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노래반주기를 틀어놓은채 감정을 해방시키던 십 수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잠을 깼다.
채 100미터의 폭도 되지 않는 조그마한 섬의 해변이 이토록 요란스러울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터.
요란했지만 고독했던 섬의 밤을 무사히 지나가도록 쉴드를 드리웠던 1인용 텐트를 차곡 차곡 접은 후,
이 섬이 내려다 보인다는 산 봉우리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게으르게 걸음을 옮긴다.
제법 급한 비탈길의 흙 자갈들에 미끄러져가며 가쁜 호흡을 진정시키고 도착한 정상.
흐르는 땀을 훔치며 너럭바위 끝머리에 앉는다.
눈부신 하늘이 오늘처럼 드러나는 날은 일년에 채 백일도 되지 않는다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으로 번져가는 섬의 그림자와
아직 닿지 못한 곳으로부터 번져온 청공의 선명한 확산.
서쪽바다, 작은 섬 모퉁이 위에 나를 가만히 내려 놓은날.
세상은 죄다 안녕한듯 평온하고,
떠나온 방향의 해안선이 바다로 흘러가는 바람에 흩어지며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신안, 신의도 | 2013.06. | 기억할만한 지나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