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나서다/스쿠터일본일주

[스쿠터 일본가다] 53일차, 일본의 옛마을 - 나카센도 역참마을

기억할만한 지나침 2011. 8. 17. 02:08







역시나 새벽 즈음에는 에어매트가 가라앉아 버렸다. 붕어빵에 붕어 없듯이 에어매트에 에어 없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등짝이 차가워서 잠에서 깬다. 5시 즘에 깬 후, 엎치락 뒤치락하며 1시간 가량을 텐트 속에서 뒹굴다가 결국 일어나서 슬슬 짐정리를 한다. 역시 10월 초라도 이른 아침은 춥다. 취사장 한 쪽 벽면에 걸린 온도계를 보니 11도를 가리키고 있다. 기온이 조금만 더 떨어지면 초겨울로 접어들 날씨다.


취사장 지붕 바로 위에는 호두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밤새 지붕으로 열매가 떨어지는 소리가 쾅쾅대며 났었다. 어찌나 큰지 누가 일부러 지붕을 향해 돌을 집어 던지고 있는지 아닌지 의심이 들었을 정도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아침을 해먹기 위해 취사장 테이블 위를 보니, 쓰레기를 모아 묶어 놓았던 비닐 봉투의 아래쪽이 거칠게 뜯겨있다. 속에 들어있던 쓰레기들도 여기저기 흩어나와 있다. 어제밤 잠결에 비닐봉투 부시럭 대는 소리가 들리길래, 바람 탓인줄로만 알았는데 근처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이 잠시 마실 나왔었나보다.




기소코마 고원 입구에 위치한 기소코마 오토캠핑장 전경. 숲 사이에 나무 데크의 텐트사이트가 놓여져 있다.





하루걸러 하루씩 내리는 비 때문에 근래들어 취사장 지붕아래에서만 텐트를 치고 있다.





       

취사장 지붕 위로 돌맹이 떨어지는 소리를 내며 밤새 낙하하던 호두 / 이른 아침은 제법 춥다. 취사장 벽면에 걸린 알콜 온도계가 11도를 가르키고 있다.




아침을 해먹고 느긋이 정리를 하고보니, 10시다. 어제 오후부터 비에 젖어있던 신발은 여전히 안말라 있는 상태지만, 그냥 끼어신는다. 사무실에는 아직도 관리인이 출근하지 않은 상태다. 시동을 걸고 오토캠핑장을 나선다. 다시 19번 국도로 되돌아 가기 전에 인근 마을길을 천천히 달려본다. 젖은 신발탓에 발이 차갑다. 삼림공원이 있는 이 주변에는 휴양지 풍의 별장촌락이 만들어져 있다. 나무 숲속에 위치한 전원주택들과 별장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는 모습들에 여유가 느껴진다.




기소코마고원에서 흘러 내리는 개천





캠핑장 인근에 정갈하게 자리잡은 전원주택





잠시 여유로운 마을길을 둘러 본 후, 19번 국도로 나와 어제에 이어 길을 달려간다. 오늘은 기소계곡을 따라 자리하고 있는 두군데의 나카센도 역참마을을 들려볼 계획이다. 어제 오후 늦게 나라이 역참마을에서 맛보았던 고즈넉한 느낌을 맑은 날씨의 오늘은 더욱 뚜렷하게 느낄수 있을것 같다. 19번 국도를 따라 기후현을 지나 나고야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옛이름이 그대로 남아있는 나카센도(中山道)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국도에는 트럭과 승용차들의 통행이 제법 많다. 




기소계곡을 따라 주욱 이어지는 19번 국도를 달려간다.





츠마고 주쿠를 향해 달리던 도중, 국도 옆으로 멋스럽게 생긴 트러스트교각이 보인다. 멈춰서 자세히 올려다 보니 목조다리다.





이 모모스케 교각(桃介橋, 모모스케바시)은 전력왕이라고 칭송되었던 후쿠자와 모모스케가 수력발전 개발(자재운반등의 목적)을 위해 1922년에 세운 다리로 

전장 247미터의 목조 보강(補剛)트러스를 가진 일본 최대급의 다리이다.





이긴 다리를 목조로 지어졌다는 것도 신기할 뿐더러, 미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독특하게도 교각의 중앙에는 아래쪽을 흐르는 강변으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다리 건너편까지 천천히 걸어가 보니 약간의 울렁임이 발바닥으로 부터 전해져 온다.





