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나서다/스쿠터일본일주

[스쿠터 일본가다] 36일차, 일본 혼슈 최북단 오오마곶을 지나 남쪽으로

기억할만한 지나침 2011. 5. 7. 01:36








밤새 바람이 제법 많이 불었다. 자는 내내 텐트 펄럭이는 소리가 멈추지를 않았다. 잠시 뒤척이다 보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바람이 아웃 텐트와 지면사이의 틈으로 밀려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혼슈(일본 본섬)도 이제는 새벽에 추워진 계절이 된건가 보다. 더위에 시달리며 휴대용 선풍기를 머리맡에 켜놓고 잠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기온이 이렇게 떨어졌다.


5시 즈음, 텐트가 모여있는 한가운데에서 동네 개 한마리가 미친듯이 짖어댄다. 굵직한 톤으로 봐서는 제법 덩치가 있는 놈인 듯 싶다. 몽둥이라도 있으면 나가서 쫒아버리고 싶다. 텐트 폴대를 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옆에 놓인 에프킬라를 들고 나가 개에게 뿌려서 퇴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어나기도 귀찮다. 짖어대는 소리가 좀 무섭기도하다. 맹렬히 짖어대는 것을 보면 정상적인 녀석은 아닌것 같다. 꼼짝않고 침낭 속으로 머리를 파묻고 그냥 누워 있는다. 20여분 지나자 다른 뭔가를 쫒아가는지 짖으며 멀리 가버렸다. '젠장, 저런건 한국이라면 벌써 보신탕집으로 절찬리에 스카웃일텐데...'


엎치락대며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머릿속이 또렷하기만 하다. 일어나서 짐정리를 한다. 어제 밤에 개를 끌고 산책을 하며 내게 길을 알려주시던 할아버지가 먼저 나와서 맨손체조를 하고 계신다. 인사를 건네자 손을 크게 흔들어 보이신다. 씻고 떠날 준비를 하고나니 7시 40분이다. 아침식사는 생략. 해가 나자 새벽과는 달리 따듯한 아침이다. 긴팔티셔츠에 후드조끼만을 껴입고 하루의 길을 다시 시작한다.


가까이 있는 혼슈 최북단의 오오마곶으로 부터 하루의 여정이 시작된다. 곶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작은 섬이 떠있고 그 사이의 바다에는 조류의 흐름이 빠르다. 눈으로 보일정도로 빠르게 바닷물이 흐르고 있다. 그 빠른 조류사이의 해협을 어선들이 여러대 오가고 있다.


혼슈 최북단 기념비가 있는 광장에는 주먹불끈 형상과 통통이 살오른 참치가 기념조형물로 서있다. 기념사진을 찍고 곶에서 부터 남하하는 바닷길을 따라 달려간다. 이제부터는 혼슈의 동쪽 해안을 따라 혼슈의 남쪽 끝인 시모노세키까지 남하하는 코스다. 어촌 마을 집들의 지붕이 기와가 아닌 얇은 철판으로 모두 되어있다. 이곳도 겨울이면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서인지 훗카이도와 비슷한 지붕 형태다. 다만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여유롭고 광활하게 느껴지던 훗카이도와는 다른 모습이다.





오오마곶 무료캠핑장



혼슈 최북단 오오마곶. 이곳에서 유명한 참치와 주먹불끈 기념상이 놓여있다.



주먹 불끈 쥐고 힘내본다.



혼슈 최북단 기념비



오오마곶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섬이 떠있다.



조류가 제법 쎈편인 해협을 따라 인근의 어선들이 바삐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따사로운 볕이 내리 쬐이는 이른 아침의 해안길을 주욱 달린다. 잔돌이 해변에 가득 깔려 울퉁불퉁 수면 위로 드러나 있는 곳을 지난다. 바로 옆으로는 휴게공원이 간소하게 만들어져있고 바다로 내려 갈 수 있게 넓은 계단이 놓여있다. 스풋을 잠시 멈추고 바다 가까이로 내려간다. 해파리 같은 것들이 떠다니고, 작은 고둥들이 바윗돌에 가득 붙어있다. 맑은 바닷물 아래를 유심히 들여다 보니 새끼손가락 반만한 군소가 물가를 따라 기어가고 있다. 손으로 살짝 장난삼아 건드려 보니 위협을 느꼈는지 보라색 물감을 퍼뜨린다. 투명한 물속을 오가는 조그마한 물고기며 해초류 등을 가만이 들여다보며 관찰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다시 스쿠터로 돌아와 출발하려고 보니, 아침의 그 맨손체조 할아버지의 캠핑카가 가까이에 주차되어 있다. 가려진 차 뒷쪽으로 할아버지가 개와 함께 해변을 걷고 있다. 반가운 마음이 들어 손을 크게 흔들자, 할아버지도 내게 손을 흔들어주신다. 캠핑카 뒷쪽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스티커들이 가득 붙어있다. 훗카이도의 최북단인 소야곶 스티커, 시레토코의 라우스마을 스티커, 일본각지의 스티커(해당지역의 캠핑장 등에서 스티커를 나누어주기도 하며, 바이크 여행자들의 뒷좌석에 실린 짐상자에 가득 붙어있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가 가득 붙어있다. 사쿠라라는 영문과 개모양의 스티커도 같이 붙어있는데, 할아버지가 함께 데리고 다니는 백구가 바로 사쿠라라는 의젓한 개다.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대신하는 그의 유일한 가족인 셈이다. 


