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나서다/스쿠터일본일주

[스쿠터 일본가다] 42일차, 극락정토의 이름을 가진 조도가하마를 지나다.

기억할만한 지나침 2011. 5. 13. 01:45







일어날때 즘 되자 빗소리가 들린다. 취사장 지붕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후두둑하며 난다. 침낭 속에 누운채 '아으, 오늘도 어김없이 비구나'하며 짜증스럽게 중얼댄다. 화장실에 가기위해 텐트 바깥으로 나와보니 파아란 하늘에 하얀구름이 떠있다. 몇 일째 보아오던 시커먼 구름이 아니라 맑고 하얀 구름이다. 후두둑하며 나던 빗소리는 취사장 위로 뻗어있는 나뭇잎에 맺혀있던 빗방울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지던 소리였나보다.


5시 40분, 이른 아침이이라 춥다. 기온이 5~6'C정도 될듯하다. 역시 텐트와 침낭은 좋은걸 사야하나 보다. 시코쿠에서 겨울에도 잘 사용했던 3계절용 침낭은 깃털이 너무 빠졌는지 덮고 있어도 새벽에는 한기가 든다. 다리가 시려서 자면서도 몇 번을 깼던것 같다. 다시 자리에 눕다가 블로그 댓글에서 봤던 추위대비 노하우가 생각나서 물을 끓인다. 끓인 물을 물병에 부어넣고 침낭 안에 넣어 꼬옥 끌어안고 있어본다. 너무 뜨겁지 않게 수건으로 말아서 가슴에 품고 있으니 몸이 따듯해져온다. 밍기적대며 그 상태로 한참을 누워 있어본다.


이 캠핑장은 바다에서 가까운 곳이라 바람 때문에 좀 춥다. 밤새 바다쪽에서 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텐트 속으로 새어들어 왔었다. 시간이 제법 됬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사무소에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짐을 다 챙기고 나서도 관리인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본의 아니게 또 기꺼이(?) 도망간다. 볕도 따스하고, 어제까지 지겹도록 내리던 비에 대한 보상인양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빛나고 있다.


가까이에 있는 미사키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가 있는 자그마한 산 아래에 스풋을 세워두고 걸어 오른다.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라 적혀있어 신사의 도리를 지나 오르막을 걸어오른다. 급경사인 탓에 제법 숨이 차다. 정상부의 낡은 전망대에 올라가보지만 주변을 둘러싼 나무들 때문에 시야가 막혀있다. 절벽이 시작되는 끄트머리에 세워진 등대 옆에서만 인근 해안선의 풍경이 내려다 보일 뿐이다. 숨을 헐떡이며 올라왔는데 좀 허무하다.





누마노하마 캠핑장에서 눈을 뜬다. 여름 야영에는 모기향이 필수다



누마노하마 캠핑장 내부



나무가 잘 우거진 누마노하마 캠핑장 텐트사이트. 취사장 지붕아래에 텐트를 쳤다.



누마노하마 캠핑장 바깥의 마사키 해안선 풍경



마사키 곶을 향하는 해안도로



마사키곶의 등대와 전망대를 향해 바이크를 세워두고 걸어 올라간다.



다시 내려간다. 올라왔던 길의 반대쪽으로 오솔길이 나있어서 따라가 본다. 도중에 줄이 쳐져있고 출입금지라고 붙어있다. 무시하고 지나간다. 내리막이 시작되는 길을 따라 내려가자, 굵은 해송이 절벽 위의 능선을 따라 멋지게 늘어서 있고 가파른 계단이 급한 경사를 따라 놓여져 있다. 계단폭이 몹시도 좁아 발바닥이 전부 놓여지지 않을 정도다. 게다가 경사도 70도는 될듯한 아주 급한 경사라 발걸음을 내디디면서도 아슬아슬하다. 


아슬하게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자 그 아래로 아름다운 해안선의 풍경이 눈으로 들어온다. 에메랄드빛 바다며 높다랗게 눈앞으로 서있는 해안절벽의 풍경에 입이 벌어질 정도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길을 못가게 막아놓았다니, 무시하고 오지 않았으면 억울할 뻔 했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 휴게정자가 바다를 향해 서있다. 주차장으로 빠져나오면서 세워진 경고문을 보니, 휴게정자가 서있는 지반이 약해져서 위험하므로 이 길의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위험하긴 했지만, 가지 않을수 없는 너무도 아름다운 길이었다.




