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타나 청소년여행촌 캠핑장에서 눈을 떴다. 새벽녘에는 추워서 침낭을 꺼내 덮었다. 슬슬 새벽이 추워지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조금 지나면 곧 가을이 될거란 징조겠다. 6시에 어김없이 눈이 번쩍 뜨여진다. 침낭을 먼저 말고, 텐트를 개어 바이크 사이드백에 차곡차곡 집어 넣고 나자, 7시 50분이다. 아침으로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하다가,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빛이 더워서 포기하고 어제 저녁에 사놓은 우유를 마신다. 마시는 순간, 맛이 이상하다. 우유가 아니고 요구르트맛 드링크다. 몇 모금 마셔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맛이라, 내려놓고 만다. 가방에 넣어 다녔던 과자부스러기를 대신 꺼내어 캠핑사이트의 풀 밭 위를 가볍게 걸어 다니며 먹는다. 잘가꿔진 잔디밭의 감촉이 좋다.
샤워를 하기 위해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어제 접수때 안내해주던 할아버지가 보일러를 덮혀 줄테니 조금만 기다리란다. 찬물로 샤워를 해도 괜찮다고 손사레를 쳤지만, 금방 된다며 기다리라 하신다. 샤워부스에 들어서서 찬물을 몸에 끼얹어봤더니, 어우~ 장난 아니게 차갑다. 어른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 생긴다더니, 그 격이다. 따스한 물로 바꾸어 편안하게 샤워를 하고 나니, 날아갈 듯 몸이 가뿐하다.
세타나 청소년여행촌 관리소.
샤워실은 관리소 건물안에 있다. 관리소 오픈시간 내에만 사용가능하다.
곧 출발할 터라,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할어버지와 사무실의 아주머니께 인사를 하고 나온다. 짐을 챙겨 바이크를 도로로 다시 끌고 내려온다. 곧장 출발하려고 하다가, 어제 전망대에서 봤던 일몰의 풍경과 주변의 전경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전망대를 향해 본다. 꼭대기층으로 걸어 오르자, 광활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주변에 드넓게 펼쳐지고 있다. 바다와 마을, 수평선, 해안도로를 따라 이리저리 튀어 나온 지형. 아침에 봐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곧 출발이지만, 다시 볼수 없다는 아쉬움이 생겨나지는 않는다.
길 위를 주욱 달려온 경험에 의하면, 어제의 풍경 보다 아름다운 새로운 날이 항상 내 앞에 나타났었다. 그래서, 오늘의 길 앞에서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것들이 틀림없이 기다리고 있을것이라는 근거 약한 믿음이 생기고있다. 건물 난간에 턱을 괴고, 아득하게 눈 아래로 벌어지는 드넓은 풍경을 바라보았다. 잠깐 사이 30여 분이 지나가버렸다. 그 사이 내 마음도 어쩐지 아득하니 넓어진 것만 같다.
출발이다. 관리소 앞을 지나자, 쓰레기장 분리수거를 하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허리를 펴고 팔을 크게 흔들어 주신다. 지나치는 옆으로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스로틀을 댕긴다. 전망대 위에서 보이던 주변의 고원지형과 그사이로 나있는 도로를 따라 가보기로 한다. 원래 경로는 해안도로로 다시 내려가 북상하는 것이지만, 전망대 위에서 보이던 드넓고 평평히 펼쳐지던 주변의 초지풍경에 너무도 맘에 끌려버려서이다.
맑은 바다의 세타나마을의 해안 풍경이 밝은 아침볕 아래로 보인다.
북쪽해안도 어제 저녁 일몰때와는 다른 생생한 빛으로 이어진다.
목장 목초지의 구릉지형이 길게 이어진다.
세타나항의 방파제 바로 옆에는 바다 위에 세워진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세타나초의 풍력발전기 10기 중 2기가 해상에 세워진 것으로 일본 최초의 설비이다. 육상풍력발전기에 비해 해상풍력발전기가
가동률 45%이상을 선회한다고 한다. 여기에 쓰인 발전기 회전날개 로터부분은 덴마크제이고, 타워인 지주부분이 한국제이다.
▷ 관련자료 (일본어)
해상풍력발전?
