 일어나는 아쉬움을 지울수가 없다. 항구를 한바퀴 돌아 페리 터미널 주차장에서 돌아선다.
캠핑장이 위치한 언덕배기에서 내려오자, 달려가야 할 해안도로를 다시 만난다.
해안도로를 따라 아침길을 달리자, 목조주택이 정갈하게 늘어선 해안마을을 지난다.
시원스럽고 푸른 길이 달려가는 앞으로 끝없이 이어져있다.
일본 서해안을 따라가는 402번 국도다.
기분 좋은 아침길, 마음이 푸근해지는 해안도로가 니이가타시(新潟市)까지 이어진다.
쓰마베시의 테라도마리항. 일본서해의 사도행 페리터미널 세 곳 중 한 곳이다.
테라도마리항의 어선. 해상화재에 사용하는 선박인줄 알았더니 일반어선이다. 빨간색으로 칠해놓아 눈길을 잡아끈다.
길 옆으로 보이는 그림 같은 바다에서 이른 아침부터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이 보인다. 국도에서 가까이 접해있는 해수욕장에는 띄엄띄엄 자리잡은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해안선이 이렇게 길고, 그 수가 많으니 우리나라처럼 유명피서지(해운대 같은...) 처럼 바글바글 사람이 몰리지는 않겠다. 대도시 주변이라면 다를까? 도로를 따라 오다보면, 해안선 모퉁이 돌아가는 바위산 틈에는 맑은 모래의 프라이비트 해안같은 조그마한 해변이 제법 많이 보였다. 가족과 단촐히 조그마한 해변 공간을 하나 찜해서 여름을 즐긴다면 좋을 곳이 수두룩하다. 멋진 해변을 따라 중간 중간 다리와 터널이 이어지는 국도가 매력적이다.
도로를 내기 어려운 곳에 세워지는 해안선의 교각들의 수가 제법 많다. 길을 내는데는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을까 궁금해질 정도다. 달리는 도로변 옆, 미치노에키 뒷편의 조그마한 공원, 잔디언덕에 올라본다.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시원스럽고 휼륭하다. 멀리 산에서 떨어져나간 조그마한 해안 암반들이 그림같이 떠있는 해변이 거침없이 보인다. 니이가타 시내를 통과하는 공항근처에서 길가에 100엔샵 건물이 보인다. 어제 플라스틱통에 담긴 액상세제를 떨어뜨려 깨지면서, 내용물이 쏟아져 버린 탓에 세제가 필요하다. 도로변에 주차하다가 가드레일에 긁히면서 구멍이 난 사이드백 커버(방수커버지만 보통때도 씌어 다닌다)와 핸들 아래에 간편히 짐을 넣어 다니는 갈색가방의 찢어진 손잡이를 꿰멜 반짓고리와 더불어 손 세탁시 쓸 빨래비누까지 필요하던 차였는데, 마침 잘됐다.
니시칸바라군에서 니이가타시 사이를 잇는 국도 402호선.
에치고(越後)-나나우라(七浦) 시사이드라인(sea-side line) 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에치고(越後)-나나우라(七浦) 시사이드라인(sea-side line) : 빨간색 구간.
13.9km에 달하는 해안도로로 기암괴석이 해안선을 따라 늘어서 있는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다.
▶ 에치고-나나우라 시사이드라인의 다른 사진 보기(링크)
▶ 시사이드라인 파노라마 동영상 보기(링크)
402번 국도 도중에 보이는 해안선
아름다운 풍광 속에 낚시를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이 보인다.
해안절벽 구간에는 이런 교각들이 세워져 있다.
다리 아래로 동해바다(일본의 서해)가 찰랑댄다.
국도변 좌측에 미치노에키(휴게소, 우측건물)가 서있다. 건물 뒷편으로 작은 언덕이 보여서 잠시 들어가 본다.
미치노에키로 들어서는 길 입구에 삼거리 신호가 있다.
좌회전(우리나라의 우회전에 해당, 일본은 좌측이 주행차선)을 하기 위해 파란신호를 기다리며 서있다가 좌측으로 꺽어 들어선다.
한국에서는 우회전시 신호에 상관없이 꺽어 들어가지만, 일본은 직진신호의 파란불이 켜졌을때만 좌회전(한국의 우회전에 해당)이
가능하다. 느긋이 가는 터라 신호를 지키며 들어섰다. 꺽어 들어가는 순간 10여 미터 앞에 경찰차가 서있다.
신호를 지키지 않고 좌회전한 차량 한 대가 잡혀 서있다. 한국에서의 습관대로 그냥 좌회전 했더라면 틀림없이 나도 잡혔을 게다.