모모스케바시는 1978년에 노후화로 사용금지 되었다가 근대화유산으로 지정되어1993년에 복원되었다.




국도를 따라 35km정도 달려가자 나기소역을 지나 쓰마고주쿠(妻籠宿)를 가르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를 곧장 따라 갔더니 마을의 유료주차장이 나온다. 유료라 패스. 마을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조금 더 가서 바이크를 세울만한 적당한 공간을 찾아냈다. 여유있게 스쿠터를 세워두고, 백팩만 둘러맨 채 쓰마고주쿠의 마을 거리로 들어선다. 목조주택이 길을 따라 양 옆으로 주욱 늘어선 마을거리는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있고, 여행객들만 도보로 다니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비 내리던 어제와 달리 맑고 화창한 날씨다. 해가 내리쬐는 한낮에는 여름의 기운이 남아있어 몇 발자국 걸으니 땀이 흐른다. 좋은 날씨 탓인지 마을거리에도 관광객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마을의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천천히 마을을 거닐어 본다. 어제 들렀던 나라이주쿠 역참마을에서 처럼 전봇대나 전깃줄이 전혀 보이지 않고, 이층으로 지어진 목조주택들이 식당, 기념품 가게, 상점, 숙박소의 기능을 하면서 옛 모습을 대체로 간직하고 있다. 다닥다닥 붙은채 줄지어 서있는 목조주택의 오래된 가옥 거리는 묘한 이질적인 시공간을 만들어 내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나풀나풀 풍기고 있다. 시멘트 건물에서는 절대로 느낄수 없는 분위기를 걷는 내내 맛보며 절로 걸음이 느긋해진다.


일본의 고가옥들과 목조주택이 이렇게 바짝 몰려있으니 일본 주택 문화 체험 집중코스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 정도다. 게다가 비어있는 고가옥에 들어가서 앉아도 보고, 둘러도 볼 수 있게 개방된 주택들도 간간이 보인다. 일본 유명 사찰 건축 등에서 보이던 엄격할 정도의 단정하고 규칙적인 목자재들과 극한으로 생략된 선들이 이 오래된 역참마을의 가옥들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으나, 어느정도 완화되어 삶의 냄새가 조금더 강렬하다고나 할까. 




쓰마고주쿠 역참마을을 알리는 간판이 나타났다.





목조가옥이 길을따라 길게 늘어선 쓰마고주쿠 역참마을 거리에 들어섰다. 

거리끝 즈음에 놓인 간판을 보니 쓰마고주쿠 마을거리는 오전 10시 ~ 16시까지 차량통행이 금지되고 보행자만 다닐수 있다.

어제 지나왔던 나라이주쿠 마을도 오후 다섯시가 다된 시간이라서 스풋으로 지날수 있었던 모양이다.





근래 만들어진 공중화장실 조차 오래된 역참마을의 흐름을 헤치지 않게 만들어져 있다.





상점으로 사용되는 주택




이리저리 튀어나온 처마와 기둥들, 그리고 여러 다른 목적으로 열려있는 문들이 주욱 이어지는 이 오래된 역참마을의 거리에서는 정나미 떨어질 정도로 반듯하고 날카롭던 일본의 이미지가 조금은 무디어져 있다. 일본의 화려하고 정갈한 문화들과 그 미의식이 고스란히 반영된 온갖 건축물들을 들여다 보면 볼수록, 나는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동선을 이끌어 내는 우리문화가 그립다. 다른 이를 부담스럽지 않게 초대하는 격조있는 멋을 지닌 우리 건축들이 그립다. 


이전까지는 우리 문화의 그 은근한 멋스러움과 진수를 이해 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진과 실물로 보이는 화려하고 정교한 서구의 미술품과 건축들, 장쾌하고 웅장한 스케일을 가진 중국의 문화, 세밀하고 화려하며 선(禪)적인 일본문화, 눈에 도드라지는 그것들에 비해서 우리 것들은 대체 무슨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를 알지 못할 때가 있었다. 길 위를 떠돌아다니며 농익은 눈 때문에 무위(無爲)의 자연스러움을 품고 있는 우리 문화의 깊은 한 점을 볼 수 있게 된것일지도 모르겠다. 까다로운 입맛은 2대 부자, 옷매무새는 3대 부자라는 내 할아버지의 말 마따나 미학은, 갑자기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자 하는 훈련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겠다. 오랫동안 길 위에서 진짜의 아름다움을 가려서 보고자 노력했던, 내 눈이 제대로 훈련되어 온것일까.