우리나라는 대부분 해안선이나 고원지대인 지상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있지만, 유럽등지에서는 바다 위에 설치하는 추세다.해상에서는 일정한 속도의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어 발전을 위한 `풍질(風質)` 면에서 육상보다 유리하다. 초기 투자비용이 육상풍력에 비해 많이 들지만, 발전단지 규모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풍력발전 민원의 주요 요인인 소음문제도 자연스럽게 피할 수 있어 대용량 발전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8년 부터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 세계최대 해상풍력발전소 - 덴마크 Nysted Windfarm / 풍력발전기 설치
전망대를 내려와서 보이는 세타나해안. 사람이 만들어낼 수 없는 아름다운 색채로 가득찬 바다 풍경이다.
캠핑장 바깥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나오자, 초원의 목장지대가 이어진다. 목장으로 사용되는 초지가 해발100미터 이내의 구릉성 산 위에서 드넓게 펼쳐진다. 부드러운 굴곡의 초원지대가 묘하도록 평온한 느낌으로 다가오고, 구릉산의 끝 너머로 파란 바다가 얼핏얼핏 드러난다. '이래서 훗카이도 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초지 사이로 주욱 이어지는 길을 따라 한참을 고요히 달린다. 일정에도 없고, 어디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길위지만 불안감 따위는 없다. 끝나지 않으면 좋을것 같은 길이다. 저속으로 달리자 바람소리만이 들려오고 있다. 여기저기 목장의 젖소들이 보이고, 농장가옥을 지나자 마을로 되돌아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다시 어젯밤에 지나왔던 세타나쿠혼쵸 마을로 되돌아온다.
캠핑장을 벗어자나 구릉산 정상의 목초지가 펼쳐진다.
목장의 젖소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뒤돌아보이는 길 뒤로 세타나해안의 바다가 아득하게 보인다.
고요하며 평온한 길이다.
초지너머로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구름이 두껍게 덮은 하늘이 더욱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목초지 한켠으로 목장건물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던, 해안 가까이에 당나귀 귀처럼 불쑥 떠있던 바위를 보기 위해 마을 앞의 방파제에 올라서 본다. 전망대위에서 내려다 볼때와는 또다른 신기한 모습의 기암이 눈앞에 우뚝 서있다. 다시 해안선을 따라 북상하는 국도 229호 선에 올라타고 달린다. 하늘에는 시커먼 구름이 끼어있지만, 바다는 맑다. 비가 곧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하늘이다. 비가쏟아지면 그때 걱정하기로 하고 일단 달린다.
터널과 터널이 무한히도 이어지는 길이다. 기암과 암산이 해안선을 따라 버티고 서있는 지형이 수두룩한 지라, 터널이 많을 수 밖에 없겠다. 길 만들기 참 힘들었겠다 싶다. 대략 스무개 채 못되는 수의 터널을 지나오자, 갑자기 먹구름으로부터 비가 쏟아진다. 굵직한 비다. 재빨리 멈춰서서 비옷을 아래 위로 껴입고 바이크에 묶어놓은 배낭 위에는 김장비닐을 씌운다. 속도 40km로 천천히 주행을 한다. 빗속을 달려 두 세개의 터널을 다시 통과하고 나자, 언제 그랬냐는듯 비가 그친다. 말 그대로 거짓말처럼, 마지막에 지나온 터널을 통과하자마자 한방울의 비도 없다. 도로 위에는 물기 흔적조차 없다. 신기한 국지성 소나기다. 갓길에 스풋을 세우고, 비옷을 벗은 후 걸레를 꺼내어 물이 잔뜩 묻은 바이크의 이곳 저곳을 닦아낸다.
세타나마을 해안에 세워진 문어상. 너무 사실적이어서 징그럽게 보이기도 한다.
세타나마을 해안에 서있는 30m 높이의 산본스기이와(三本杉岩).
안산암 상부에 초록의 식물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것과는 또 다른 기묘한 느낌의 기암들이다.
야간에는 해변으로 부터 라이트가 밝혀져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삼각돌이 끝나는 우측 부근에는 바위가 가까이서 바라보이는 해수욕장이 있다.
세타나 마을을 지나는 마을 뒷켠의 바위산들도 생김새가 독특하다.
