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 일본가다] 39일차, 원시림의 트래킹코스 오이라세 계류를 지나다
오늘은 비가 그칠걸로 예상했는데, 밤늦게 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까지 이어진다. 역시 오늘도 출발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싶은 걱정이 든다. 오전 8시즘 되자 날이 밝아졌다. 구름은 여전한데 비는 더이상 오지 않고 있다. 휴게정자내의 텐트를 걷고 짐을 챙긴다. 라면을 끓여 아침으로 먹고 길을 나선다. 하늘이 제법 맑아온다.
엊그제 지나오면서 봐두었던 조그만 동네의 혼다 바이크샵에 들린다. 가게주인에게 엔진오일이 오버인것 같으니 좀 봐달라고 부탁하자, 복스로 풀어서 엔진오일을 빼낸다. 오일볼트를 풀어내다가 그만 왈칵 여는 바람에 아직도 채 식지 않은 뜨거운 오일이 흘러내려 손에 그대로 맞았다. 깜짝 놀라 옆에 있던 걸레를 건네주자 괜찮다며 걱정 말란다. 옆에서 보던 내가 십년감수했다. 다행히 손에 화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다.
조금 과량의 엔진오일을 빼내려고 했을 뿐인데, 결국 이 소동 때문에 엔진오일이 몽땅 새어나와 새 오일을 집어넣게 되었다. 오일을 집어넣고 있는 사이 내일이 추석이라 아버지께 전화를 드린다. 대뜸 빨리 집으로 돌아 오라신다. 유독 이번 여행을 반대하셨던 터다. 뭐 사실 빨리 갈 방법도 없다. 시모노세키까지 가려면 아직 최소 2주일은 더 가야한다. 걱정마시라 살살 달래드리고 전화를 끊는다. 오일교체가 끝나서 가격을 물어보니 제값을 다 받는다. 내심, 본인 실수니 싸게 받거나 공짜일줄 알았는데 1,000엔을 고스란히 다 받는다. 뭐 새걸로 갈긴했으니 그걸로 만족하기로 한다.
다시 출발한다. 엔진오일을 적량으로 넣고나니 엑셀레이터를 당길때 무겁게 느껴지던 스쿠터가 좀 가벼워졌다. 시치노헤초 마을을 지나면서 토와다코(十和田湖)로 꺽어들어가는 길을 지나쳐 버렸다. 다시 길을 되돌려 마을로 꺽어든다. 시치노헤초의 슈퍼마켓에 잠시 들러 끈 떨어져 못쓰게 되버린 슬리퍼를 대용할 녀석을 하나 구하고, 점심 먹거리를 미리 사둔다. 우체국에서 현금도 찾고, 마을을 지나서 논이 연이어지는 도로를 달린다. 삼나무가 방풍림으로 논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구름이 가득 끼어있던 하늘에는 중간중간 맑고 파란 하늘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제 비올 걱정은 덜어도 되겠다. 여기는 이미 추수가 끝난 논들이 많다. 9월 말도 되지 않았건만 좀 이른감이 있다. 가만 생각해보면 추석이 내일이니 그리 빠른것도 아니다 싶다.
시치노헤초를 빠져나와 토와다코를 향하는 길.
추수가 끝난 논이 자주보인다.
길옆으로 코스모스꽃과 메밀꽃이 어우러져 조금 이른 가을 분위기를 풍긴다.
길을 멈추고 가만 들여다 보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편안해지는 꽃들이 길을 따라 한들한들 바람에 움직이고 있다.
산길을 오르는 길을 따라 달리자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옷을 재빨리 꺼내입고 다시 길을 따라 오르막을 오른다. 한참동안 오르막의 산길을 오르자, 목장이 나타나고 구릉을 빙둘러서 산이 둘러싸고 있는 고원지대가 나타난다. 많지 않은 양의 비가 주적주적 내리고 있다. 고원길을 넘어온 394번 국도가 끝나고 토와다코 호수로 향하는 103번 국도로 바꿔탄다.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나무가 우거져서 터널을 이루고 있는 길을 지난다.