일본으로 건너온 이후, 교통단속하는 경찰차를 이 곳에서 처음 만났다.
미치노에키 뒷편의 언덕으로 걸어올라본다.
초록의 잔디로 둘러 쌓인 계단이 낭만적인 길이다.
언덕 꼭대기의 정자에 올라서자 해안선이 멀리까지 보인다.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
수려한 풍경이 돋보이는 멀리의 해안선을 끌어당겨 사진에 담아본다.
미치노에키를 나오자 다시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기암들이 초록의 바다 가까이에 떠있는 장관이 이어진다.
휘어지는 도로 바깥으로는 작은 모래해안과 석산의 기묘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해안길을 신나게 달리기는 틀렸다. 눈 앞에 좋은 경치가 나타날 때 마다 멈췄다 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해안절벽지대를 따라 도로가 이어지므로, 터널을 자주 만난다.
짧은 구간 동안 몇개의 터널을 지났는지 모른다.
이런 해안도로를 만든 사람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도로옆으로 선돌을 가르키는 이정표가 있다.
선돌(타치이와) 풍경.
여름바다의 색이며, 주변 풍광까지 어느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길이다.
해안쪽 풍경 뿐만 아니라, 도로 안쪽의 낮은 산줄기도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해안 풍경이 꺽이는 길마다 나타나주니, 길 가는 시간보다 멈춰서는 시간이 더 많다.
타는 여름 태양만 아니라면, 바다 가까이로 내려가 소롯길을 따라 여유롭게 걸어봐도 좋을곳이다.
시사이드라인이 끝나는 가쿠다하마(角田浜) 해수욕장. 해변 끝머리의 곶에는 가쿠다미사키 등대가 서있다.
100엔샵에 들런 김에 건전지며, 비닐팩 등 여러가지 필요한 것들을 이것저것 줏어 담다보니 총합 1,000엔이 넘어간다. 과다지출을 근래에 많이 하고 있다. 화물차량이 검은 매연을 뿜으며 가득 오가는 니이가타 항구를 지나 넓은 대로를 빠져나오자, 해수욕장 안내판이 보인다. 국도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점심을 늦게나마 먹기 적당한 장소를 찾을겸 해변으로 향한다. 화력발전시설과 천연가스시설이 커다랗게 해변 한쪽을 둘러싸며 들어서 있다. 제법 부는 바람 탓에 바다에는 파랑이 일렁이고, 열 명이 채 안되는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주차장 가까이에 의자와 테이블이 놓인 휴게터가 있다. 휴게터 그늘에 앉아 늦은 점심을 천천히 먹는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다.
스풋의 계기판을 봤더니 5,000km가 넘었다. 이런 경사가! 해수욕장 주차장에서 오천킬로미터 돌파 기념 촬영을 한다. 기념촬영이라고 해봐야 세워둔 스풋(스쿠터)의 증명사진(?)이 전부다. 다시 출발 한다. 바닷길을 주욱 따르는 113번 국도다. 소나무 송림이 길 옆으로 한참 동안이나 이어져서 운치있는 길이다. 4~5킬로미터는 이어진것 같다. 이런 길은 잠시 멈춰서서 사진 한장이라도 남기면 좋으련만, 니이가타 항의 산업단지에서 부터 무섭도록 오가는 트럭들 탓에 1차선의 도로에서 갓길에 멈춰 세울 수가 없다. 갓길은 인정머리 없을 만큼 좁다.
니이가타시를 통과하는 도중 길 옆으로 보이는 100엔샵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들어간다.
자전거 옆에 스풋을 세워놓으니 비슷한 사이즈다.
기타칸바라군 세이로초의 아지로하마 해수욕장.
해수욕장 가까이에 화력발전소 시설과 천연가스시설이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다.
니이가타시와 아가노 강을 경계로 기타칸바라군(北蒲原郡)으로 행정구역이 바뀐다.
아지로하마 해수욕장 휴게터 그늘에서 잠시 쉬어간다. 스풋의 누적거리가 5,000km를 넘어섰으므로, 기념샷을 찍는다.
무라카미시(上村市)에서 다리를 건너자 도로번호가 113번에서 345번으로 바뀌었다. 번호만 바뀌고 여전히 일본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르는 시이름이다. 일본으로 떠나오기 이틀 전에 하루키 신작인 1Q84 3권을 사놓고 세 페이지도 채 못 넘기고 왔는데, 그는 일식과 월식 사이의 간격 만큼이나 떨어진 등장인물들의 공간을 어떻게 이어붙일까? 그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세계의 마무리가 이번에는 또 어떻게 될까? 그 뒷이야기가 문득 궁금해진다. 가방이 터질것 같더라도 가지고 올걸 그랬나보다. 하긴 넣어온 얇은 시집은 한장 넘겨 볼 겨를도 없었는데, 정작 가져왔으면 틀림없이 후회했을것이다.