잠깐의 산책을 끝내고 캠핑카로 돌아온 할아버지가 조수석의 문을 열자, 익숙한 동작으로 훌쩍 뛰어올라 좌석에 앉는다. 그러더니 창문 아래로 시니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할아버지가 오늘은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으신다. 시모기타반도의 오른쪽 끝인 시리야자키곶을 지나 250km정도 이동할 계획이라고 말씀을 드리자, 혀를 내두르며 자신에게 250km의 이동은 하루에 절대로 무리란다. 아주 느긋하고 천천히 길을 가고 있다. 인사를 하고 내가 먼저 떠난다. 


나이들어 캠핑카를 집 삼아 끌고 다니며 유랑하듯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든다. 머리가 하얗게 세어 낡은 캠핑카를 하나 장만 할 때 즈음이면, 북녘 땅으로도 길이 이어져 아시아대륙을 거쳐 동유럽과 아프리카까지 느긋하게 갈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그러다가 길 위에서 자유로이 바람같은 삶을 마감하는 것, 그것도 괜찮은 삶이지 않을까.


나이들어도 격있는 삶을 지켜가는 것, 그것은 또 어떤 것일까. 반짝이던 한 시간, 한 청춘을 떠나보낸 노인이 되어 더 이상 빛나지 않을 물리적인 시간을 되돌아보기만 하며 살아가지는 않으리라. 하얀 머리끝에는 긴장의 관념들을 엮어두고, 주름진 손끝에는 폭넓은 세계관을 이어붙이고, 말하기 껄끄러운 것들을 연륜의 힘으로 편안하게 읊조릴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 세상을 더욱 다양하게 받아들이며 늙고야 말겠다. 그리하여, 내 삶도, 나와 이어진 세상도, 더불어 격이 높아지는 것. 늙는다는 것과 어떻게 늙어 갈 것인가를 캠핑카로 홀로 여행하는 할아버지 덕분에 잠시 동안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다.




오오마곶을 빠져나와 남하하는 중 일본 동해 해안선.



훗카이도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시마 수확철을 맞아 여기저기서 건조하는 광경들이 펼쳐진다.



바다가까이로 내려 갈 수 있게 되어 있는 소공원의 해안가.



해안가의 바윗돌 여기저기에 손톱만한 고둥들이 가득 붙어있다.



삶아 먹으면 고소하니 맛난 녀석들이 사방에 한가득.


새끼 군소가 슬금슬금 물속을 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정체를 알수 없는 생물이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맑은 물속의 해초사이로 조그마한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오가는 것도 보인다.

투명한 바닷속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시간가는 줄 모를 지경이다.



바다새도 유유히 물위를 떠다닌다.



오오마 캠핑장에서 만났던 할아버지를 여기서 또 만났다. 사쿠라라는 하얀백구(아키다 종)와 함께 캠핑카로 여행을 다니는 분이다.

나도 지긋하게 나이들면 꼭 이렇게 길을 따라 유랑하듯 살아보고 싶다.



차량 뒷편에는 함께다니는 애완견인 사쿠라의 스티커와 함께 일본 각지를 방문한 흔적인 스티커들이 가득 붙어있다.

유리창에 부착된 주황색과 노랑색이 반반들어간 물방울 모양의 스티커는 75세이상의 고령자 운전차량임을 알리는 표식이다.

매년 고령자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일본에서 이를 조금이라도 막기위해 도입한 것이 저 고령자운전제도이다.

