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 일본가다] 11일차, 노토반도 글라스미술관에서 천향사YH까지
눈을 떠보니 객실 통유리 바깥으로 바다가 가득 들어차 있다. 해무라도 피어오른다면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일것 같다. 짐정리를 하고 식당으로 내려가 아침식사를 한다. 비지니스 호텔과 비슷한 식당이다. 알아서 집어먹는 간단한 뷔페식이다. 간만에 아침으로 따뜻한 국과 밥을 먹어서 속이 편안하다. 꾸물거리다 보니 벌써 9시다. 체크아웃을 하고 스풋에 짐을 쑤셔넣고 가방까지 매어달고 나자 땀이 주르륵 흐른다. 밤새 누렸던 실내 냉방이 벌써 그립다. 그러나 걱정할것 없다. 달리면 해결된다. 멈추면 또 반복되는 여름의 땀 이긴 하지만...
후쿠민슈쿠샤(国民宿舎) 노토오마키다이(能登小牧台) 객실에서 보이는 노토만 풍경
하룻밤 머무른 후쿠민슈쿠샤(国民宿舎) 노토오마키다이(能登小牧台).
프론트에 양해를 구하고 조금 떨어진 주차장 대신 현관 우측벽면에 스풋(스쿠터)을 주차했었다.
다시 어제 되건넜던 교각을 따라 섬의 왼쪽으로 한바퀴 돌아가는 47번 국도를 달린다. 평온하고 깨끗한 길이 이어진다. 도중, 바다가까이의 공원에서 잠시 멈춰서서 맑은 물빛을 넋놓고 구경한다. 평일 9시 30분.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저 건장한 청년은 뭔가? 백수? 걱정이다. 그러고 보니 남 걱정할 때는 아니다. 나도 백수 아닌가. 피식 웃음이 난다. 별걸다 간섭하고 있다. 이건 한국을 살아가면서 생긴 습간적인 간섭이다.
사실 한국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간극이 너무도 가깝다. 어찌나 가까운지, 모든 연예인의 사생활에 공인이라는 딱지를 떠억 하니 붙여두고 낱낱이 까발리는 그런 세상이다. 공동체의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애매모호하다. 대체 그들의 사생활이 지들에게 무슨 피해를 끼쳤는데? 내 사생활이 당신네들과 무슨상관인데? 대신 멘트 날려 주고 싶을 정도다. 격이 없어도 너무 없지 않은가.
해방구가 없는 이늠의 분단된 반도지형이 점점 섬처럼, 일본처럼 고립되고 있는게다. 그러다가 자민당 50년의 독주 같은 비합리적인 일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대륙으로, 나라 밖으로 건너가 분출되어야 할 다양한 젊은 에너지들이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곳에 얽매어 있는 것이다. 통일이 이루어져, 북으로 길이 열리고 몇 일 밤낮을 달리면 다른문화와 다른공간의 세계에 접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나라안에 고인 에너지가 멀리로 뻗어가야 할테다. 그럴때라야 사소한것은 가벼이 보아 넘기고, 중대한 세상의 문제들에 무게를 두게 될것이다.
노토지마(섬) 순환도로에서 보이는 해변.
노토지마의 해안선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
도로변 공원. 개를 끌고 산책하는 청년이 보인다.
도로변 공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물빛이 맑다
노토지마 주변의 바다가 얕음에도 혼탁하지 않고 바닥이 들여다 보일정도로 맑다.
노토지마섬 도로. 주택가가 많지 않은 한적한 숲길을 달리는 도로가 여유롭다.
노토지마 해안선 풍경. 복잡한 해안선때문에 가운데 움푹패인 조그마한 해안지형 건너편으로 울창히 자란 숲이 건너보인다.
노토지마 해안선. 바다와 도로하나를 경계로 민가들이 늘어서 있는 곳도 자주 보인다.
일년내내 파도가 심하지 않은 곳인가 보다.