무라카미시를 지나자 해안도로의 풍경이 또 다시 그윽해졌다. 멀리 휘어지는 해안선과 그를 따라 이어지는 산세가 예사롭지 않은데다 터널을 통과하고 바다 모퉁이를 돌아 설 때마다 산수화에서나 나오는 경치가 눈 앞에서 펼쳐진다. 어찌나 좋은 풍경들인지 멈추기가 바빠, 길을 나아가기가 힘들다. 갓 길이 인정머리 없이 좁은 도로의 도중에 바이크를 세울만한 곳을 틈틈이 찾아서 스풋을 세운다. 그러고는 중앙선을 건너가 아름다운 해안풍경을 내려다 보며, 사진에 담아보는 일이 수도 없이 반복된다.
눈 앞에 보이는 이 풍경들의 감동과 느낌, 찍어 놓은 사진으로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백분의 일 만큼이라도 그 느낌을 담을 수 있을까. 고스란히 눈 속에, 마음 속에 담아둔다. 한참을 서있어도 움직이고 싶지 않은 경치다. 다시 바이크를 몰아 들어선 기인 터널이 하나씩 끝나갈 즈음, 해안의 석산들이 선명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풍광이 한 동안 반복된다. 무라카미시에서 부터 7번 국도로 바뀌어지기 시작하는 지점까지의 20킬로미터 정도는 정말이지,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아름다운 길이다.
농지를 주택지로 개발해 분양하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전원주택지 개발 분양하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강 하구에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포구에 어선들이 열을 맞추어 깔끔하게 정박되어 있다.
세이로초 시다이하마 인근
다이나이시의 아라이하마해변 인근의 송림을 지나는 345번 국도
송림을 지나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하는 345번 국도
철길아래 작은 터널을 지나, 국도변 엇길로 바다 가까이 내려가 본다.
무라카미시의 이와가사키 해안에 잠시 멈춰섰다.
튀어나온 곶의 지형이라선지, 바다로 부터 바람이 제법 세게 불어오고 있다.
이와가사키해안에서 이어지는 북쪽해안선이 가야할 방향으로 아득하다.
바다색이 짙어진 국도변 해안.
카메라 CCD에 먼지가 붙었나보다. 얼마전 부터 사진 곳곳에서 점모양의 얼룩이 나타나고 있다.
블로우로 불어내 봐도 없어지지가 않는다. 소니 A/S매장이라도 수소문해서 찾아가 볼까 하다가.
약간 밝게 촬영하면 보이지 않는 듯도 해서, 여행의 덧붙임이라 여기기로 했다.
포구를 지나고, 마을을 지나는 바닷길을 연이어 지난다.
당나귀 귀같은 돌산 사이로 길이 이어지고, 그 앞의 바다에는 암반들이 바다위로 떠있어 운치있는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귀모양으로 튀어나온 기암 사이를 파내고 길을 낸 재미난 풍경이 길 앞으로 다가온다.
또 터널이다. 하루에 몇 개의 터널을 통과하는지 한번 헤아려볼까 싶기도 하다.
터널을 통과 할때는 어김없이 수려한 주변경치가 나타난다.
우리나라 동해안의 어촌마을과 비슷한 풍경들이다.
경사진 모래사장이나 좁은 해안 비탈면에 배를 묶어 두었다가, 다시 내려서 바다에 띄우는 모습이 보인다.
모래톳 앞에 떠있는 해안 암반 위에는 작은 도리가가 세워져 있다.
잘도 이런 장소를 찾아내어 신사를 세운다. 이런건 관청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가 모르겠다. 궁금해진다.
이미 현경계는 야마가타현의 츠루가시로로 바뀐지 오래다.
츠루가항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해안에서는 사진에서 처럼 마을 앞으로 닥쳐오는 파도를 막기 위해
몇 백미터 떨어진 바다에 각돌을 쌓아, 이어두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또 다시 멈추지 않을 수 없는 풍경이 나타났다.
스풋을 적당한 공간에 세우고 중앙선을 건넌다.
해안의 기암과 운치있는 해송의 어울림이 절묘하다.
아름다운 기암의 해안풍경 뒤 쪽으로는 이런 터널이 지나고 있다.
신기한 모양의 큰 돌산이 해안 바로 가까이에 서있다.