마사키곶의 정상부를 향해 오르는 도중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해안풍경. 해안선을 따라 휘어진 도로와 초록의 물빛이 아름답다.



곶의 정상부위에 세워져 있는 마시키곶 전망대.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앞에 줄이 쳐져있다.



낡은 전망대 위로 오르자, 생각했던것 보다 전경이 시원치 않다.

주변을 둘러싸며 자라오른 나무들이 시선을 막고 있어서다.


전망대를 내려와 등대가 있는 곶의 끝으로 다가가니 그제야 해안선의 전망이 조금 틔인다.

지도책에 붙어있는 반쪽짜리 별표식이 설마 이것을 가르킨 것일까, 의문이 드는 순간이다.



별다른 특징없는 모습으로 서있는 마사키 등대.



등대로 부터 되돌아오면서, 북쪽으로 잠시 시선이 틔이는 장소를 다시 지나간다.

곶 끝보다는 도중의 길인 이곳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안선의 풍경이 훨씬 시원스럽다.



아까 보며 지나갔던 유려한 해안선은 다시 봐도 여전히 아름답다.



올라왔던 길 대신 남쪽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가본다. 출입금지라 쳐놓은 금줄을 지나고 그늘진 숲길을 지난다.

그랬더니, 잘자란 송림이 늘어선 능선을 지나 해안으로 내려가는 계단길이 나온다.



어찌나 급한 급경사의 계단인지 난간을 잡지 않고 내려가기가 불안할 정도다.

게다가 계단의 폭이 좁아, 발하나가 온전히 올라가지 않는다.



급한 경사의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가자, 주변을 둘러싼 소나무 가지 사이로 아름다운 해안 풍경이 짜잔 하고 벌어지기 시작한다.



계단을 내려 갈수록 기암의 풍경이 가깝고 선명하게 나타난다.



계단이 좁고 가팔라서, 카메라를 들고 잠시 서있는 것도 위태위태하다.

앞으로 주욱 이어지는 해안선은 혼슈 동측해안을 따라 주욱 내려가게 될 방향이다.



고운 물빛이며, 기암절벽의 해안이며, 해안 암반에 모래사장까지 어느것 하나 모자람이 없다.




가파른 계단길을 황홀하게 내려서자, 나오는 출구쪽에도 출입금지를 알리는 금줄이 쳐져있다.

지반이 불안정한지, 뒤쪽에 보이는 휴게정자의 바닥에 크게 금이가서 갈라져있었다.



스풋을 세워둔 마사키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푸른하늘과 시원스런 해안선과 파란 초지까지, 평화로운 한 때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어제 오후 늦게 들렀다가 되돌아온 산노이와를 향한다. 도착해서 보니 구름낀 늦은 오후에 보던 것 보다 훨씬 선명하게 독특한 생김새가 드러난다. 주변의 풍광들 또한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전망대에서 아랫쪽을 내려다보니 오른쪽에 위치한 포구인 타로마을에서 산노이와 쪽으로 걸어 갈 수 있는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그 길로 사람들이 몇몇 오가고 있다. 스풋에 올라타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다로마을 포구로 향한다. 포구의 북쪽끝으로 달려가니 전망대에서 보이던 산노이와를 향하는 산책로가 나타난다. 천천히 걸어서 산노이와까지 간 다음, 그 앞에서 바다위에 우뚝 솟은 바위를 요모조모 뜯어본 후 다시 포구로 되돌아온다.




타로마을로 향하는 해안도로에서의 풍경.  마사키곶 방향.



타로마을로 향하는 도로에서의 해안선 풍경.



어제 오후 늦게 들렀던 유명경승지인 산노이와(三王岩)가 다시 나타났다.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져있는 도로에서 산노이와 해안쪽으로 계단 길이 나있다.

어제 오후에는 비옷을 입고 이 길을 지났는데, 지금은 화창하고 맑은 날씨다. 극과 극의 날씨 체험이다.



비구름이 끼어 어둑어둑하던 어제도 해안선의 풍경이 훌륭했지만, 맑아진 날씨의 오늘은 더없이 선명한 경치가 펼쳐진다.



타로마을 포구쪽의 해안선. 해안절벽에 쑹쑹 뚫린 동굴이 한 둘 보인다.