어제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관람을 포기했던, 글라스미술관(유리미술관)을 향한다. 산과 들과 바다만을 보며 달려온 길에 조그마한 느낌표를 넣어줄때도 되었다 싶다. 인간의 창의력이 불러오는 자극과 그 결과물들이 궁금해졌다. 미술관 입장료가 싸지는 않다. 700엔이다. 내 어깨에 매달린 카메라를 보더니, 입장권매표소의 직원이 카메라 촬영금지라는 말을 건넨다. 입구며 복도벽면에도 촬영금지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건물이 유기적으로 재미나게 지어져 있다. 나선형으로 오르내리기도 하고, 바깥이 부분부분 시원스레 내다보이기도 한다. 실내사진금지라는 엄포 때문에 유리공예 작품들에 대한 촬영은 포기하고, 중간중간 멈춰서서 건물 구조들만 사진에 담아본다. 어쩐지 이곳에서 만나는 작품들 중, 눈길을 확 잡아끄는 것들을 만나기가 힘들다. 일본스러운, 몹시도 화려하고 정교하지만 긴장되고 팽팽한 매혹의 영역이 느껴지지 않는다.
차라리 이 정도의 입장료면 광주비엔날레, 도자박물관이 나을듯하다는 생각도 잠시든다. 그래도 건물의 구조와 인테리어는 상당한 편이다. 여러곳을 흥미롭도록 만들어 놓았다. 심지어 삼각형의 좁은 화장실 공간도 그렇다. 전시공간을 빠져나와 뮤지엄샵에 들어간다. 반짝이는 광채를 내뿜으며 유리공예 소품들이 가득하다. 유리로 만든 조그마한 돌고래가 눈에 들어온다. 하나정도 기념품으로 사가고 싶지만 깨지기 쉬운 유리제품을 장기간 가지고 다닐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아쉽지만 포기.
노토그라스미술관 전경. 유리공예 미술품이 전시된 곳이다.
그라스미술관 앞마당에서 내려다 보이는 광경.
여름의 타는듯한 볕만 아니라면 슬슬 불어오는 바람아래 느긋이 지내다 가도 좋을 곳이다.
그라스 미술관 내부. 셀로판으로 바닷속같은 풍경을 그려놓은 친근한 공간도 있다.
나선계단에서 내려다 보이는 메인전시실
마술유리창.
유리창 앞에 발자국 표시가 되어 있는 곳에 서면, 뿌옇게 불투명한 유리창이 투명하게 확 변하는 재미있는 유리창 시설이다.
유리창이 변할때 남녀노소 불구하고 터져나오는 탄성을 듣는 재미도 솔솔하다.
그라스 미술관 외부
그라스미술관 뮤지엄샵 및 카페테리아.
올라타고 시동걸면 우주로 날아 갈 것만 같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난 건축물이다.
뮤지엄샵. 색색의 예쁜 유리공예품들을 기념품으로 팔고 있다.
파손되기 쉬운 유리제품은 일정이 60일이 넘는 내게 그림의 떡이다.
섬의 남은 반쪽 순환로를 달린다.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같은 노도지마대교를 건넌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부드러운 파도형 곡선의 다리를 건너와서 바라보니 일품이다. 이어서 1번 현도를 따라 달리다가 다시 150번 국도를 오른다. 약 30km 정도 해안선을 따라 길이 이어진다. 이오리 미치노에키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내달린다. 해가 달리는 왼쪽으로 부터 비춰져서 눈이 부시다. 안경낀 내가 선글라스를 착용하기는 힘들지만, 다행히 AGV헬멧에 내장된 선바이저가 선글라스 역할을 해줘서 편하게 주행을 한다.
노토반도와 나나오시 앞의 만인 나나오미나미만에 떠있는 작은 섬 테라지마.
포크레인으로 한쪽면을 깍아 다듬어 놓은 것 같은 독특한 지형의 섬에 작은집 한채가 지어져 있다.
노토지마대교. 우아한 웨이브가 인상적인 유려한 교각이다.
