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나서다/스쿠터일본일주

[스쿠터 일본가다] 17일차, 경찰에게 잡힌 아오모리를 떠나 도착한 북해도.

기억할만한 지나침 2011. 1. 21. 22:41








새벽 5시 20분에 아오모리항에서 출발하는 훗가이도행 페리를 타려고 했다가, 일어나서 짐싸며 밍기적대는 시간이 제법 많이 걸리는 내겐 힘들것 같아서 포기했다. 7시에 출항하는 배를 타기로 마음먹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부지런히 짐정리를 한다. 지금까지 처럼 민소매와 짧은 반바지만으로 잠을 자기에는 추운 새벽이다. 으스스한 새벽에 몸을 일으킨다. 캄캄한 밤에 도착한 어제는 몰랐는데, 날이 밝은 지금 보니 커다란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숲이다.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서 바닥에는 이끼가 자라고 있다.


무료캠핑장이지만, 샤워장을 제외한 취사장과 화장실 등 있을 건 다있다. 서둘러 짐정리를 하고나자, 6시가 되었다. 머리를 감고, 씻고, 빵과 우유를 허겁지겁 먹고 길을 떠난다. 출발부터 또 거리계 체크를 못했다. 날마다 주행하는 거리를 기록하고 있는데. 또 까먹은 것이다.


캠핑장 주변을 보니, 멀직한 나무 아래에 텐트가 쳐져있고 그 뒷쪽에 작은 바이크가 한 대 서있다. 바이크로 여행을 하는 사람인가 보다. 아오모리 항을 향해 출발한다. 6시 30분이다. 공원을 벗어나자 마자, 공원묘원입구다. 미처 못 말린 머리카락 탓에 헬멧을 벗고 여기까지 왔다. 그사이 다 말랐다. 천연 드라이어다. 다시 헬멧을 제대로 쓰고 부다다다~ 길을 달려간다.




하룻밤 머물렀던 캠핑장. 페리항으로 가기위해 텐트를 걷고 짐정리를 한다.



삼림공원이라 큰나무들이 빼곡히 자라 있는 곳이다.




캠핑장 화장실 / 다른 바이크 여행자가 설치한 텐트




44-103-107번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바꿔타고 아오모리시의 페리터미널에 도착했다. 어젯 저녁 지나 올 때에는 무진장 붐비던 아오모리 시가지 도로가 월요일 새벽인 지금은 한산하다. 페리터미널에 도착하자 7시다. 남자 직원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빠른 말투로 승선권 발권관련 이야기를 한다. 천천히 말해주기를 요구하자, 여전히 빠른 말투다. 고객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에 짜증이 슬슬 난다. 7시 40분에 내가 타려 했던 페리의 승선이 마감 됐단다. 바이크 승선은 이미 가득 찼다는 것이다.




츠루가해협 페리 아오모리 터미널. 독특하게 생긴 좌측의 페리는 훗가이도행 페리 중의 하나이다.



다음 선박이 10시다. 미리 어제 예약하지 않은 어리석음을 후회하며 예약을 요청했다. 8시 30분 부터 승선접수를 시작한다며 그때 다시 와달란다. 며칠째 세탁을 못한 상태다. 마침 시간이 남아 세탁도 할겸 인근 동네를 뒤져 본다. 그렇게 많던 동전세탁소가 보이질 않는다. 


중심가 부근에서 길을 지나는 동네 아주머니에게 코인란도리를 물어보자, 그녀도 모르겠단다. 길 건너편의 동네로 가보면 혹시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남긴다. 길을 건너 바둑판식으로 길이 난 마을을 이리저리 헤매자, 마을길 안에 조그마한 동전세탁소가 있다. 들어가서 후다닥 땀내 배인 옷가지를 세탁기에 쑤셔 넣는다. 세탁기에 표시되는 타이머에 38분 남은 것으로 표시된다. 지금 시간이 8시 20분. 남은 시간 동안 다시 터미널로 가서 발권 수속을 하기로 한다.