목조주택사이의 거리를 걷는 앞으로 우체국 표시가 보인다. 며칠간 돌아다니며 비워진진 지갑을 채우기 위해 목조 건물로 지어진 우체국으로 들어선다. 조그마한 우체국 내부 조차도 일본 우정국의 역사와 관련된 오래된 물건들이 조그마한 공간에 알차게 전시되어 있다. 현금을 약간 찾아서 다시 거리로 나선다. 


오랜만에 햇살 따가워진 후덥한 오후다. 걸치고 있던 바람막이 자켓을 훌쩍 벗어서 등에 짊어진 백팩 손잡이에 묶어 두고,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거리의 끝까지 활보한다. 이 곳에서는 카메라 프레임에 들어오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걸어가는 관광객들 모두가 그 자체로 모델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풍경 덕분에 오래된 이곳을 걷고 있는 사람들 모두의 몸짓과 눈빛에서 유독스레 강한 호기심과 생기가 철철 넘쳐난다.




쓰마고주쿠 우체국.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잠시 들어선다.





우체국 내부에 전시된 우편 관련 물건 자료 및 민예품





시대별로 사용되던 우체통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쓰마고주쿠 마을거리. 일자로 난 길을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민예품, 기념풒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자주 눈에 띄인다. 흙길이 시작되는 일부 구간이다.





가게집 고양이가 방석 위에 올라 앉아서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지나가는 내 쪽을 흘깃 보던 녀석은 '흠 이 녀석은 돈될것 같지 않군.' 하는 시니컬한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획 돌려 버린다. 

맨 바닥에는 절대 내려앉지 않는 고고한 녀석의 행동을 보고 있으려니 집에 두고온 강아지가 생각난다. 











색깊은 목조로 된 건물 정면과 달리, 측면은 흙으로 지어져 있는 집들도 띄엄띄엄 섞여 있다.





비어있는 옛 건물에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둘러볼수 있게 개방되어 있다. 문짝이 들려 개방되는 모습은 우리 한옥과도 조금 닮아 있다.





마을 가운데에 위치한 관광안내소 벽에는 이 마을의 오래된 풍경이 담긴 사진이 걸려있다.





관광안내소 벽면에 걸려있던 바랜 사진속의 마을과 동일한 지점.

아스팔트 바닥을 제외하고는 별달리 바뀌지 않은 모습이다. 지금의 모습에서 약간만 색채만을 지워내면 동일한 시간대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그윽하고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쓰마고주쿠 마을거리. 어디선가 나타난 말 탄 무사 한명이 휘익 지나 갈 것 같다.





전통 민예품들과 전통주등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 쓰마고주쿠에 이런 가게도 보인다.

여기까지와서 이런 디자인을 사입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지붕조차 기와가 아닌 나무로 되어 있는 집들의 모습





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도랑으로 흘러들기 전 잠시 고였다 가도록 만든 나무통이 길가에 놓여져 있다.





마을 끝부분 즈음 골목을 꺽어 들어가니 생필품을 파는 조그마한 가게도 보인다.





마고메주쿠에서 이 마을을 거쳐 나라이 마을까지 이어지는 도보코스 안내문이 마을 한쪽 끝머리에 서있다.

마고메주쿠 까지는 7.3km로 제법 긴 거리다.





전통주를 파는 가게





쓰마고주쿠도 역시 나라이주쿠 마을처럼 계곡 지형에 위치하고 있어서 마을길 멀리로 높다란 산세가 올려다 보인다.





따스한 햇살아래 관광객들이 오가는 모습





어디서 보더라도 파란 하늘이 아름다운 날씨다.





마을가운데 위치한 오래된 여인숙





지금도 생활의 모습이 역력하게 드러나는 목조주택의 측면에는 이런저런 계량기들이 벽면에 달려있다.





캐쥬얼 복장의 여행객들과 아스팔트 도로만 아니라면, 쓰마고주쿠는 영락없이 이 삼백년 전에 시간이 정지한 듯한 마을이다.