고령운전자 스티커는 초보운전마크와 달리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시 달리는 해안도로의 바다로부터 반사된 부드러운 오전의 빛이 내 눈 속으로 파고든다. 조그마한 해안마을 몇몇을 지나 시모기타반도(下北半島)의 동쪽 끝인 시리야자키곶으로 향한다. 시리야자키곶은 갔다가 다시 20km가량을 되돌아와야 하는 코스라 그냥 건너뛸까 하다가 근래들어 곶 중독이 되어 가고 있으므로, 그냥 가보기로 한다. 오늘은 유독 스풋의 엔진소리가 불규칙적이고 엔진에 열도 많이나며 브레이크를 잡아 멈춰 설때면 갸르륵 대며 시동이 꺼지려고도 한다.


266번 지방도로를 따라 곶으로 향하는 도중의 길이 묘하다. 양옆으로 목장초지가 넓게 펼쳐지고, 편백나무가 길을 따라 하늘높이 솟아있다. 길도 왕복 2차선에서 차선이 없는 1차선으로 줄어들었다가 다시 늘어났다가를 반복한다. 나무가 드리워진 좁은 1차선이 나무터널처럼 보이는 독특한 길도 지난다. 달리다보니 뭔 길을 이따위로 만들었나 싶었던 처음의 마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독특하며 재미난 이 길에 호감이 간다.


시원한 에메랄드 빛 바다건너 편으로 하얀 등대가 보인다. 해변에 높이 4~5m가량의 널직한 바위가 서있다. 정상은 평평하다. 드리워진 동앗줄을 잡고 올라가본다. 끙끙대며 올라선 바위위에서 보이는 바다의 풍경이 싱그럽고 아름답다. 다시 곶 끝에 당당히 서있는 하얀 등대를 향해 간다. 인근을 둘러싸고 있는 지형과 바다의 풍경도 수려한 곳이다. 휴일이라서인지 단체로 바이크 라이딩을 나온 사람들이며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제법 보인다. 


등대에서 한 바퀴 돌아 이어져있는 길을 따라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속도를 줄이고 멈춰서면 엔진소리가 여전히 꺼질랑 말랑 하면서 불규칙하게 들린다. 엔진오일은 엊그제 갈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해안도로 도중의 휴게주차장에 스풋을 멈춰 세우고 에어필터를 갈아낀 후, 엔진 열도 식힐겸 쉬어간다. 아래를 곰곰이 들여다 보니 엔진오일의 레벨게이지가 상한치를 초과했다. 스로틀을 댕겨도 좀 무겁더니 이것 때문이었나 보다. 가는 도중 홈센터가 보이면 몽키를 사서 오일을 좀 빼내야겠다. 이참에 공구를 사서 오일교환도 그냥 내가 하는게 낮겠다 싶다.


30분정도 쉬었다가 다시 243번 지방도로를 따라 달린다. 높다랗게 자란 삼나무가 주욱 이어지는 한적한 길이 나타난다. 좌측으로 멀지 않은 곳이 바다지만 나무숲에 가려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시 338번 도로를 타고 남하한다. 시모기타반도의 얇은 목에 해당하는 지형을 지나 석호가 내륙으로 길게 들어와있는 다카호코호수(누마)를 지난다. 호수 가운데를 관통하며 수문과 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수문의 끝부분에 주차장이 있어서 스풋의 엔진을 식히고 갈겸 멈춘다.



오오마에서 남하하는 279번 국도변 해안선



오오마에서 남하하는 279번 국도변 해안선



279번 국도에서 266번 지방도로를 따라 들어서자 길을 따라 높다랗게 나무가 이어져있다.



차량통행이 거의 없는 한적한 숲길 도로를 따라 달리는 기분이 묘하게 상쾌하다.



왕복 2차선이던 도로가 갑자기 찌그러지며 1차선으로 급변경 되기도 한다.



좁아진 차선에는 늘어선 나무들이 가지를 드리워 나무터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266번 지방도 풍경. 목초지와 숲으로 이루어진 인가가 보이지 않는 길이 10km가량 이어진다.



다시 급격히 줄어드는 차선. 재미난 도로이다.



혼슈 최북단의 시모기타 반도 서북쪽 끝에는 아침에 출발했던 오오마곶이 있고, 시모기타 반도의 동북쪽 끝에는 시리야자키 곶이 있다.

시리야자키곶이 가까워지자 바다와 가까워진 해안도로가 다시 나타난다.



시리야곶 이와야 마을을 지난 후 보이는 수려한 해안선.