부둣가로 이어지는 도로를 달리자, 10분이 채 안되서 터미널에 도착한다. 스탠다드룸(2,700엔)에 배기량 125CC 이하의 바이크(2,000엔)로 발권 수속을 한다. 총 4,700엔이 들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제주도가는 선박 비용과 비슷하겠다. 다행히 이번에는 아까의 그 무뚝뚝한 남자 직원대신 친절한 여직원이 응대를 한다. 외국인인 나에게 터미널 항구의 약도를 꺼내어 배에 오르는 4번 출입구까지 천천히 설명을 해준다. 낮선 곳에서 만나는 친절은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열 배의 감응이 일어나는 법이다. 그래서 관광지는 사람들의 친절이 중요한것이다. 지도를 보니 이 항구에 승선구가 4개나 된다.


티켓 발권을 마치고 다시 코인란도리를 향해 서둘러 출발한다. 시계를 보니, 세탁 종료 1분이 남아있다. 도착해보니 세탁이 종료되어 있다. 다시 건조기에 옮겨 넣고 동전을 넣는다. 10분을 건조시키자 두꺼운 옷들과 수건, 양말은 조금 덜 마른 상태다. 터미널 여직원은 9시까지 페리 승선장 앞으로 오라고 했고, 티켓 뒷편에는 출발 30분 전까지 승선 해달라는 안내가 적혀있다. 서둘러야 한다. 벌써 9시가 넘었다. 덜 마른 것들을 대충 의류팩에 집어 넣고 또다시 페리터미널을 향해 급히 출발한다.


항구도로 도중, 고가도로를 넘어가는 길이 나타났다. 지긋한 경사를 넘어가는 도중 뒷 쪽에서 사이렌소리가 들린다. 뒤에 무슨일이 났나보다 싶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속도를 50~60km/h로 지키며 다른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길을 달린다. 다시 뒤쪽에서 사이렌소리와 함께 방송으로 "마에노(앞의) 바이크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보고 하는 경고방송인 줄도 모르고 그냥 달리다가, 빨간불로 바뀐 신호등 앞에 멈춰선다. 그제서야 하얀 경찰차에서 경관이 내려 내게로 와서 바이크를 옆으로 대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까의 사이렌과 방송이 나더러 멈추란 신호였던것이다. '교통법규도 어기지 않은 나를 설마 부르는 것이겠어?' 하며 무시하고 그냥 달려 왔는데 말이다. 벌써 승선 시간이 5분 남은 9시 25분이다. 시간도 없는 데 왜 붙잡아 세우는지 모르겠다.


나를 아래 위로 쓰윽 훑어보던 경찰이 내게 입을 뗀다.

"라이센스 보여주십시요"

"여기요"

핸들 아래에 엑스자로 교차시켜 묶은 줄을 풀고, 가방 안쪽 깊숙한 곳에 들어 있는 국제운전 면허증을 꾸역꾸역 꺼집어 내어 경찰에게 건넨다. 국제면허증을 보던 경찰이 내게 갸우뚱하면서 되묻는다.

"이게 여권?"

"국제면허증인데요. 그런데 왜 잡아 세운거죠? 지금 훗가이도행 페리에 승선할 시간이 급해서 빨리가야 해요."

"바이크 번호가 이상해서요"

"예? 국제번호판인데요. 한국서 건너온 바이크입니다."

시간이 없어 다급한 내 입으로 단어들이 다다다 연결되어서 빠르게 튀어나온다.

받아든 면허증을 느긋하게 들쳐보던 경찰이 사진을 보더니

"얼굴 좀 보여주십시오" 란다.

후다닥 바이크 헬맷의 검은 썬바이저를 올리고, 얼굴 아래에 올려쓴 버프를 내려서 보여준다.

"훗카이도 페리 예약 시간에 늦었거든요. 빨리 좀 보고 주세요. 급해요. 국제번호판 몰라요?"

짜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끝끝내 느긋하게 면허증을 넘겨보던 경찰이 한참이나 지나서야 돌려준다.

"아, 지금까지 일본을 달렸지만 이런일은 처음이네요." 

하며 신경질적으로 경찰에게 한마디 쏘아주자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라며 경찰차로 되돌아 간다.

'아, 이런 우라질레이션!... 공부 좀하지!. 경찰이면.' 속으로 궁시렁 대며 급하게 스로틀을 당긴다.

티켓에서 안내한 시간 보다 5분 지난 35분이다. 늦긴 했지만 출발 시간까지 25분이 남아 있으니 배에 오를 수 있는 시간이다. 뭐, 살다보면 이럴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답답한 일은 꼭 바쁜일을 앞두고 벌어진다는 것. 참 알수 없는 삶의 미스테리다.