삐죽하지 않고 둥그스름한 돌산이 연이어진다.
터널을 지난다. 바다로 내려온 바위산 아래를 지나는 이런 터널이 없다면 도로가 이어지지 않았을 터다.
마치 물고기 비늘처럼 보이는 절리의 해안암반 아래로 터널이 이어지기도 한다.
길옆으로 지나면서 보이는 해안암반들의 모습들이 예사롭지 않다. 눈이 즐거운 해안도로다.
다시 출발을 하려고, 시동을 걸고 자세를 고쳐잡고 있으려니, 반대쪽 차선에서 바이크 한대가 웨엥~하며 달려온다. '아이고, 저사람 어쩔꼬!'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온 저 터널 통과후 갑자기 비를 만나면 깜짝 놀라겠다. 황당하기도 할테고. 흐흐흐. 그 생각을 하니 혼자 실실 우습기도 하다. 뭐 이미 내겐 지나간 일이다.
다시 해안을 따라 절경이 이어진다. 보통의 곳이라면 명승지 이름하나씩은 붙어있을 것 같은 경치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듬성듬성 해안도로를 따라 세워진 집들이 혼슈에 비해 훨씬 여유가 있다. 어촌 마을들에서도 왠지 여유가 느껴진다. 어제도 느낀것이지만, 혼슈와 달리 번쩍거리는 기와지붕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더 자유스러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호수로즈키(白衣月山)산에서 부터 바다로 뾰족하니 튀어나온 지형의 벤케이미사키(弁慶岬)곶을 지난다. 잠시 동쪽으로 해안선이 이어지다가 다시 북쪽을 향해 꺽인다. 여전히 299번 국도를 따르는 길이다. 일본의 국도표지판은 모퉁이가 부드러운 역삼각형이다. 그 모양새가 좀 서정적으로 생겨있다. 자꾸 보고 있으면 뭔가 모르게 로망을 자극해서 달리고 싶게 만드는 그런게 있다.
쭈욱 북상을 한다. 어제에 비해 정오가 지났음에도 그다지 뜨겁지가 않다. 역시나 위도가 높은 북쪽의 섬이라서 인가 싶기도 하다. 팔토시를 잃어버린 후, 이틀째 팔에 썬크림만 바른채 주행하고 있는데 다행스럽기도 하다. 이제는 더위가 한풀 약해지면 좋겠다.
여전히 터널이 이어지는 길이다. 지날때 마다, 혹은 지나기전에 갓길에 바이크를 세우고 사진찍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경치가 좋아서다. 자동차라면 이렇게 자주 멈춰서기는 힘들었을게다. 좁은 갓길에 굉장히 유용한 스풋이다. '여행 끝날때 까지 잘 버텨다오. 스풋!'
자꾸만 보고 있자니, 달리고 싶은 로망을 슬슬 자극하는 일본국도 표시판.
해안선의 길모퉁이를 돌아서는 지점에 또 독특한 모습의 바위암반이 보인다. 둥그스름한 모양이 고분같아 보이기도 한다.
국도에서 잠시 벗어나, 둥그스름한 바위 뒤에 숨어 있는 포구로 들어서본다.
기타시마우타마을 포구 한켠에 바람막이 처럼 서있는 바위산의 모습이 보인다.
연이어 기타시마우타마을 포구의 정갈한 모습도 보인다.
기타시마우타마을을 지나 4km정도 해안에서 멀어져 산길을 지난다.
삼각형 모양으로 생긴 독특한 후토로고애고개(太櫓越峠) 터널과 진입부의 빨간색 조명이 독특하다.
카부토이와(兜岩) 터널. 터널을 지날때 마다 만나는 인근의 풍경이 저마다 독특하다.
시라이토(白糸)터널. 이런 험한 바위산 아래를 용케도 도로가 지난다.
바위산과 해안암반이 연이어지던 길이 끝나자, 에노시마해안이 시작된다.
모래 해변의 한 귀퉁이에 서있는 바위산이 웅크린 두꺼비처럼 보인다.
에노시마해안(江ノ島海岸). 긴 해안선을 따라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긴터널이 바다로 뭉툭하니 튀어나온 해안절벽 아래를 통과했다.
