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가 조금 넘어서 일어났다. 화장실을 갔다 오느라 잠시 나온 사이 요금을 받는 할머니가 새벽같이 나타나서 손을 내민다. 작은 텐트라 500엔이란다. 늦게 도착한 어젯밤에는 보이지않던 토야코 호반이 선명하고 드넓게 펼쳐지고 있다. 아침을 먼저 챙겨먹고, 밀린 일기와 책을 좀 읽고 나니 오전 8시가 되어버렸다. 부랴부랴 짐정리를 하고 출발한다. 결국 9시가 넘어서 바이크의 시동을 건다.
토야코호수의 일주도로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고요한 호수가운데 나까지마섬이 떠있는 인상적인 호수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줄기들도 제법 높다랗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초록의 나뭇잎이 파란하늘아래 호반길을 따라 주욱 이어진다. 호수를 따르는 길에서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일렁임 없는 호수면과 맑은 하늘이 선물셋트처럼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에메랄드 색의 호수는 맑기 까지 해서 어디에서든 바닥이 투명하게 들여다 보인다.
토야코(도야코)호숫가에 위치한 도야마치 소공원 캠핑장
공원 안쪽에 캠핑장이 위치해 있다.
캠핑사이트에서 호수 가운데에 떠있는 섬인 나카지마가 선명하게 건너보인다.
캠핑장 전경
소공원 조형물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호수
토야코호수의 지도. 호수 북쪽인 38번 옆에 조그맣게 현재지라 적힌 곳이 도야마치 소공원 캠핑장인 이곳이다.
지도를 보고 지형을 파악한 후, 호반을 한바퀴도는 일주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짐을 꾸리고 시계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가면서 맨먼저 만나는 도우야 미즈노에키(물의 역).
철도에만 역이라는 개념을 쓰는 우리와 일본어에서의 역은 조금다른 의미인것 같다.
이 물의 역에서 관광선과 카누등을 체험 할 수 있다.
호수 가운데의 나카지마는 호수 어디에서든 선명하게 보인다.
싱그러운 아침 호반길을 호젖하게 달린다.
호반도로변에서 보이는 나카지마
호반도로변에서 보이는 나카지마
호반도로변에서 보이는 나카지마
고요하고 정적인 호수다. 마침 오늘따라 바람한점 불지 않는 날씨.
호반도로에서의 스풋. 카츠시상이 붙여준 분홍색 '우유를 마시자' 깃발은 아직도 잘 붙어있다.
잠깐 호숫가에서 멀어지던 길이 다시 호수 가까이로 이어진다.
나무터널을 통과하는 길도 있다.
호수 남쪽을 돌아서면서 아름답던 지형이 더욱 아름다워진다.
맑은 물과 고요한 호수, 솟아오른 산이 그림처럼 어우러진 곳이다.
멀리보이는 토야코온천 마을 뒷편으로는 아직도 활화산의 화구에서 연기가 폴폴 난다는 니시야마 분화구가 있다.
토야코 호반의 아름다운 풍경
마찬가지로 물이 맑아서 바닥이 들여다 보인다.
묽이 맑은 이곳도 온천마을로부터 유입되는 부영양물질로 인해 조금씩 투명도가 떨어져가고 있다고 한다.
토야코 온천마을을 향하는 길
호숫가 공원
공원가까이의 호수
토야코 온천마을 초입.
토야코 온천마을 거리. 어제밤 호수위로 펑펑 불꽃을 쏘아대던 것이 이 마을의 명물인 롱런 불꽃놀이다.
매년 4월 28일부터 10월 31일까지 매일 밤 호수 위로 8시45분 부터 20분간 불꽃이 쏘아올려진다.
도야코 온천마을 전경
시원스럽게 널직하던 도로가 온천마을을 지나 동북쪽에 이르자 차선이 없는 좁은 도로로 바뀌었다. 좁아지긴 했지만 더욱 운치있는 길이다. 바람에 낙엽이 한둘씩 날려 달리는 앞으로 떨어진다.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을 모두 가지고 있는 길이다. 지나왔던 온천마을에는 호텔등의 숙박시설이 가득 들어서있긴 하지만 토야코 호반의 호젖함을 해치는 수준은 아니다. 한국인들도 제법 찾아오는지 온천마을을 지나오며 보이는 이정표에는 한글도 쓰여있다.
