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드문한 인가의 마을 뒷 산 언덕 꼭지점 즈음에서 도저히 더는 못가고 멈춰섰다.
지나치게 과한 호흡으로 폐 한켠이 주먹으로 맞은듯 하고, 머릿속은 하얗게 타버렸으며,
일어서서 꾸역꾸역 밟아대던 페달 위의 허벅지는 통고무가 박힌듯 굳어져 뻐근하다.
악명높은 고갯길도 아니건만, 그다지 높지 않은 이 곳에서 방전 된 채 퍼지다니.
틀림없이 며칠째 강을 따라 페달을 밟아 오느라 누적된 피로와 긴장감탓일게다.
쉬어가기로 한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고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유난히 크게 울리던 심장박동소리가 가라앉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갓길을 담장처럼 둘러싸고 있던 대숲으로부터 바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각..사각... 흔들리는 풀잎과 풀대소리, 자그맣게 울리는 새소리.
숨가쁘게 나를 지나오자 다시 만나는 길 위의 풍경.
소리로 스며들어 가만히 나를 일으키는 길의 노래.
담양~섬진강 연결 자전거도로|2013.10.|기억할만한 지나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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