다시 스쿠터에 올라 타고, 타로마을 포구 북쪽에서 산노이와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찾아나선다.

포구의 북쪽끝,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도보로가 이어지고 있다.



산노이와를 향하는 산책로에서 반대편으로 건너보이는 해안선.



5분 정도 걷자 산노이가 바로 앞에 나타난다.



산노이와 중 높다란 가운데 바위는 1억년 전에 생겨난 지형이다. 침식된 가로 줄무늬들은 1억년의 시간을 거쳐오면서 바다와 해풍에 깍인 흔적이겠다.

인간에게 1억년이라는 시간은 허무할 정도로 아득한 시간이지만, 지구의 시간으로 보면 극히 짧은 순간일테다.



산노이와에서 다시 타로마을로 되돌아 걷는다. 하늘과 바다와 포구가 평온하게 펼쳐지는 길이다.



평온한 타로마을 포구. 타로마을은 포구에서 보이는 평온한 이미지와는 달리 지형상 거대한 쓰나미가 종종 발생했던 곳이다. 

포구와 마을 사이에는 X자 모양의 길이 2.4km, 해수면에서 높이 10m의 방조제가 높다랗게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타로의 만리장성이라 불리기도 한다.

▶ 타로마을 방조제 사진(링크)




[타로마을과 지진해일(츠나미)]


■ 지진해일과 타로마을의 오랜 투쟁

 - 이 지역은 리아스식 해안의 만(湾) 안쪽에 위치한 곳으로, 만입구에서 안쪽에 들어오면서 해저가 갑자기 얕아져서 해일이

    덮칠 때 바닷물이 안쪽으로 진행됨에 따라 급속하게 증폭되어 지형적으로 지진해일의 피해를 가장 받기 쉬운 곳이다.


 - 잦은 지진해일의 피해

   메이지 이후 산리쿠 해안을 강타한 대규모 해일은 아래의 네 번이다. 그러나 앞서 발생한 두 번의 대해일을 바탕으로 지진 해일 

   방재 체제의 정비가 진행되어, 쇼와 35 년 쇼와 43 년 해일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1. 1896년(메이지 29년) 산리쿠 대해일 : 마을전체 인구 2,248명 중 1,859명 사망

     2. 1933년(쇼와 8년) 산리쿠 대해일 : 마을전체 인구 2,733명중 911명 사망

     3. 1960년(쇼와 35년) 칠레 지진 해일 

     4. 1974년(쇼와 43년) 토카치 지진 해일 

  

 - 1933년 해일로 마을 전체가 흔적도 없이 쓸려 간 다음, 정부가 지원을 약속하고 이주를 권장했지만, 그 예산의 일부를 차입하여

    방조제를 쌓기로 함. 방조제 공사 시작 후, 2년 째부터 중앙정부와 현의 지원을 받아 공사를 이어감. 

    그후 전쟁으로 인한 공사 중단이 이어지다가 1958년 길이 1.3킬로 폭 3미터의 1기 방조제가 완성됨.

    칠레 지진해일을 무사히 넘긴 이후로 방조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2기 증축공사 시작. 1966년에 길이 2.4km의 방조제가 

    마을을 둘러싸게 됨.


■ 지진해일과 타로마을의 역사 : 일본 블로그 링크(구글번역)


■ 지진해일 관련 흔적

   포구 북측(산노이와 가는 방향)의 산비탈 방벽에는 1896년(1859명의 사망자 발생)과 1933년(911명의 사망자 발생)에 이 곳을 

   덮쳤던 거대한 지진해일의 높이가 표시되어 붙어있다.  ▶ 파노라미오 사진링크


■ 타로마을 방조제소개 블로그(지진해일 이전의 완전한 모습) : 블로그 링크(구글번역)


■ 2011년의 지진해일로 황폐화된 모습의 타로마을 

   : 방재벽은 그대로 남아있으나 수문은 사라진 상태로 시가지의 7~8할정도 사라진 모습이다.