에노시마해안(江ノ島海岸). 기암괴석들 대신 시원하게 쭈욱 이어지는 해안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훗카이도의 어촌마을은 혼슈에 비해 한결 여유있는 모습이다.
가옥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늘어서 있지 않아서이다. 지붕의 모습도 획일화되지 않아 자유스러워 보인다.
모퉁이를 돌아가는 길 너머로 파아란 여름 바다가 내비친다.
사카에이소 해안의 독특한 해안모습. 해변에 넓고 낮게 깔린 암반들이 부분부분 수면 위로 보인다.
사카에이소 해안의 끝머리의 바위산.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다.
길앞으로 동물의 머리처럼 생긴 혼메곶(本目岬)이 보인다.
주변의 바다풍경도 독특한데, 육지로부터 툭 튀어나온 곶위에 등대까지 서있으니 더욱 독특한 풍경이다.
혼메곶이 육지로부터 이런 모습으로 튀어 나와 있다.
혼메해안 건너편으로 호수로즈키산이 구름아래에 보인다. 산도 좋고 바다도 좋은, 아름다운 길이다.
마을 앞 해변에는 포구가 없는 대신, 배를 바다에 내리고 올릴수 있는 장치가 놓여있다.
우리나라 동해의 어촌마을에서도 보이는 모습과 같다.
사는 모습은 별다르지 않다. 어촌에서 잡은 해산물들은 이렇게 망이 쳐진 박스안에 넣어져 건조된다.
볕 좋은 여름에 말려지는 마른물고기에서 비릿한 냄새가 흘러나온다.
지나쳐온 에노시마 해안보다 더욱 여유롭고 아름다운 풍경의 혼메해안(本目海岸)이 나타났다.
며칠간 물 가까이에서 놀다가도 좋을, 평온한 해수욕장과 해안선이다.
혼메해안을 지나 우타시마 마을을 지난다.
듬성듬성 길을 따라 세워진 훗카이도의 어촌집들에서 파란색이 많이 보인다.
우타시마 해안을 달리는 길. 지금까지와 달리 약간 높은 지대로 도로가 이어진다.
해안에서 불어오는 횡풍주의를 알리는 간판이 재미난 그림으로 서있다.
낭만적으로 만들어진 조그마한 정류장이 길옆에 서있다.
여름 하늘과 잘 어울리는 정류장이다.
벤케이곶(弁慶岬) 주차장에서 보이는 등대 풍경.
벤케이미사키는 아이누어로 폴로에드(ポロ・エド)라고 불리며, 큰 코 모양의 곶을 일컫는다. 아이누인은 훗카이도의 원주민이다.
지명과 이름이 같은 무사 '시보 벤케이'의 동상이 주차장 가까이 세워져 있기도 하다.
벤케이 등대 해안. 주차장에서 풀밭을 지나 조금더 걸어가면 등대아래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나타난다.
벤케이곶 해안. 아름다운 여름바다의 색이 황홀하게 내려다 보인다.
씃츠쵸(寿都町)마을을 지나며 나타난 편의점에서 빵과 우유를 사들고 나와 주차장에서 먹는다.
점심이다. 목장이 많은 훗카이도에서 우유와 아이스크림은 꼭 먹어 보라는 말이 있다.
훗카이도 전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는 편의점인 세이코마트에서 판매하는 훗카이도 우유는 고소하면서 진한 맛이 있다.
씃쓰만 건너편으로 우묵하니 들어간 해변이 건너다 보인다.
무더운 여름이 잊혀질 정도로 평온한 바다 풍경이다.
씃츠쵸를 지나오자, 바다에 접해있는 조그마한 신사가 그림처럼 서있다.
신사가 바라보는 방향의 끝에는 지나온 벤케이곶(弁慶岬)이 건너다 보인다.
해안도로에 멈춰서자, 길다란 활처럼 휘어진 해안변이 뒤돌아 보인다. 여러대의 풍력발전기가 바람을 타고 있다.
도로 바로 옆으로 오래된 목조주택이 보인다. 멈춰서 안내판을 보니 니신고텐(鰊御殿)이다.