산수화처럼 자라는 소나무며, 가운데 뚫린 동굴에 호기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도로아래의 해안까지 내려가곤 한다.
길 옆의 해안풍경도 훌륭하지만, 바다색 또한 아름답기 그지없다.
동해바다(일본 서해) 바로 옆을 통과하는 도로이므로 높은 파도에 주의하라는 간판이 귀여운 도안으로 그려져있다.
우리나라의 7번 국도가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것처럼, 일본의 7번 국도도 동일하게 동해안(일본서해)을 따라 이어지고있다.
묘한 우연의 일치다.
주말도 아닌데, 해안도로를 오가는 라이더들이 제법 보인다.
평일과 달리 토,일요일의 공휴일에는 정말 많은 바이크들이 도로를 돌아다닌다. 바이크의 종류들도 다양하다.
알카에서 크루즈, 오프로드 타입, 스쿠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바이크들이 도로를 누비고 다닌다.(바이크의 종류-링크)
형식으로 가속화되는 문화가 깊어지면, 다양화 되 듯. 일본도 그 과정들을 거쳐 다양한 여가문화가 정착되어있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츠루오카시가 얼마남지 않아은 7번 국도변의 해안
끊임없이 나타나는 터널
산 아래의 모퉁이를 돌기 직전, 유려한 다리가 국도를 따라 놓여있다.
이 다리는 마을의 포구를 가로질러 넘어가는 용도로 놓여져 있다.
7번 국도변의 해안
바다 앞에 놓인 나무의자에 앉아서 바라보면, 평화로운 바다가 질리지 않는 모습으로 펼쳐진다.
도로 옆으로는 소금까페도 서있다. 수작업으로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드는 소금공방이다.
불을 지필때 사용하는 목재들이 까페주변에 가득 쌓여있다. 국도변을 지나는 차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다.
한국의 증도에서 소금까페를 본 기억이 겹친다.
7번 국도변의 포구. 해변의 기암들이 방파제에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츠루오카시 인근의 국도변 포구.
4시 40분, 도로변에서 눈에 띄여야 할 캠프장이 안보인다. 아츠미 미치노에키(국도변 휴게소)에서 잠시 길을 멈춘다. 음료수를 뽑아 마시며 지도를 들여다 본다. 대략 20km 정도 더가면 츠루오카 유스호스텔이 있다. 정했다. 그 곳에서 하루 묵어가기로 한다. 요금은 대략 3,000엔 안팎일 것이고, 인터넷에 연결해 몇가지 확인도 좀 해야한다. 텐트를 사용하는 긴축재정에서 약간의 호사를 부린 유스호스텔로 숙박지를 변경했다. 이러다가 점점 편한 것만 찾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편할 수록 돈은 더 들기 마련인데...
이름모를 터널을 지나서자, 지도에서 봐두었던 마을이 나타났다. 길 옆으로 지도에서 확인한 신사를 표시하는 이정표를 따라 마을로 들어선다. 그런데 유스호스텔을 알리는 이정표가 없다. 한참이나 지도를 들여다 보며 지형을 비교해봐도 모르겠다. 동네 한 가운데 즘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사람만한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나와있다. 길을 물어 보기로 한다. 이것 저것 여쭤보는 사이 덩치 큰 강아지 녀석이 내 발아래 엎드려 올려다 보고있다.
말똥 말똥 해맑은 눈빛이 어찌나 순하고, 귀여운지 쓰다듬어 주지 않을 수가 없다. 쓰다듬어 주자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어댄다. 아주머니 말에 의하면 국도변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초입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쭈욱 따라 가면, 간판은 세워져 있지않지만 유스호스텔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스풋을 돌려 길을 되달린다.
따라가보니 갈림길이 숨어있다. 숲속 길을 따라간 길 끝에는 높다란 성같은 건물이 서있다. 주변에 우거져 있는 나무들 때문에 건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건물에 들어서니, 관리인인듯한 총각 한 명이 웃통을 벗어재끼고 청소기를 돌리며 바닥청소를 하고 있다. 비회원 2,880엔이란다. 금액만 간단히 말해주면 알아들을 터인데, 비회원에 대한 설명을 길게 늘어놓는다. 길어진 말을 다 알아들을 수가 없어 멀뚱 멀뚱 쳐다봤더니, 이번에는 영어로 다시 줄줄 읊는다. 지금 유스호스텔회원가입이 가능하다는 줄 알고 말을 건넸는데, 서로 다른 말을 한참동안이나 했다. 젠장. 얼굴에 웃음기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건조한 사람이다. 게다가 인터넷도 안된단다. 식당입구에 컴퓨터가 두대 놓여있고, 관리인이 쓰는 것으로 보이는 노트북도 주변에서 보이는데 안된단다. 뭐 어쩔수 없다. 게스트하우스, 호스텔, 민박은 주인의 이미지가 절반을 차지하는데, 그런면에서 이 곳은 좋은 점수를 얻기는 힘들듯 하다.