   - 이와테현 미와코시 타로 "만리장성의 흔적은 남았지만..." (2011.04.04 /구글번역/기사 링크1)

   - 이와테현 미와코시 타로 "만리장성의 흔적은 남았지만..." (2011.04.04 /구글번역/기사 링크2)

   - 이와테현 미와코시 타로 "만리장성의 흔적은 남았지만..." (2011.04.04 /구글번역/기사 링크3)

   - 아사히신문 기사(2011.03.20/구글번역/기사링크)


■ 타로마을과 지진해일 관련 기사 : 한남일보 링크


(출처 : 상기 링크 웹사이트)


* MEMO

여행하며 지났던 조그마한 마을과 지진해일이 관련된 역사는 투쟁의 연속입니다. 자료들을 뒤지는 도중 그것들이 더욱더 또렷하게 느껴졌습니다. 지나하게 오랜기간 지진해일과 싸워와 제법 오랜 기간 평온함을 유지했던 마을의 포구와 골목길들,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자니 지났던 그길들이 다시 떠오릅니다. 

애초 마을이 들어설만한 지형이 아닌 곳을 점하고 살아온 인간의 비합리적인 선택과 오만이 한 쪽에서 꼬집힘을 당하고는 있으나, 그 환경을 넘어서려는 사람들의 긴 노력들만은 해일에 바스라진 채 떠내려가도록 버려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번에 깔끔하게 성공되지는 않지만 자꾸만 들이대며 변화해 온 인류의 역사도 이런 일련의 과정 위에서 만들어진 것일 테니까요.

지진 해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은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의연히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의 응원을 보냅니다. 





다로마을을 통과해 45번 국도를 타고 다시 남하한다. 미야코시 방향으로 10여 킬로미터 정도 달리자, 조도가하마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국도에서 좌측의 해안 방향으로 길을 꺽어 따라간다. 얼마가지 않아 포구마을 위를 건너가는 고가도로가 나타난다. 고가도로를 지나며 내려다보이는 해안선의 경치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아름답다. 스풋을 세워두고 고가도로 한가운데까지 걸어가서 한참이나 아래를 내려다본다. 물빛과 푸른 솔과 굴곡진 해안선이 하늘과 어우러져 너무도 아름답게 펼치지고 있다. 해안선의 좌측은 구멍이 숭숭 뚫린 암석들이 이어지고, 우측으로는 구불구불한 운치있는 길이 우뚝 솟은 기암들 사이로 이어지고 있다.





타로마을을 지나 10킬로미터 정도 달리자 조도가하마를 향하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길을 따라 조도가하마로 들어서자 고가도로에서 보이는 해안풍경이 멋지게 나타난다.



고가도로 좌측으로 보이는 해안풍경. 



구멍 쑹쑹 뚫린 기암이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다.



해안 끝머리의 바위섬들이 평온하게 떠있는 모습도 보인다.



고가도로에서 보이는 해안의 우측 풍경.  높다랗게 솟은 해안 절벽 아래로 구불구불 꺽인 운치있는 도로가 놓여있다.



고가도로를 지나 다시 조금더 달려가자, 조도가하마 포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다. 그 입구에는 차량진입금지, 도보만 가능이라 써져있다. 길가의 안내판에 이 인근의 안내지도가 꽂혀있어서 펼쳐보니, 이 조도가하마의 도보코스와 유람선 승선장, 전망대안내 등이 잘 나와있다. 안내지도에 나온 사진을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전망대로 가보기로 한다. 3개의 주차장중 제 1주차장에 스풋을 세워둔다. 옆 칸에 대형 모터바이크를 댄 아저씨가 힐끔힐끔 스풋의 번호판을 쳐다본다.


가방을 둘러매고 지도상 10분 거리의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를 향하는 길목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안선과 산책로의 모습이 어서 빨리 내려가 걸어보고 싶도록 만드는 매력적인 길이다. 바다를 따라 걷는 아래로 보이는 해안길을 빨리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전망대로 향한다. 도착한 전망대에서는 멀지 않은 앞에 떠있는 하얀 섬의 일부분이 건너 보이지만, 나무가 둘러싸고 있어서 시야가 불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보여주는 장소이다.


전망대로 오면서 봤던 조도가하마 해변으로 향하는 산책로를 향해 내려간다. 에메랄드 빛의 아름다운 해안이다. 여기도 새우깡에 광분하는 갈매기들이 가득이다. 황갈색과 잿빛의 두 종류 갈매기가 튼실하게 살 오른 모습으로 과자를 뿌려대는 사람들 곁으로 혼잡하게 날아든다. 사람들이 던져준 과자를 두고 다투는 녀석들도 보인다.