조그마한 시리야 마을을 지나서면, 회색시멘트가루가 사방에서 날리는 거대한 시멘트공장이 나타난다.

공장 뒷편으로 흉칙하게 파들어간 산을 달리는 길에서 보고 있자니 답답한 마음이 가득이다.



시리야곶을 향하는 도중의 시멘트공장 뒷편, 석회채취를 위해 산이 광범위하게 깍여나가있다.

중심의 가치를 어디다 둘것인지는 지나는 시대마다 다르겠지만 개발과 보전은 언제나 딜레마이다. 

원형이 파괴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의 마음이 대개 비슷한 것을 보면, 지구의 역사가 막장으로 다다르지는 않을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시멘트공장을 지나오자 시원스런 해안선이 펼쳐진다.



해안선 인근의 초지와 아름다운 바닷빛, 그리고 해안암반이 요란스럽지 않게 어우러지는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멀지않은 길 끝으로 시리야곶 등대가 하얗게 보인다.



하얀등대와 초지, 스믈스믈 구부러진 길, 그리고 바다가 잘 어울리는 곳이다.



시리야곶 등대가 멀지 않은 곳에 잠시 멈춰서서 해안가의 넓다란 바위위로 올라가보기로 한다.



도로아래로 보이는 이 바위다.



4~5미터 높이정도 되어보이는 바위를 드리워진 줄을 잡고 끙끙대며 올라간다.



올라와서 내려다 보니 제법 무섭다.



바위 위에 올라서자 바다로 부터 시원한 바람이 막힘없이 불어온다.



바위 끝에서 보이는 바다색이 그야말로 보석.



하늘과 땅을 담은 바다의 물 빛, 이렇게 아름답다.



바위에 서서 멀리로 시선을 던져보니 도로에서 내려다 보이던 해안선의 풍경과는 또다른 시원한 맛이 있다.



시리야곶 주차장의 안내지도. 시모기타반도가 도끼모양으로 생긴 요런 반도지형이다.

지금있는 곳이 오른쪽 상단의 붉은색으로 현재지라 적힌 지점이다. 해안도로가 이어져서 쭈욱 남하하는 국도와 만나면 좋을텐데 험한 지형상 끊겨있다.

그래서 20km가량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태평양으로 불쑥 튀어나온 지형끝에 당당하게 서있는 시리야자키(尻屋崎, 시리야곶)등대



시라자키 일대는 칸타치메(寒立馬)라는 추위에 강한 말이 방목되고 있다. 방목되는 말근처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많다.

곶의 곳곳을 말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으므로, 이곳에서는 발아래 말똥 지뢰를 주의해야한다.



칸타치메는 엄동 설한에도 견딜 수 다부진 체격의 말이다. 방목되고 있어서 야생마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농업용말(육용)이다.



등대 좌측의 땅끝. 걸어갈수 있는 끝지점이다.



바다끝의 돌무지 위에 빨간 옷을 씌운 보살상이 놓여있다.



땅 끝머리에 서있는 하얀등대는 짙푸른 바다와 하늘아래에서 너무도 잘 어울린다.



시리야자키 해안. 경사가 완만하여 해안가로 내려가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등대가 서있는 시리야자키는 난파선의 곶이라 불리며 예전부터 뱃사람들이 두려워하던 곳이었다.

메이지시대 세계각국과 무역을 실시하면서 등대를 세우는 기술이 없었던 일본이 영국인 기술자를 초청하여 1879년에 건설하였다. 

대략 120년 된 등대다.



시리야자키 등대는 구운 벽돌로 지어졌으며 토호쿠(東北) 지방에서는 첫 번째로 생긴 등대이다.

33m의 높이로 벽돌 구조 등대로는 일본에서 가장 높다.매년 7/20, 바다의 날 전후로 일반인에 내부를 공개하기도 한다. 



시리야자키곶을 지나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간다. 둥글게 휘어지는 해안선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시리야자키곶 인근 해안선 풍경



트럭들이 해안가에 가득 몰려있다. 무슨일이가 싶어서 멈춰보니 파도에 밀려올라온 다시마를 수확중이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몽땅 출동했다. 귀중한 수익원이라는 말이겠다.






시리야자키 말방목지역에는 말들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두 곳의 출입구에 이렇게 자동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다.

모터바이크와 자전거는 노란색 버튼을 직접 눌러야 차단기가 열린다.

시리야자키의 개방시간은 다음과 같으므로 방문시 주의가 필요하다.