토와다코/하치만타이 국립공원의 유명한 트래킹코스인 오이라세 계류(奥入瀬渓流)의 계곡이 시작된다. 독특한 풍경의 원시림계곡이다. 하이킹코스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걷기를 즐기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띄인다. 스쿠터만 아니라면 이렇게 걸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계곡내내 나무가 우거져있어 낮 동안의 뜨거운 볕을 걱정하지 않고 걸을수 있는 길이다.
여러 개의 폭포가 계곡을 따라 도로 가까이에 산재해 있다. 수심이 깊지 않은 계류의 흐름 바로 옆으로 걷기코스가 이어지는 것이 보인다. 이끼가 가득 끼인 계곡의 무성한 수풀사이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계곡을 지난다. 비경이라 이름 붙여도 아깝지 않은 아름다운 계곡이다. 물을 따라 흐르는 계곡이 너무 크지 않아서 더욱 친근하게 마음에 와닿는 곳이다. 오이라세 계류를 빠져나오자 흩날리듯 약하게 내리던 비가 다시 거세지고, 토와다코 호수가 바로 앞에 보인다.
시치노헤초를 지나 고원을 향해 오르는 394번 국도
고원의 여기저기에는 방목 목장이 넓다랗게 펼쳐져 있다.
해발 500미터 이상의 타시로타이고원(田代平高原)길을 지난다.
타시로타이고원(田代平高原) 풍경
고원지대를 지나오자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울창한 숲사이를 지나는 도로가 이어진다.
고원지대로 부터 토와다코 호수를 향해 흘러내리는 급경사의 하천
우거진 숲으로인해 나무터널이 연이어지는 길이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로된 현수교가 보여서 잠시 걸어올라본다.
흘러내리는 물이 경사진 하천바닥을 따라 박력있게 흘러간다.
오이라세 계류가 시작된다.
토와다 호수에서 부터 계류를 따라 오이라세 관광센터가 있는 마을까지 14km구간이 오이라세계류로 트래킹코스가 잘 만들어져있다.
잠시 스풋을 세워두고 길옆으로 보이는 트래킹 코스를 따라 걸어본다.
깊지않은 계곡물이 묘한 분위기로 흘러내리는 풍경이 산책로 바로 옆으로 보인다.
오이라세계류를 따라 지나는 103번 국도. 유명한 관광지라 관광버스가 많이 다닌다.
오이라세 계류 풍경
오이라세 계류 풍경
며칠내린 비때문에 고목아래에 숨어있던 버섯들도 활짝 갓을 피웠다.
미녀산적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독특한 모양의 이시게도
계류 산책로
내린비로 수량이 더욱 많아진 계류
이런 길이 계류를 따라 이어진다.
울퉁불퉁 솟아있는 계곡바윗돌에 물줄기가 부딪혀 하얀 포말을 만들어내며 역동적으로 흐른다.
도로 바로옆에서도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계류가 보인다.
제법 깊이를 만들며 흘러가기도 한지만, 그리 깊지 않은 계곡이다.
고목이 쓰러져 물길을 가로막고 있는 풍경도 곳곳에서 보인다.
바닥이 투명히 들여다 보이는 오이라세계류
곳곳에서 휘몰아치며 흐르는 계곡의 모습이 보인다.
장노출로 풍경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만한 물줄기가 곳곳에서 보인다.
千筋の滝
오이라세 계류를 따라 열여섯개의 폭포가 산재해있다.
雲井の滝
25m 높이의 쿠모이노타키(폭포, 雲井の滝)
울창한 원시림사이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시라이토노타키(타키=폭포, 白糸の滝)
묘한 공존
계류도로에서의 스풋.
사이즈 작은 스쿠터는 길가다가 아무곳에나 세우기 쉽지만 갓길이 좁은 이곳에서 차량을 아무데나 멈춰세우는 것은 쉽지않다.