해안을 따르는 길은 걸어갈수록 경치가 좋아진다. 얼마가지 않자 하얀 자갈이 깔린 해안가에는 조도가하마를 알리는 팻말이 서있고, 하얀색의 섬이 한줄로 뻗어나간 독특한 풍경이 나타난다. 가까이에서 보이는 조도가하마의 하얀색 섬들은 신비스런 모습까지 풍기고 있다.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거닐고 있자니, 해변 뒤쪽에 보이는 나지막한 언덕으로 두 명의 아이들이 끙끙대며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저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이 해변 전체가 내려다 보일것 같아서 잽싸게 따라가 본다. 입구에는 출입금지라 금줄이 쳐져 있다. 무시하고 경사진 길을 끙끙대며 올라가자, 조도가하마 해변의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조망을 만난다. 멋드러지게 휘어진 소나무가 자라있고, 일자로 길게 뻗은 하얀암반들이 시퍼런 바다를 향해 뻗어있고, 그 옆을 유람선이 오가고 있다. 아래쪽에서 가깝게 보이던 모습들도 인상적이었지만, 높은 곳에 올라서 내려다 보이는 이곳의 풍경은 더욱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다.


길을 되돌아 주차장으로 향한다. 조도가하마 방문자센터를 지나는 도중 건물을 잠시 들러본다. 조도가하마의 아름다운 4계절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가지 앞으로 하얀 암반들이 서있는 봄의 모습과 하얀 눈이 하얀 섬을 덮어 온통 하얗게 변한 겨울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조도가하마의 안내도. 불쑥 바다로 튀어나온 조그마한 반도 지형이다.



주차장에 스쿠터를 주차시킨 후 가까운 오다이바전망대를 향해 걷는다.



이정표에서 가르키는 대로 250m를 걷자 오다이바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주변으로 나무가 서있어서 생각만큼 조망이 시원하지는 않다.



전망대 주변의 나무틈 사이로 조도가하마의 풍경들이 일부분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조도가하마 해안길을 따라 걷는다. 유람선과 보트 선착장이 있는 나카노하마를 먼저 만난다.



죠도가하마의 나카노하마 풍경



인근의 갈매기에게 과자를 던져주자 순식간에 우르르 몰려든다.



튼실하게 살이 오른 갈매기들이 선착장 부근에 가득있다.



걸을수록 운치있는 죠도가하마 해안산책로. 이 내부의 산책로는 차량통행 금지다.



조그마한 해안 터널을 지나 이어지는 길을 계속 걷는다.



조도가하마 해안 앞에 독특한 생김새로 열지어 떠있는 해안암반.



해안암반의 형태가 다양하다.



500미터가량 걸어서 조도가하마 해변에 도착했다.



바닥에는 모래사장이 아니라, 밝은 빛을 띄는 납작돌들이 잔뜩 덮여있다.

이인근의 암반과 돌들은 분출된 용암이 굳어져서 이루어진 유문암이 많아서 해안이 백색을 띄고있다.

유리질의 함량이 많아지면 백색에서 흑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조도가하마의 독특한 해안암반

조도가하마는 이와테현 미야코시의 해안에 위치하며 리쿠추해안 국립 공원에 속한다. 산리쿠해안을 대표하는 경승지이다.



조도가하마(浄土ヶ浜)라는 명칭은 조동종의 스님인 레이코에 의해 '마치 극락정토에 온것과 같다'고 감탄 한 것으로 부터 

정토(浄土/조도)라는 명칭이 들어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죠도가하마 뒷쪽의 나지막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오른다.

초입에는 위험하므로 출입금지라 붙어있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몇몇 오르내리고 있다. 그들을 따라 올라가본다. 



언덕배기로 올라가는 도중 내려다보이는 죠도가하마. 선경이 따로없다.



언덕배기에 올라서서 내려다보이는 조도가하마의 전경. 극락정토의 정토(浄土)라는 단어가 붙어질 만 한 풍경이다.



죠도가하마 해안 전경



죠도가하마 북쪽으로는 시퍼렇게 깊은 바다가 펼쳐진다.



조도가하마 해안길을 다 걷고 되돌아오는 중, 방문자 센터에 잠시 들어가 본다.



조도가하마의 4계절 모습들이 사진에 담겨 걸려있다. 미역줄기와 여고생의 가을이라니 뭔가 섬뜩하다.