메이지12년(1879년)에 건립된 선장과 어부들이 숙식하고 있던 건물이다. 이건물은 하시모토가의 시코옥(仕込屋)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시코옥(仕込屋)은 선장이나 어부들에게 물건이나 돈을 빌려주고 대금으로 청어알, 청어건어물 등으로 상환하는 장사다.
훗카이도 연안은 에도시대부터 청어잡이로 번성한 곳이기도 하다. 곳곳에 청어잡이로 부호가 된 이들의 오래된 저택들이 남아있다.
도로 바로 옆으로 바다가 들이치는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아득한 너머로 점점 바다로 튀어나온 지형들이 보이고 있다.
다시 복잡한 바위절벽이 이어지는 해안선으로 들어섰다. 달려온 뒤를 되돌아보니, 독특한 모습의 바위해안이 보인다.
길 앞으로 아득히 선, 바위산이 연이어 나타난다.
이와나이를 지나는 중 마을길 옆으로 코스모스가 반갑게 자라있다.
아직은 여름이라고 생각되지만, 식물들은 가을의 계절로 진입해버렸다. 북한의 황해도를 이미 넘어선 위도의 마을이다.
모이와 마을 앞에 조그마한 바위섬인 벤탄섬(弁天島)이 서있다. 바위섬을 향해 정성스레 다리가 놓여있다.
이와마을을 지나 터널을 통과하자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교각을 지난다.
비상주차공간에 멈춰 뒤돌아보니, 제법 높은 높이로 교각이 이어져 있다.
해안교각이 아름다운 선으로 휘어지며 꺽이고 있다.
독특한 모양의 기암을 여러번 지난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해안절벽이 아득히 뒤쪽으로 보인다.
마을뒷편으로 높다랗게 서있는 바위산 꼭대기에 구름이 걸려있다. 여전히 아름다운 해안선이다.
쥬보이곶(ジュウボウ岬)으로 향하는 도로가 다시 터널로 이어진다.
앞이든 뒤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하루종일 바닷길을 달리며 만나는 이런 풍경들은 벅찬 선물이다.
구멍이 뚫린 마도이와(窓岩)바위와 쥬보이곶(ジュウボウ岬)이 그림처럼 도로 앞으로 보인다.
해안선의 한적한 모퉁이에 휴게소도 보인다. 주차장에 차를 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로를 건너 해안풍경을 가까이서 감상한다.
몇십번이나 이런 터널을 지나는지 모른다.
터널을 지나오면 또 터널, 터널, 터널... 이다.
누마메곶(沼前岬)이 길 앞으로 보인다.
누마메곶을 지나자, 샤코탄반도의 한쪽 끝인 가무이곶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이 펼쳐진다.
해안도로만 길게 이어달리느라, 벌써 오후 3시가 넘었다. 오늘은 달리는 내내 바다를 끼고 온 길이다. 앞쪽으로든, 뒤돌아보든 시원한 해안선이 끊이지 않고 보이는 날이다. 이렇게 하루종일 바다만 보면서 달리는 데도, 바다가 지겹지 않다. 내가 바다를 너무 좋아해서일까. 아니면, 이곳의 풍경들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일까. 눈도, 몸도 시원한 바닷길이다. 왠지 이렇게 해안선을 달리고 있자니 끝이 없는 길에 들어선 것 같다. 끝도 없이 바다로, 바다로 이어지는 길. Never ending road... 하긴 훗카이도가 섬이니 해안선만 따라 달린다면, 빙글빙글 돌아서 끝이 없긴 하겠다.
오타루시에 못미쳐 북서쪽으로 튀어나온 샤코탄 반도(積丹半島)의 길을 달린다. 샤코탄 반도는 니세코 샤코탄 오타루 국정공원(ニセコ·積丹·小樽·海岸国定公園)에 포함되어 있으며, 앞 바다는 홋카이도에서 유일하게 해중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4시즘, 해가 기울어지는 시간이다. 가무이곶(神威岬) 이정표가 도로 앞에 나타났다. 가무이곶은 인근의 시마무이 해안과 함께 샤코탄반도에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져있다. 약간의 오르막을 달려 오르자, 주차장이 나타난다. 한 켠에 바이크를 세우고, 바다를 향해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걸어 나간다.