1982년에 완성된 1,052m의 긴 다리. 노토섬은 에도시대 유배지였다.
농어업, 염업이 중심인 노토지마(섬)에 이 교각이 완성되고 난 후 관광객이 급증하여 현재는 관광산업이 주된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가족휴양촌, 임해수족관, 자연생태관, 글라스미술관등이 들어서 있다.
노토지마대교 시작점 우측으로 보이는 독특한 해안절벽
노토지마대교를 건너온 후,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달린다.
160번 국도변의 해안선
국도에서 보이는 토야마만의 독특한 해안암반.
이시카와현에서 토야마현으로 행정구역이 바뀌었다. 인구 110만의 토야마현 상징그림이 화투패 그림같다.
상징그림의 산은 3,000m급 산들이 즐비한 일본 북알프스의 영봉인 타테야마, 새는 현의 새인 뇌조다.
뇌조는 타테야마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특별천연기념물이다. 일본제일의 튜울립 산지인 토야마현을 상징하는 튤립도 상징에 들어가 있다.
구불구불한 해안도로의 주의표지판. "앞 11km구간 급커브 많음"
구불구불한 급커브 구간임을 알리는 재미난 표지판이 나타난다.
히미해안도로는 맑은날 히미만 건너편으로 타테야마 연봉이 파노라마처럼 건너다 보이는 드라이브 명소이기도 하다.
12시 30분. 히미시(氷見市) 입구의 조그마한 포구직전에 편의점이 보인다. 써클K이다. 내가 농담삼아 썩을케이라고 부르는 그 편의점이다. 점심시간이 된터라, 도시락을 사들고 나와 편의점앞에 높인 테이블에 앉는다. 우리나라 모든 편의점들에는 매장 내부에 조그마한 테이블이라도 있어서 라면등을 편하게 먹을 수가 있는데, 일본은 그런거 없다.
일본여행을 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이다. 라면에 물부어서 바깥 주차장에 나와 먹어야 한다. 차량운전자들은 주로 차안에서 도시락이며 요깃거리를 해결하지만, 바이크는 그냥 주차장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서 먹던지, 바이크 안장에 엉덩이 걸치고 먹던지 해야한다. 이 편의점은 바다가 보이는 주차장 한켠에 테이블과 의자에 차양우산까지 세워 놓았다. 어찌나 감사한지.
친절히 펼쳐진 테이블에 사온 도시락을 꺼내 놓고 먹는다. 국수가락을 떠넣는 사이 눈 앞으로 자전거 여행자가 까맣게 탄 피부를 내비치며 길을 지난다. 가지고 있는 음료수라도 건네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불볕 더위에 자전거 페달을 밟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고될까. 그래도 그만이 알고 있는 매력하나가 그 길 앞에 분명 놓여 있을게다. 볶음면과 삼각김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시 출발을 위해 헬멧을 뒤집어 쓴다.
일본에서는 잘 찾아볼수 없는 편의점 앞에 놓인 휴게테이블. 모처럼 편안하게 점심을 먹는다.
바다까지 한켠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좋은 곳이다.
테이블 그늘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사이 옆으로 자전거 여행자가 지나간다.
텐트며, 야영도구까지 한가득 매달고 땀을 흘리며 페달을 젖는 그에게 음료수라도 하나 건네고 싶지만, 잠깐 고개드는 사이 멀리가버렸다.
히미시 초입의 해안선
히미시 해수욕장.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이 바로 히미시 앞바다다. 히미시는 연중 150종의 어류가 잡히는 활발한 어장과 해산물이 유명하다.
복잡한 시내도로의 히미시(氷見市)내를 통과한다. 여러번의 신호대기로 에어컨 열기를 내뿜는 차량 옆에 서있자니 쪄죽겠다는 생각이 절로든다. 막힐일 없이 시원하게 달리던 바닷길과 지나온 그늘진 터널이 그립다. 시코쿠의 도보길에서 통행하는 차량으로인해 위협이 가득하던 터널, 그걸 지금에와서 그리워하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니 세상에 절대란 없다. 모든건 상대적인 것이다.
