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 지나침

강대나무를 기억하다

기억할만한 지나침 2013. 12. 18. 15:15





말라가는 강대나무 옆을 지나다 말고 멈춰섰다.

모든 장식들을 낱낱이 떨구고,
가진 제 모습만으로 오롯이 서는 것,
그것만큼 고독하고 떨리는 일이 또 있을까.

어느 날은 대찬 바람에 휘영청 꺽인채 팔 하나즘 내던지고
땅을 할퀴는 폭우에 드러난 뿌리가 차츰차츰 말라가더라도
마땅히 세상의 길목을 지키며 제 길 위에서 오롯이 서 있는 그.

제 스스로 우주가 되고 풍경이 되어가는 강대나무 앞에서
무작정 바쁘게만 흐르던 내 시간들도, 울긋불긋 익어가고 있다.




2013.11.06. | 기억할만한 지나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