적당히 듣기 좋은 재즈음악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1층은 식당과 3층 건물 높이의 천정까지 뻥 뚫린 로비로 되어 있고, 2층은 벽면을 따라 나선형으로 객실들이 들어서 있는 매우 독특한 구조이다. 객실 안내를 받으며 계단을 따라간다. 시트 한장을 건네주고 객실의 에어컨을 켜준다. 침대가 3개 놓여 있는 조그마한 방이다. 창 쪽의 한 곳에는 먼저 체크인 한 누군가의 옷가지와 가방이 올려져 있다. 짐을 내려 놓고, 가까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가지고 들어온다.
츠루오카 유스호스텔의 객실 / 1층 로비와 식당
유스호스텔의 1층로비. 3층 건물의 천정까지 뚫려있는 독특한 실내다.
1층 통유리 위로 보이는 난간을 따라 비스듬한 사선으로 객실들 들어서 있는 독특한 건축구조의 건물이다.
객실로 올라왔더니, 그사이 자전거 여행자 한 명이 남아있는 침대에 짐을 내려 놓고 있다. 고베에서 온 대학생이란다. 오는 길에 길 옆으로 페달을 저으며 지나가는 이 친구를 본듯도 하다. 관리인이 손님들을 모아 가까운 온천으로 데려다 준다고 한다. 뜨거운 열기는 낮 동안의 더위만으로도 충분한터라 사양을 하고, 여름의 더위에 시달린 몸을 찬물의 샤워로 씻어낸다. 식당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사이 숙박객 서너명이 모였다. 도쿄에서 온 숏컷트 헤어스타일의 50대 여성, 나와 함께 같은 객실을 사용하는 자전거여행중인 대학생과 나고야에서 부터 자동차로 여행중이라는 30대 후반의 총각 한명과 나, 이렇게 네명이 전부다.
출신지와 여행의 목적 등을 이야기하는 사이, 어쩌다 보니 시코쿠로 이야기가 흘러가버렸다. 지난 해에 시코쿠순례길을 전부 걸었다는 내 말에, 일본인도 좀처럼 하지 않는 여행을 외국인인 내가 했다는 것이 신기한가보다. 대화 사이로 유스호스텔 관리인까지 끼어들어 한참이나 여행과 관련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늘어놓는다. 로비에 앉아 일기를 쓰고, 지도를 들여다보며 일정을 계획하자 11시가 조금 넘었다. 객실로 돌아와 잘 준비를 한다. 다른 두사람은 이미 잠에 빠져들어 있다. 밤이라도 열기가 객실에 남아있다. 덥지도 않은지 에어컨을 꺼고 창문만을 열어두고 있다.
조금 덥기는 하지만 누워서 잠을 청했다. 누운지 한시간 즘 지나, 더워서 잠에서 깼다. 게다가 열린 창문으로부터 가까이 국도변을 오가는 차량들의 소음이 짜증스레 들려온다. 참을수 없어서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서너시간 지나 반즘 잠이든 상태로 더위를 느끼며 깼다. 고개를 돌려보니 다시 창문이 열려있고, 에어컨은 꺼져있다. 정말이지 이런 체질의 차이는 극복하기 힘든거다. 유스호스텔은 장점도 굉장히 많지만, 단점이라면 이런거다. 어쩔수 없이 억지로 잠을 청한다. 몇 번이나 잠에서 깨어나는 귀찮은 밤이다.
* 숙박 : 츠루오카 유스호스텔[1박,스도마리] - 2,680엔
- 츠루오카YH : 링크(http://www.jyh.or.jp/yhguide/touhoku/tsuruoka/)
- 인근온천 픽업서비스
* 니이가타현 관광안내
- http://enjoyniigata.com/korean/
- http://www.joshin-etsu.jp/hankul/04-05/index.htm
* 야마가타현 쇼나이지역(츠루가시,사카타시) 관광안내
- http://www.yamagata.or.kr/Goods/Goods_List.asp?List_CATEGORY=&List_THEME=01&List_AREA=01
* 주유 : 2회(667엔 + 658엔)
* 주행거리 및 경로 : 214 km
우와지마 오토캠핑장 -> 니이가타시 -> 기타칸바라군 -> 무라카미시 -> 야마가타현 츠루오카시
큰 지도에서 스쿠터 일본일주 13일차 경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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