4/1일 ~ 4/30일 8:00 ~ 16:00 

5/1일 ~ 11/30 일 7:00 ~ 17:00 

이외의 시간과 12/1 일 ~ 3/31일은 게이트가 폐쇄됨.



시리야자키를 빠져나와 시원하게 이어지는 도로



스풋의 엔진을 식히고 잠시 점검을 한 후 다시 출발. 시리야자키에서 빠져나와 172번 지방도로를 따라 남하하는 길.



마을입구에 세워진 재미나게 생긴 오징어 조형물도 지난다.



길 옆으로 자주 보이는 일본가옥.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선이 섬세하게 살아있는 집이다.

지붕 끝 선에 베일것만 같다.



시모기타반도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석호인 다카호코누마를 가로지르는 석문과 도로를 지난다.

이 석문 끝에 있는 휴게터에서 잠시 쉬는사이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호수 주변을 걸어보니 수질이 굉장히 나쁘고 오염이 심하다. 20여분 즘 쉬고 있으려니,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막 밀려오고 있는 구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라 구름의 진행방향으로 빨리 달려가면 우중라이딩은 피할 수 있지 않을 까 싶어 순식간에 도로를 달려 내뺀다. 트럭을 추월하고 자위대 호송 짚차를 추월하며 정신없이 달려간다. 약간 뜸하게 내리던 비가 갑자기 심해지기 시작한다. 더 이상 그냥 갈수 없어서 비옷을 껴입는다. 방금 지나쳐온 우측으로 캠핑장근처에 있는 미치노에키(국도변 휴게소)를 가르키는 이정표가 보였다. 빗속을 길게 달려 갈 수는 없으므로 가까운 캠핑장을 찾아가기로 한다. 스풋을 되돌려 캠핑장이 있는 오가와라호숫가의 시민의 숲 공원으로 향한다.


빗줄기가 너무 거세다. 할수 없이 농로 옆을 따라 서있는 나무그늘에 잠시 멈춰서서 마구 쏟아지는 비를 피한다. 20여분 기다리자 빗줄기가 약해졌다. 하늘을 보니 짧은 시간에 멈출 비는 아니다. 다시 길을 따라 시민의 숲공원 캠핑장으로 향한다. 이정표를 보고 찾아온 캠핑장의 입구에는 토요일을 맞아 캠핑을 즐기러온 캠핑카들과 차량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한대한대 접수를 한 다음 차단기가 올라가면 통과하고 있다. 바이크를 관리소 앞에 대고 쫄딱 젖은채로 사무실로 들어가자, 내 상태를 본 직원이 먼저 접수를 해준다. 


쏟아지는 빗속에 겨우겨우 텐트를 치고나서 한숨 돌리며 옆을 보니 대형캠핑카를 가져온 한무리의 가족들은 이 빗속에서도 여유만만이다. 버스만한 캠핑카와 차양막과 발전기까지 없는게 없다. 대형 tv까지 꺼내서 타프 아래에서 비를 피해 시청하고 있다. 오후 4시. 평소에 비해 일찍 캠핑장소를 찾은셈이다. 바깥에서 묻혀 들어온 물기와 쉴 새 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텐트내부도 축축하다. 뭐 신발은 애시당초 수족관상태다. 저녁은 먹어야 하므로 슬리퍼를 신고 빗속을 뚫고 5KM정도 떨어진 편의점에서 먹거리를 사온다. 


잘 관리된 시설의 샤워장에서 100엔짜리 동전하나로 넉넉하게 몸을 씻고 나자, 사방이 어두워졌다. 편의점에서 사온 음식들로 저녁을 먹고 나자 그제야 비가 그친다. 오랜만에 일찍 일기도 쓰고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다. 휴대용모바일컴퓨터에 저장해온 에반게리온-파를 틀어놓고 감상한다. 시작되는 초반의 흡인력이 조금 약하긴 하지만 끝 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수작이다. 여전히 세계종말을 이야기하는 폐쇄적인 일본인들의 섬나라 기질이 다분히 엿보이긴 하지만 잘 만든 애니메이션임에는 틀림없다. 눈을 떼지 않고 한번에  보게된다. 뭐 눈을 떼더라도 마땅히 달리 할 만 한 것도 없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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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지 : 미사와 오토캠핑장

  - 1박 : 500엔

  - 화장실, 취사장, 샤워장, 세탁실


* 주유 : 599엔


* 아오모리현 관광안내(한글)

  - http://kr.aptinet.jp/


* 이동거리 및 경로 :  170km

    오오마곶 -> 시리야자키곶 -> 미사와 오토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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