복잡한 시내도로를 빠져나온 후, 160번 국도를 따라 미친듯이 달린다. 90km/h(스쿠터인 스풋의 최고속도는 내리막에서 110km/h정도이다)의 속도로 천천히 가는 차량까지 추월해가며 두 시간여 동안 8번 국도와 만날때까지 이어 달린다. 토모야마시(富山市)를 지난다. 복잡한 시내도로 도중 길 옆으로 서점이 보인다. 대형건물에 "本"이라 써놓은 큰 세움간판이 붙어있는 건물이라 비교적 찾기가 쉽다. 잠시 국도에서 빠져나와 서점에 들어선다.
가지고 있는 지도인 "투어링매플 中部-北陸(츄부-호쿠리쿠/중부-북륙)"은 내일 낮 정도의 경로까지만 안내하고 있다. 그래서 서점이 가는 길에서 보이는 지금, 미리 關東(칸토/관동)지방을 사두어야 한다. 대형서점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대형서점들처럼 여기서도 문구류 및 CD와 게임들을 함께 팔고 있기도 하다. 여행, 지도 섹션으로 들어서서 투어링매플을 찾아본다. 아무리 살펴봐도 찾을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여점원에게 문의를 하자 금새 찾아준다. 찾아내서 보니, 가지고있는 2008년 버전에 비해 책커버의 디자인이 약간 바뀌어 있다. 그래서 찾기가 어려웠나보다.
일본 바이크여행의 바이블 - 투어링매플(TOURING MAPPLE, ツーリングマップル)
일본 지역별 7 파트로 나뉘어져있다.
쮸링구마뿌루로 발음되므로 서점에서 책을 찾을때 참고.
국내서점(예스24)에서도 수입하고 있으므로 여행전 사전구매가 가능하다.
국내수입 판매가격이 일본구입가격에 비해 300엔정도 비싸므로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가이드북을 들고나와 카운터에서 계산을 한다. 일본에서 불편한 것 중 하나는 우리나라와 달리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실제로 계산하다보면 세금까지 더 지불해야하므로 미리 잔돈을 준비한 경우 허탈해진다. 세금포함과 미포함이 왔다갔다하며 통용되고 있는 것은 일본여행의 소소한 불편 중의 하나이다.
서점을 나와 다시 무더위 아래에서 버퍼를 올려쓰고, 헬멧을 쓰고, 장갑을 끼고 출발 준비를 한다. 금새 땀이 뒷 목을 따라 주르륵 흐른다. 덥다. 다시 국도를 달린다. 1시간 정도를 달린 도로에서 보이는 하늘이 수상하다. 진행하는 방향 쪽 하늘이 시커멓고 어둡게 변하고 있다. 번쩍이는 번개가 몇 킬로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떨어져 내리더니, 고막을 울리는 천둥소리가 뒤따르고 있다. 소낙비가 지나갈 모양이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눅눅한 비냄새가 풍겨온다.
무섭도록 짙은 하늘 상태를 보니 제법 많은 비가 올 모양이다. 빗 속을 계속 달리기는 무리다. 걱정스런 마음이 들어 갓길에 잠시 바이크를 세우고 지도를 들여다 본다. 달리고 있는 8번 국도에는 미치노에키(휴게소)가 보이지 않는다. 해변도로로 빠져서 8km정도 가면 미치노에키가 있다. 8번 국도를 따라 달리는 길을 멈추고, 좌측으로 꺽어 해안을 향해 마을길로 들어선다. 해안을 따라가는 길이니, 휴게소가 나타나기전 비가 쏟아지더라도 해변가에 적당한 장소를 찾을수 있겠다 싶다.