짙은 기름이 스며든 목조주택의 벽면과 따사로운 오후의 볕 때문에 눈이 따스하다. 요근래 몇 주간 비오는 날과 맑은 날을 하루걸러 하루씩 반복하는 통에 아직까지도 젖어있는 질퍽한 신발을 신고있지만, 걷고 있는 길의 분위기 탓인지 발걸음이 경쾌하기까지 하다. 두 시간여 마을을 관통하는 거리를 따라 느긋이 걷고는 다시 바이크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온다. 다시 시동을 걸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고메주쿠 역참마을을 향한다.




오래된 역참마을인 이 쓰마고주쿠는 대부분 근대에 복원된 마을이지만,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어온 건물들도 중간중간 들어서 있다.





인적이 사라지면 더더욱 오래된 냄새를 풍기는 쓰마고주쿠 마을거리.




마을을 느긋이 걷고나서 바이크를 세워둔 곳으로 되돌아 왔다. 그새 다른 여행자의 바이크가 와서 주차되어 있다.

무료로 주차 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확보하기 쉬운 것도 바이크 여행의 장점 중의 하나겠다.




쓰마고주쿠 마을에서 마고메주쿠 마을까지는 도보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다. 길게 길을 걷는 사람들은 꽤 멀리떨어진 나라이주쿠 마을까지 도보여행을 하기도 한다. 바이크에 짐이 가득 실려 있는 터라, 내팽게치고 도보코스를 걸어보지는 못하지만 도로를 따라 나있는 일부구간들은 바이크로 통행이 가능한 곳도 있으므로 천천히 길을 따라 가본다. 쓰마고주쿠를 넘어가는 산길의 고갯마루인 마고메고개 아래 못미친 곳, 볕이 드는 내리막길을 따라 고개에서 내려온 네명의 외국인 남녀가 배낭을 지고 작은 마을길로 걸어서 들어서는 모습이 보인다. 도보길을 따라서 걷고있는 모양이다. 


지나온 쓰마고주쿠는 해발 400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고, 마고메주쿠는 해발 600미터 정도에 위치한 마을이다. 그래서 이 나카센도 역참마을의 도보길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걷기가 쉬운 마고메주쿠에서 쓰마고주쿠 방향으로 많이들 걸어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두 말 할것 없이 두발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도보여행일 것이다. 그 가슴 설레게 하는 도보길을 걸어 본 것이 언제던가. 삼삼오오 행복한 표정으로 도보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걷는 일이, 걷는 것이 그리워진다. 지금이라도 마을 한구석에 바이크와 짐을 던져두고 길을 따라 걸어 가버리면 될 터인데, 이제는 스쿠터라는 테두리에 스스로를 틀어넣고 다른 방식으로의 여행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 옭아매는 이런 제한들마저 스스럼없이 벗어던지고, 마음 가는데로 세상을 즐겨야 할텐데 말이다.




쓰마고주쿠에서 마고메주쿠를 향하는 도중에는 도보코스를 알리는 이정표가 곳곳에 서있다.





도로를 벗어나 도보코스가 가르키는 방향을 따라 가본다.





역참마을에서 좀 떨어진 산골마을에도 오래된 목조주택이 길을 따라 서있다.





식당과 여인숙으로 사용되는 작은마을의 목조주택들.





마을앞으로 흘러 내리는 맑은 냇물을 끌어들여 민물고기를 양식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산길을 따라 늘어선 목조주택들 사이로 도보길이 이어진다.





작은 산골마을을 빠져나온 후, 다시 도로를 따라 마고메주쿠 역참마을로 향한다.





폭포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여서 스풋을 멈춰 세우고, 잠시 걸어 내려가 본다.





도로에서 50미터 정도 계곡으로 내려오자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오는 폭포가 보인다.

남녀폭포가 각각 위치하고 있다. 먼저 보이는 것은 남자폭포.





조금 안쪽으로 걸어들어가자 서늘한 물기운을 머금은 낙차가 작은 여자폭포가 흐르고 있다.





도로길을 따라 잠시 이어지던 마고메주쿠로의 도보길이 다시 산속으로 이어진다. 더는 바이크로 쫒아 갈 수 없는 길이다.

도보길을 따라 천천이 걷고나면 오래된 이야기 한자락 정도 묻어 올 것 같은 분위기가 도보길 초입에서도 흘러 나온다.