미친듯이 달려서 4번 승강장 앞에 도착했다. 페리의 앞 주둥이가 위로 들린채 열려있다. 차량 탑승을 유도하는 승무원이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는 바이크들의 뒷 쪽을 손으로 가리킨다. 거기서 기다리라는 거다. 다행히 아직 승선을 하지 않았다. 나를 제외한 5대의 바이크가 배 입구에 서서 승선을 기다리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차량들이 줄을 서서 늘어서 있다. 오전이지만 여름의 볕이 뜨겁게 부둣가를 내리 쬐고 있다.


얼마지나지 않아, 승무원이 승선표를 보여 달란다. 건네주자 바코드를 읽고는 다시 되돌려 준다. 기다리는 바로 앞에는 할리데이비슨을 탄 여성라이더도 보인다. 바이크가 먼저 배에 올라타고, 뒤이어 차량들이 뒤 따른다. 배기량이 큰 바이크들 뒤를 따라 쬐그만 내 스풋도 마지막으로 배에 오른다. 화물갑판의 큰 공간을 크게 한바퀴 둘러 가장 자리에 스풋을 세우도록 승무원들이 수신호로 유도를 한다. 


주차시킨 바이크의 바퀴 앞 뒤에 고임목을 대고, 시트 위에 담요를 걸친다음 넓은 화물 고정용 끈으로 바닥에 팽팽히 고정하는 모습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진다. 앞선 사람들이 바이크에서 내려 선실로 향하고 있다.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니 출입구 표시가 배의 가운데 즘에 보인다. 출입구를 따라가니 에스컬레이터가 놓여있다.



접수대의 여직원이 승선해야할 4번 선착장의 위치를 친절히 알려주었다.

페리승선장이 네곳이나 된다.



      

좌.승선한 바이크의 고정 모습. 바이크 앞뒤로 고임목을 받치고, 앞바퀴와 좌석에 고정줄을 걸쳐 튼튼하게 고정했다.

우. 페리 객실층으로 올라가는 통로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4층 선실로 올라와서 스탠다드라 적힌 선실을 찾아들어선다. 바닥에 카펫이 깔려있는 선실이다. 한국의 여객선들에 비해 훨씬 시선처리가 잘 되어있고, 깔끔하고 깨끗한 실내다. 창가에 자리를 잡아 가방을 뉘이고 앉는다. 4시간 후면 드디어, 훗가이도에 도착이다. 잠시 앉아서 지도와 짐을 정리하고, 밀린 일기를 쓴다. 그러고 나자 여유가 생긴다. 


가까운 곳에 짐을 내려 놓은 체중 120kg은 나가 보임직한 건장한 체구의 청년이 말을 걸어 온다. 대형스쿠터를 타고 왔던 청년이다. 어디까지 가느냐에서 부터 시작한 말로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건네는 친구다. 간단한 인삿말을 주고 받았더니 내가 일본인 인 줄 알고, 빠른 말투로 말을 건네기 시작한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려주자, 약간 느린 속도로 말을 다시 건넨다. 훗가이도에 관한 이야기와 주행경로에 대한 이야기를 한동안 주고 받는다. 선내를 둘러보러 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대화를 길게 하고 싶지 않은 날이다. 말하는 게 귀찮다.


카메라를 둘러 매고, 선내를 천천히 돌아다녀 본다. 3, 4층이 객실로 되어 있는 이 페리는 게임실, 어린이 놀이방,식당, 카페테리아, 금연실, 샤워실에 애완동물 보호실까지 있다. 선실 바깥 갑판으로 나가자, 배는 다이라다테해협(平舘海峡)을 지나고 있다. 페리의 후미에서 갑판 난간에 팔을 기대어 배 옆으로 나타나는 시모기타(下北)반도의 서쪽 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좌. 스탠다드룸의 객실. 누울수 있는 평상타입이다.

우. 한국어로된 안내문이 벽에 붙어있다.



페리복도. 정갈하고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다. / 선내 화장실. 객실과 마찬가지로 깨끗하다.



좌. 객실 한쪽에는 커튼을 치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우. 승선권. 2차원 바코드인 QR코드로 되어있으며, 스캔으로 읽어서 승선 체크를 한다.



QR 코드란?