좁은 도로를 따라 여유있게 달린다. 30~40km의 속도로 천천히 지나며 길과 호수를 즐긴다. 출발한 지점인 캠핑장 앞에 도착하니 11시다. 둘레 50km를 한바퀴 돌아 오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 이제는 하코다테를 향해 다시 출발이다. 오늘까지 달려온 훗카이도의 길을 마무리하고 페리를 타고 혼슈로 되돌아갈 계획이다. 160km정도 되는 거리라서 오후 5시 30분에 있는 오오마행 뱃시간에 맞춰서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토야코 호수의 북서쪽을 지나자 길이 좁아진다.
좁아지면서 더욱 운치있어지는 호반길.
울창한 숲이 호숫가를 둘러싸고 있다.
호반길
출발했던 캠핑장이 얼마남지 않은 곳에 우키미도공원의 호숫가에 중국풍의 정자가 여유롭게 호숫가에 서있다.
토야코호의 우키미도(浮見堂)
토우야온천 인근에서 뻗어있는 230번 국도를 따라 달린다. 긴 터널을 지나자 바로 바닷가 도로인 37번 국도가 나온다. 바다절벽 위로 이어지는 도로로 시원스러운 길이지만, 통행량이 많고 갓길이 좁다. 그탓에 잠시 멈춰설 여유도 없이 주욱 길만 따라 달린다. 우라우치만의 가장 안쪽 지형의 마을들을 지나자 오샤만베 마을에서 5번 국도와 합류한다. 이 5번 국도는 훗카이도 도착 후 둘째날 지났던 길이다.
도야마치 마을 뒷켠의 길을 따라 오르면서 보이는 토야코호수
곰 출몰주의라 시도때도 없이 경고하던 훗카이도에서 결국 곰을 만나 사투를 벌인다.
내 인생 결국 이렇게 쫑나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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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아니고, 샤로마전망대 한켠에 세워진 곰 박제 앞에서 한 컷.
샤로마전망대 한쪽 구석퉁이에 곰한쌍이 이리도 늠름하게 서있다.
샤로마전망대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토야코 호수의 풍경이 일품이다.
샤로마전망대를 지나 토야코온천마을을 향하는 도중 도로변에서 보이는 인근 산. 후지산의 느낌이 약간...
이전에 지났던 모니와 아쿠모시를 지나 오누마 호수 옆으로 5번 국도가 이어진다. 훗카이도를 주행하던 첫날, 아름다운 오누마 호숫길을 달리던 화사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달리는 도중 도로에서는 하코다테쪽에서 넘어오는 라이더들도 간간이 보인다. 저들도 오늘부터 훗카이도를 달리기 시작하는 걸까. 내 경험이 그들의 주행하는 바이크에 겹쳐진다.
오누마 호수를 지나는 긴 터널을 넘어서서 조금을 더가자, 하코다테를 향하는 적송가도가 나타났다. 오늘은 처음 여기를 지날 때 와는 달리 여유도 생겨난 터라 잠시 멈춰가며 사진도 찍어본다. 시가지를 향하는 도로에서 우회하여 페리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이 있지만, 지도확인을 하지 않고 달리다가 그냥 지나쳐 버렸다. 다시 몇번 길을 고쳐잡고 시가지를 통과한 후 페리터미널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여유있게 승선권을 발권하고 승선장으로 향한다. 5대의 바이크가 오오마로 향하기 위해 페리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페리에 싣기 위해 기다리는 차량들의 대기열이 길게 늘어서 있다.
토야호에서 해안도로인 37번국도로 건너와 해안선을 따라 달린다.
날씨가 좋은 탓에 하늘이며 바다에는 아름다운 푸른색이 가득 들어차 있다.
우라우치만을 지나는 5번국도를 따라 남하하는 도중 휴게소에서 만난 거대한 멜론. 탐난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릴수록 고마가타케산이 점점 가까이 보인다.
매력적으로 생긴 고마가타케산(북해도 2일차 참조).
5번 국도를 따라 달리던 중 잠시 들런 포구. 어구가 복잡하게 나뒹구는 포구여야 정상이나 깨끗하다.
어딜가나 정갈함이 돋보이는 일본.
고마가타케산 북쪽을 지나 내륙의 오누마 호수를 향하는 길.
하코다테 초입의 적송가도
차량과 바이크를 싣기위해 입을 쩌억 벌리고 있는 페리. 하코다테 항에서 오오마로 가기 위해 페리에 오른다.
훗카이도 투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자가, 나말고도 5명이나 더 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꼼꼼하게 선내에 고정되는 스풋
아오모리에서 하코다테로 올때 탔던 배와는 달리 조금 허름하다.