마고메고개 길은 스쿠터로 올라가는데에도 벅찬 경사의 오르막이다. 이 산길과 고개길을 두 다리로 넘어가는 도보여행자들은 얼마나 숨이 찰까. 걷지도 않는 내가 괜시리 걱정스럽다. 고개를 넘어서자 내리막길 차도와 도보길의 일부가 겹친다. 아주머니, 할머니등 연세가 제법 있으신 여성 여럿이서 마고메주쿠 역참마을에서 부터 급한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오고 있다. 걸어오는 사람들 모두가 숨이 찬 눈치다.


마을입구 주차장에(바이크는 무료라며 지나가던 마을아주머니가 알려 줌) 스풋을 세워두고, 마고메주쿠 마을을 향해 걸어간다. 이 역참마을도 앞서와 마찬가지로 차량은 통행금지이다. 급한 경사길을 따라 역참마을이 늘어서 있다. 일단 마을 윗쪽에 위치한 조망터로 향해본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오르자 인근의 산줄기가 전부 내려다 보이는 전망터가 나타난다. 시원스러운 개방감과 멈추지 않는 시야를 오랜만에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뒷산 고개길로 걸어서 내려오던 도보여행자들이 이곳에 이르러자 너나할것 없이 전부 탄성을 지른다.




고갯길을 따라 넘어가는 길. 생각보다 경사가 급하다.





급한 경사의 마고메 고개를 넘어서자 기후현으로 행정경계가 바뀌었다.





마고메주쿠를 향하는 산골마을. 전봇대가 여기저기 서있고 전선이 드리워 있기는 하지만 옛스러운 느낌이 남아있다.





마고메주쿠를 넘어오자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길 아래로 산줄기들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드디어 마고메주쿠 역참마을을 가르키는 간판이 보인다. 바이크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마을로 향해 본다.





마고메주쿠 마을로 진입하기 전에 마을 뒷쪽에 위치한 전망터로 먼저 향한다.





도로에서 부터 50미터 정도 걸어 올라서 마고메주쿠 마을 전망터에 도착했다.





전망터에 서면 경사진 지형에 위치한 마을거리가 눈으로 들어오지는 않지만, 인근 지형을 따라 이어지는 산줄기들이 장쾌하게 보인다.





전망터에서 보이는 조망이 시원스럽다.





쓰마고주쿠 역참마을에서 마고메주쿠 마을로 산을 넘어온 도보여행자들이 전망터에 멈춰서서 쉬어간다. 

도착과 동시에 눈 앞으로 보이는 시원스런 조망에 탄성을 자아내는 여행객들이 부지기수다. 

'아'하는 감탄사는 인류 DNA에 공통적으로 새겨져 있음이 분명하다.




내리막 길을 따라 걸어서 마고메주쿠 역참마을로 들어선다. 급한 경사길이라 바이크를 타고 들어 왔어도 무용지물 이었겠다. 길을 따라 1km 정도의 역참마을이 이루어져 있고, 경사진 길 양쪽으로 목조주택들이 까페, 식당, 여관, 기념품가게들로 쓰이며 늘어서 있다. 아직까지 점심을 먹지 않고 있었던 터라 배가 출출한 상태다. 떡에 양념을 발라 구운 군것질 거리를 하나 집어들고 발걸음을 옮긴다.


마고메주쿠는 앞서의 두 역참마을(나라이주쿠, 쓰마고주쿠)과 달리 경사진 비탈지역에 마을이 이루어져 있어서 오르내리는 길에 신경을 쓰느라 목조가옥의 운치를 느끼며 여유있게 걷는데는 2% 부족한 기분이다. 경사진 골목길이 걷기에 쉽지는 않지만, 그 위치 덕분에 내리막이 꺽어지는 길 모퉁이에서는 건너편의 산줄기가 목조주택 지붕너머로 건너 보이기도 한다.


지금이야 멀리로부터 찾아온 여행객들로 바글대는 곳이지만, 정작 몇 백년 전 에도와 교토를 산길을 따라 오가던 그 시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둠이 내리고 눈부신 전깃불대신 나지막하게 등불 밝혀진 역참마을의 풍경을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상상만으로도 운치있는 광경이다. 경사진 마을 길과 더불어 마고메주쿠의 독특한 풍경 중의 하나는 작은 수로(도랑)가 길을 따라 따라 풍부한 수량으로 흘러내리는 모습이다. 길을 따라 걷고있으면, 졸졸졸 흘러가는 수로의 물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흘러내리는 그 물을 집 앞 마당으로 끌어들여 자그마한 연못을 만들기도 하고, 유수의 낙차를 이용해 크지 않은 마을 수력발전소에도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오래된 가옥들이 줄줄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되돌아 걸어서 바이크를 세워둔 주차장으로 향한다.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역참마을 마고메주쿠로 들어선다. 급한 내리막 길이 시작된다.