QR Code는 일본의 Denso Wave에 의해서 개발된 2차원 코드방식의 하나이며 대중적인 사용을 위해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1994년에 배포 되었다. QR은 Quick Response의 약자이고 특징으로는 빠른 디코딩이 가능하고 기존 사용되어지는 바코드에 비해 대용량, 많은기록, 고밀도, 오류정정 기능 등이 있다. 


작은 정사각형의 점을 가로 세로 같은 수 만큼 병렬시킨 매트릭스형 2차원 코드로, 한 변에 21개가 나열 된 [버전1] 에서, 177개가 나열 된 [버전40]까지, 40가지의 사양이 있다. 점의 숫자가 많을수록 많은 정보를 기록 할 수 있으나, 필요한 면적이 넓어진다. 코드의 3개의 모서리에는 [回]자 형의 심볼(파인더 패턴, finder pattern)이 배치되어 있어서, 360도 어느 방향에서도 인식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기존의 줄무늬 방식의 1차원 바코드가 영,숫자 20자 정도를 표현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100배 이상 많은 고밀도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기록 가능한 정보량은, 버전40의 경우 최대 23,648비트이다. 독자의 문자코드를 사용하므로, 일반 가나(일본 문자)나 한자의 경우 1,817문자, 알파벳과 숫자의 경우 4,296문자, 숫자만 사용할 경우 7,089문자까지 기록 할 수 있다. 데이터에는 보완성을 갖도록 하여, 일부가 손실 되더라도 인식할 수 없게 되더라도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다. 오차 정정율은 4단계로 설정 할 수 있으며, 가장 낮은 것이 약7%, 가장 높은 것이 약 30%까지의 손실 되었을 경우 대응 가능하다. 오차 정정율은 높을수록 보다 많은 보완용 데이터가 필요하므로, 기록 할 수 있는 데이터량은 그만큼 줄어든다.


QR코드는 일본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2차원 코드로, 자동차공장의 간판 등에 쓰여진다. 최근에는 휴대전화에 QR코드 인식 기능이 탑재되어, 인터넷 URL등 버튼을 여러 번 눌러야만 입력할 수 있는 데이터를 간단히 입력하는 수단으로 보급되고 있다. 또한 책의 커버에 책에 대한 정보를 찾아 볼수 있도록 기록되기도 하고, 회전 초밥집의 접시에 붙여져 있거나 거리에서도 쉽게 찾아 볼수 있고 생활전반에 필요한 정보인 즉 명함, 전화번호, 문자, 홈페이지URL등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출처 : 위키피디아, IT-용어사전)




객실 창을 통해 보이는 다른 승선장.



파란 바다 위를 지나는 페리의 갑판에 서있자니, 일본의 본섬(혼슈)을 떠나 또 다른 섬인 북해도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섬에서 섬으로 가는 것이긴 하다. 하긴 우리나라도 섬과 다름없다. 넓은 북으로 동아시아, 유라시아대륙의 땅이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 하고, 갇혀있는 섬이다. 언제고, 이 고립된 나라의 국경이 열려, 유럽과 아시아를 향해 스풋과 함께 떠돌아 다니는 상상을 해본다.


일본으로 오기 전 자료를 찾다가 알게된, 이완 맥거리거가 동료 배우이자 친구인 찰리 부어맨에게 "찰리, 너 오늘 우리 집에 좀 와야 할 것 같아."로 시작된 바이크여행이 생각난다. 런던에서 유럽, 아시아, 알래스카, 캐나다를 거쳐 뉴욕까지 BMW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그들의 상상 같은 대장정(DVD로도 발매됨)이 보는 내내 부러웠다. 우리 땅은 언제즘이나 되야 바깥 세계를 향해 문이 활짝 열리게 될까.


갑판 위에 갈매기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바다 위를 달리는 페리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날아간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받아먹고 있다. 영종도를 향하던 철부선 위에서 자주 보던, 익숙한 풍경이다. 다만 갈매기의 덩치가 훨씬 크고 그 수가 적다. 신기해서 한참이나 쳐다본다.


다이라다테 해협을 통과해 혼슈와 훗가이도 사이의 츠가루 해협으로 배가 나왔다. 대양 위의 오전11시는 땅 위에서 와 마찬가지로 볕이 뜨겁다. 도로 위에서나, 바다 위에서나 태양 빛은 여전한 것이다. 바다 위로 불어오는 바람을 뒤에 두고, 갑판에서 객실로 내려온다. 도착할 훗가이도의 지도를 잠시 들여다 보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훗카이도행 페리가 항구를 떠나기 시작했다.