지도를 볼때는 시원한 해안도로겠다 싶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오밀조밀한 주택이 복잡하게 늘어선 마을길이다. 먹구름이 서서히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번개와 천둥의 횟수가 점점 잦아진다. 길을 가는 것이 무서울 정도다. 더가야 할지 지금이라도 적당한 곳에서 멈춰서 미리 비를 대비해야 할지 갈등이다. 1번이라는 번호가 붙어있는 마을안 현도의 폭이 굉장히 좁다. 동네골목길 수준이다. 국도의 좁은 도로폭과 좁은 마을길, 이런 상황이니 일본에서 작은차가 유용 할 수 밖에 없겠다.
나메리카와시 해안마을 길 도중. 먹구름과 번개가 몰려오고있다.
나메리카와 해안마을 옹벽. 바다쪽으로는 아직 구름이 덮이지 않았다.
해안마을길. 과열된 스풋의 엔진을 식힐겸 잠시 쉬어간다. 여전히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잠시 갈등하다가, 미치노에키까지 서둘러 가기로한다. 마을을 통과하던 길이 좀 넓어지고, 미치노에키가 나타났다. 바로 옆에 바다를 끼고 있고, 건물 옥상에서 바다가 내려다 보이도록 전망시설이 되어있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입구도 독특한, 휴게소 치고는 잘 지어진 건물이다. 다행히 아직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 바다 바로 곁에 만들어진 스탠드 계단에 앉아서 오늘 머무를 장소를 탐색하며 시간을 보낸다. 하늘을 보니 비가 곧 쏟아지겠다. 다행히 자판기가 세워진 흡연장소가 튀어나온 구조물로 천정이 가려진 곳이다. 스풋과 내가 들어가 비를 피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비피할 곳도 미리 봐 두었으니, 캔커피 하나를 뽑아 느긋이 마시며 눈 앞에 펼쳐진 바다를 즐긴다. 오른쪽 끝즈음에는 여성 둘이 앉아 바다를 앞에 두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결국 비가 쏟아진다. 하늘이 뚫린듯 쏟아지는 엄청난 양이다. 번쩍이는 번개와 굉음의 천둥이 가까이에서 들려온다. 이 동네 집들 괜찮나 모르겠다. 1시간 20분가량 미친듯이 비가 쏟아지더니 드디어 멈춘다. 하늘이 거무 튀튀하기는 하지만 슬슬 나서야 한다. 벌써 시간이 5시 30분이다. 지도를 들여다 보니 야영지가 여기서 40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쏟아진 비로 질퍽하니 땅이 젖어있는 상태에서 야영은 번거롭다. 비슷한 거리에 센쿄지(天香寺) 유스호스텔이 지도에 보인다. 오늘은 그 곳에서 머물기로 한다. 공중전화로 예약전화를 걸어보니, 식사는 제공하지 않는단다. 뭐 상관없다.
먹구름을 피해 들어온 나메리카와시 해안의 웨브파크 나메리카와 미치노에키(휴게소).
옥상 전망대에서 노토지마가 보인다.
화장실 출입구가 눈길을 끈다.
미치노에키 화장실 내부. 인적이 드문 휴게소임에도 편안한 그림이 인상적인 화장실이다.
미치노에키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쪽 풍경
미치노에키 인근 해안
쏟아지는 비를 피해 스풋을 끌고 들어온 흡연구역. 한 시간 반동안 하늘이 뚫린듯 폭우가 쏟아진다.
