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를 떠돌던 표범이었던 시절의 하루였다.
그날은 하루종일 겨울바람 속의 희미한 온기를 쫒아 산줄기를 내달렸고
고독의 갈증을 견딜수 없어 얼어붙은 강물을 깨어 냉혹한 겨울로 배를 채웠다.
죽지 않을 만큼의 허기와 갈증을 간직한 채
다시 새하얀 바람을 가르며 사흘밤낮 동쪽으로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북소리가 심장을 두들기듯 울려왔고
잘게 부서지는 방울소리가 별의 반짝임처럼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춰지며 이끌려간 그 앞에는
노오란 불꽃이 넘실넘실 타들어가는 곁에서
황홀한 춤을 더욱 붉게 불태우는 샤먼이 있었다.
그 춤 앞에선 내 오래된 고독의 갈증마저 활활 타버려서
이유없는 눈물과 끊이지 않는 웃음이 내내 흘러나왔다.
거친 울림속에서 새어나오는 심해의 호흡 같은 노래가 대기를 가르는 바람처럼 울려퍼지고
땅을 눌러온 세월의 진동을 고스란히 드러내듯 춤을 추고 있는 그에게서 나는
처음 마주하는 아득한 매혹과 혼돈의 시간을 느꼈다.
아름다운 그의 춤과 노래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골짜기 위로
네댓번의 별자리가 흘러갔고 두 어번 나는 다시 태어났다.
백일의 밤낮 동안 춤과 노래로 풍경과 함께 타올랐던 그는
마침내 하얗고 반짝이는 유리알이 되어 세상끝으로 날려갔다.
그날,
세상과 내 앞에서 미련없이 다 타버린 그의 마지막, 그 날은
표범으로 살았던 내 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과 만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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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동공원 | 2013.03.08 | 기억할만한 지나침...
2)~4) 대매물도, 장군봉 | 2012.07.09 | 기억할만한 지나침...