선내에는 오락실과, 어린이 놀이 시설이 갖춰져 있다.



깔끔하니 정비된 흡연실이 갖춰져 있기도 하다.



4층 복도에는 바다가 내다 보이는 창옆에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있다.



독특하게도, 선내에 애완견 보관실이 따로 있다. 개 발바닥이 그려진 명판이 재미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훗카이도를 찾을 사람들에게는 유용하겠다.



문을 열고 갑판 후미로 나가본다.



문을 열고 나와 본 갑판후미. 뛰어 다녀도 될 정도로 넓직하다.



혼슈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객실에만 있었다면 억울 할 뻔한 기분 좋은 하늘과 바다가 펼쳐진다.



페리에 앉아 쉬는 갈매기들도 있다.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재치있게 받아먹는 녀석들이다.

우리나라 연안여객선에서 자주 보이던 익숙한 모습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매점에서 새우깡이라도 한 봉지 사올걸 그랬다.

일본에도 우리나라와 똑같은 새우깡을 팔고있다.



파란 하늘아래, 맘껏 날개를 펴고 페리를 따라 갈매기들이 날고있다.

펼쳐진 날개가 한 없이 부러운, 하늘이다.



한바퀴 돌아온 갈매기가 시선과 비슷한 높이로 지나간다.

날아가는 기세를 바로 가까이서 보고 있자니, 독수리 못지않게 단호하다.



선상에 기대서자 기분 좋게 느껴질 정도의 바람이 바다 위를 불어오고 있다.



아득하게 보이던 다이라다테 해협의 육지가 점점 가까워진다.



갑판에서 맞는 바람이 적당히 시원하고, 파아란 하늘과 바다가 소풍처럼 펼쳐지는 앞에서 기분 좋지 않을 사람이 없다.

밖으로 나와 선 사람들과 그들의 웃음으로 나도 절로 웃음지어지는 선상이다.



배가 진행하는 방향의 우측으로 시모기타반도의 서쪽 끝이 가까워졌다.

이 배가 통과하는 다이라다테 해협은 어제 오후에 달려온 바다 왼쪽의 츠가루반도와 오른쪽의 시모기타반도 사이의 폭 10km가 조금 넘는 바다이다.



좁은 해협을 통과하면서 보이는 육지의 산악지형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예사롭지 않은 산세가 바다 옆으로 한동안 이어진다.



하늘과 바다와 산이 더없이 청량한 기분을 선사하는 훗카이도행 페리다.




때로는 아득하고, 때로는 파랗게 맑고, 때로는 깊은 풍경이 난간에 기대선 내 눈 앞으로 지나간다.



내 코고는 소리에 내가 놀라서 두번이나 깼다.  전에 없던 버릇들이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 선내는 가만이 누워 있으면 추우리 만치 냉방이 잘 되어 있다. 자다가 일어나 보니, 항해시간이 30여분 남아 있고 선실 창으로 항구와 멀리의 산이 눈에 들어온다. 재빨리 다시 갑판으로 나가보니, 훗가이도의 하코다테(函館)다. 드디어 훗가이도에 도착한 것이다.


바이크는 마지막에 내린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짐을 챙겨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승무원이 차량운전자와 바이크운전자들을 안내한다. 그들을 따라 차량갑판으로 내려간다. 여전히 튼튼하게 바이크들이 매여져 있다. 맨 마지막에 놓인 조그마한 스풋이 앞선 대형바이크들에 비하면 장난감 같다. 도착 안내에 따라 한대씩 페리를 빠져나가 훗가이도의 땅 위에 올라선다.




훗카이도 하코다테항이 눈 앞이다. 항로 우측으로 하코다테 산이 제일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훗카이도가 가까워지자, 선내의 사람들이 그 첫모습을 보기 위해 갑판으로 몰려 나온다.

그들도, 나도 설레기는 매 한가지다.



점점 뚜렷해지는 하코다테산이 보인다. 저 산에서 보이는 하코다테시의 야경이 백만불짜리라는 소문이 있다.



하코다테 뒤 쪽으로 급하지 않은 산세를 이루는 훗카이도가 선명하지는 않지만 슬며시 보이고 있다.



하선을 위해 승무원의 안내를 받아 차량 갑판으로 내려왔다.