조도가하마 방문자 센터




조도가하마를 빠져나와 미야코(宮古)시를 지난 후, 41번 지방도로를 따라 오모에(重茂)반도를 향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반도를 북상해서 동쪽 해안으로 넘어갈 계획이었으나 해안의 길은 도로공사로 막혀있다. 우회도로를 따라 산길을 달려간다. 어찌나 꼬불꼬불한지 10미터구간에 최소 두 번은 꺽어지는 길이다. 여기서 운전을 배운다면 그 누구든 베스트 드라이브 등극은 따놓은 당상이겠다. 숲속을 달리는 기분은 상쾌하고 달릴수록 머리가 맑아져와서 좋지만, 몸이 춥다. 볕이 들지 않아서 차가운 기운이 고스란히 몸으로 전해져 온다. 가지고 있는 안내지도에는 길의 끝부분 즈음이 마치 별세계에 들어온 듯 한 곳이라는 부연설명이 붙어있다, 아무리 달려봐도 그런 별세계는 보이지도 않는다. 이 가이드북도 가끔 보면 과장된설명을 해놓곤 한다.


오모에 반도의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갓산(月山)으로 향한다. 지도에는 태평양과 미야지마만이 한 눈에 조망되는 곳으로 경치가 훌륭한 곳이라는 별 표식 하나가 고스란히(일반적으로 좋은 곳은 별표 반개가 붙어있음) 붙어있기도 하고, 갓산의 한자 표기인 월산(月山)은 자나깨나 우리 영토를 삽질과 물질로 통일하고자 고민(!)하시는 가카의 일본 성(姓)이라고 알려진 츠키야마(月山)와 동일한 표기가 아니던가. 이참에 가카도 정복해 볼 겸 산을 오르는 길을 찾아간다. 오르는 입구에 도착해보니 비포장도로로 4km 가량 급하게 올라가야 하는 곳이다. 초입의 경사가 제법 심한데 뾰족한 돌들이 깔려있어서, 아무래도 잘 못 가다가는 스풋의 타이어가 손상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결국 월산을 정복하고자 하던 바램을 접고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다. 역시, 우리 가카는 만만치 않다.





죠도가하마가 있는 미야코시를 빠져나와 미야코만을 가로막고있는 오모에반도의 길을 달린다.

오모에반도의 가운데를 가로질러 반대쪽 해안으로 넘어가는 41번 현도는  끝없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베스트드라이버로 거듭나기 위한 운전 코스로 강력추천하겠다.



오모에반도에서 가장 훌륭한 경치를 자랑한다는 갓산(月山)정상으로 향하는 길 앞에 도착했다.

이참에 가카(月山)를 정복해보고자 마음 먹었다.



비장한 각오와는 달리 4킬로미터의 비포장길에, 초입에서 조금더 올라가니 험한 자갈길이 이어진다.

스쿠터 타이어를 위험에 빠트릴수는 없어 갓산(月山)을 포기하고 돌아선다.





오모에 반도를 달리던 길을 끝내고 다시 45번 국도로 되돌아간다. 예정 캠핑장까지는 70km가량 남아있다. 국도변의 야마다쵸를 빠져 나가기 전 대형슈퍼마켓이 보인다. 날씨가 건조해지고 추워지는 바람에 버석버석해지고 갈라지는 손을 보호할 핸드크림이 필요하고, 바디 샴푸와 볼펜, 금간 텐트 폴대를 조금 더 보강할 비닐테이프 등 이래저래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잠시 들어간다. 먹거리까지 사서 계산을 해보니 삼천엔 가까이 된다. 과다지출이다. 긴축재정에 들어간 나로써는 속이 쓰린 금액이다. 


오후 4시, 짐을 스풋에 구겨넣고 다시 국도를 따라 달린다. 열심히 달려도 한 시간 반은 더 지나야 캠핑장에 도착할 것 같다. 하늘에 어둑한 구름이 끼이기 시작했다. 바다와 해안도로가 바로 붙어서 4km가량 이어지는 四十八坂해안을 지나고, 이름이 재미난 기리기리(吉里吉里)마을을 지난다. 역 이름도 기리기리역, 다리 이름도 기리기리하시(교각)라 붙어있다. 기리기리 마을과 바로 붙어있는 카마이시시 초입의 조그마한 마을을 지나면서 도로가 45번과 34번 국도로 갈라진다. 그 앞에 교통사고가 발생해서 30분가량 좁은 1차로의 국도가 마비되어 있다. 벌써 다섯시다. 아직 갈 길은 40km정도 더 남아있는데 해가 진후에야 도착 할 듯 싶다.