약간의 아스팔트 도보길을 오르자, 나무로 만든 문 위에 가무이미사키라 쓰인 현판이 걸려있다. 그 문을 지나서자, 바다를 향해 삐죽이 튀어나온 곶이 눈에 들어온다. 독특한 지형의 아름다운 길이다. 높이 40여 미터의 절벽 지형 위에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바람이 세차게 등 뒤로 부터 불어온다. 오르막을 오르며 흘린 땀이 식는 순간이다. 가슴이 설레일 정도로 아름다운 산책로다. 아슬아슬한 지형의 능선을 따라 가늘게 이어지는 길을, 이리저리 오르내리며 따라 걷는다. 발걸음 아래로 파아란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등대를 지나 곶의 끝에 이르렀다. 앞에 커다랗게 놓인 바위 위로 올라서 가슴을 쫘악 편다.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이 들뜨는 곳이다. 나직이 노래를 불러본다. 입으로 내뱉는 소리들이 바다로 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섞여 날려간다. 보이지 않던 바위 아래쪽에서 남녀 한쌍이 황급히 튀어나온다. 미안하게 돼버렸다. 뭐 그들은 더 좋은 장소를 찾을게다. 아니, 이런 풍경 좋은 장소가 아니더라도 둘만으로도 아름다운 시간이 되고 있지 않을까.
뒤 돌아서서 보이는 해안선이 더 없이 아름답고 웅장하다. 해가지는 시기, 낮은 광량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다. 이런 좋은 장소에서 기념사진을 빠트릴 수 없다. 산책로 난간의 기둥 위에 카메라 타이머를 맞춰두고 셀카를 찍느라 혼자 정신없이 뛰어다녀 본다. 부는 바람이 더없이 시원하다.
가무이곶(神威岬) 주차장.나지막한 구릉으로 둘러쌓인 둑특한 지형이다.
가무이곶(神威岬) 주차장의 전망대에서 보이는 해안선. 오늘 하루종일 달려온 남쪽방향이다.
해안 산책로를 향하는 길.
산책로를 걸오오르는 도중 뒤돌아 본 가무이곶(神威岬) 주차장. 주변을 둘러싼 지형도 심상치 않다.
가무이곶 입구. 머리위에 여인금제의 땅이라 붙어있다.
이곳은 요시츠네의 애절하고 비련한 전설로 인해 옛날에는 여자가 들어가면 바다가 거칠어진다고 하여, 여자의 출입이 금지되었던 곳이다.
물론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드나든다. 단, 풍속이 강할때는 출입이 금지되며 출입가능한 시간은 다음과 같다.
4월 8:00~18:00 / 5월 8:00~19:00 / 6월 8:00~19:30 / 7월 8:00~20:00
8월~10월 8:00~19:00 / 11월 8:00~17:00 / 12월~3 월 10:00~16:00
문을 넘어서자 곶끝을 향해 이어진 길이 아득하게 이어지고 있다.
문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생각도 못한 풍경이 벌어지는 산책로다.
산책로 옆으로 보이는 가까이의 풍경.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답다.
이런 아름다운 길을 걷는다. 제법 오르내리는 길이다.
비탈진 경사면의 늦여름 꽃들이 바닷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푸른 바다색이 초록의 산책로 아래로 펼쳐진다.
지금까지 걸어본 산책로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이런 풍경을 고작 20여분 걸어서 만날수 있다는 것.
기적같은 일이다.
등대에 가까워지자 이상하게 생긴 바위지형이 뜬금없이 나타났다.
화성에서 옮겨온 것만 같은 모양이다.
1888년에 만들어진 가무이 등대의 설명판에는 이 곳이 동경 140도 21분 4초, 북위43도 19 분 51초의 위치라 적혀 있다.
한반도의 최북단인 함경북도 온성군 풍서리리가 북위 43도이니, 한반도를 막 넘어선 위치즘 되겠다.
20분 정도 걸어와 도착한 곶의 끝머리. 불어오는 바람이 벅차게 느껴지는 곳이다.
곶끝에서 보이는 남쪽방향의 해안선. 파란 물결 너머로 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곶 끝머리를 뒤에 남겨두고 다시 되돌아 걷는길. 가슴설레게 하는 경치다.