줄지어 서있는 차량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배가 덜컹거리며 진동이 느껴진다. 항구에 접안을 하는 사이 내릴 준비를 한다.

시동을 걸기 시작하는 차량들 탓에 금새 매케해 진다.




바이크를 고정할때 사용하는 도구들을 한 쪽 벽면에 걸어 둔다.

노란줄은 조여서 묶는 고정줄이고, 낡은 담요는 바이크 좌석에 줄을 걸치기전 손상을 막기위해 올려두는 용도이다.




오후 2시다. 굉장히 뜨겁다. 이대로 서있으면 타죽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게다가 아침에 들렀던 동전세탁소에서 서두른 탓에 팔토시를 잃어 버렸는지 찾을 수가 없다. 반팔 티셔츠 아래에 팔을 그대로 드러내며 바이크를 몰아 훗가이도의 도로 위로 올라선다. 앞서 먼저 내린 일본 라이더들은 삼삼오오 모여 뭔가를 이야기 하고 있다.





훗카이도 하코다테항 페리터미널. 우측에 꽁무니를 대고 정박해 있는 배가 내가 타고온 페리다.



이 곳, 하코다테시에 있는 하코다테 유스게스트하우스에서 오늘 하루 머무를 예정이다. 엔진오일도 교체해야 하고, 노킹현상도 생겨나서 바이크샵에 들러기도 해야 한다. 시간이 되면 백만불짜리라는 하코다테 야경도 보고, 뭐... 그럴 예정이다. 지도를 보고 하코다테 서쪽편에 위치한 유스게스트 하우스를 향한다. 


이리저리 길을 헤메다가, 동네 할아버지에게 길을 물어가며 도착 했다. 요금은 4,000엔 이란다. 인터넷이 안된다는 말에 잠깐 망설이다가, 찾아오는 도중에 길 찾느라 땀을 너무 많이 흘리기도 했고 컨디션도 좋지 않다. 다른 숙소를 찾을 기력도 없다. 체크인 하기로 한다. 3층에 있는 코딱지만한 2인실을 혼자쓴다. 짐을 챙겨 올라온 객실이 너무 덥다. 냉방장치가 없다. 객실에 놓인 선풍기를 틀고 가만이 누워서 한참을 쉰다. 사라진 팔토시를 찾기위해 짐들을 이리저리 뒤져 보았지만, 찾을 수 가 없다. 잃어 버린것이 확실하다. 토시가 없으면 하루종일 바이크 핸들을 잡고 있는 팔이 익어버릴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날씨라면, 검게 타는 것을 넘어 숯댕이가 되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바이크 샵과 등산용품점을 찾기로 한다. 별로 친절하지 않은 유스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주머니는 바이크샵과 등산용품점의 위치 같은건 전혀 모르고있다. 관광안내소가 있는 하코다테 역으로 일단 가보기로 한다. 역 앞에는 백화점도 있다. 다시 스풋을 타고, 복잡한 하코다테 역 앞에 도착했다. 백화점 건물옆의 주차빌딩에 주차를 한다. 차단기 앞에서 주차권을 뽑게 되어 있지만, 차단기가 닿지 않는 틈새를 지나 들어와 얌체처럼 바이크를 주차시켰다. 


백화점에 들어서자, 남성복과 아웃도어용품이 4층에 있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올라가 보니 노스페이스 의류만 눈에 띄인다. 점원에게 등산용품이라고 한문으로 적어 메모지를 내밀자, 안내 데스크로 나를 데려간다. 데스크 직원의 말로는 백화점과 이 근처에는 등산용품점이 없단다. 포기하고 나오는 길에 잠시 둘러보니 백화점이 조그마하다.


다시 하코다테 역사 건물로 향한다. 역사 건물 앞, 세워진 자전거들 옆에 대충 주차를 하고 관광안내소에 들어섰다. 등산용품점의 위치를 물으니, 시내지도를 꺼내 여기서 20분 거리에 있는 "자연구락부"를 알려준다. 바이크샵의 위치도 물어 보았으나, 잘 모르는 눈치다. 전화번호부까지 뒤져 여기저기를 알려준다. 초행인 내가 주소만으로 찾아가기는 어려운 곳들이다. 일단 바이크 샵은 지나는 길에 있으면 들르기로 하고 등산용품점을 향한다.