급격한 낙차로 풍부한 수량을 흘려보내는 쵸시오타키(폭포, 銚子大滝)
계류 산책로
오이라세계류를 빠져나오자 토와다코 호수가 나타난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진다.
빗줄기가 너무 거세서 호숫가의 동네공원 정자 아래로 들어가 비를 피한다. 한시간 즈음 지나자 비가 조금 약해졌다. 여전히 호수위로는 먹구름이 가득이다. 더 이상 달려가기는 무리인터라 가까운 캠핑장으로 향한다. 호수가운데를 향해 불쑥 튀어나온 반도지형을 지나 토와다코의 숙박업소가 몰려있는 오쿠세 마을을 지나 4km정도를 더 가자 우거진 나무숲 사이에 캠핑장이 보인다. 국립공원 캠핑장이라 시설내의 규모가 제법 크다.
토와다코가 보이는 토와다 마을의 공원안 휴게정자에서 거세어진 빗줄기를 피해간다.
1시간 가량 지나자 게세게 내리던 비가 흩날리는 수준으로 약해졌다.
공원앞으로 펼쳐져 보이는 호숫가로 내려와 잠시 걸어본다.
칼데라 호수인 토와다코는 사방이 높다란 산줄기로 둘러싸여있다.
방파제를 따라 호수를 향해 걸어나가 본다. 비가 그치긴 했으나 두꺼운 구름이 주변을 가득 덮고 있다.
빗물을 뚝뚝 떨구며 관리사무소 앞에 도착해보니, 문이 굳게 잠겨있다. 운영시간은 8시~18시로 적혀있음에도 아직 17시밖에 되지 않았건만 관리소의 문이 닫혀있다. 근처에 캠핑카가 한대 캠핑을 하고 있어서 물어보니, 조금 전까지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기도 모르겠단다. 일단 지나왔던 동네로 되돌아가 구멍가게에서 라면이며 군것질 거리를 산다. 다시 되돌아와 봐도 여전히 사무소에는 사람이 없다. 빗줄기가 더 거세지기 시작한다. 어둑어둑해지는 터라 잔디밭위의 사이트에 텐트를 치는 것을 포기하고 관리사무소건물 처마밑(큰건물이라 제법 넓다)에 텐트를 친다. 이 비에 텐트를 치며 물건들을 꺼냈다가는 감당하기 힘들듯하다. 일단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고, 내일아침 직원이 오면 접수를 하기로 한다. 뭐 출발 할 때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그냥 줄행랑이다. 안내판을 보니 관리사무소 뒷 편에 24시간 오픈된 화장실과 샤워룸, 취사장에 동전세탁기까지 있다.
저녁을 서둘러 먹은 후, 밀린 빨래를 세탁기에 돌린다. 그런데 100엔짜리 동전이 3개 밖에 없다. 세탁 200엔에 건조가 30분에 100엔인데, 30분 건조로는 반밖에 마르지 않는다. 게다가 이 캠핑장은 그 흔하던 음료자판기도 안 보인다. 이 빗속을 뚫고 마을까지 달려가기도 어렵고 해서 그냥 세탁건조를 시작한다. 결국 덜 마른 빨래가 되어버렸다. 덜 마른 빨래를 텐트위에 걸쳐두고 말려보지만, 이 빗속에서 원하는데로 건조 될 리가 없다. 제발 내일은 비가 그만좀 와줬으면 바란다. 당췌 신발 마를 날이 없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숙박지 : 토와다코 오이데캠핑장(十和田湖 生出キャンプ場 - 사이트 링크)
- 유료/관리인 없어서 무료숙박
- 화장실, 취사장, 동전세탁기, 샤워룸, 방갈로
* 관광안내
- 토와다코호 국립공원 협회(링크)
* 이동거리 및 경로 : 85km
시로헤쵸 삼림공원 → 오이라세계류 → 토와다코 오이데캠핑장
큰 지도에서 스쿠터일본일주-39일차 경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