아름다운 산책로를 걷는 것을 끝내고, 주차장으로 되돌아 온다. 바람이 세차게 불긴해도, 여름은 여름이다. 흘린 땀을 화장실에서 씻어내고 다시 바이크에 올라탄다. 지도를 펼쳐보니, 5km이내에 무료 야영장이 있다. 5시가 넘어선 시간이라 슬슬 야영지를 찾을 시간이기도 하다. 가무이곶을 나와 해안도로를 따라 달린다. 20여분 달리자, 찾고 있던 토에이 노즈카 야영장(道營野塚野營場)이 모래 해변 가까이에 보인다. 먼저온 야영객들의 텐트가 여럿 세워져 있고, 화장실과 취사장도 있다. 캠핑사이트는 모래사장의 약간 위쪽에 드문드문 풀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다.
가무이곶(神威岬)을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해안선. 늦은 오후의 산그늘이 드리워진 해안이 어둑하다.
일단 저녁과 아침에 먹을 것들을 사기 위해 가게가 나타날때 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 오기로 한다. 아무리 달려가도 조그만 어촌 마을의 과자류를 파는 구멍가게만 보인다. 라면이라도 팔면 좋으련만 없다. 더 앞으로 달려가 본다. 산길을 지나 8km정도 숲만 이어지는 길을 달려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이름이 미국(美国町)이다. 일본 북단에 위치한 미국이라니. 마을 가운데에 편의점이 다행히 보인다. 라면과 즉석밥, 우유, 빵 등을 사들고 다시 지나온 야영장으로 달려간다. 해변가의 야영장에 다시 도착 한 후, 거리계를 보니 30km 거리를 왕복했다. 라면하나 사기위해 그 거리를 달리다니 좀 허탈하다.
적당히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친다.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고있어, 텐트의 귀퉁이에 팩을 모두 박아 고정한다. 배낭과 에어매트, 침낭 등의 짐을 텐트 안에 던져 넣고는 허리를 숙여 텐트 정리를 한다. 그 사이 바이크여행자 한 명이 근처에 나타나서 인사를 한다. 얼굴이 까맣게 탄 청년이다. 도쿄에서 가고시마를 거쳐서 이곳까지 왔단다. 110cc의 조그마한 바이크다. 스풋보다 더 작은 크기인데도 짐은 나보다 더 가득 묶여있다. 내 근처에서 텐트를 치려고 하다가,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부는 통에 취사장이 한 쪽을 막아주고 있는 50여미터 떨어진 곳으로 가버린다.
씻은 후, 라면에 어묵을 넣어서 끓여 먹고 나니 만사가 다 귀찮다. 잠시 누워서 음악을 듣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추워서 깨보니, 새벽이다. 바람소리가 여전히 요란스레 텐트를 휘감고, 모래사장 아래로부터 파도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이제는 바람소리가 자장가 소리같다. 길 위의 생활에 조금더 익숙해진 것일까.
* 숙박지 : 토에이 노즈카 야영장(道營野塚野營場)
- 무료
* 주유 : 1회(687엔)
* 이동거리 및 경로 : 208km
세타나 청소년여행촌 -> 시마마키군 -> 벤케이곶 -> 씃쓰쵸 -> 이와나이쵸 -> 교와쵸 -> 샤코탄반도 -> 가무이곶 -> 토에이노즈카 야영장
큰 지도에서 스쿠터 일본일주-19일차 경로 보기
'길을나서다 > 스쿠터일본일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쿠터 일본가다] 21일차, 비에이의 화려한 꽃언덕과 빗길주행/북해도5日 (0) | 2011.01.27 |
---|---|
[스쿠터 일본가다] 20일차, 샤코탄반도와 오타루 운하/북해도4日 (0) | 2011.01.25 |
[스쿠터 일본가다] 18일차, 평화로운 오누마호수와 일몰의 감동/북해도2日째 (0) | 2011.01.22 |
[스쿠터 일본가다] 17일차, 경찰에게 잡힌 아오모리를 떠나 도착한 북해도. (0) | 2011.01.21 |
[스쿠터 일본가다] 16일차, 탓피자키 곶을 지나 아오모리시에 도착하다. (0) | 2011.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