5시. 퇴근시간이 가까워진 시내도로는 복잡하고 붐빈다. 대부분 왕복 2차선 도로라 막히면 지옥이겠다. 노면전차가 차량을 지나 길을 꺽어 달리는 독특한 풍경이 시내 길에서 보인다. 노면에 깔린 전차 철로의 요철 때문에 바이크가 지날때 요동이 심하다. 자위대 막사도 지나고, 경륜장도 지나서 등산용품점에 도착했다. 복잡한 경로라 몇 번이나 길을 고쳐 잡았는지 모른다.


자연구락부에 들어서서, 인상 좋고 나이지긋한 주인아저씨에게 팔토시를 흉내내며 설명을 하자, "아! 암커버?!"라고 외친다. "아, 네 맞아요!" 했더니, 장갑달린 분홍색 여성용만 남았다며, 그걸 내게 보여주며 미안하다며 웃는다. 우리나라 같으면 팔토시 없는 등산용품 매장이 없을텐데, 일본에서는 왜이렇게 구하기 힘든지 모르겠다. 등산용품점도 이 먼데까지 와야 있다니... 워낙 외곽지역으로만 다녀서 그런탓도 있을게다. 뭐든 살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형마트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어쩔수 없이 포기한다. '팔이 검게 그을리기 밖에 더하겠어' 하며 맘을 가볍게 먹는다.


팔토시를 포기하고, 숙소로 되돌아오는 길엔 반대쪽 방향으로 진행해 버렸다. 하코다테 공항 즈음에서 길을 다시 되돌린다. 이러다가, 하코다테 길 다 외우겠다. 하코다테시의 동쪽 해안도로를 달려 유스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숙소 바로 앞에 슈퍼마켓이 있다. 먹거리를 사들고 방으로 돌아온다. 7시 20분이다. 그러고 보니, 헤매고 다니는 길 옆으로 어쩜 그렇게도 바이크 샵도 없었는지...



등산용품점을 거쳐 되돌아오는 길. 하코다테 동측 해안도로.



오늘 머무르기로 한 하코다테 유스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도, 유스호스텔도 아닌  유스게스트하우스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라임 라이더하우스가 재미있는 장소라고 한다.

라이더하우스는 여행하는 바이크 라이더들을 위한 공동숙소다. 차량,자전거, 도보등 일반여행자들도 많이 찾는다. 

훗카이도에는 라이더하우스가 전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

▷ 하코다테 유스게스트하우스 웹사이트(링크)

 하코다테 유스게스트하우스 리뷰(링크)



좌. 배낭 자크 손잡이가 파손돼 빵봉지를 묶는 흰조임줄을 휘감아 임시로 사용한다.

우. 객실. 2인실을 혼자 사용하지만, 둘이 쓰기에는 너무 좁아 보인다. 선풍기. 텔레비젼, 세면대, 침대가 전부다.



유스게스트하우스 복도. 두사람이 교차하면 어깨가 끼일지도 모른다.

건물 현관에 스풋을 주차시켜 두었다.



훗카이도 도착 기념으로 훗카이도 컵라면을 도시락과 함께 먹어본다.

그렇지 않아도  열기 가득한 객실에서 먹고나니 사우나 수준이다. 맛은 그럭저럭 보통수준이다.




여전히 더운 방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를 틀어도 낮동안 달아오른 방안의 공기가 갇혀있다. 3층 전체가 후끈후끈하다. 돌아다녀 보니 외부 공기가 유입되는 통로가 3층에는 하나도 없다. 사온 도시락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침대에 가만이 누워 선풍기 바람만을 쐰다. 바깥에서는 갑자기 천둥소리가 연이어 들리더니 비가 쏟아진다. 그냥 비가 아니라 하늘이 뚫린듯 엄청난 비다. '우르릉 쾅쾅' 소리와 함께 앞이 안 보이는 양의 비가 쏟아진다. 건물 앞에 세워진 스풋에는 커버를 씌어 놓아 걱정이 없지만, 내일이 걱정된다. 하코다테의 야경은 커녕 내리는 비에 이 동네가 떠내려 가지는 않을까 싶다.