오모에반도를 지나 이어지는 41번 현도



오모에반도를 지나 이어지는 41번 현도. 중간중간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41번 현도는 구불구불 휘어지는 좁은 길이지만, 지나는 길을 따라 우거진 숲 때문에 독특한 드라이빙을 선사한다.



41번 현도. 깊은 숲을 뚫고 지나는 느낌이 든다.



주의하라는 느낌표 표지판을 여기서 또 만났다.

시코쿠의 숲길에서 본적있는 느낌(?)있는 표지판이다. 그 옆에 물음표도 그려서 붙여주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 생긴다.



참 시원시원하게 잘도 뻗어 자란 삼나무숲이 길을 따라 이어진다.



울창한 삼나무 조림숲 사이를 지나는 41번 현도.



41번 현도.



꼬불꼬불 한없이 휘어지던 현도의 숲길이 끝나고 시원한 전경의 해안마을이 나타났다. 



저 산줄기로 이어지는 현도를 따라 이곳까지 왔다.



41번 현도와 45번 국도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작은 오사와 마을. 해안이 정갈하다.




정체된 길을 통과해서 오르막의 고개를 넘어가는 도중,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은 이 지역의 해변 캠프장 표시가 보인다. 점점 추워지는 데다가, 늦게 도착해서 캠핑장을 찾느라 헤매느니 여기서 가까운 곳에서 머무르는 것이 낮겠다 싶다. 캠핑장 이정표를 따라서 4km 정도 떨어진 포구마을의 캠핑장에 도착했다. 관리실이 닫혀있고 아무도 없다. 주변을 둘러봐도 인적이 없다. 근처를 배회하다가 포구를 청소하는 아저씨께 여쭤보니 지나온 레스트하우스 건물에 가보면 관리인이 있을 거란다.


찾아가보니 아주머니가 나온다. 일박에 400엔. 계산을 하고 캠핑장으로 돌아와 어제와 마찬가지로 취사장 안에 텐트를 친다. 하늘이 점점 거뭇거뭇 해지는 것이 조만간 비가 올 것 같다. 저녁을 해먹기 위해 슈퍼에서 산 치킨라면을 끓였더니, 탄 과자 맛이 물씬 난다. 밥으로 먹기에는 이상한 맛의 라면이다. 이 라면을 머릿속의 식용금지 블랙리스트에 등록시킨다. 역시 대형슈퍼의 도시락이 편의점에 비해 싸고 종류가 다양하다. 돈코츠 덮밥이 190엔 밖에 하지 않는다.


양말을 빨고 난 후 건조기가 없으므로 팻트 병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그 위에 씌어두니 하얀 김이 폴폴 나더니 1시간 정도 지나자 다 말라버린다. 보통때면 다음날 아침까지도 덜 말라서 바이크 뒷 쪽에 매달고 자연풍에 건조하면서 다녔는데, 이제 그런 수고로움은 덜게 되었다. 새벽 추위에 대비해서 끓인 물을 담은 팻트병이 빨래건조에도 응용되고 있다. 나는 점점 훌륭해지고 있는 것인가?!





해가 질무렵 도착한 네바마해안(根浜海岸) 캠핑장.



   

식용금지 리스트에 오른 치킨라면 / 통오징어가 가공되어 들어간 오징어과자, 바삭바삭하므로 이빨 안좋은 사람들에게도 추천. 맥주안주로 그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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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지 : 네바마해안(根浜海岸) 캠핑장

  - 400엔/1박

  - 화장실, 취사장, 샤워실, 방갈로


* 여행정보

  - 미야코시 : http://www.city.miyako.iwate.jp/cb/hpc/Article-1382.html
  - 조도가하마 교통편 : http://www.japan-iwate.kr/app/location_detail.php?lid=104


* 이동거리 및 경로 :  120km

   두마노하마 캠핑장  → 산노이와(다로초) → 산노이와   조도가하마 → 미야코시 → 오모에반도 → 네바마해변 캠핑장(카마이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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