슬슬 출발한다. 길가에는 고인물이 가득하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속도를 충분히 줄여 천천히 스쿠터를 몰아간다. 길이 좀 헷갈린다. 지도를 보고 다시 길을 잡고 몇번을 꺽어 2번 현도를 달린다. 지도에 나와있는 도로번호가 실제로는 하나도 쓰여져 있지 않다. 국도번호는 대부분 정확하게 길옆에 또는 표지판에 표시가 되는 반면, 잔가지 같은 현도(지방도로)는 번호표시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잦다. 해안을 따라 가는 도중 우측으로 빠져야 하는 지점을 못찾겠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갔던 길을 되돌려 몇 번이나 멈춰서다가 대충 길을 꺽어 들어간다. 해지기 전에 유스호스텔을 찾으려는 마음은 점점 조급해지고, 지도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변이 어두워졌다. 짐작으로 길을 찾아가다 보니, 8번 국도와 만난다. 가까이에 경찰서가 서있다. 캄캄한 마을길을 달려 앞으로 나가 보지만, 좀체 지도상에 표시된 곳을 찾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길을 되돌려 경찰서로 향한다. 入善(뉴젠)경찰서다. 경찰서 명칭 한번 착하기 그지 없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퇴근시간이 지나 텅 비어 있는 사무실에 두 세명의 경찰관이 보인다. 대기중인 경찰관이 무슨일로 왔냐고 물어본다. 인사를 하고 유스호스텔의 위치를 좀 알려달라 부탁을 한다. 내가 가진 지도에는 분명 이 부근으로 표시되어 있다. 지도를 내어 밀어 그들에게 보여주자 근무하는 경찰관들도 본적 없는 곳이란다. 결국 관서에 비치하고 있는 마을 상세지도를 꺼내서 주변을 탐색해서 길을 알려준다. 106번 도로를 직진, 길이 막히면 왼쪽으로 주욱 따라가다가 둥글게 반원형의 길, 신호등에서 두번째 골목 우회전. 길 끝에 천향사 사찰이 있단다. 복잡한 안내라 여러번을 반복해서 알려주더니 찾아 갈 수 있냐고 묻는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경찰서를 나선다.
어둡고 한적한 교외의 길, 날벌레가 바이크 불빛을 향해 날아드는 밤길을 달린다. 찾던 절집이 어둠속에서 나타났다. 입구쪽 건물이 유스호스텔의 객실이고, 좌측에 사찰영역이 담으로 분리되어 있다. 아주머니가 나와서 안내를 해주신다. 시코쿠의 신쵸코쿠지(新長谷寺) 사찰 경내에 유스호스텔이 있더니, 여기도 그렇다. 말하자면, 일종의 템플스테이가 되는건가? 지형을 모르고는 찾기 힘든 곳이다. 8번 국도에서 쿠로베 협곡 쪽으로 내려오면 찾기가 수월 할 것 같다.
2층의 다다미방에 짐을 푼다. 활짝 열린 창가에 풍경이 매달려 있고, 바깥에서 살살 불어오는 바람에 쨍그렁~ 하는 맑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선풍기, 하얀 새시트, 조그만 TV가 전부인 방이다. 배가 고프다. 저녁 먹을 때가 지나고 있는 시간이다.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슈퍼마켓이 조금 떨어진데 있다고 한다. 밤길을 시원하게 달려 사온 먹거리로 고픈배를 허겁지겁 채운다. 실내인데도 모기가 극성이다. 모기약 한번 뿌리고 나면 밤새 모기 걱정없던, 텐트가 갑자기 그리워진다.
경찰서에 물어가며 어렵사리 찾아온 센쿄지(天香寺) 유스호스텔. 담장너머 목조건물 영역이 사찰구역이다.
2층 객실 내부. 이런 다다미방 두개가 전부인 조그만 민박같은 유스호스텔이다.
1.5층의 취사구역에는 필요한 조리기구들이 준비되어 있다.
* 숙박 : 센쿄지 유스호스텔
- 숙박만(스도마리, 3,000엔)
* 기타
- 노토반도 그라스미술관(유리미술관) 관람료 : 700엔
- 투어링매플 관동편 : 1,680엔
- 주유 646엔
* 이동거리 및 경로 : 165km
노토지마 후쿠민슈쿠샤 - 노토섬 - 노토그라스미술관 - 노토대교 - 나나오시 - 도오야마현 히미즈시 - 이미즈시 - 도야마시
- 나메라카와시 - 우오즈시 - 쿠로베시 - 센쿄지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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