밤새 내리던 비가 새벽까지 미친듯이 내린다. 비가 이렇게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객실은 덮다. 창문을 열어놓은 틈으로 빗물이 흘러들어오고 있다. 여름에 누가 여기를 찾는다면 몇 천엔 더 쓰더라도, 하코다테 역부근에 있는 비지니스호텔을 추천하겠다. 일기를 쓰다가, 더워서 포기하고 그냥 엎드린 상태로 잠이 들었다. 새벽녘 4시즘에 다시 깼다. 객실문을 활짝 열고 선풍기를 문 밖으로 향하게 하자 내부의 열기가 조금은 빠져나간다. 모두 잠들었을테니, 좁은 복도의 문을 열어놓았어도 괜찮을것이다. 훗가이도가 북쪽에 있어서, 여름에는 비교적 시원하다고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다. 잡아서 멱살이라도 한 번 잡아주고 싶은 더위다. 


시모노세키항에서 내려 줄창 달려온지 18일 만에 도착한 훗가이도가 이렇다니, 우울 할 뿐이다.



※ 페리로 훗카이도가는 법(2등객실, 400CC이륜차 기준)


■ 동일본 훗카이도 항로

    하치노헤(八戶) -> 훗카이도 도마코마이(苫小牧) : 7시간소요, 10,500엔, 실버페리(가와사키근해기선) : 홈페이지 / 한글안내

    오오마(大間) -> 하코다테(函館) ; 1시간 40분 소요, 4,200엔, 츠가루해협페리 : 홈페이지 / 한글안내

    아오모리(靑森) -> 하코다테(函館) ; 4시간 소요, 5,700엔, 츠가루해협페리 : 홈페이지 / 한글안내

    센다이(仙台) -> 훗카이도 도마코마이(苫小牧) : 15시간, 15,000엔, 태평양(타이헤이요)페리 : 홈페이지 

    도쿄(東京) 오오아항(大洗港) -> 훗카이도 도마코마이(苫小牧) : 19시간, 19,500엔, 상선미쯔이페리 : 홈페이지(한글) / 한글안내

    니이가타(新潟) -> 아키타(秋田) -> 도마코마이(苫小牧) : 18시간, 12,300엔, 신일본해페리 : 홈페이지

    니이가타(新潟) ->  오타루(苫小牧) : 18시간, 12,300엔, 신일본해페리 : 홈페이지


■ 서일본 훗카이도 항로

    나고야(名古屋) -> 도마코마이(苫小牧) : 40시간, 22,500엔, 태평양(타이헤이요)페리 : 홈페이지 

    츠루가(敦賀) -> 도마코마이(苫小牧) : 19시간, 17,800엔, 신일본해페리 : 홈페이지

    마이즈루(舞鶴) -> 오타루(苫小牧) : 20시간, 17,800엔, 신일본해페리 : 홈페이지



<혼슈 - 훗카이도 항로도>


<아오모리, 하치노헤 - 훗카이도 항로도>


■ 기타

   - 일본 전국 페리 가이드 : 웹사이트

   - 일본 장거리 페리 항로안내 : 웹사이트

   - 훗카이도 바이크 렌트

      Rental 819 : http://www.rental819.com/rentalbike_shop_all_hokkaido.php

      Eagle Motor Cycle : http://www.eaglejp.co.jp/

      Nalamura Online : http://www.nakamura-online.jp/modules/mdiary/

      베스트 바이크(신치토세공항점) : http://www.mc99.co.jp/rentalbike_img/chitose.html

      YSP札幌中央 : http://www.ameya.co.jp/

      핫토만(신치토세공항점) : http://www.footman.cc/

      B-Strict(삿포로) : http://www.b-strict.com/

      혼다드림 삿포로 : http://www.dreamsapporo.com/rental/

      K-ing(오비히로) : http://www.motoshopk-ing.com/rental

      훗카이도 바이크렌탈 정보 : http://www.xn--eckwa0cxd0ge3c.net/007/ent133.html









* 숙박지 : 하코다테 유스게스트하우스

  - 1박 : 4,000엔(식사제외)

  - 웹사이트 : 


* 북해도행 페리 

  - 요금 : 스탠다드룸 승선권(2,700엔) + 250CC 이하 바이크 선적비용(2,000엔)

  - 소요시간 : 4시간

  - 츠가루해협페리 http://www.tsugarukaikyo.co.jp/

  - 훗가이도행 일본여행 시, 시간이 부족한 경우 일본 각지에서 출발하는 페리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이동거리 및 경로 :  56km(페리항로 110km 제외)

    아오모리현 아오모리시 -> 페리 -> 훗카이도 하코다테시

큰 지도에서 스쿠터 일본일주-18일차 경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