마을길 한쪽에는 시원스레 흘러 내리는 도랑이 흐르고 있다.

도랑에 걸쳐진 조그마한 수차가 멋스럽다.





집 앞마다 풍성하게 잘 가꿔진 관상식물들 덕분에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마고메주쿠 마을길





따스한 오후의 볕 아래,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느긋한 발걸음으로 역참마을을 거닐고 있다. 비 내리던 어제에 비하면 맑은 날씨는 효자.





내리막의 마을길에서 마을의 지붕너머로 인근의 산줄기가 건너 보인다.





멀리 이어지는 산줄기가 건너다 보이는 마고메주쿠는 해발 600미터에 위치하고 있다. 

경사진 산중턱에 마을이 위치하고 있으니 내리막의 급한 경사길이 생겨나 있는 것은 당연하겠다.





경사진 길 옆으로 계단길도 나있다.






배가 급 고프다. 점심시간이 지나 출출해진 터라 눈 앞에 가장 먼저 나타난 군것질거리인 고헤이모찌를 하나 사든다.





찹쌀밥을 뭉쳐 만든 떡꼬치에 간장이나 된장을 발라 구운 고헤이모찌. 향토 먹거리 즈음 되겠다.






마을길을 따라 급하게 흘러 내리는 도랑물을 이용한 조그마한 마을수력발전소가 역참마을 아랫쪽에 위치하고 있다.





콸콸콸 흘러내리는 이 도랑물(?)을 끌어들여 수차를 돌리고, 이를 이용하여 발전을 한다.





마고메주쿠 역참마을이 끝나는 지점. 

관광기념품점이 즐비하고 차도와 만난 마을길이 끊긴다. 다시 되돌아 걸어올라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되돌아 오르는 길의 마을거리. 소박하고 아담한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보여진다.





기념품을 파는 가게도 마을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마고메주쿠는 앞서의 나라이 주쿠, 츠마고 주쿠와 달리 아스팔트 길 바닥 대신 길거리에 돌이 차곡차곡 깔려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목조주택이 커피숍으로 변신한 모습도 보인다.





마고메주쿠의 경사진 길을 따라 끊이지 않고 졸졸졸 흘러내리는 도랑.





고색 창연한 마고메주쿠 역참마을을 뒤로하고 19번 국도와 만나는 363번 국도로 옮겨탄다. 아이치현의 왼쪽 가장 아랫쪽에 있는 아츠미반도(渥美半島)로 향하기 위해서다. 나고야의 남쪽에 위치한 이세만 초입의 아츠미반도에서 페리를 이용해서 미에현이 위치한 기이반도(紀伊半島) 서쪽 끝으로 곧장 건너갈 예정이다. 복잡한 도시를 잇는 길인 나고야 인근을 피해서 남쪽의 바닷길을 따라 달리는 코스가 된다.


아츠미반도를 향해 남하하는 길은 대부분 내륙의 국도와 지방도들로, 계곡이나 하천을 따라 이동하다가 낮은 산줄기를 타고 넘어가는 도로들이다. 363번 국도를 따라 달리는 길은 갑자기 노폭이 좁아지기도, 산을 넘어가는 커브길은 굉장히 꼬불꼬불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산을 넘자 시작되는 내리막길 옆으로는 산비탈에 만들어진 계단식 논과 밭이 주욱 이어지고 평화로운 일본농가의 풍경이 끊이지 않는다. 며칠 전 지나온 도쿄 인근 지방은 노랗게 익은 벼들이 빼곡히 들판을 메우고 있었는데, 이 지역은 가을 추수가 거의 끝나가는 모습이다.


257번 국도로 다시 옮겨 탄다. 제법 차량 통행량이 많은 국도는 여전히 계곡과 하천을 끼고 이어진다. 얼마나 달렸을까. 오후 다섯시가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어둑해진다. 지도를 들여다 보니, 예상했던 것 보다 많이 오지는 못했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즘 바닷가 인근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뭐, 늘 그렇듯이 계획은 계획일 뿐이다.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뭐라할 이도 없지 않은가.