먼저온 사람이 아무데나 누울수 있는 스탠다드룸(제일 쌈).
인상적인 건축물인 하코다테 페리터미널
오오마로 향하는 배 옆에는 19일 전에 아오모리에서 타고왔던 츠가루해협 페리가 정박해 있다.
"빛속으로 전진!"이라는 대사가 절로 남발되는 풍경.
훗카이도의 하코다테에서 혼슈의 가장 북쪽인 오오마까지 항해하는 이 노선은 1시간 40분이 소요되는 훗카이도-혼슈간 노선 중 가장 짧은 노선으로 시속 40km정도로 운항한다. 조금 기다린 후 안내에 따라 승선을 한다. 갑판 위로 나가서 멀어지는 훗카이도와 바다를 바라본다. 점점 아득해지는 훗카이도 위로 노을이 지고 옅은 무지개가 뜬다. 마지막까지 여행자에게 선물을 주는 훗카이도, 길을 따라 달리던 모든 시간들이 선물인것만 같았다. 달리는 내내 너무도 행복했던 훗카이도. 점점 멀어지는 풍경을 앞에 두고 안녕의 손을 흔든다.
하코다테 항을 빠져나오자 하코다테산의 끝머리에 옅은 무지개가 걸려있다.
훗카이도에서 실컷 놀고 떠나는 나를 위해 이런것까지 준비하는 올바른 섬.
혼슈를 향하는 페리 뒷편으로 하코다테산이 점점 멀어진다.
선박의 진행방향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훗카이도.
훗카이도의 최남단 곶이 아득하게 멀리 보인다.
바다 위에는 노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고, 수평선의로 두꺼운 구름들이 피어있다.
오오마를 향하는 페리 선상.
멀어지는 훗카이도 땅 위로 아름다운 노을이 펼쳐진다.
북해도의 마지막 선물인 노을을 끝으로, 혼슈로 되돌아 간다.
캄캄해진 오후 7시, 오오마에 도착했다. 어두워서 길을 분간하기가 힘들다. 일단 항구를 빠져나가는 차량들의 뒤를 쫒아 나선다. 조금전까지 비가 왔던듯 도로가 젖어있다. 오늘 목적지는 오오마곶에 있는 무료캠핑장이다.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어두워진터라 길을 찾기가 어렵다. 이리저리 헤메다가 오오마곶 인근에서 개를 끌고 산책나온 할아버지께 위치를 물어보니 바로 옆이다. 내게 길을 알려준 할아버지도 히로시마에서 캠핑카로 여행을 와서 공짜캠핑장에 묵고 있는 중이란다. 입구를 찾아 가보니 어둑한 잔디위에 텐트가 서너개 보인다. 적당한 위치를 찾기 위해 잔디밭으로 올라가보니 내린비 때문에 흙이 축축히 젖어있다.
바이크를 주차시킨 바로 앞에 텐트를 친다. 바람이 많이 불어 텐트가 휘청일 정도다. 하늘이 맑고 별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비는 더 이상 없겠지만 멈추지 않고 불어오는 거센바람은 걱정이 좀 된다. 두 번이나 부러진 적 있는 불량텐트가 또다시 부러지지나 않을런지 걱정이다. 사실 동네 홈센타에서 텐트를 구입 할 수는 있지만, 오토캠핑용의 큰텐트만 팔고있어서 다들 무게가 3kg이상은 나간다. 내 바이크의 사이드백이 지탱할 만한 무게인 2kg전후의 백패킹용 텐트는 홈센타에서도 구하기 힘들다. 뭐 지금까지 처럼 자꾸만 폴대가 부러져 나간다면 무거운 텐트라도 나중에 구매를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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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박지 : 오오마곶(大間岬) 텐트사이트
- 1박 : 무료. 관리인 없음.
- 화장실, 취사장
* 주유 : 614엔
* 토오야 호수 관광안내(한글)
- http://www.laketoya.com/ko/
* 하코다테(북해도)-오오마(혼슈)행 페리
- 요금 : 3,700엔(스탠다드룸 승선권 + 250CC 이하 바이크 선적비용)
- 소요시간 : 1시간 40분
* 이동거리 및 경로 : 214km(페리항로 40km 제외)
토야코(도야코)호수 -> 하코다테 -> 오오마(大間)
큰 지도에서 스쿠터일본일주-35일차 경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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