마고메주쿠에서 부터 산 아래까지 이어지는 내리막 도로를 따라 다시 길을 달려간다.





개천과 계곡을 따라 어딘지도 모를 곳을 향해 이어지는 국도.





도로번호를 따라 달려오니, 한갓진 산골마을을 지난다.





산골마을 뒷편으로 난,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오르는 도중 내려다 보이는 풍경. 

인적드문 길을 혼자 달려가더라도, 포근한 마을풍경과 우뚝 쏫은 산줄기가 둘러싼 멋드러진 경치들을 한번씩 만나게 되는것은 매일매일 달려가는 길이 주는 선물이다.





국도라 표시되어 있건만, 산길을 달려 오르자 이런 길이 이어진다. 이런 길을 느긋이 탐험하듯 지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





산고개를 넘어서자 농가와 토지가 연이어지는 내리막 길이 한참이나 이어진다.






시원스럽게 죽죽 뻗어난 길을 따라 한가한 농촌풍경을 옆에 끼고 달려간다.





달려가던 도로 바로 옆에서 신비스런 분위기의 폭포와 소를 만나기도 한다. 

힘들이지 않고도 이런 멋진 장소에 와 닿는다는 것, 계 탄 듯한 기분이다.





지역 전통주를 알리는 광고물이 길 옆에 서있다. 깜찍한 쌀알 녀석, 음주비행 아니냐!?





마을을 지나고 다시 산즐기를 넘어가는 과정을 반복하며 이어지는 국도. 차량통행이 많지 않아서 달리는 내내 편안한 기분이다.




전진하는 방향으로 10여km 떨어진 곳에 캠핑장 표식이 지도에서 보인다. 저녁 먹거리를 아직 준비하지 못한 상태라 동네 슈퍼에 들러 햇반과 라면, 주먹밥 등을 사서는 캠핑장까지 마구 내달린다. 막상 지도에 표시된 마을에 도착해보니, 캠핑장은 보이지도 않는다. 마을 깊숙이 들어가 이리저리 찾아보니, 지도와 동일한 이름의 건물이 보인다. 관리소의 근무자에게 물어보니 캠핑장이 아니라 텐트가 준비되어 있는 청소년 복합 체험시설로 시에서 운영하고 있단다.


이미 어두워진 오후 일곱시. 이 인근에는 캠핑장이 전혀 없을 뿐더러, 어둠속에서 다시 길을 나서서 찾아 헤메고 싶지는 않다. 일단 관리사무소 아저씨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최대한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부탁을 해본다. 그러자 잠시 고민하던 관리인 아저씨가 "혹시 누가 와서 물으면 그냥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요"라며 내게 부탁의 언질을 주고는 취사장과 화장실이 있는 시설로 안내를 해주신다. 전등까지 켜주시고는 부근의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으란다. 아침에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나가면 문제 없을 거라는 말을 해주고는 "힘내서 여행 잘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연수원 건물쪽으로 되돌아 간다.


너른 지붕과 시멘트 바닥이 깔끔히 깔려있는 바베큐장에 텐트를 치고 저녁준비를 한다. 산줄기 아래에 위치한 곳인데도 밤공기가 포근하다. 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밤 기온이다. 남쪽으로 내려와서 그럴까? 덕분에 텐트속에 누워있는데도 그다지 춥지가 않다. 


여행은, 특히나 장기여행은 스스로의 노력이 70%라면, 나머지 30%는 타인의 누군가의 도움으로 채워진다. 오늘도 그 도움 덕분에 이슬내리지 않는 지붕 아래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낸다.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수학여행을 와있는지, 밤새 시끌시끌한 목소리가 아랫쪽의 숙박동 건물로 부터 들려온다. 컴컴한 어둠속이지만, 그 목소리들 때문에 어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어둠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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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지 : 야마비코노오카(山びこの丘)(무료)

    - 청소년 가족 체험시설

  

* 주유 : 671엔


* 나기소쵸 관광안내 : http://www.town.nagiso.nagano.jp/ko/index.html(한국어)


* 이동거리 및 경로 :  170 km

  기소코마 오토캠핑장 → 쓰마고주쿠 역참마을 → 마고메주쿠 역참마을 → 야마비코노오카(山びこの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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